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의 태도를 보자, 은아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현장을 쓱 훑어본 후에야 냉랭하게 말했다. “이건 제 남편이 저한테 선물해준 반지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반지는 팔지 않을 겁니다…”“설은아! 어쩜 양심이 하나도 없니!”“설마 눈 시퍼렇게 뜨고 우리 설씨 집안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니?”“네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일 줄이야. 우리 설씨 집안이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 세월이 아깝다!”주위에 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만약 은아가 슬기에게 반지를 주도록 압박할 수 있다면, 설씨 집안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아내한테 자기 반지를 남에게 주라니요? 본인들의 집이나 남에게 선물하지 그래요? 오히려 하엔 그룹에게 집을 선물하면, 그들이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네요.” 이때, 홀 문이 철컥하고 열리더니 누군가가 느긋하게 걸어 들어왔다.모두 시선을 돌리자,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워졌다.민혁은 욕을 퍼부었다. “하현, 당신 같은 머저리가 무슨 자격으로 여길 와요? 이번에는 아무도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요!”“내 아내가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를 맡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려고 왔어, 안 돼?” 하현은 어깨를 으쓱였다.“프로젝트 매니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두 사람은 당장 나가세요!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민혁이 냉소를 지었다.“그만!” 상석에 앉아있던 설 씨 어르신이 테이블을 탁 쳤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끄럽게 싸우기나 하고. 은아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말해보거라.”“투자 안건은 제가 이미 처리했습니다.” 하현이 온 걸 보자, 은아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 덤덤하게 말했다. “하엔 그룹이 우리에게 500억 원을 투자해준다고 했습니다.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모두 이렇게 열정적일지 예상치도 못했네요. 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누… 누나가 해결했다고?” 민혁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내비쳤다. 은아가 최근 몇 번 갔을 때도 매번 문전박대 당했다
“할아버지, 그리고 한가지 더, 일정이 빡빡해서 내일부터 쇼핑몰 프로젝트 초반 공사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설씨 집안에서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을 현장 감독으로 뽑고 싶어요.” 은아가 말했다.설씨 어르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설씨 집안에 너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뽑아가거라.”은아가 하현을 힐끔 바라보고, 주저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하현을 보내고 싶어요……”이때 은아는 약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은아는 조금씩 하현을 받아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다른 사람의 운전 기사 신세에서 벗어나 더 나아갔으면 했다. 그녀는 현장을 감독하는 일이 고된 노동이지만 최전선의 상황을 접할 수 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설씨 어르신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다.“이 프로젝트가 누나 맘대로 진행해도 되는 일인 거 같지? 왜, 이 쇼핑몰이 누나 거 같애? 현장 감독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이런 머저리한테 맡긴다고? 만약에 하현이 현장 일을 망치면, 누가 책임질 건데?” 민혁이 갑자기 테이블을 쾅 치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말했듯이 이 일은 내 전담이야. 그러니까 일을 맡겨도 내가 맡기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 은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민혁이 차갑게 답했다: “누나, 설마 이 데릴사위랑 같이 우리 설씨 집안 재산을 탈취할 생각은 아니지? 당신들 부부, 한 명은 매니저에 한 명은 현장 감독이라니, 나중에 둘이 무슨 속임수를 써서 몇 억 자금을 다 먹으려는 거 아니야? 할아버지, 허락하시면 안 돼요! 이 데릴사위는 외부인이에요!”“너!” 은아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민혁은 항상 제멋대로 남을 판단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처럼 잔머리를 굴린다 생각했다.설씨 어르신이 인상을 쓰며 고민했다. 자신이 아끼는 손자와 투자를 받아온 손녀 중 손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방금 받은 투자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다.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어르신이 웃으며 얘기했다: “됐다, 그만 싸우거라……은아야, 이 일은 네 전담이니 시간 날
빠른 시간 이내로,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받았고, 심지어 100억 원의 투자금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서울 상류층에 퍼졌다.“듣기로는 이번에 설씨 집안이 500억을 받는다는데, 그 집안의 여자 하나가 이뤄낸 일이래!”“그 여자 진짜 대단하다! 데릴사위랑 사는 그 사람 아니야?”“그 데릴사위를 말하자면, 만 원으로 한 폭을 구매해서 하엔 그룹 신임 대표에게 선물했다는 것 같은데…”“어쩐지!”“너희들이 말해봐, 그 신임 대표가 설은아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외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설씨 집안의 급부상을 저지할 수 없었다. 오후에 이미 수많은 집안의 어르신들이 찾아왔다.설씨 집안에 왕래가 끊이지 않았고, 하현 외에는 사실상 설씨 집안 사람 모두가 자리하고 있었다.어쨌거나 설씨 집안은 지금 또 권세가 대단해졌으니, 서울의 몇몇 집안들은 투자가 취소되었지만, 설씨 집안 측은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 시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설씨 집안을 찾아와 부탁하는지 모른다.아쉽게도 당사자인 은아가 자리에 없어, 다른 사람들은 이 투자를 받게 된 세부 사항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플래티넘 호텔.하현은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백범을 만나려고 했지만, 이곳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람은 바로 진우였다.진우는 하현을 보자 의아함을 느꼈다. 진우는 오늘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고 나서야 백범을 알게 되어, 하현을 처리해달라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이 제 발로 찾아올지는 예상치도 못했다.“하현 씨, 사람은 어디서라도 꼭 다시 만나게 되네요!” 진우는 바깥으로만 웃어 보이고 속으로는 웃지 않고 있었으며, 하현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흐릿한 안개가 가득 차 있었다. 경매장에서 하현 때문에 진우는 체면을 아주 많이 잃었는데, 은아를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까지 더하니 진우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그는 여러 사람을 통해
“아니……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 말은, 이 시발놈을 망가뜨리면……”진우가 허둥대며 말했다. 방금까진 분명 정중하지 않았나? 변백범이 왜 갑자기 화가 난 거지? 설마 진짜 이 시발놈 때문에? 가령 18억이라 해도, 돈이잖아? 빛나는 돈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또 나한테 시발놈이라 했습니까?!” 백범이 한 발짝 앞으로 가 발을 뻗었다. 그의 부하도 따라 앞으로 오려 하자 그가 호통을 쳤다: “아무도 오지 마! 이 서 씨가 감히 나를 시발놈이라 불렀으니 내가 끝장을 내줄 거야!”“백범형 님, 형님을 시발놈이라 한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돈을 전하러 온 겁니다……”“형님, 돈을 더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될까요?”“형님, 왜 그러십니까! 백범형 님!”“아!”마지막으로 처량한 비명소리가 새어 나간 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양다리부터 머리까지 전해졌다. 지금껏 응석받이로 자란 진우가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겠는가? 그는 아프다 못해 맥없이 바닥 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도련님, 그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백범이 양손을 내리고 빠르게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지금 뭐 하는데? 돈은 걷기 시작했니?” 하현은 진우의 일에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진우는 그저 하찮은 인간일 뿐이었다. “내가 너를 그 자리에 앉힌 건 자원을 재통합하라고 그런 거지, 사람들을 괴롭히라고 그런 게 아니야.. 만약 이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못 하면 난 사람을 바꿀 수도 있어.”“도련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진짜 일부러 그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영업 중지했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만난 거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하현 앞에서 그는 제멋대로 굴지 못 했고 그의 얼굴은 마치 종이 호랑이 같이 새하얗게 질렸다. “알아서 가늠해. 나는 널 승진시켜줄 수도 있고, 모든 걸 잃게 만들 수도 있어. 선택은 너의 몫이야. 나 하현의 형제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어.” 하현은 말을 하
백범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씨 집안은 흑과 백 두 쪽의 사업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그 집안에 보안 회사가 하나 있는데 서울의 사업 반은 거의 독차지했습니다.”“이전에 하엔 그룹 사람이 투자를 철회했는데, 상황을 설명하러 간 직원 두 명 모두 얻어맞았습니다. 저희 쪽 사람이 재빨리 움직인 게 아니었다면, 그 두 직원은 아마 몸이 망가졌을 겁니다.”“하씨 집안을 건드린다고?” 하현은 깊이 생각해보았다. “백씨 집안의 간이 그렇게 크다고?”백범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백씨 집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백씨 집안에는 우지용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있어, 그들이 그렇게 거만하게 군 겁니다.”백범이 말하는 우지용은 서울 길바닥의 또 다른 거물이었고, 실력은 백범과 비슷했으며 둘 다 서로를 어찌하지 못했다.“그러니까, 우지용이 백씨 집안의 빽이라고.” 하현이 태연하게 말했다. “이 말을 하는 건, 네가 그를 처리하지 못하겠다는 거야?”“아닙니다.” 백범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만약 함부로 건드린다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겁니다. 도련님의 지시 없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우지용의 아지트가 어디인데?” 하현이 무심하게 말했다.“백씨 집안의 보안 회사 지하실에 있는데, 그곳은 지하 권투장입니다.” 백범이 대답했다.“그럼 오늘 밤 한번 가보지. 하엔 그룹의 일에 어떠한 문제도 생겨선 안 돼.” 하현은 태평해 보였다. 회사 일도 마무리하고 다른 일들을 처리할 때가 되었고,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네, 제가 오늘 밤을 위한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백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뭘 준비해? 우리 둘이 가면 되지, 저녁에 내가 데리러 올게.” 하현이 손을 뻗어 백범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지용 하나를 만나는 것뿐인데, 준비할 게 뭐가 있나?그가 플래티넘 호텔에서 걸어 나왔을 때, 진우는 여전히 바닥 위에 기절해 있었고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사람을 불러
오후가 되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아였다. 통화가 연결된 후, 은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 아까 하엔 그룹이 첫 번째 송금을 했어. 기회가 된다면 이 비서님한테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해줘.”“응?” 하현은 잠시 멍했다. 설마 은아가 뭐라도 알아차린 건 아니겠지.그러나 은아는 이어서 말했다. “그분이 당신 동창 아니야? 가능하다면 시간을 맞춰서 식사 대접이라도 같이 하자.”“일단 보고, 평소에 아주 바쁘다고 들었어.” 하현이 멋쩍게 웃었다.장난하나, 이 두 여자가 같이 식사하는 날에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하늘도 모른다.“맞다,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서 내가 조금 늦게 들어갈 수도 있어.” 하현은 다른 일이 떠올라 말했다.은아는 침묵을 유지하더니 잠시 후 작게 말했다. “오늘 밤… 내 방문… 아마… 아마도…. 잠그지 않을 거야…”“뚜뚜…”이 말을 끝으로 은아는 전화를 끊었다.한편, 하현은 눈앞이 반짝였다. 보아하니 오늘 밤 얼른 가서 그 우지용인지 뭔지를 처리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늦게 들어갔다가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손해 보는 것이다!......우지용은 서울의 거물 중 하나로, 원래 그는 싸움밖에 하지 않는 폭력배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백씨 집안이 그에게 들러붙은 이후로 돈과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지용은 빠르게 자신의 신분 세탁을 할 수 있었다.지용이 지금 달고 있는 직위는 백가네 보안 회사 선임고문이었지만, 그는 안정감이 없어서 보통 백가네 보안 회사의 몇 천 제곱미터나 되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다.이곳은 지용의 사는 곳일 뿐만 아니라, 그의 부하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지하 권투 경기가 열려 길바닥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신분과 금전을 봤을 때, 지용은 절대 뒤에서 하현이 지지해주고 있는 백범과는 비교가 안 됐다.하지만 단순히 사람, 단순히 동생들이 싸움을 잘하는지만 봤을 때, 백범은 지용만큼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기에, 이는 백범이
이 시각.지하 권투장의 VIP실 안, 비범한 품격의 노인이 한복을 입은 채 뒷짐을 지며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화가 난 듯한 얼굴을 보니, 이곳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골동품 감정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알아봤을 것이다. 그는 바로 안흥섭 어르신, 감정계의 조상급 인물이었다.서울에 그가 나타난 이유는, 그의 손에 매우 진귀한 문물이 하나 있었는데 감정하는 데 하현의 도움이 필요했다.하지만 오늘 밤 흥섭이 지하 권투장을 찾은 이유는 문물과 무관했고, 그저 옛 친구가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이 시각, 수정은 차가운 얼굴을 띤 채 그의 옆에서 같이하고 있었다.그 방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그들은 밑에 링 위에서 피 튀기게 펼쳐지고 있는 권투 경기가 잘 보였다.비록 그들은 명문 집안 출신이었지만, 골동품 대가로서 그들은 보통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알고 지냈기에 이러한 장소에 여러 번 왔었다.그렇지만 흥섭을 화나게 한 것은, 그 옛 친구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고 그를 거기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철컥 소리가 나더니, VIP실의 대문이 열렸다.지용이 웃으며 들어오더니, 그의 시선은 제일 먼저 차가운 얼굴의 수정에게 닿았다. 그런 다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러나 지용도 나름 길바닥의 거물이었기에, 강남에서 안씨 집안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힘겹게 시선을 도로 거둔 후 흥섭에게 허리 숙이며 말했다. “안 씨 어르신, 이번에 저희 삼촌의 이름을 빌려 어르신을 초대했는데, 어르신께 감정을 부탁할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건은 매우 특이해서 제가 함부로 들고 가지 못하겠으니, 어르신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흥섭은 원래 조금 화가 났으나, 이 말을 듣자 그의 눈앞이 반짝이며 말했다. “무슨 물건이죠?”“조선시대 물건인데, 상향옥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저도 그 진위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지용이 말했다.“상향옥…” 흥섭은 차가
이것은 이 지하 권투장에서 가장 특별하고 가장 피 끓게 하는 코너였는데, 바로 관객과 권투 선수 간의 교류였다. 관객이 피가 끓는 열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만약 관객이 이긴다면 적지 않은 상금을 챙길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거의 불가능했다.어쨌거나 관중은 관중인데, 어떻게 전문적인 권투 선수를 이기겠나? 이래 봬도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가서 놀다 올게.” 하현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하나 꺼내 얼굴에 착용한 후, 그의 오른손으로 링 위에 바닥을 두드리더니 반동을 이용해 위로 뛰어올라갔다.“보아하니 여기 신비로운 관객 한 분이 용기가 있으시네요, 첫 번째로 대게를 먹을 사람이 되고 싶다니.” 심판이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렇게 신비롭게 굴어서 뭘 하나? 어차피 이따가 이가 다 떨어지게 얻어맞을 것 아닌가? 저 철 가면을 쓴 사람도 결국 죽도록 얻어맞은 걸 보지 않았나?그러나, 이 녀석은 한 번에 링 위로 뛰어올라왔으니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때, 그가 권투 선수 옆으로 걸어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망신 당하지 말고. 이 녀석이 난장판을 벌이러 온 걸 수도 있어.”권투 선수는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 “안심해요, 팔뚝도 작고 다리도 얇아가지고, 내 주먹 한 방이면 하늘로 올려 보낼 수 있어요…”......VIP실.지용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안 씨 어르신, 공연 시작합니다. 아까 이 사람 보셨어요?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변백범입니다. 이 자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으실 수도 있지만, 서울 길바닥에서는 나름 유명한 사람입니다. 제가 몇 번 겨루어 봤는데 별 이득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밤에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난동을 부리려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매우 기대됩니다.”지용 뒤에 있던 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저 링 위에 있는 몸에는 근육도 얼마 없는데 설마 주먹 한 방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