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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장

심지어 이때 왕화천은 하현에게 아부를 떨었다.

하현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왕화천의 앞길은 이미 하현의 손에 달려 있었다.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왕 부회장은 다른 능력은 없어도 바람을 보고 키를 바꾸는 능력은 감탄할 만해.”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럼 내가 주아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줄 테니 기회를 소중히 여겨.”

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는 왕화천이 자신을 두려워하며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것 말고도 자신이 정용을 죽었는데도 멀쩡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정용에게 손을 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현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이런 식견을 가진 사람에게 하현은 비아냥거릴 뜻이 없었다. 오히려 약간 좋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사람,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은 사람을 상대로 거드름을 피우며 체면치레를 하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이다.

왕화천이 찌찔함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이때 청허 도장도 심호흡을 하며 깍듯하게 말했다.

“하 도련님, 전에는 빈도가 너무 독선적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세발 고양이 솜씨로 감히 어르신께 도발을 하다니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젯밤 하루 동안 반성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청허 도관의 지분 50%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왕 부회장과 약속을 잡은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청허 도장의 말은 가식적이었다. 그는 원래 하현에게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오늘 왕화천을 만나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를 상의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상의를 하기도 전에 왕화천이 이렇게 깨끗하게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청허 도장은 순간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왕 손해를 봤으니 끝까지 손해를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자신을 하현의 수레에 묶어 두면 나중에 혹시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

청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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