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지금 김정준은 왕주아와 하현을 쓸어내면 대리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가망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었다. 이 순간 전에 적개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임원들도 하현과 왕주아 두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적의로 가득 찼다. 어쨌든 돈 때문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왕화천은 이 장면을 보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는 김정준에게 앉으라고 눈짓을 한 후 기침을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일이 명확해 질 거야.”“주아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회장직에 취임한 첫 날이니 나는 아버지로서 네 편이 돼야 해.”“근데 넌 정말 너무 미성숙하다. 실망스러워.”“이렇게 중요한 사업에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하다니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를 못하네.” “네 능력으로는 회장이라는 직책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걸 확신하게 됐어.”“정말 실망스럽다!”“앞으로는 이사회와 주주 대표들을 어렵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왕주아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왕화천이 자신을 강제로 사직시키기 위해 이런 말들을 내뱉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사업을 위해서 자신이 중국 사람에게 몸이라도 바쳐야 한다는 건가?원래 회장 자리에 앉았을 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왕화천의 인정을 받아내 왕씨 집안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은 작은 희망이 있었다.하지만 오늘 이 모습을 보고 왕주아는 아주 확실해졌다. 아버지의 눈에 자신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다. 도구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되든 자신의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으실 것이다. 그는 대리권을 위해 자신을 중국 사람에게 보내고,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 앉기 위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필요할 경우 그는 분명 자신의 목숨을 이익이 되는 것과 바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왕주아는 비웃어야 할 사람이 자신인지,
조용했다.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더니 잠시 후 누군가 참지 못하고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 회장님, 머리가 아프신 건 아니죠? 회장님이 이명준의 손을 부러뜨린 후에 그가 회장님께 책임을 묻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순순히 대리권 계약서에 서명을 해서 갖다 줄 거 라고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하 회장님, 바보세요? 아니면 우리를 다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이 대표님이 회장님을 고소하지 않고 몇 통의 변호사 서신을 보낸다면 고맙겠지만 이건 완전 불가능한 일이에요. 머리가 이상해진 거죠?”김정준은 과장된 얼굴로 말했다. “여러분, 기억이 났네요. 오늘 유람선에 탔을 때 우리 하 회장님이 이 대표님에게 오늘 오후 2시까지 대리권 계약서를 우리 왕씨그룹으로 가지고 오라고 경고했어요!”“만약 하지 못하면 자기가 직접 관을 사가지고 와야 할 거라고요!”“우리 집행 회장님이 오만하고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나 김정준이 대구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 무슨 세자 도련님을 만나본 적이 없었겠어요?”“이렇게 재주도 없는 놈이 허세를 부리면서 제멋대로 구는 사람은 정말 처음 만나봤어요!”사람들은 김정준의 말을 듣고 아침의 장면을 떠올리며 하현을 비웃었다. 이 놈이 세 살짜리 아이 다루듯 하는 건가? 이명준의 손을 부러뜨리고 제 시간에 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협박을 하다니?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몇몇 아름다운 임원들은 지금 모두 팔짱을 끼고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털도 다 자라지 않은 이 녀석은 위아래 입은 옷을 다 합쳐도 2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꼴을 하고 감히 뻐기다니?이것은 그야말로 병이다. 왕화천은 이때도 빙그레 웃는 얼굴이었다. 그는 가늘고 긴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마신 후 담담하게 말했다. “하 도령, 나는 네가 혼자서도 여러 명과 싸울 만큼 솜씨가 좋다는 걸 알고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가!?”“이명준 대표가 어떤 신분이야? 무슨 지위냐고? 그가 어떻게 우리 왕씨그룹 입구에서 무릎을 꿇을 수가 있어?”“그는 하현에게 손이 부러뜨려졌잖아. 변호사 서신 몇 통 보내지 않은 것 만으로도 이미 우리 체면을 세워준 거 아니었어? 그가 우리 회사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고? 무슨 웃기는 소리야?”“안내원, 너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이 대표가 하현한테 회사 정문에서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하라고 한 거 아니야?”그곳에 있던 임원과 주주들을 모두 조용해졌다가 잠시 후 다시 떠들썩 하더니 의견이 분분했다. 왕화천 조차도 순간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너무 급해서 잘못 말한 것이라고 반응을 했다. 이때 한 무리의 시선이 안내 데스크 아가씨에게 쏠리며 그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 아가씨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표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이 말을 듣고 다들 흠칫 놀랐다. 망했다. 이건 군대를 일으켜 죄를 물으러 온 것이다!김정준은 더 펄쩍 뛰며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경비, 경비원 어디 있어!”“기억해. 절대 왕주아와 하현 두 사람 도망 못 가게 해!”“이따가 이 두 사람은 이 대표님에게 해명을 해야 해!”한 무리의 임원들과 주주들은 전부 우르르 그룹 로비로 몰려갔다. 급히 달려온 경비원 몇 명은 경계하는 얼굴로 하현과 왕주아를 노려보며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두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왕주아의 작은 손을 끌고 그룹 로비로 갔다. 딱 봐도 이때 로비 한복판에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중국사람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이 중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모두 키가 크고 외모가 준수했다. 더구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국 사람들은 하얀색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젊은 여인들은 그림 같은 미모에
하현은 김정준을 상대하는 것이 귀찮았다. 담담한 기색으로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을 쳐다보았다. 중국 상성재벌 극동 지역 대표, 이은지.“이 대표님이 오셨는데 왕 아무개가 먼저 마중을 나오지 않다니!”왕화천은 이은지를 분명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온화한 얼굴로 반기며 나왔다.그의 곁에는 그룹의 몇몇 핵심 임원들도 따라나오며 인사를 했다. 이은지라는 사람에 대해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지난 달 대하 대표 이대성이 해임 되었다. 그를 대신해 강력한 지위를 얻은 사람은 바로 극동지역 대표 이은지였다. 쉽게 말해 이은지는 상성재벌 내부에서 권세가 이대성 보다 더 무거웠다!지위도 이대성보다 몇 배나 더 높은지 모른다. 이런 큰 인물이 왕씨그룹 같은 작은 곳에 나타나다니, 왕화천 조차도 약간 총애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왕화천을 놀라고 기쁘게 했지만, 마음속에는 한 줄기 불안한 마음이 감돌았다. “왕 이사장님, 예의가 바르시네요.”이은지는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이은지가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왕 이사장님은 개의치 말아주세요.”말을 마치고 이은지는 몸을 옆으로 돌려 하현이 있는 쪽을 향해 인사를 했다. 하현이 아무렇게나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이은지는 몸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그녀의 일련의 동작은 왕화천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이은지가 자신에게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왕화천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 알아차렸다. 아마도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자 이은지가 자신에게 이렇게 예의를 갖추게 된 것 같다. 이 생각에 미치자 왕화천도 거리낌 없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별말씀을요. 우리 두 집안은 전에도 협력한 적이 있잖아요. 앞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더 많을 겁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시다니 왕씨그룹의 영광입니다.” “참, 이 대표님이 오늘 무슨 일로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김정준과 사람들의 놀라고 무서워하는 시선 속에 이명준은 왕주아가 있는 곳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왕 회장님, 제가 눈이 있었는데도 태산을 몰라봤습니다!”“오늘 이 모든 건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제발 살려주세요!”곧 ‘쿵쿵쿵’ 머리를 박으며 절을 하는 소리와 함께 이명준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다. 얼굴은 핏물로 범벅이 됐지만 감히 닦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은지는 이 모습을 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왕주아를 보며 해명을 했다. “이명준은 저희 이씨 집안의 방계고, 제 심복인 셈입니다.”“그래서 제가 그에게 대구 대표를 임명했던 겁니다.”“원래 저는 그에게 협력 상대를 잘 선택해서 대구에서 상성재벌의 이미지와 이익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근데 그가 공적인 이름을 빌어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고,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고 힘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아침에 왕 회장님에게 상스런 말을 퍼부은 것뿐 아니라 하 회장님을 건드리려고 했다니 간이 너무 컸네요!”“이런 일은 우리 상성재벌 내부에서는 절대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이런 일이 발생한 건 다 제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성의를 표하기 위해 오늘 상성재벌을 대표해 사과 드립니다.”“이명준에게 어떻게 벌을 내리고 싶으시든 저 이은지는 전부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이 말을 꺼내자 모두들 어리둥절해 했다. 상성재벌 내부의 규정이 이렇게 엄격하고, 이은지 대표가 상과 벌이 분명한 주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예쁜 건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기백은 대구의 세자 도련님들 못지 않았다. 관건은 많은 사람들 눈에 이미 하현과 왕주아는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 기사회생을 하게 될 줄이야?이게 도대체 얼마나 개똥 운인가!?왕화천도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말씀이 좀 심하신 거 같네요.”“이명준 대표님은 젊으니 어느 정도 패기
왕주아는 왕화천을 무시한 채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은지가 사람들을 데리고 사과를 하러 올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하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은 하현 만이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자, 그만 박으세요. 바닥이 부서지면 당신이 배상할 거예요?”이명준은 머리를 백 번 박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아 빙그레 웃으며 이명준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아침에 너한테 말한 거 기억하지?”“내가 뭐라고 했지?”이명준은 눈꺼풀을 극렬하게 떨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오후 2시 대리권 계약서를 가지고 오라고……”“그럼 계약서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계약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이명준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하 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 것을 깨달았습니다!”“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하현은 일어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은지 아가씨 체면을 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또 다른 손, 스스로 잘라 버려.”“그리고 나서 또 다시 나를 건드렸다간 자발적으로 관에 들어가도록 해.”이명준은 얼굴색이 ‘쓱’하고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머리를 조아렸다. “하 회장님의 자비에 감사 드립니다. 하 회장님, 봐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제부터는 다시는 왕 아가씨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제 어머니처럼 효도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이명준은 왼손을 바닥에 내리치더니 ‘털컥’하는 소리가 들렸고 왼손은 부러졌다. 하지만 이명준은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한 채 왼손을 매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 장면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하나같이 떨게 만들었다. 눈꺼풀이 끊임없이 떨렸다. 어떤 일은 직접 보는 것과 소문으로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이 임원들과 주주들은 하현과
다른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명준이 재빠르게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김정준입니다!”“오늘 점심 때 그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왕 회장님을 잡아 먹으라고 꼬드겼습니다!”“게다가 지금 왕 회장님의 자리가 불안정하니 우리 상성재벌 대구 대리권을 따내지 못하면 쫓겨날 것이라고 알려줬습니다!”“이걸 가지고 그녀를 손에 넣게 되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습니다!”“저도 원래 충동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근데 김정준이 자꾸 저를 부추기면서 왕 회장님은 아직 처녀라 만약 먹을 수만 있다면 한 평생의 복이라고 했습니다.”“제가 한 순간 참지 못하고 그만……”여기까지 말하고 이명준은 쿵쿵쿵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하 회장님, 왕 회장님, 이 대표님, 저는 짐승입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하지만 이 일의 장본인을 놓아줘서는 안됩니다!”이명준의 말을 듣고 하현은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왕주아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왕화천은 이미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명준 대표님, 음식은 아무거나 먹을 수 있지만 말은 절대 함부로 하시면 안됩니다.”“증거를 가지고 말씀을 하셔야죠!”“증거가 없으면 우리 왕씨그룹의 임원들을 모욕한 게 되는 겁니다. 상성재벌이 돈과 권세가 있다고 해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김정준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이명준 대표님! 저와 친하지도 않잖아요. 제가 어떻게 대표님께 이런 전화를 할 수 있겠어요?”“제발 착한 사람에게 누명 씌우지 마세요!”“제가 오늘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으려고 한 거지 다른 의미는 없었어요!”이명준은 차갑게 말했다. “김정준, 내가 깜빡하고 말하지 못한 게 있어.”“내가 대구에 온 후로 알게 된 게 사람은 항상 한 수를 남겨둬야 한다는 거였어. 그래서 내 통화내용은 다 녹음이 되어 있어.”“증거는 내 핸드폰에 있어.”말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그를 처음 만난 듯 왕화천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닌 발가락으로 생각하더라도 김정준 사건의 배후에는 왕화천이나 김애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왕화천이 이렇게 단호하게 김정준을 때려 죽인 것으로 이미 문제를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하현 조차도 왕화천의 잔인함과 과감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효웅의 기풍이다!지금 이 순간 하현 조차도 그의 잘못을 가려 낼 수가 없었다.어쨌든 딸을 사랑한 아버지가 진실을 알고 난 후 죄를 지은 장본인을 죽인 것은 이해 할 만했다. 이명준은 이 광경을 보고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때 그는 이은지가 왜 하현이 그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라고 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하현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면 지금 그의 최후는 김정준과 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물들의 게임 속에서 그 같은 사람은 결국 언제라도 버려질 수 있는 바둑알일 뿐이었다. “짝짝짝______”이은지가 갑자기 가볍게 손뼉을 치자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왕 이사님은 역시 기분파시네요. 놀라워요.”“왕 이사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우리 상성재벌이 사과하는 의미로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왕화천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가 비바람에 익숙하다고 해도 지금은 조금 움찔했다. 이은지가 손짓을 하자 그녀의 비서가 계약서 세 부를 가져왔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모두 서명을 했다. 이은지는 계약서를 들고 곧장 왕주아 앞으로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왕 회장님, 이건 우리 상성재벌 대구 대리권 계약서입니다.”“서명하시고 도장만 찍으시면 오늘부터 대구 대리권은 회장님 것이 될 겁니다!”“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 이 대리권의 계약 대상은 회장님입니다!”“그러니 앞으로 회장님이 직접 회사를 차리셔도 되고 왕씨그룹에 권한을 위임하셔도 되고 모두 회장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이……어떻게 이렇게 좋은……”왕주아는 멍하니 계약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