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명준이 재빠르게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김정준입니다!”“오늘 점심 때 그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왕 회장님을 잡아 먹으라고 꼬드겼습니다!”“게다가 지금 왕 회장님의 자리가 불안정하니 우리 상성재벌 대구 대리권을 따내지 못하면 쫓겨날 것이라고 알려줬습니다!”“이걸 가지고 그녀를 손에 넣게 되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습니다!”“저도 원래 충동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근데 김정준이 자꾸 저를 부추기면서 왕 회장님은 아직 처녀라 만약 먹을 수만 있다면 한 평생의 복이라고 했습니다.”“제가 한 순간 참지 못하고 그만……”여기까지 말하고 이명준은 쿵쿵쿵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하 회장님, 왕 회장님, 이 대표님, 저는 짐승입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하지만 이 일의 장본인을 놓아줘서는 안됩니다!”이명준의 말을 듣고 하현은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왕주아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왕화천은 이미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명준 대표님, 음식은 아무거나 먹을 수 있지만 말은 절대 함부로 하시면 안됩니다.”“증거를 가지고 말씀을 하셔야죠!”“증거가 없으면 우리 왕씨그룹의 임원들을 모욕한 게 되는 겁니다. 상성재벌이 돈과 권세가 있다고 해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김정준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이명준 대표님! 저와 친하지도 않잖아요. 제가 어떻게 대표님께 이런 전화를 할 수 있겠어요?”“제발 착한 사람에게 누명 씌우지 마세요!”“제가 오늘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으려고 한 거지 다른 의미는 없었어요!”이명준은 차갑게 말했다. “김정준, 내가 깜빡하고 말하지 못한 게 있어.”“내가 대구에 온 후로 알게 된 게 사람은 항상 한 수를 남겨둬야 한다는 거였어. 그래서 내 통화내용은 다 녹음이 되어 있어.”“증거는 내 핸드폰에 있어.”말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그를 처음 만난 듯 왕화천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닌 발가락으로 생각하더라도 김정준 사건의 배후에는 왕화천이나 김애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왕화천이 이렇게 단호하게 김정준을 때려 죽인 것으로 이미 문제를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하현 조차도 왕화천의 잔인함과 과감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효웅의 기풍이다!지금 이 순간 하현 조차도 그의 잘못을 가려 낼 수가 없었다.어쨌든 딸을 사랑한 아버지가 진실을 알고 난 후 죄를 지은 장본인을 죽인 것은 이해 할 만했다. 이명준은 이 광경을 보고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때 그는 이은지가 왜 하현이 그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라고 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하현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면 지금 그의 최후는 김정준과 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물들의 게임 속에서 그 같은 사람은 결국 언제라도 버려질 수 있는 바둑알일 뿐이었다. “짝짝짝______”이은지가 갑자기 가볍게 손뼉을 치자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왕 이사님은 역시 기분파시네요. 놀라워요.”“왕 이사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우리 상성재벌이 사과하는 의미로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왕화천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그가 비바람에 익숙하다고 해도 지금은 조금 움찔했다. 이은지가 손짓을 하자 그녀의 비서가 계약서 세 부를 가져왔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모두 서명을 했다. 이은지는 계약서를 들고 곧장 왕주아 앞으로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왕 회장님, 이건 우리 상성재벌 대구 대리권 계약서입니다.”“서명하시고 도장만 찍으시면 오늘부터 대구 대리권은 회장님 것이 될 겁니다!”“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 이 대리권의 계약 대상은 회장님입니다!”“그러니 앞으로 회장님이 직접 회사를 차리셔도 되고 왕씨그룹에 권한을 위임하셔도 되고 모두 회장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이……어떻게 이렇게 좋은……”왕주아는 멍하니 계약서를
“무슨 뜻이야!?”왕화천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왕 이사장님, 귀하신 몸이라 바쁘셔서 저와 내기하신 걸 잊으신 거 같네요.”“그럼 제가 여기서 한 마디 귀띔해 드릴 필요가 있겠네요.”“당신과 내가 약속한대로 오늘 주아가 상성재벌의 대구 대리권 계약을 맺는다면.”“그럼 당신은 자리에서 물러나 양보해야 돼요!”“왕 이사장님, 아, 지금 계속 당신을 이사장이라고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겠네요.”“왕 선생님, 다행히 제가 기억력이 좋아 제때에 깨우쳐 드렸네요.”“그렇지 않았으면 비즈니스 계에서 당신이 신용을 잃을 뻔했어요.”“어쨌든 당신은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준비하는 사람이잖아요.”“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신뢰를 잃어서는 안되잖아요. 그렇죠?”이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몇몇 아름다운 여자 임원들은 작은 입을 가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놈이 퇴위를 강요하고 있네!그가 여유로운 얼굴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구절절 왕화천의 약점을 찔렀다. 왕화천의 얼굴색은 순간 검게 변했고 하현은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좋아. 대단한 하현!”“대단한 집행 회장!”왕화천은 안색이 변하더니 결국 자신의 가슴에 있던 사원증을 바닥에 내려놓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약속한 대로 나는 이사장 직을 사임할게.”“하지만 왕주아의 승진은 이사회의 뜻에 달려 있어.”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장내를 한 바퀴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보기에 이사회 분들이 다 여기 계시고, 주주회 대표도 계시니 여기서 결정을 내립시다.”“왕주아가 이사장을 겸임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왕주아가 이사장을 겸임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 주세요.”“너______”왕화천은 안색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하현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왕주아가 벌써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 “하현, 방금 우리 아버지가 병원에서 깨어나셨어. 깨어나신 후에 나보고 내일 왕가 저택로 가라고 하셨어.”“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왕가 저택에서 왕씨 집안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해명을 하시겠대.”“그래서 내 생각엔……”“아니면 넌 가지마.”“어쨌든 이건 집안 망신이야.”이 말을 할 때 왕주아의 얼굴은 다소 처량했다. 하현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 알아차렸다. 왕주아는 사건의 진상을 거의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진상을 알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만약 자신 앞에서 밝혀지면 왕주아의 심성상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너 혼자 가. 내가 사종국한테 같이 가라고 할 테니까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연락해.”“그래.”왕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더 있어. 아버지는 지금 왕씨그룹에서 완전히 힘을 잃어서 큰 타격을 입으셨어. 내일 너 김애선을 고칠 수 있겠어?”“이건 나를 도와주시고 키워주신 은혜를 갚는 셈이야.” 하현은 비록 왕화천은 이 딸에 대한 어떤 애정도 없지만 왕주아의 심성으로 볼 때 그녀는 부녀의 정을 과감히 버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게다가 왕화천이 지금 이런 지경으로 떨어졌으니 왕주아는 더욱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었다. “좋아. 내일 우리 두 길로 나누자. 나는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갈 테니, 너는 왕가로 가.”“일이 잘 풀리면 우리 같이 점심도 먹을 수 있겠다.”하현은 기지개를 켰다. 점심은 같이 먹을 수 있어도 저녁은 정말 시간이 없었다. ……같은 시각, 대구 벨라루스. “퍽!”소파에 앉아있던 왕화천은 흉악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갑자기 벽 모퉁이로 사납게 내던졌다. 정용은 그의 맞은 편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톱
홀의 그늘진 곳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몸집이 큰 편은 아니었다. 키가 겨우 160cm 남짓했고 약간 대머리라 얼굴은 원숭이 같았다. 그는 허리에 섬나라 칼 두 자루를 차고 있었는데 한 걸음씩 걸어나갈 때마다 그의 아우라는 마치칼이 칼집에서 빠져 나오는 듯 너무 놀라워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섬나라 검객!?”왕화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맞습니다. 구로타 타로는 신당류에서 배출된 고수로 그의 칼 솜씨는 대구 내에서는 적수가 없습니다.“진주희가 아무리 강해도 그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왕 회장님, 그가 손을 대는데 무슨 진주희 따위가 무서우십니까?”정용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었다. 이것은 그의 비장의 무기 중 하나였다. 만약 그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는 초대하지 않았을 것이다.어쨌든 외부사람이 그와 섬나라 사람이 합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다.왕화천은 구로타 타로를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한참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정 세자, 너 이 왕 어르신을 놀리는 거야?”“섬나라 사람이 나를 대표해서 무대에 올라가면 싸움을 마치기도 전에 용문주에게 맞아 죽을 거야!”“우리 용문에서 외적과 통하는 건 죽을 죄야!”정용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언제 구로타 군에게 무술로 겨루라고 했나요?”“양측이 원래 원한이 있는 상태에서 구로타 군은 우연히 진주희를 만날 겁니다. 손을 쓰려고 할 때 구로타 군이 진주희를 다치게 해서 그녀를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할 뿐이에요.”“이런 우연이 왕 회장님과 무슨 관계가 있겠어요?”왕화천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 잠시 후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저의 이 큰 선물을 왕 회장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정용은 눈을 가늘게 떴다.왕화천은 웃으며 말했다.“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어야지!”“내일 아침 왕가 저택에서 내가 주아에게 소위 해명이라는 걸 할 거야.”
아름다운 색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자라면 이 모습을 보고 아마 눈이 휘둥그레지고 마음속으로 수많은 상상을 했을 것이다. 어쨌든 다들 조조는 아니지만 조조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왕 부인은 회복이 잘 된 것 같네요. 화장할 기분도 내는 걸 보니.”김애선은 내색하지 않고 길쭉한 다리를 쭉 뻗은 다음 다리를 교차시켜 속이 보일락 말락 하게 한 다음에야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하 도련님의 뛰어난 솜씨에 감사 드려요.”“하 도령이 아니었으면 나는 오늘 아마 식물인간이 됐을 거야.”“내가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 어떻게 해야 하 도령이 내 성의를 느낄 수 있을까?”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왕 부인, 그냥 거래일 뿐이에요. 당신과 나 사이에 마치 무슨 감정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주아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나는 당신이 식물인간이 되기를 바랬다는 걸 알아야 해요.”“그러니까 오늘 절차도 빨리 끝냅시다.”김애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 역시 신용이 있는 사람이네.”“전에는 주아가 왜 그렇게 당신을 신뢰하는 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네.”“만약에 아줌마가 몇 살 더 젊은데다 시집을 안 갔으면 주아랑 다툴 뻔 했겠어.”김애선은 애교를 부리며 웃었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직접 도자기 그릇을 들어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하 도령, 이건 아줌마가 직접 끓인 물이야. 정력을 왕성하게 해주는 거라 남자가 마시는 게 가장 좋아.”“아니면, 아줌마가 몇 모금 먹여 줄까?”하현은 눈꺼풀이 계속 뛰었다. 이 여자의 태도는 이전의 태도와 천지차이였다. 이런 것을 보고 아무 일도 없이 아첨을 떨어 환심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하현은 내색하지 않고 반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왕 부인, 저는 벌써 진작에 마시고 왔어요.”김애선은 웃었고 강요할 마음은 없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생각하세요?”김애선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하 도령은 인물이라 그런 옹졸한 일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하현은 한 마디로 말했다. “약속을 한 이상 저는 반드시 지킵니다. 당신들이 주아에게 해명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저는 고대 무술로 몸에 생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드릴 거예요.”“어쨌든 이건 큰 문제도 아니에요.”그는 아직 한 마디를 내뱉지 않았는데 김애선이 당시 고대 무술을 수련한 후유증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도 있었다. 지금은 한증과 열증으로 눌려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증상이 사라지고 나면 다른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날 것이다.물론 김애선이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면 하현도 내색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말을 하면서 하현은 벌써 잡히는 대로 메스를 들고 김애선의 러닝셔츠 자리에 살짝 상처를 냈다. 이번에는 뜨거운 핏방울이 솟구쳤다. 김애선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던 열감이 점차 사라져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 온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정말 좋아졌네?”그녀는 온몸이 더없이 홀가분했다.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그녀는 하현이 이번에는 확실히 속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자신은 다른 증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 도령, 정말 대단해. 역시 내 문제를 정말 다 해결했네.”“나 네가 갈수록 정말 좋아지고 있어!”김애선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지 않고 몸을 돌려 깊은 작업 라인을 드러내며 애매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 보았다. “차라리 우리 거래를 하는 거 어때?”“주아 그 계집애는 가슴도 없고 엉덩이도 없으니 무슨 재미가 있겠어?”“차라니 나랑 같이 있으면서 내 경호원이 되어주면 내가 왕씨그룹의 지분 30%를 다 너에게 넘길게.” “그리고 내가 매년 2천억의 배당금을 줄게.”“이 외에도 네가 원하는 다른 건 내가 다 들어줄 수 있어. 지금 여기에서라도,
“똑______”핏방울이 하현의 눈썹에 닿는 순간 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얼떨떨해지더니 실신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김애선은 ‘피식’하고 가볍게 웃었다. 그녀의 오른손으로 하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착한 아이구나.”“자, 아줌마가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잘 대답해봐.”“왕주아가 손에 쥐고 있는 왕씨그룹의 주식의 반을 너한테 줬어?”“네.”하현은 착실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멍해있었다. “너는 왜 주아를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야?”“주아가 예쁘게 생겨서요.”하현의 얼굴에는 뭔가에 사로잡힌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아줌마는 예뻐?”김애선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예뻐요. 주아보다 더 예뻐요.”하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군침을 흘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에 김애선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곧 검지 손가락을 내밀어 하현의 턱을 받쳐 들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계약서에 서명해. 서명만 하면 아줌마가 뽀뽀해줄게.”“자, 착한 아기!”말을 하는 동안 김애선은 베개 밑에서 계약서 한 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계약서 내용에는 하현이 소유하고 있는 왕씨그룹 주식을 무조건 양도하는 것이었다. 하현은 마치 못 본 듯 홀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아줌마, 아줌마가 원하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저는 아줌마를 도울 수 있어요.”“자, 그럼 사인해.”김애선은 아이를 속이는 것 같았다. “저에게 다른 일 시키실 건 없어요?”하현은 마치 홀린 듯 김애선을 위해 깊이 생각에 잠긴 듯했다. 김애선은 ‘껄껄껄’ 웃으며 늙은 암탉처럼 가냘픈 몸을 흔들었다. “아줌마는 네가 아줌마를 도와 주아를 죽여줄 수 있으라고는 잠시도 생각하지 못했어.”하현은 애써 버티는 기색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주아 아가씨는 정말 예뻐요.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주아를 죽여. 네가 주아를 죽이기만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