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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장

30분 후 하현과 주시현은 청허 도관에 도착했다.

하현은 굳은 얼굴로 주시현의 차를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내버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갔다.

주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신사적이지 않은 남자는 처음 봤다. 하현은 그녀에게 스스로 차를 세우라고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핑크색 롤스로이스는 대출로 산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긁혀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잘 세워두어야 했다.

한편, 슬기는 벌써 청허 도장 본당에 와 있었다.

이곳엔 삼청의 진흙 조각상이 금박으로 싸여 보기에는 휘황찬란하게 보였다.

도교는 불교와 비할 수는 없지만 청허 도장 때문에 청허 도관은 대구에서 아주 유명해 많은 부자들이 왕래하는 곳이었다.

슬기는 예의를 갖춰 향을 한 다발 바친 후 무릎을 꿇고 제비를 흔들었다.

곧 제비가 떨어졌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주인이 있다. 너무 작은 것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차분하게 하나씩 진행하라……”

제비의 운세를 보고 슬기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점치는 곳으로 걸어갔다. 거기서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30대 중반 정도 되는 도사였는데 이때 그는 슬기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기 여 시주님이세요?”

슬기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슬기 엄마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온 이후로 그녀는 어떻게 해도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배객처럼 절을 하고 무슨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지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 도사의 출현으로 그녀의 얼굴빛은 무거워졌다.

도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여 시주님, 당황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데 누가 당신을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 건 가요?”

슬기는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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