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길가의 개와 고양이를 쳐다보는 듯 했다. “하씨, 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어르신이 오늘 여기에 나타난 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주려고 온 게 아니야!”“내가 잃어버린 건 반드시 직접 내 손으로 되찾을 거라는 걸 너한테 알려주기 위해서야!”“루나 시네마에서의 일로 입은 우리 루나 시네마 그룹의 손실을 모두 백 배로 갚아야 해!”“네가 하나라도 갚지 않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리고 물고기 밥으로 강에 던져 넣을 거야.” 지금 천명진은 기세가 등등했다. 상동수의 빽이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석준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천명진의 배짱은 대단해졌다. 이렇게 든든한 빽이 있으니 대구 여섯 세자를 만나지 않는 한 대구에서 천명진은 활보하고 다닐 수 있었다. 못난 놈이 분별없이 날뛰는 것은 천명진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를 따라다니던 예쁜 여자 연예인들은 지금 흥미롭게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감히 상동수에게 도발을 하고 루네 시네마 그룹을 골탕먹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재벌 2세이거나 무슨 이름있는 거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평범한 녀석이었다. 이런 인물이 지금 큰 길가로 나와도 그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것은 그가 좀 잘생긴 것 말고는 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 같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한 손으로 페라리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슨 인품이 좋고, 성격이 좋고, 학력이 높은 것은 그들의 눈에는 한 푼의 가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하현은 그들의 눈에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판단이 내려진 후 그들은 하현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되었다.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조롱과 경멸로 가득 찼다. 마치 하현은 아무렇게나 쉽게 밟아 죽일 수 있는 작은 인물인 것 같았다. “참! 설유아 아직도 혼수상태야?”“빨리 굴러 나오라고 해!”“지금 나를 편안하게 잘 모시면 이전 일은 따지
하현은 공해원이 건넨 물컵을 받아 몇 모금 마시고는 목을 축였다. 휴지로 손바닥을 닦은 후에야 눈을 가늘게 뜨고 상동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 선생,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네.”“나는 원래 네가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생각했어.”“네가 아직도 앉아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보아하니 내가 아직 좀 부족한 거 같네!”말을 하면서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 몇 개를 보냈다. 잠시 후 상동수의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또 누군가 그에게 몇 가지 나쁜 소식을 전했다. 이 장면은 상동수의 안색을 더없이 안 좋게 만들었다. 그는 하현이 감히 이렇게 자신의 체면을 구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 내가 보기에 너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거 같아.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땅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는 거 같고!”심호흡을 한 후 상동수는 화를 내는 천명진과 사람들을 제지하고는 무관심한 기색으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따가 그가 비장의 카드를 내밀고 나면 하현은 확실히 끝장날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그는 하현이 무릎을 꿇어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열 몇 대의 뺨을 때릴 것이다. “병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상 선생, 너 자신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천명진이 내 면전에서 유아를 모욕했는데 너 내가 만만해?”말을 마친 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일어서는 천명진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천명진, 여기는 병원이야. 나는 큰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내가 이번만은 너를 놔줄 테니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만약에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관 하나 선물할게.”하현은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지만 말투는 냉담했다. 천명진 같은 작은 인물이 감히 날뛰며 망언을 하다니. 하현은 뺨 몇 대는 그에게 정말 싸다고 느꼈다. “너……”천명진은 오른손을 부르르 떨며 하현을 가리켰다. 하현을 집어 삼키고
“간?”하현은 이 요패를 보고 흥미롭게 말했다. “옛날 왕사당 앞 제비가 날아들었다는 금정 간씨 가문?”“식견이 있네!”상동수는 하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이 요패는 간씨 가문 대구 형통 세자 간석준에게서 온 거야!”“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이야!”“그는 나한테 이 요패를 가지고 오라고 했어. 너에게 세 가지를 전하래!”“첫째, 루나 시네마에 대한 모든 탄압을 중단하라!”“둘째, 우리가 손해 본 것을 두 배로 배상하라!”“셋째,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이 세 가지 일을 하면 모든 건 다 지나갈 거야. 그러나 하지 않으면 너와 네 뒤에 있는 사람은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해지게 될 거야!”상동수는 말을 마치고 냉담한 기색이었다. 대구 여섯 세자를 쫓아낼 수 있는 사람이 또 몇 명이나 되겠는가?천명진은 얼굴을 감싼 채 말을 이어 받아 말했다. “하씨, 네가 간씨 가문을 알고 있는 걸 보니 분명 간 세자가 누군지 알 거야!”“네 뒤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그가 간 세자를 건드릴 수 있는 지 한번 봐봐!”“아무도 너를 지켜줄 수 없어!”“너 지금 겁 먹었지? 아직 늦지 않았어!”“더 늦으면 겁먹을 기회도 없어!”이때 천명진은 의기양양했다. 호가호위하면서 그는 마치 자신이 전설의 간 세자인 것처럼 굴었다. 이 세 글자를 들은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자기가 간 세자의 여인이 된다면 몇 년 동안 으스대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흥이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 여섯 세자.”“보아하니 내가 대구에 온 후에 몇 명의 세자들과 싸운 거 같네!”“근데 나는 왜 이 여섯 세자의 명성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거 같지?”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정용과 접촉한 심재욱이 이해가 갔다. 간 세자는 비록 처음 들어보지만 그는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외부인의 눈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동수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말했다. “원래 나는 더 말하려고 했는데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아.”“어쨌든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지도 모르겠고.”“더구나 네가 동문성에게 미움을 샀으니 그는 반드시 너를 찾아서 결판을 낼 거야!”“참, 동문성의 큰 빽은 육재훈 도련님이라는 걸 잊지마!”“육 도련님은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은 아니지만 대구 큰 보스의 처남이야!”“그는 10대 중에서도 최고인 소남 임씨 집안 사람이야!”여기까지 말하고 상동수는 하현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너, 너 곧 끝장날 거 같지 않아!?”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육재훈? 육 도련님?”상동수는 다리를 꼬고 아랑곳하지 않고 시가에 불을 붙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왜? 두려워?”“임복원은 점잖고 대장의 기품이 있어.”“하지만 육재훈은 세자 도련님들을 사이에서 구제불능으로 통해. 네가 그의 위협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아?”천명진과 한 무리의 여자 연예인들은 냉소하기 시작했다. 계속 뻐겨보라. 너 스스로 잘난 줄 생각해라! 지금 네가 허풍을 떨면 네 자신 스스로 큰 바보가 될 뿐이다! 이전에 우리는 너 때문에 체면이 구겨졌지만 이제 열 배로 갚아 줄 것이다!바로 이때 군중들은 다시 밀려났고 곧이어 동씨 경호원들이 훨체어에 탄 동문성을 밀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휠체어 뒤에는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흉악한 모습이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너무 무서웠다! 상동수는 이 광경을 보고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휠체어에 탄 사람이 누군지가 확실해지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동 사장이 왔으니 너는 죽었어!”천명진과 사람들도 하현을 보고 고소해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 세상물정 모르는 녀석은 오늘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될 것이다!바로 이때, 군중 속으로 밀려나기 전 동문성이 갑자기 발버둥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사지가 잘
동문성은 부들부들 떨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하현은 침착하고 여유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한테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육재훈은 그를 지킬 수 없어!”“육재훈의 사지를 내가 다 부러뜨렸거든.”“너, 그가 동문성을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깜짝 놀랐다! 뭐! 어떻게 이럴 수가!?상동수와 사람들은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하현이 한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동수는 더욱 눈꺼풀이 뛰었다. “육재훈이 동문성을 지키지 못하는데 간석준이 너를 지킬 수 있을 거 같아?”“털컥______”하현은 손을 뻗어 그 요패를 들고 두 동강을 냈다. 천명진과 몇몇 예쁜 여자 연예인들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고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비명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상동수도 안색이 급변했다. “이 새파란 놈이!”“네가 감히 간 세자의 요패를 깨뜨려!?”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 “변백범, 누군가가 내게서 4조를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으니 신고해서 사람을 데리고 가라고 해!”곧 변백범은 임결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직접 경찰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상동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결국 경제분쟁은 민사사건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검거하지는 못했지만 상동수는 30분 정도 구속되어 있었다. 그와 같은 유명인에게는 이것이 인생의 오점이었다. 30분 동안 들어가 있었으니 이것은 각종 뉴스가 터지기에 충분했다. 루나 시네마 그룹의 주가는 또 한 번 하한가로 떨어졌다. 상동수에게 이것은 부인도 잃고 병사도 잃은 장사였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온 몇 명의 여자 연예인들은 이번 거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아 조사에 협조하도록 요청 받았다는 것이다. 천명진도 들어갔다. 그는 공해원의 얼굴에 끓인 물을 부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힌 죄로 추가 조사가
간석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상동수, 여기는 시장터가 아니야. 너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야?”간석준은 상동수가 일을 잘 처리했다면 그가 여기에 나타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이상 이것은 그가 일을 망쳤다는 뜻이었다. 상동수는 눈꺼풀이 뛰더니 이때 무릎을 꿇고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간 세자님, 제가 능력이 없어서 세자님의 체면을 구겼습니다!”간 세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를 제압하지 못한 거야?”“네! 그가 세자의 요패를 부쉈고, 사기 혐의로 저를 경찰서로 보냈습니다.”“또 그는 동문성을 해치웠어요. 듣기로 육재훈의 사지를 그가 잘랐다고 해요.”“어?”간석준은 얼굴에 다소 흥미로운 빛을 띠었다. “보아하니 재미있는 상대네.”“하지만 별거 아니야.”“육재훈은 10대 최고 가문 사람이 아니야. 임복원의 처남이라는 신분을 믿고 대구에서 힘주고 다니는 것뿐이지.”“임복원은 항상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야. 육재훈의 사지가 잘렸다고 해도 그의 무능한 처남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정상 참작이 된 거야.” “이런 것 때문에 작은 인물을 두려워할 필요 없어.”“너는 나의 대변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간석준은 비록 상동수의 행동에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쓸만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 세심하게 몇 마디 가르쳐주었다. 만약 그가 이렇게 겁을 먹는다면 이 개도 쓸모없게 될 것이다. 상동수는 이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하지만 그 놈이 내 권위를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 요패를 망가뜨렸으니 이건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은 거야.”간석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둑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자기 혼자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그 요패는 20년 넘게 내 곁에 있었고 줄곧 사람을 돌보듯 요패를 돌봤어!”“대구는 고사하고 대하 전체라고 해도 내 체면을 구긴 사람이
상동수의 표정은 원래 이런 표정이었다. “간 세자님, 제가 얼마 전 듣기로 임복원이 죽을 뻔했다고 들었는데 최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해요.”“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에 눈독을 들여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었어요!”“그래서 그가 지금 이런 일련의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만약 하현이 그의 손에 있는 개라면 오직 사람을 물어 협박하는 용으로 쓸 겁니다.”“그러면 모든 게 말이 됩니다!”“어쨌든 임복원은 지금 몸이 회복되었으니 당연히 대구 각지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다만 그가 갑자기 이렇게 하면 결국 자멸하게 될까 두렵지 않겠어요?”“단숨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하면 전에 그를 공격했던 사람들이 다시 그를 공격할까 봐 두렵지 않겠어요?”상동수는 비록 상류층 인물이긴 했지만 최고의 거물이 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간석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임복원에게 있어서 몇 사람을 화나게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야.”“이제 그의 목표는 한 사람을 찾는 것이고 더 나아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서서 압력을 가하게하는 거야.” “이렇게 해야만 이전에 그에게 손을 댔던 사람들이 조심할 수 있어.”“임복원이 소남 임씨 집안 사람이긴 하지만 직계는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그래서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결코 안정적이지 않아. 사람들이 나와서 소란을 피우고 사람을 죽여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은 우리 울타리 안에서는 작은 수단일 뿐이야.”“하현 같은 외지인은 능력이 좀 있고 솜씨가 좀 있어도 대구에서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을 거야.”“기왕 이렇게 된 거 그가 나서서 사람을 물도록 하는 게 상책이야!”“압력을 가한 이후에 그가 하현을 직접 죽이면 대구 상류층에게 해명을 해주는 셈이 되는 거야.”“이런 수법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비교할 수 있겠어?”이때 간석준은 바둑돌을 들고 천천히 문지르며 가루로 만든 다음에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
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은 너희들 책임이 아니야. 그리고 상대방이 조만간 우리에게 해명을 해야 해.”“임 아가씨는 걱정 마. 이 일은 내가 혼자 처리할 테니까.”임정민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이번 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아무도 병원에 와서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을 약속……”“쾅!”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빈 병동의 문이 발길에 차여 열렸다. 그리고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 앞장 선 사람은 상동수와 천명진 두 사람이었다. 원래 구속됐어야 할 천명진이 지금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이번에는 상동수가 중심이 아니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중심이 되었다. 이 여자는 흰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엄숙한 제복조차도 그녀의 성숙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게 생겼고, 걸을 때는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듯한 자태를 드러내며 일종의 우쭐대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씨, 무릎 꿇어!”문을 걷어찬 순간 천명진이 먼저 큰 소리로 상대의 기세를 꺾으며 사나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후에 사기꾼이라는 이유로 잡혀가 조사를 받은 여자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헝클어진 머리에 원망하는 얼굴이었다. 그들이 언제 이런 억울함을 겪어 봤겠는가?이번에 그들은 반드시 억울함을 벗겨야 한다. “재미있네.”하현은 소파에 앉아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임정민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 와중에 또 누군가가 찾아온 것이다. 임정민은 원래 나가려고 했는데 하현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방에 남에 있으라고 손짓을 했다. 변백범과 사람들은 현장에 있었지만 떠들썩하게 굴지 않고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이때 하현은 귀빈 병동의 거실로 가더니 방으로 들어서는 상동수를 쳐다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 선생, 또 만났네!”“보아하니 경찰서도 당신을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
강우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주변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하현에게 눈을 힐끔거렸다.남자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 부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잣집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정말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야!“강우금?”황보정은 순간 누군가가 하현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우리는 여기 옷을 사러 온 것이지 당신의 비아냥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당장 당신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거예요!”황보정에게 있어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욕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강우금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들썩였다.“황보정,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내가 금정 쇼핑몰에서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점장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것 같아요?”“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흥! 당신이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게요!”“난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아마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나한테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상이라도 줄 거예요!”“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집복당은 이제 한물간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이럴 자격이나 돼요?”“이 옷, 정말 살 수 있어요?”이를 듣던 몇몇 손님들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황보정 일행을 쳐다보았다.그녀들은 하현이 여자한테 빌붙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집안의 여자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오늘 그의 작전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강우금 같은 여자와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며 기분 상하기 싫어서 황보정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을 집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옷으로 합시다. 다른 건 나중에 사죠.”강우금은 하현의 손에
”손님,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옷은 너무 비싸서 더러워지면 팔 수가 없거든요!”황보정이 옷을 꺼내 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점장으로 보이는 거만한 여자가 하이힐을 앞세우며 다가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황보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저 옷 사고 싶은데 좀 꺼내 봐 주세요.”“꺼내 봐 달라고요?”점장은 황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깨끗하게 세탁한 셔츠에 눈길을 모으며 말했다.“정말 살 수 있어요? 꺼내 봐 달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 황보정이 집복당 손녀인 걸 몰라요?!”황보정 곁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나박하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버럭 했다.“집복당 손녀?”점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비록 집복당 명성이 예전만 못했지만 점장은 함부로 황보정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점장의 목소리를 듣고 하현은 약간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진홍민의 절친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예전에 진홍헌이 대대적으로 고백했을 때도 이 여자는 현장에 있었다.하현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가슴에 ‘강우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손님, 어떤 색이 마음에 드시는데요?”“우리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요.”강우금은 미소를 지으며 한껏 판매에 열을 올렸다.황보정은 강우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하현, 여기 와서 좀 봐줘요. 어떤 색이 더 예쁜지.”“예?”“하현?!”강우금은 그제야 하현을 알아보았고 처음에는 살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냉소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비록 그날 하현이 진홍헌의 청혼식에서 크게 한판 벌였지만 나중에
황보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앞에 놓인 다과를 말끔하게 먹은 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중에 쇼핑몰에 가서 옷이나 몇 벌 사자고!”“앞으로 내 대변인이 될 사람이니 말끔하게 보여야지.”“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대단히 수준 높은 프로젝트거든. 당신이 앞으로 접촉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니까 절대 무시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하현은 오늘의 이 결정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내린 것이 아니었다.현재 임단은 이미 금정 화원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인수 일을 착수했다.비록 세간에서는 임단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하현은 금정 화원의 유적지가 발굴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이러한 전제하에 황보정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어 일하겠다는데 멋진 옷 몇 벌 사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보정이 비록 풍수사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방값이 꽤나 비쌌고 수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이전에 저축해 두었던 돈은 의사를 구하는 데 거의 써 버렸기 때문에 정말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황보정은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였지만 제대로 된 번듯한 옷도 몇 벌 없었다.하현은 이 기회를 빌어 황보정에게 옷도 몇 벌 장만해 주고 살아갈 발판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황보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아직 입을 만한 옷이 있어요. 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 안 사게?”옆에 있던 나박하는 차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하현이 옷을 사 준다고 하잖아!”“우리가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하현의 체면이 깎여!”“이제 하현은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로 불리게 되었어!”“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허름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우리 대사님의 실력을 의심할 거야!”“그러니 사양하지 마. 잠시 후에 우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방을 나섰다.설은아의 방문을 지나칠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거실에 와 보니 최희정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하현이 지나가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곁눈질할 뿐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미간에는 그를 향한 마뜩잖은 기색이 가득했다.최희정은 어젯밤 설은아와 하현의 말다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의 뻔뻔함과 노여움을 눈빛으로 드러낸 것이다.하현도 최희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희정이 우다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소리를 들었다.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최희정이 우다금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지난번 저지른 일로 우다금은 따끔하게 혼이 나야 했었다.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서 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고 집복당으로 갔다.“하현, 아침은 먹었어요?”집복당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황보정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집복당 일을 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황보정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다과를 좀 만들었는데 한번 먹어 볼래요?”황보정은 오늘 짧은 잔꽃 무늬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고운 자태였고 걸을 때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다리는 눈부시게 빛났다.특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현은 싱그러운 젊은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아찔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말했다.“그럼 감사히 먹어 볼게.”“감사할 사람은 나예요. 내 눈을 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도 정상으로 돌려놓았잖아요!”황보정은 동작이 재빨랐다.“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내가 남들 관상을 봐주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내가 박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계속 봐준다면 결국 내가 천기를 누설할 거라고 하셨어요.”“이번엔 다행히 당신을 만나서 살았지만 다
”풍수?”“하 대사?”“풍수관?”설은아는 명함을 움켜쥐고 노기 어린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제대로 된 일을 하지는 않고 강호의 사기꾼이 되겠다는 거야?”“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풍수지리술을 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까?”“풍수를 보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숙한 일인지 알아?”“몇 마디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야!”“자칫 잘못하다간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거야! 알기나 해?”하현의 명함에 적힌 직함을 보면서 설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복당, 아홉 대째 내려오는 대단한 실력, 주역 대사...하현은 자신의 본업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남원이나, 무성, 대구에서는 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정에 와서 하현과 간민효가 친밀하게 지내더니 지금 눈앞에 내놓은 명함이라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전에 하현이 보여준 모든 것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지난 모든 것은 하현이 설 씨 가문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이 허상을 만든 장본인은 하현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간민효임이 틀림없다!금정 간 씨 가문의 간민효는 이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들이다!분노한 설은아를 보며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우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없어.”“난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나와 간민효는 금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과거의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어.”“둘째, 그녀와 난 그저 평범한 친구일 뿐이야. 당신한테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셋째, 내가 풍수관을 연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야. 내가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다는 걸 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