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한동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다른 방향을 향했다. 이때 유지애는 이미 구조되었지만 아직은 좀 힘이 없었다. 하현은 그녀 곁으로 와서 옆에 있는 의사에게 호르몬 주사를 놓아 깨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곧 유지애는 정신을 차렸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하현을 본 순간 그녀의 안색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정용이 무슨 짓을 했든 어쨌든 그는 하현의 손에 죽었다. 정용의 충신으로서 그녀는 어쨌든 정용을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그녀는 하현의 도움을 받아 구조되었다. 그래서 지금 유지애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지애는 애처롭게 웃더니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모든 건 다 저의 자업자득일 뿐이에요.”“그날 세자와 신당류가 합작한 일은 제가 그에게 경고했었어요. 이건 마치 여우와 정을 나누는 것과 같은 위험한 일이라고요.” “그런데 세자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어요.”“결국 세자는 당신 손에 죽었고, 신당류 쪽은 벨라루스의 통제권을 되찾았고요.”“저는 세자의 기업이 섬나라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걸 원치 않아서 거절을 했고, 그리고 난 후 그들은 나를 생포해갔고 우리 집안의 막내를 죽였어요.”여기까지 말하고 유지애의 표정은 더없이 험악해졌다. “하 회장님, 저는 당신이 품행이 단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원래 저의 신분으로는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아요!”“하지만 저를 도와 복수를 해주시기만 하면 벨라루스의 기업을 두 손 받들어 드릴게요!”유지애는 자신의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정용이 죽은 이상 그녀는 대구에서 외톨이 신하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녀가 벨라루스의 지분을 쥐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섬나라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복수는커녕 스스로를 지키기 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이때 하현에게
하현은 도장을 건네 받고 몇 번 쳐다본 후 담담하게 말했다. “섬나라 사람들이 나를 겨냥해 왔으니 나는 당연히 그들을 처리할 거야.”“이렇게 하면 너를 도와서 복수를 해준 셈이지.”“그리고 만약 네가 갈 곳이 없으면 당분간 조남헌 곁을 따라다녀.”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유지애는 적수이긴 했지만 약간의 기량과 재치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는 지금 외톨이 신하였기 때문에 자신 외에는 그녀를 받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 곁에 남아서 그녀를 제압할 수만 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것은 하현의 한 수였다. 지금 닥치는 대로 배치를 해 두면 앞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녁시간이 곧 다가왔다. 슬기는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여인은 외모로 보나 몸매로 보나 비할 데 없이 매력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미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얼굴이 붉어졌고 약간의 수줍음을 띠었다. 하현은 그녀를 보고 앉으라고 손짓을 한 후 조용히 말했다. “오늘 일은 이미 잘 알고 있어. 섬나라 사람들은 나를 겨냥해 온 거야. 이번에는 내가 너를 끌어들였어.” 슬기는 멍해졌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섬나라 사람이 미야모토 맞죠?”“맞아.”하현은 슬기가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했다. “그 여자라면 회장님을 겨냥해서 온 게 아니라 저를 겨냥해서 온 것일 수도 있어요.”말을 마치고 슬기는 핸드폰에서 자료를 꺼내 하현에게 전달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보더니 잠시 후 한 줄기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미야모토는 섬나라 신당류 당대 종주의 마지막 제자일 뿐만 아니라 섬나라 미야그룹가의 큰 아가씨야.” “그녀는 뜻밖에도 기꺼이 방현진 곁을 따라다니며 힘껏 섬기고 있어.” “보아하니 우리 방 도련님 정말 재주가 좋네!”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연경 네 도련님은 대구 여
하현은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의 가슴에는 ‘백서문’이라는 세 글자가 적힌 명찰이 붙어 있었다. 슬기의 시선도 동시에 그에게로 향하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항 백가 사람, 용옥 대구 제1대 대장.”하현은 소항 백가라는 네 글자를 듣자 마자 순간 상대방이 백모용, 백진수의 사촌 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항 백가, 이제 자신을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하겠지?다만 이런 평범해 보이는 최정상 가문이 이 정도 권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젊은 세대조차도 용옥 내부에 침투할 수 있다니.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내색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하현! 이슬기!”백서문은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하현과 사람들을 둘러싸라고 지시한 후 뒷짐을 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방금 제보를 받았어!”“너희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섬나라 친구들의 손발을 다치게 하고 또 별장에 가두었어!” “너희들은 행동은 나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대하와 섬나라 사이의 역사적 우의에도 영향을 미쳤어!”“너희들은 너무 악랄해. 나는 여기서 너희들이 우리 용옥에 체포되었음을 선언한다!”“너희들은 침묵할 권리가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어. 하지만 기억해. 너희들이 지금 하는 모든 말들은 모두 나중에 증거가 될 거야!”백서문은 거들먹거렸다. “하현, 이슬기, 나는 너희들이 태어난 내력이 모두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비록 내가 너희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너희들이 굳이 법을 어기려고 한다면 내 손에 있는 화기에 눈이 없다는 걸 탓하지 마!” “체포를 거부하는 사람을 사살하는 데는 나는 아무런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어!”백서문은 냉랭한 기색이었다. 그는 자연히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고 자신의 두 사촌 동생이 하현 때문에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소항 백씨 가문은 여러 번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참았
“퍽!”하현은 군소리 없이 앞을 향해 발을 걷어차려 했다. “하 회장님!”슬기는 재빨리 하현을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충동적으로 굴지 마세요!”하현은 백서문을 몰랐다. 하지만 슬기는 일찍이 백서문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살인 면허가 있는 용옥 대구 제1대 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손을 쓰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만약 하현이 정말 손을 쓴다면 용옥의 수십 개의 화기가 동시에 화염을 뿜어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현처럼 대단한 사람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슬기에게 필사적으로 제지를 당해 하현은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후 눈을 가늘게 뜨고 백서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슬기를 건드리다니 이 뺨 한 대는 내가 기억해 두겠어.”“나를 믿어. 넌 후회할 거야!”“왜? 네가 날 때리려고?”백서문은 냉담한 기색이었다. 그는 오늘 목적이 아주 간단했다. 하현이 손을 쓰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건드려봐! 내가 너를 총으로 쏴서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 한 번 보자!”“퍽!”말을 마치고 그는 손등으로 하현 앞에서 슬기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그는 손 놀림이 아주 뛰어나고 속도도 빨라 슬기도 피할 겨를이 없었다. 낭랑한 소리와 함께 슬기의 얼굴에는 또 하나의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 그리고 백서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며 손에 들고 있던 짧은 화기를 하현의 이마에 갖다 대고 담담하게 말했다. “왜? 나를 때리려고?”“때리려면 때려봐!”“네가 손을 쓰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슬기는 재빨리 다시 하현 앞을 가로막으며 속삭였다. “하 회장님, 충동적으로 굴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하현은 표정이 굳어졌다. 입을 열지 않고 차갑게 백서문을 주시했다. “쳇, 무슨 하 세자, 하 회장이라고!?”“약한 사람은 깔보면서 강한 사람 앞에서는 찌질한 놈일 뿐이네!”하현이 손을 쓸
하지만 왕주아의 신분을 꺼리면서도 지금 백서문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왕 회장님, 왕 이사장님, 이건 용옥의 일이에요. 당신은 관청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계 사람일 뿐이에요. 이렇게 함부로 귀찮게 굴다가 규정을 어기게 될까 무섭지 않아요?”“당신이 이렇게 외부인을 도와서 나서다니 왕남균 어르신께서 아세요?”왕주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 일은 할아버지께 보고드릴 필요 없어요. 게다가 하현은 내 남자 친구예요. 그의 일은 내 일이에요!”“오늘 일은 우리 왕가가 처리하겠어요!”슬기는 조용히 하현을 꼬집었다. 하현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내 아내도 아닌데 꼬집긴 뭘 꼬집어?이때 왕주아의 기세에 백서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그는 왕주아의 분노를 느낀 것이 분명했다. 왕가, 그렇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도 절대 건드리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만약 임무를 완수하지 않으면 소항 백가 전체가 연루될지도 모른다. 이 생각에 미치자 소항 백가의 부와 명예를 떠올리며 자신을 상석에 앉혀주겠다는 약속을 떠올렸고 백서문은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그는 왕주아를 응시하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왕 회장님, 당신은 왕씨그룹의 회장이자 이사장이지만 결국 장사꾼에 불과해요!”“수다 떨고, 친구 사귀고, 사업 얘기하고, 이런 것들이 당신 전문이죠!”“사건을 조사하고, 증거를 찾고, 나쁜 사람을 잡는 건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이 아니에요!”“게다가 이건 우리 용옥의 일이에요. 왕 회장님이 용옥에 개입을 했다가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까 두렵지 않으세요?”말을 마치자마자 백서문은 손가락을 탁 치더니 호통을 치며 말했다. “하현과 슬기를 잡아!”순간이었을 뿐이지만 특수 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은 살벌하게 수갑을 꺼냈다. 왕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 대장님, 정말 무차별적이네요? 우리 왕가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건가요?”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색의 왕씨 경호원들이
임정민은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은 것은 뒤로 한 채 아랑곳하지 않고 백서문 앞으로 가더니 위아래로 그를 훑어본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나 임정민이 당신 백서문에게 체면을 세워달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네?”“자격이 충분한지 뺨을 한 대 때려봐야겠어!”“퍽!”말을 마치고 임정민은 손등으로 백서문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 특수 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소리쳤다. “대장님!”“대장?”임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야!”“임공이 이미 용옥의 주인에게 전화를 했으니 백서문은 지금부터 용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간단한 이 한 마디는 배후에 있는 힘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임정민이 이 자리에서 임복원의 뜻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하현의 배후에는 대구 1인자 임복원이 버티고 있었다! 이를 깨닫고 허우적거리며 일어선 백서문은 종잇장처럼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관직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아마 소항 백가도 연루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그는 감히 화를 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상대는 임정민이었다!대구 제1의 이름난 규수, 대구 1인자 임복원의 수양딸! 대구에서 여섯 세자와 대등한 인물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런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있겠는가? 지금 백서문은 환심을 사려는 듯 한 줄기 미소를 지어 보였다.“임 아가씨, 소항 백가의 체면을 봐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임정민은 차갑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미움을 샀거나 심지어 임공에게 미움을 샀다면 우리는 소항 백가의 체면을 세워줬을 거예요. 어쨌든 모두가 이남에서 섞여 살고 있으니 스님 체면은 세워 주지 않더라도 부처님 체면은 세워줘야죠!”“하지만 당신이 미움을 산 사람은 하 도련님이에요!”“이렇게 된 이상 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소항 백씨의 가주가 와서 임공에게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체면을
임정민이 알아듣게 말해주자 백서문은 얼굴이 파랗고 하얗게 질렸다. 한참 후에야 이를 갈며 말했다. “물러나겠습니다!”그는 실력이든 도리든 모두 하현이 이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계속 강경하게 굴다가는 그의 목숨은 여기에 버려질 것이다. 백서문은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하현은 뒷짐을 지고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백 도령, 내가 언제 너 보고 가라고 했어?”백서문은 흠칫 놀라며 갑자기 발길을 돌려 하현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하씨, 너 너무 앞서가지 마!”“너 네 주제를 잘 모르는 구나?”“소남 임씨 집안에 기대지 않았더라면 넌 아무것도 아니잖아?”“퍽______”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앞으로 나와 손등으로 백서문의 뺨을 때렸다. 백서문의 준수한 얼굴에 순간 손바닥 자국이 떠올랐고 더 없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내 주제를 네가 알아야 해?”“퍽!”“내가 소남 임씨 집안에 기대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퍽!”“네가 용옥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는데 내가 임복원으로 너를 제압할 수 없겠어?”“퍽!”“모두가 실력을 얘기할 때 너는 나에게 규칙을 말하고, 모두가 규칙을 얘기할 때 너는 나에게 실력을 말하는 거야?”“퍽!”“내 앞에서 슬기를 때리다니, 너 나 하현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퍽!”“용옥 사람은 나라의 기둥으로서 나라에 어떻게 보답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손에 든 권력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굴면서 위세를 부리는 거야? 네가 이 제복을 입을 만 하다고 생각하는 거야?”“퍽퍽퍽______” 하현은 한 쪽 뺨을 때리더니 이어서 열 몇 대의 뺨을 때리고는 곧장 백서문을 날려 보냈다. 그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얼굴은 마치 돼지머리처럼 부어 올랐다. 그리고 난 후 슬기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회장님, 그만하세요. 더 때리다간 사람 죽겠어요.”어쨌든 여기는 대구였다. 용옥 대장을 때려 죽이는 건 큰 일은
백서문은 순간 녹초가 되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쿵쿵쿵 박으며 절을 했다. 용문과 용옥은 모두 대하의 초석 중 하나로 서로 다른 계통에 속해 하는 일은 다르지만 지위는 동일했다. 백서문은 용옥 대구 제1대 대장일 뿐이었다. 신분이 있는 사람인 셈이었지만 하현 용문 대구 지회장과 비교하면 신분은 천지차이였다. 간단히 말해 하현이 백서문을 죽이려 한다면 용옥 쪽에서는 백서문을 지켜주지 않을 뿐 아니라 아마 하현을 도와 칼까지 건네 줄지도 모른다. “데리고 가서 전부 한 손을 다 부러뜨려.”“이놈은 불구로 만들고.”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백서문과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십여 명의 용문 자제들이 들어와 백서문과 사람들을 끌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잠시 후 마당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현은 뒷짐을 지고 한숨을 내쉬며 임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임 선생님이 저에게 별장을 주셨는데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을 하게 됐네요. 좋은 풍경을 다 망쳐놨네요.” 임정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 도련님, 별말씀을요. 대구에서 단 며칠 만에 용문 대구 지회장이 되셔서 우리 대구의 모든 소란스러운 일들을 끝내셨잖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큰 공로라고 말씀하셨습니다.”“이번 일에 아버지께서 큰 신세를 지셨습니다.”임정민은 이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았다. 대구는 대하의 동남쪽 관문으로 얼마나 많은 밝고 어두운 해외 세력들이 대하를 침공하려고 하는 지 모른다. 용문의 존재는 해외의 암 세력을 막는 초석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용문이 분열되면 그런 역할은커녕 해외 세력에게 이용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현이 용문 대구 지회를 빠르게 통합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고 공은 더욱 컸다. 하현은 이 주제에 너무 매달리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임 아가씨, 이런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저도 충돌이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
의기양양한 김탁우를 보며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사기를 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나한테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야.”김탁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손해 배상? 하현.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말했다.“아주 막무가내로 나오겠다 이거지?!”“좋아. 내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어!”“경찰들이 와서 어떻게 수습하는지 똑똑히 볼 거야!”“사기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당해 봐야 알지!”말을 하면서 김나나는 흥분된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이 기회에 꼴사나운 데릴사위를 보내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관청에 신고하려면 얼른 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당신들이 나한테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해. 그것이 교통법규니까.”“이따가 경찰서 사람들이 오면 잘 가르쳐 주실 거라 믿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서 그의 말을 듣는 김탁우의 눈 밑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호흡이 가빠왔다.마치 유람선에서 만난 그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김탁우는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하현은 그저 여자한테 빌붙어 허세나 부리는 얼간이일 뿐이다.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여자 덕에 먹고사는 한량이나 다름없는데 자신이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하현이 김탁우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뜻밖에도 김탁우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간소민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망신살 뻗치는 일 좀 그만해!”“유람선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당신한테 되돌려 주지 못했어!”“오늘 우린 다른 일이 있어서 당신과 이런 말싸움하기도 귀찮아!”“우리가 정말로 당신을 상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당신 절대 감당하지 못할 거야!”“그러니 그냥 썩 꺼져! 얼른!”“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우린 정말로 경찰을 불러 처리할 수밖에 없어!”“그렇게
안타깝게도 지금 자신을 만났으니 이 일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아, 데릴사위? 당신이었어!”김나나도 분명 하현을 알아보았고 얼굴 가득 비아냥거림이 떠올랐다.“내가 방금 말했잖아? 요즘 사기치는 사람들은 정말 수법이 후지다니까!”“아유, 당신 같은 쓰레기가 뭘 알겠어. 우리도 다 이해해!”“하지만 잘 들어! 이런 후진 수법 우리한텐 안 통해!”“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 같은 무능력자가 우리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오늘 당신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아니 설령 그렇다고 쳐도 당신들이 날 어떻게 할 건지 보고 싶군그래.”“뭐?”김나나는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씩씩거렸다.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하현을 씹어 버리고 싶었다.이때까지 입을 열지 않던 김탁우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하현? 참 공교롭군! 이런 데서 만나다니!”“왜? 내가 당신 아내한테 손을 댄다는 걸 알고 많이 불쾌했어? 그래서 날 찾아와 귀찮게 하고 싶었던 거야?”“안타깝게도 설은아는 단지 당신의 전 부인일 뿐이야.”“그리고 난 최근에 설은아에게 많은 사업을 소개해 줬어.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감사함을 전했을 뿐이야. 아주 헌신적으로 말이지.”“왜? 말리고 싶어?”“말릴 수 있겠어? 당신이?”“아니 이런 유치한 수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어?”“다음에 날 상대할 때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어.”“그렇지 않다면 거액으로 보상해야 할 거야!”“오늘은 당신이 너무 쫄아서 새파랗게 질린 것 같으니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지.”“그렇지 않으면 피를 팔아서라도 갚아야 할 거야.”말을 마치며 김탁우는 원망 섞인 눈빛에 경멸 가득한 미소를 녹여 하현을 바라보았다.사실 김탁우는 오늘 간소민을 설은아에게 소개하는 일에 바빠서 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
왕인걸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하현, 이 개자식이 요즘 형수님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내가 가서 거세라도 할까?”고명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가서 그놈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버리는 게 낫겠어!”“당신들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지만 난 비열한 소인배들이 쓰는 파렴치하고 비겁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아.”“그를 잡으려면 공명정대하게 해야 해.”“아무도 반발할 구실이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그러니 이 일은 내가 나서는 게 나아.”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형나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내 수중에 마침 이천억이 있으니 좀 부탁해...”“아, 그리고 영수증 발급하는 거 잊지 말고.”...오후 6시 정각.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SL그룹 입구.이미 러시아워에 돌입한 시간이니만큼 고급차들의 왕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하현은 길가에 기대어 손에 삼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얼핏 보면 거리의 넝마주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눈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바라보며 침묵에 빠졌다.약 10분 후, 하현의 시야에 마세라티 한 대가 나타났다.바람을 가르는 마세라티는 고급스러운 우아함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바로 김탁우의 차였다.김탁우가 직접 차를 몰고 있었고 그의 여동생 김나나와 다소 낯익은 모습이 앉아 있었다.이때 김탁우가 마침 고개를 옆으로 돌려 조수석에 앉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미 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노란 신호등임에도 김탁우는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바로 그때 하현이 천천히 횡단보도에 발을 올려놓았다.“퉁!”그 순간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마세라티 차랑이 하현을 바로 덮쳐 쓰러뜨렸다.다만 그는 몸에 힘을 빼고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았을 뿐 조금도 다친 곳은 없었다.하지
”쉽게 말해 경제력이 엄청나다고 봐야죠.”“은둔가 형 씨 가문, 은둔가 나 씨 가문, 은둔가 왕 씨 가문은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권한과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누구도 상대할 수 있는 아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은둔가 현 씨 가문과 은둔가 두 씨 가문은 금정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이 있으면 아무리 강한 강호의 세력이라고 할지라도 금정에서 함부로 행패를 부리지 못합니다!”“하지만 진정한 세력가를 말하자면 역시 은둔가 주 씨 가문입니다!”“주 씨 가문은 관청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주광록의 할아버지, 아버지, 큰 형님은 모두 한때 금정 관청의 수장이었습니다.”“비록 두 어르신은 이미 은퇴했지만 금정 관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그리고 주광록의 큰형은 금정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은 연경으로 가서 더욱 중요한 자리를 맡았습니다.”“주향무와 주광록은 말할 것도 없죠!”“이 외에도 다른 주 씨 가문 사람들도 금정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일일이 셀 수도 없어요!”“심지어 금정의 관청은 주 씨 가문 관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만 주 씨 가문은 대하의 중앙 정부에게는 충성을 다하며 실수를 한 적이 없습니다.”“이로 인해 은둔가 주 씨 가문은 금정에서 은둔가의 으뜸이 되었고 나머지 다섯 가문들도 큰일을 겪으면 주 씨 가문에게 도움도 청하고 본보기로 삼기도 합니다.”고명원은 금정 은둔가의 유래를 쭉 설명하며 감격에 겨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당신이 이런 주 씨 가문의 친분을 얻었으니 금정에서 두려울 게 뭐 있겠어요?”“당신이 이런 인맥을 가졌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우리가 벌써 무릎을 꿇었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가 감히 어떻게 당신 앞에서 거들먹거릴 수 있었겠어요? 안 그래요?”왕인걸, 임수범, 나박하는 모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현은 핸드폰으로 공개된 자료들을 몇 번 확인한 뒤에야 고
주 씨 형제가 하현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동시에 두 사람은 반드시 하현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기로 결심했다.그 시각.집복당 정자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명원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은 이번에 확실히 많은 성과를 올렸어요.”“이 차가 있으면 앞으로 금정에서 아마 신호등 따위 상관없이 다닐 수 있을 거예요!”왕인걸도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관청의 수장이 매주 풍수사한테 관상을 보러 다닌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아마 그 풍수사는 금정의 굵직한 인맥을 갖게 될 겁니다.”“나도 예전에는 안 믿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믿게 되었어요.”“어쩐지 예전부터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었죠. 진정한 풍수사는 그 지역의 지하 황제라고!”하현은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나와 주 씨 가문 형제가 겨우 이 정도 친분일 뿐인데 지하 황제라니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요?”“이 말은 우리 사이에서나 하는 말로 끝내죠. 절대로 바깥으로 퍼져서는 안 됩니다.”이때 나박하도 그들에게 다가와 즐거운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하현, 당신은 아직 주 씨 가문의 내막을 모르는군요!”“은둔가 주 씨 가문 형제라고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금정 사람이 아닙니다. 금정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그들의 내막을 모르는 게 정상 아닌가요?”비록 그들은 금정이 오래된 도시고 그 세월 동안 토착된 세력이 만만찮다는 건 알지만 금정에 오기 전에 하현은 금정에 대한 자세한 정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만약 설은아의 일이나 장생전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금정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금정의 이러한 정황을 이해하는 데도 아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고명원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정은 대하의 고전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도시로 인구가 거의 오천만 명에 달합니다!”“권세 있는 인물, 호족 가문들이 차고도 넘치죠.”“당시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우리 은둔가 주 씨 가문의 역량과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주향무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아마도 당신은 오늘 당신의 행동이 우리 형님에게 아주 큰 도움을 주고 큰 위험에서 구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하지만 내가 보기엔 당신은 딴 속셈이 있는 것은데요.”“내 추측이 틀리길 바랍니다!”말을 하면서 주향무는 오른손을 뻗어 하현의 어깨를 묵직하게 두드렸다.그의 힘으로는 성인의 어깨 정도는 쉽게 탈골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주향무는 하현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은둔가 주 씨 가문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하현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윽...”갑자기 주향무의 오른손이 굳어졌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충격에 휩싸인 그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지만 주향무는 자신의 손이 마치 쇳덩어리 위에 부딪힌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거센 반동으로 인해 그의 오른팔이 저릿저릿해졌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이러다간 피를 토할 것 같은 통증이 엄습해 왔다.개자식!무도 고수라더니!“주 서장님. 그렇게 계속 힘쓰고 있을 필요없어요. 가서 실력이나 좀 더 키우세요.”하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주향무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서 툭 털어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의 인중에도 검은 기운이 가득하군요. 아마 피비린내 나는 재앙이 있을 것 같은데!”“누군가가 당신의 형에게 손을 뻗칠 수 있다는 건 당신한테도 충분히 손을 뻗칠 수 있다는 얘기죠!”“아쉽게도 당신은 나에게 큰 미움을 샀어요. 그래서 난 당신을 구해 주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서늘한 얼굴로 돌아섰다.혼자 덩그러니 남은 주향무는 당황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고 있었다.잠시 후 그는 온몸이 떨리고 입가에 검붉은 핏기가 슬쩍 떠올랐다....원래부터 하현을 못마땅해하며 경멸
”다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이런 문제는 아무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죠.”“이 사건의 배후자를 파헤치지 않으면 결국 뿌리째 근원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하현은 있는 대로 말했다.누가 주광록을 죽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짚이는 데가 있지만 주광록은 말할 것도 없고 하현 스스로도 언급하지 않았다.주광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 대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내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이 근원을 해결하겠습니다.”말을 하며 하현을 바라보는 주광록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룻밤 사이에 하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전에는 하현이 함부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주광록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하현이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오늘밤 당장 그는 죽은 목숨이 될 수 있는 몸이었다.상대의 수법이 이렇게 악랄한데 하현 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절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은둔가 주 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든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든 주광록은 어쨌든 하현을 자신의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른 건 둘째 치고 단순히 하현은 자신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었으니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자, 차는 해결되었네요.”하현은 아우디 차를 가리켰다.“차는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상대방은 절대 같은 수법을 두 번 다시 쓰지 않을 테니까요.”그러나 주광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저 차는 차마 못 타겠어요.”“하 대사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 차 가져가세요. 지금부터 저 차는 대사님 것입니다!”“대사님 같은 분만이 저 차를 다룰 수 있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주광록은 얼른 차 열쇠를 하현의 손에 쥐여 주었고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하현을 대신해 차량 등록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주 부장님, 이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주광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