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을 듣고 슬기는 오히려 하현을 조금 원망하는 듯 노려보았다. 전에 하현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안배한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두 당사자가 접촉한 지 반나절도 채 안 돼서 슬기는 변승욱이 그녀에게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슬기는 제일 먼저 그를 해고시켰다. 그런데 주시현과 이런 연줄이 닿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직면한 위험을 주시현에게 알렸다. 주시현이 정말 바보인지 가짜 바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알게 된 후에는 두 사람을 반드시 다시 연결시키려고 할 것이다. 지금 주시현의 태도는 아주 분명했다. 그녀는 중개인의 역할로서 변승욱이 이슬기의 경호원으로서 다시 슬기를 지키도록 할 것이다. 슬기의 안전을 최선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현은 슬기에게 몇 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자신이 원경천에게 찾아달라고 한 사람이 이렇게 신뢰가 가지 않을 만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용주를 지키면서 동시에 고용주에 대해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이것은 정말 자신을 음식 한 접시로 생각하는 것이다!주시현은 하현과 슬기가 몰래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이때 계속해서 말했다. “슬기씨, 변승욱씨는 뜻이 있는 사람이에요!”“그는 아가씨가 심씨 집안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다른 사람들의 초청을 다 거절하고 일편단심으로 아가씨만 보호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는 아가씨 곁에서 아가씨를 지킬 뿐 아니라 자신의 무술을 최대한 잘 갈고 닦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슬기씨, 변 도련님은 정말 멋져요!”“만약 이런 남자가 저에게 이렇게 대해줬다면 저는 분명 마음이 설렜을 거예요!”이때 주시현은 홀딱 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말하자면 아가씨의 변 도련님도 저의 부잣집 오빠처럼 진짜 남자예요!”“허
“고수!?”주시현은 코웃음을 쳤다. “슬기씨, 이 폐물한테 속지 마세요.”“이 사람 팔다리를 좀 보세요. 어디가 고수인 거 같아요?”“어디서 고수의 풍모를 찾아볼 수 있어요!”“대구 지역에서 변승욱 도련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더 있다고 생각하세요?”“그리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변 도련님이 온 건 아가씨의 경호원으로 온 게 아니라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온 거예요.”“그가 있으니 심가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거예요!”“방현진 도련님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주시현은 하현을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보잘것없는 촌뜨기가 에이스와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전혀 비교대상이 아니죠?”이때 인터넷 스타들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변승욱의 영상을 찾아 슬기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의 변승욱은 아무렇지 않게 하늘을 나는 듯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보였다. 벽돌을 한 방에 깨 부시고, 돌은 한 방에 부수고, 대나무를 한 방에 끊어버리는 모습이었다. 진정한 고수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해서 자랑하려고 꺼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변승욱은 이런 영상들을 찍고 거기다 고풍스러운 음악 반주와 편집해 도움 플랫폼에서 작은 유명한 인터넷 스타가 되었다. 게다가 그는 산타의 명성까지 더해져 인터넷 스타들은 마치 홀딱 반한 것 같았다. 이때 주시현뿐만 아니라 이 인터넷 스타들까지도 변 도련님이 이렇게까지 체면을 세워주고 지켜주겠다고 하니 거절하지 말라고 입을 열었다.어쨌든 대구의 적지 않은 유명 인사들은 그를 하룻밤 경호원으로 모시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하현에 비하면 변승욱은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전혀 비교가 불가능 했다. 차 조수는 냉담한 얼굴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 폐물인 줄 진작에 알았으면 그녀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차 조수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이 촌뜨기의 쇠약한 기운에 물들지 않고 없앨 수 있을
변승욱은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단지 간소한 인사를 건넨 것뿐이었지만 주시현 등 사람들을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비록 변승욱은 도음 플랫폼에서만큼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50-60% 정도는 되었다. 주시현은 부잣집 오빠와의 관계 때문에 아직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인터넷 스타들은 지금 자신이 접근할 수 없다고 느꼈다. 변승욱의 몸에 엎어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변 도련님, 안쪽으로 모실게요. 귀빈이 없으면 저희도 식사할 맛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주시현은 변승욱을 맞이하며 웃었다. “이 아가씨가 도련님이 오신다는 걸 알고 아주 기뻐했어요. 서로 오래 알고 지내셨으니 제가 소개는 하지 않을 게요.”이슬기는 강제로 배치된 그런 느낌이라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지금은 예의상 웃으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방 도련님, 오래간만이네요.”“아가씨, 하루만 못 봐도 3년이 지난 것 같네요!”슬기를 본 순간 변승욱의 얼굴엔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거기다 오른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겨서 기쁘네요!”“전에는 당신과 나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어요.”“하지만 당신 일은 제 일이에요!”“주 아가씨와 이런 관계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제가 오늘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비밀’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면서 변승욱은 애써 목소리를 낮추고 순간 장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변승욱은 자신이 그곳에서 주목을 받고 나서야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아가씨도 아시겠지만 저는 아무나 보호하지 않는 사람입니다.”“그날 중개인이 몇 번이나 아가씨를 지켜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저는 거절했어요.”“나중에 전설의 대장이 직접 저를 초청해 아가씨를 지켜달라고 했어요!” ‘대장’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현장은 순간 숨이 멎었다. 주시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변 도련님, 도련님이 말씀하시는 대장이 전설의
주시현은 비록 조금 질투가 나긴 했지만 자신의 부잣집 오빠가 변승욱보다 뒤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슬기씨, 흔한 기회가 아니에요. 빨리 변 도련님께 감사 인사 드리세요!”“얼마나 많은 이름난 규수집 따님들이 변 도련님의 보호를 받고 싶어도 안 되는지 아세요?” 그 인터넷 스타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표정으로 슬기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지금 대하의 자랑스러운 산타 리그 챔피언을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근데 결국 슬기만 이런 기회를 갖게 될 줄이야. 슬기는 오히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도대체 어떻게 거절을 해야 미움을 사지 않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변 선생과 주 아가씨의 호의는 고맙지만 내가 보기에 이 아가씨는 경호가 필요 없어.”이때 하현이 찻잔을 내려놓고 다가와 ‘탁’소리와 함께 변승욱의 손을 잡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슬기 아가씨는 벌써 나를 24시간 경호원으로 불렀어.” “변 선생 같은 큰 인물이 대장의 체면을 구기면서 까지 나 같은 작은 인물의 일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하현!”주시현은 안색이 안 좋았다. “너는 네가 작은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 어떻게 감히 이렇게 날뛰는 거야?”“네 신분과 변 도련님의 신분이 천지차이라는 걸 설마 모르는 거야?”“분명히 말하는 데 청허 도관이 여기서 아무에게도 손을 대지 말라고 했고, 거기다 우리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경비원에게 너를 밖으로 쫓아내라고 했을 거야.” 대 인터넷 스타가 된 주시현은 이미 상류층의 기개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 치는 남자야!”변승욱은 이때도 흥미로운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꽃을 지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당신이 능력이 있는 지 한번 봐야겠어!”말을 하면서 그는 하현의 손을 잡고 갑자기 힘을 주었다. 그는 하현을 망신시키려고 한 것
하현이 난처해 하는 것을 알아차린 듯 슬기는 황급히 말했다. “변 도련님, 하 도련님, 이러지 마세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싸우지 마세요.” 하현은 웃으며 마침 그만 하려고 했다. 변승욱은 슬기의 말에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우리 하 도련님이 꽃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한 이상 저에게 보여줘야죠. 그래야 제가 그를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지 않겠어요?”“그렇지 않고 아무 길가의 고양이와 개가 제 앞에서 뻐기다가는 결국엔 난장판이 벌어져 제가 수습을 해야 되요.” 말을 하면서 변승욱도 빙그레 웃으며 세게 힘을 주었다. 그가 방금 전까지는 하현에게 망신을 주려고 했다면, 지금은 하현을 완전히 불구로 만들어 버리려고 했다.방법이 없었다. 하현이 그의 마음속에 있던 여신의 관심을 얻도록 누가 허락하겠는가? 변승욱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든지 슬기에게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다 죽여버려야 했다! 하지만 변승욱이 힘을 주었지만 하현은 오히려 담담한 기색으로 마치 아무런 느낌이 없는 듯했다. 변승욱은 모든 힘을 다 쏟아낸 후 마치 돌이 바다에 가라앉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몇몇 인터넷 스타들은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과하게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비아냥거릴 기회가 없으니 어찌 헛수고가 아니겠는가? 사실 이 인터넷 스타들뿐 아니라 변승욱 자신조차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미 70%의 힘을 사용했다. 그런데 하현이 뜻밖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니. 확실히 조금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계속 힘을 내려고 할 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룸의 문이 누군가에게 발로 차이며 열렸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쳐다보았고, 변승욱도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하현도 계속 변승욱과 싸울 마음이 없어 손을 거두고 문 쪽을 쳐다보았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은 얼굴에 고
이 대머리 사나이는 말을 할 때 약간 담담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길바닥의 큰 형님일 것이다. 말할 때 살의가 묻어나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 인터넷 스타들은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다들 서로를 쳐다보며 말을 못하고 있었다. 주시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만약 자신이 이 대머리 사나이와 함께 나가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주시현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형님, 우리는 그렇게 많이 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그리고 아는 사이라고 해도 밥을 사줄 거면 미리 약속을 해야죠?”“제 조수 차 아가씨한테 가서 예약을 하세요. 그녀가 제 일정을 보고 조만간 같이 식사할 시간을 마련해 줄지도 몰라요.”“오늘 저는 귀빈을 모시는 날이라 형님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나중에 식사 한끼 꼭 같이 해요!”주시현은 깊은 뜻이 담긴 표정이었다. 사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숨돌릴 시간을 갖자는 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오늘 재수없이 이 대머리 사나이를 만났지만 그냥 지나칠 수만 있다면 자연히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며칠 후에? 일정을 잡는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이 대머리 사나이를 모시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머리 사나이는 냉소하며 말했다. “이 계집애야, 내가 3살짜리 애인 줄 알아? 네가 속인다고 내가 속을 줄 알아?”“내가 말하는데 오늘 순순히 나를 따라 가던지, 아니면 내가 손을 대던지 하자.”“하지만 내가 손을 쓸 때 너뿐만 아니라 이 아가씨들도 나랑 같이 가야 돼!”말을 마치고 대머리 사나이는 그 자리에 있던 한 여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슬기에게 시선이 떨어졌을 때 더욱 놀란 기색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도 예쁜 여인은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예쁜 여자는 정말 처음 만나보았다. 주시현은 그의 말에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님, 제가 당신을 정중하게 대하는 건 여기서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대머리 용 형님은 확실히 용문 외부 제자였다. 건달인 셈이다. 하지만 그 같은 외부 제자는 용문 대구 지회에 수 만 명이나 있었기에 그는 어젯밤 경기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고 당연히 하현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대머리 용 형님이 왕화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이때 주시현은 얼굴색이 ‘싹’ 하얗게 질렸다. 남의 간판을 가지고 뻐기다가 결국 주인과 부딪히다니?세상에 이보다 더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게다가 왕화천은 주시현을 알지 못했다. 왕동석의 이름으로는 왕화천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주시현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바로 이때 룸 밖에서 왕화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용아, 마오타이주 한 병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꾸물거려?”왕화천은 방금 일을 처리하라고 용 형을 보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직접 나선 것이다. 대머리 용 형은 깜짝 놀라 눈알을 굴리며 급히 문밖으로 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왕 부회장님, 방금 제가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부회장님의 간판으로 뻐기고 있더라고요. 참아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이 말을 듣고 주시현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고 약간 겁을 먹었다. 만에 하나 왕화천이 들어와서 자신을 모른다고 하면 자신은 큰 망신을 당할 것이다!동시에 그녀는 자신을 구해 달라고 변승욱에게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대하의 에이스가 자신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랬다. 주시현의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감지하고 변승욱은 슬기 앞에 섰다. 이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주 아가씨, 당황하지 마세요!”“당신과 이 대머리가 무슨 모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 밝은 사람은 이 두꺼비가 백조고기를 먹고 싶어한다는 건 다 알 수 있어요. 오늘 제가 당신을 돕기로 결정했어요!”“뒤고 가서 차나 마셔요. 이런 사소한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말을 하면서 바로 옆 룸의 병풍을 양쪽으로 잡아 당기자 순간 전방의 시야가 분명해졌
하현을 만난 순간 왕화천과 청허 도장 두 사람은 두피가 저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다. 염라대왕을 만난 것보다 더 무서웠다. 한 명은 얼마 전 하현에게 모든 실권을 박탈당했다. 한 명은 얼마 전 하현에게 뺨을 맞고 날아갔다. 이 두 사람이 하현 앞에서 어찌 뻐길 수 있겠는가?이때 하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를 한 셈이었다. 왕화천은 이마에 식은땀이 ‘쓱’하고 흘러내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대머리 이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용아, 너 방금 여기서 누가 내 간판을 달고 사기 쳤다고 하지 않았어?”“네! 바로 이 여자예요……”대머리 이용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퍽______”왕화천은 갑자기 손을 대더니 대머리 이용의 뺨을 때려 그를 날려 버렸다. “어르신이 무슨 간판이 있어? 어르신은 용문의 평범한 명예 부회장에 불과할 뿐이야!” “지금 이 귀한 여인이 내 간판을 쓰는 게 뭐 어때서? 내가 안 된다고 말했어?”“하루 종일 호들갑을 떨고 있네! 왜? 너 이 여자한테 시비 걸고 싶어서 그래?”“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말을 마치고 왕화천은 직접 나서서 열 몇 대의 뺨을 날린 후 대머리 이용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식은땀을 닦고 주시현의 손을 살짝 잡아 올리며 말했다. “주 아가씨 맞죠?”“엄하게 가르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와 청허 도장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비할 데 없이 난처해하며 자리를 떠났다.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일은 하현이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 해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하현은 절제된 자세로 신분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왕화천과 청허 도장은 하현의 신분을 폭로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왕화천과 청허 도장이 서둘러 달아나는 것을 보고 변승욱은 뒷짐을 진 채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이런 사람도 용문 대
관공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문밖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주택건설부 수장 주광록이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친동생이자 경찰서 수장인 주향무가 함께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모이니 더욱 살벌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주 부장님...”황택호와 이홍파는 모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까?”“무슨 일이 있으시면 부하들한테 전화 한 통만 하시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직접 오셨어요?!”주광록은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하 대사님! 이렇게 또 뵙네요!”“덕으로 원한을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이 주광록이 눈이 멀었어요!”“제발 대인배의 도량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고 더 이상 그 일은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제발 저를 좀 살펴봐 주세요!”주광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우디 차량 열쇠를 꺼냈다.혹시라도 하현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부장님,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문제는 저의 증명서가 가짜라고, 다 무효라고 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법 풍수 관상 및 무면허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만약 제가 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장님한테 뭐라고 말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죄목의 증거가 눈앞에 존재하는 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그러면 원죄에 죄가 더해져서 더 무거운 벌을 받겠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개자식!”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관청 직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권력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다니!이런 무법천지를 봤나!주광록의 얼굴에는 분노로 차올랐다.“오늘 당신들은
한바탕 자신의 부하에게 화풀이를 한 황택호의 시선이 이 사건의 장본인인 이홍파에게 떨어졌다.이홍파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흐린 낯빛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하현이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거물들이 몰려들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는가?이건 정상이 아니다!“두 분, 머리가 좀 어지럽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온몸에선 약간 오한도 느껴지시죠?”이때 하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에는 냉소가 가득 차 있었다.지금껏 있었던 일은 하현에게 있어 재미난 연극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야 두려움을 알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차갑게 비꼬는 하현의 말에 이홍파는 참을 수가 없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하현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개자식! 너 지금 뭐라고 했어?”“부자 몇 명 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잘 들어!”“당신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봐주다가 이제 우리 손에 넘어왔어. 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야!”“내가 말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지금 당장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홍파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이 금정에서는 안 될 것이 없는 무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하현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이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을 몰아붙이는 조직들과 그가 이미 한배를 탔다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와 기세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봤는지, 내 증명서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당신들 보고도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말을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순간 하현의 증명서가 완벽했다는 사실
”개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어?!”하현의 모습을 보고 이홍파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파가 손을 쓰려고 했을 때 취조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르게 노크를 했고 곧이어 잔뜩 긴장한 얼굴의 형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황택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이홍파의 행동을 제지하며 옆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의 동료들이 입을 열었어?”부하 형사가 빠르게 말했다.“반장님, 이놈의 공범들의 신원을 모두 다 파악했습니다!”“잘 됐군. 요즘 놈들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진 정신을 못 차리거든...”황택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부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주었다.그러나 하현은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눈동자에는 미동이 없었다.“말해 봐! 그 패거리들이 어떤 신분이야? 하 씨 이놈이 잘 이해하도록 보고해 봐!”“반장님, 그게...”부하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은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수장이라고 합니다. 수하에 몇십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있고요...”황택호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희미하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 그 사람들이 이런 막노동을 할 줄은 몰랐군. 보아하니 엄도훈도 요즘 할 일이 없는 모양이야...”비록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황택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꽤나 힘이 있는 집단이었지만 그가 관리하고 상대하는 조직이었다.엄도훈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조무래기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래, 조사한 걸 계속 말해 봐. 무슨 죄가 있는지, 하현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쓸모없는 것들!”황택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다른 놈들의 신분은?”“놈들?”이
하현 일행은 모두 공무 차량에 탑승했다.심지어 핸드폰도 모두 압수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웅! 웅! 웅!”차가 중간쯤 도착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는 낯선 전화번호가 표시되었다.황택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기 하 대사님 맞으시죠? 저는 일전에...”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 대사는 무슨 하 대사! 하현은 무면허로 관상을 보고 불법적으로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잡혔어!”“내가 좋은 마음으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이 사기꾼 찾지 마!”“곧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상대는 잠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광록인데, 당신은 누구야?”“내가 누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상대방의 말투에 황택호는 화가 났다.“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당신도 같이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알았냐고?!”말을 마친 후 황택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공무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 경찰서 제6지서에 도착했다.취조실 안은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어 방 전체가 싸늘했다.하현 앞에는 싸구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커피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풍겼다.그의 맞은편에는 황택호와 이홍파 두 사람이 다리를 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며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름!”“성별!”“직업!”“돈이 어디서 나서 이 풍수관을 산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어?”“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냔 말이야?!”“어서 말해!”두 사람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날 같은 말투로 하현을 몰아붙였다.분명 그들은 심문 경험이 매우 풍부한 것 같았다.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하현을 단죄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
하현에게 서류로 얼굴을 두드려 맞은 듯한 이홍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핑곗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때 나박하는 이러다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봐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화해를 시도했다.“이 팀장님! 오해예요! 오늘 오해하셔서 이렇게 헛걸음을 하셨네요!”“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헛걸음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제가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오해로 시작되었지만 모두 좋게 끝나야지요!”“오해? 뭐가 오해야? 내가 당신을 오해한 모양이군!”이홍파는 나박하를 발로 걷어차며 악랄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우리한테 밥을 사네 마네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장 고발할 거야!”“감옥에 당장 처넣을 거라고!”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실패로 돌아가자 엄한 사람한테 적반하장격으로 화풀이를 하는 이홍파를 보고 나박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나박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급히 손짓을 하며 그를 말렸다.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 두 분. 우리 집복당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아셨죠?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든 조사가 끝났고 이번에는 당신들이 해명할 차례입니다.”“어서 설명해 보시죠!”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함부로 횡포를 부리던 그의 성정으로 봤을 때 어떻게 평범한 시민한테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황택호가 갑자기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런 조그만 풍수관이 모든 증명서를 다 갖추고 있다고?”“흥! 난 믿지 않아!”“설마 가짜 증명서를 만든 건 아니겠지?”“어디 한번 보자고!”말을 마치자마자 황택호는 이홍파
”불법적인 일?”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곳 집복당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오던 풍수관이에요.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단골이고요!”“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결코 함부로 부당한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그런데 불법적인 일이라니요? 수상한 일이라니요?”“맞아요. 집복당은 왕조 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어떻게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설마 두 분 머리를 다치신 건 아닙니까?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건 아닌지요?”이웃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모습을 보고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버럭 했다.“우리는 관청을 대신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까?”“이 집복당은 사이비 집단입니다!”“그걸 왜 모르는 거예요?”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물러들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다 잡아서 조사할 겁니다!”“잘못이 있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풍수관이란 곳은 원래 민간이 하는 작은 소일거리 장사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믿고 있어요!”“왜냐하면 우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거든요. 우리 딸이 결혼했을 때도 여기서 날을 잡아 결혼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화목하게 잘 삽니다!”“특히 하 대사는 우리들의 구세주입니다!”“경찰서와 주택건설부 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 와서 조사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폐유 처리 업체나 두부 공장 공정이나 조사하세요! 괜히 우리 하 대사 귀찮게 하지 말고요!”“점점 더 많은 손님들과 이웃들이 몰려들었다.합동 단속반이 집복당 간판을 철거하고 집복당을 봉쇄한다고 하니 다들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합동 단속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닥쳐! 모두 닥쳐요!”황택호는 일순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고 손을 세차게 흔들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