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지용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멍청하지 않아서, 마스크를 끼고 링 위로 올라간 남자가 수정과 무슨 특별한 사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눈치챘다. 원래 그는 수정을 손에 넣을 기회가 아예 없었으나, 이제 그는 희망이 보였다.이 생각을 하자, 지용을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그런 다음 그는 수정을 곁눈질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예상대로라면, 이 여자는 오늘 밤 자신의 집에 누워있을 것이다.......링 아래에서, 백범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링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하현은 미친 것 같았다. 지용을 직접 찾아가 말을 나누는 것도 이런 상황보다는 훨씬 더 좋았다. 지금 이 상황을 봐서는, 하현은 죽음의 죽 자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듯했다.......링 위.하현은 무심하게 흰 붕대를 가져와 자신의 팔에 감았으며,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한편, 그 권투 선수는 웃을락 말락 하현을 주시하고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내가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빈 다음 제 발로 링에서 내려갔을 거예요. 어쨌거나 내 두 주먹은 장난하는 게 아니라, 손을 뻗게 되면 가벼움과 무거움을 조절할 수 없게 돼요. 잘난 척하려고 하다가 나한테 죽도록 얻어맞으면 억울하지 않겠어요?”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권투 선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권투 선수의 미소가 사라지고, 뒤이어 두 다리가 힘 있게 뻗어 나오더니 그가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하현은 왼쪽으로 가볍게 움직여 스트레이트 펀치를 피했는데, 결국 이 선수가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에 빠르게 다시 다리를 접지 못해 하현을 빗겨 나갔다. 하현의 얼굴은 싸늘해 보였다. 그 선수가 치명적인 빈틈을 보인 순간, 하현이 오른손으로 훅 펀치를 해 상대의 얼굴을 날렸다.거대한 힘이 충돌해와 그 선수는 자신의 이가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그는 몸을 제어하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는데
이 말을 마치고, 지용의 눈빛은 매우 어두웠다. 아까 하현에게 빠르게 제압되었던 권투 선수는 사실 이 지하 권투장에서 상당히 유명했고 연속으로 열 경기를 이긴 적이 있었다. 비록 그는 이곳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중상위권의 수준은 되었다.그를 짓누를 수 있는 실력을 소유한 자를 찾으려면 조금 어려웠다.“수정 씨, 이 다음에 제가 내보낸 자는 보통 사람이 아닌데, 제게 미리 하실 말씀이 있나요?” 안색이 급격히 바뀌더니, 지용은 흥미롭게 수정을 쳐다보았다.수정은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 대표님, 당신 사람은 아까 졌어요…”“맞아요, 제 사람이 졌죠. 하지만 수정 씨에게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가 당신을 실망시켜드릴 수는 없죠.” 지용이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하시죠, 멈추고 싶다면 수정 씨가 즉시 말씀하시면 됩니다.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몰라요.”말을 끝마치자, 지용은 핸드폰을 들어 한 번호로 전화를 한 후 덤덤하게 말했다. “좀 잘하는 사람을 올려보내. 하지만 이 녀석은 우리 VIP가 아는 사람이니, 조심히 행동해야 해!”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지용은 일부러 수정을 향해 웃어 보였다. 수정은 억지로 웃었지만, 현장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링 위.심판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현을 보며 말했다. “친구, 다음 경기에 우리 쪽에서는 고수를 내보낼 거야. 그만하고 싶으면 지금 아직 기회가 있어. 안 그러면 심각한 부상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일절 책임지지 않을 거야.”스태프는 지용의 지시를 몰래 받았지만,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했다. 그가 지금 하현을 죽이려고 해도, 연출을 잘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함부로 관객을 때려 죽이는 것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 고소 당할지도 모른다.하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들 대장이 이미 봐주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당신들 개나 소나 나를 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옛날에 내가 부산에서 이런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실전파 고수들은 대부분 이런 무술에 몸담은 지 오래됐어요. 비록 소설이나 영화처럼 지붕 위로 날라다니고 벽을 타는 능력은 없지만, 일 대 백으로 싸우는 것은 전설이 아니에요.” 흥섭은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지용의 얼굴이 더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흥섭은 신날수록 자신이 창피했다.한편 수정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고,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무시무시한 권투 선수 두 명이 맥을 못 추다니, 이 남자는 정말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이런 사람은 절대 머저리일 수가 없었지만, 그는 흔쾌히 데릴사위가 되어 모든 서울 사람이 비웃는 쓰레기가 되었다. 도대체 왜?설마 여자 하나 때문인가? 하지만 하현은 그의 아내와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는데 그녀의 손도 잡아보지 못하지 않았나?수정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몰랐다.수정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모습을 보이자, 지용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는 수정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심지어 하현의 목숨을 이용해 이 여자를 협박하려고 했지만, 지금 그는 창피함을 느꼈을 뿐이다.오늘 밤 만약 이 난장판을 벌이러 온 머저리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지용은 더 큰 창피함을 느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다시 전화를 걸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자를 내보내!”링 위, 심판의 낯빛이 원래 굉장히 어두웠지만, 전화 한 통을 또 받으니 그의 안색이 많이 환해졌다.지용 형님께서 결심하신 것 같군. 오늘 밤 제일 강한 무기를 꺼내고 제일 강한 권투 선수를 내보내도, 이 권투장이 망신을 당하면 안 된다!심판은 링 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전화를 끊었다. 지용이 지금 극도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아챘다. 만약 자신이 또 한번 이 눈앞에 있던 마스크 낀 사람을 처리하지 못하고 권투장의 체면을 무너뜨린다면, 자신의 알량한 목숨도 내다버려질 수가 있었다.그런데 지금 지용
일반적으로, 세오는 일주일에 두세 번 밖에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세오가 뛰는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운이 좋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매일 이곳에 오는 것은 그가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세오의 경기는 굉장히 잔인하고 폭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화려했기 때문에, 마치 친선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전파였기에 매우 흥미로웠다.“도세오가 나온다고?’“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니고 관중도 많지 않은데, 권투장 측에서 왜 이렇게 준비했지?”“만약 권투장 사람이 아니라면, 도세오가 나오면 저 사람은 정말 끝장 날 거야. 들은 바로는 저번에 도세오가 직접 상대의 손가락을 하나 하나 부러뜨려서 상대가 완전 몸을 버리게 됐대!”“오늘 이렇게 재미난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여기 온 보람이 있어!”관중석의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하나같이 흥분했고 하나같이 기대했다.반면, 백범은 세오가 바로 지용 측에 제일 무서운 권투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이 경기를 저지할 수 없었고, 지금 하현은 지용의 얼굴을 땅바닥에 놓고 밟아 문지르고 싶어할 정도였으며, 패배를 인정하고 떠나고 싶다고 해도 지용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관중석의 분위기는 달아올라 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외쳤으며, 그 소리가 VIP실까지 전해졌다.수정은 이러한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우 대표님? 이 도세오라는 분이 강한가요?”지용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세오는 내 밑에 있는 이들 중에 가장 강한 권투 선수입니다, 유일무이하죠. 이 친구가 여기서 출전한 기록이 많지는 않고 일주일에 가끔 한 번씩 경기에 뜁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을 위해 우리는 그에게 백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수정 씨, 그 백만 원이 적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래 봬도 아랫사람들에게는 몇달 치 생활비입니다.”“그리고 세오는 제 값을 해요. 그 이유는 세오가 현재까지
바로 뒤이어서, 붕대를 아직 다 감지 않은 세오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려갔다. 하현도 왼발바닥으로 땅을 한번 밟더니 몸이 앞을 향해 뛰쳐나갔다.사방의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잠시 숨을 참았다.VIP실에 있던 흥섭은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고, 수정은 긴장한 얼굴이었다.여태까지 웃고 있던 지용조차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얼굴을 내비쳤다.절대적인 고수 두 명이 결투 중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오가 이 지하 권투장에 나타난 이후, 처음으로 이런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이러한 결투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퍽!”둘 다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는데,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를 날렸다.그러자 하현은 자신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린 것을 느꼈을 뿐이고, 가슴을 후벼 드는 아픔이 밀려왔다. 어쨌거나 그도 훈련을 안 한지 3년이나 되었으니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세오는 그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오른손이 아프다고 해도, 이 순간 하현은 많은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동공조차 변함이 없었다.반대편에 있던 세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주먹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은 이번 생에 처음 만났다. 이건 단순히 힘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능력이 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한 방을 맞은 일반 권투 선수의 오른손은 아마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다른 권투 선수들은 링 밑으로 나와 구경했다. 문외한은 사물의 겉모습을 중시하지만, 전문가는 사물의 핵심을 중시한다더니, 거의 모든 선수가 지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이 자식이 감히 도세오랑 주먹을 맞대?!”“그럴 수가? 도세오 저 녀석의 주먹 힘은 400 킬로그램에 가까운데, 주먹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능하겠니?”“근데 이놈도 그렇게 큰 부상은 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이게 바로, 도련님의 실력…” 백범은 차가운 한숨을 들이쉬며 끊임없이 눈가를
“재미있네요. 도세오의 이 한 방은 아마 권투계 세계 챔피언 수준일 거예요. 이 힘은 400킬로그램에 가까울 겁니다…” 흥섭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역시 안 씨 어르신께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지용이 알랑거렸다. “이 주먹 한 방을 맞으면, 일반인은 갈비뼈 몇 개가 부러지고 보름 정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간도 크지, 감히 두 팔로 세오의 주먹을 막다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녀석 양손의 뼈가 이미 부러졌을 거예요!”지용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보였지만, 뒤이어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링 위에서 하현은 양팔을 천천히 거두었고, 아주 격렬하게 떨고 있었지만 분명 아직 부러지지는 않았다.지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것은 마치 하현이 그의 뺨을 미친듯이 때리는 것과 같았다.흥섭은 웃을락 말락 말했다. “우 대표님, 대표님의 판단이 틀리신 것 같네요. 이 녀석은 우리의 예상을 좀 뛰어넘었어요. 아까 그 자세로는 힘을 벗겨낼 수 없었고, 오히려 도세오의 주먹 힘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인 거예요. 꽤 하는데요…”지용은 어두운 안색을 띤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잠깐 힘을 벗겨낸 것이라고 해도, 이 상태로는 이미 힘이 빠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아마도요. 어쨌든 간에, 일단 계속 지켜보죠.” 흥섭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내비쳤고, 지금 그는 하현에게 더 큰 관심이 생겼다.링 위, 세오는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목을 살짝 꺾었고, 동시에 인정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세오의 폭탄 같은 주먹에 이미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지만, 하현은 그러지 않았다. 비록 그의 두 손은 계속 떨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이상은 없었다.“꽤 하네. 내 한 방을 먹고도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니, 점점 인정하게 되네.”하현은 양손을 가볍게 털며 태연하게 말했다. “너 같은 사람은 정말 대단해. 여기 지하 권투장에 와서 먹고 살고, 인재를 썩히고 있어. 우리 쪽으로 넘어
“네가 졌어.” 하현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세오가 쓰러지지도 않았고 의식을 잃지도 않았지만, 맞붙어 싸운 두 사람 잘 안다. 아까 격투를 했던 이들 중에서 세오가 이미 패배했다는 걸.세오의 초강수가 하현을 반 보도 물러나게 하지 못했지만, 하현의 발차기 하나는 세오가 세 걸음 물러서게 하였다. 실력 차이가 현저했다.세오는 차가운 안색을 띠더니 곧장 뒤돌아서 심판을 향해 말했다. “내가 졌어요. 이번 경기의 돈은 받지 않을게요.”심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세오가 패배를 인정한다고? 그 권투장에서 또 누가 이 깽판 치러 온 자식을 말릴 수 있겠나?하현은 여유롭게 두 손을 흔들며 덤덤하게 말했다. “더 강한 사람이 또 있나? 없으면 우지용을 데려와…”“너…” 심판의 눈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 녀석은 너무 거만하다. 물론, 이 상황의 하현은 거만하게 굴 자격이 있었다.“쨍그랑!”VIP실 내, 지용은 힘차게 일어나며 손에 들고 있던 크리스털 잔을 한손으로 깨뜨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순간에도 그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살기가 충만했다.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르는 자식이 감히 도세오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순간, 지용이 걱정하는 것은 표면의 일이 아니라, 이놈이 깽판을 치러 왔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를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은 과연 무슨 결과를 초래할까?“뒷정리할 자들을 준비시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 그 녀석을 처리해!” 잠시 후, 지용이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지시했다.말을 끝마치자, 지용은 일어나서 흥섭과 수정을 흘깃 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두 분이 잠시 억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러 왔고 두 분이 아시는 자이니, 잠깐 자리를 지키셔야 할 것 같습니다.”수정은 얼굴을 찌푸렸다. 비록 그녀는 마음 속으로 하현을 걱정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쌀쌀맞게 말했다. “우 대표님,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당신 삼촌 때문이에요
말을 하던 중, 지용이 손을 흔들자 그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쇠파이프를 들며 말했다. “형님, 저번에 어떤 놈이 우리 권투장에 와서 10연승을 하면 잘난 척할 수 있다고 착각했는데, 결국 뭘 몰랐던 거죠. 바로 여럿이 한 사람에게 덤벼들면 당해 낼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우리한테 얻어맞고도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았어요!”“들었죠? 도세오를 물러서게 한 건 대단하다고 인정할게요. 변백범을 뒤에 서게 한 것도 보통이 아니에요. 그런데 문제는, 당신들 둘이 내 구역에서 허세를 부릴 건 또 뭔데요?” 지용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듣기로는 백씨 집안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더니, 우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나 봐요?” 하현도 헛소리 지껄이기 귀찮아 곧장 말했다.이 말을 듣자, 지용은 살짝 인상을 쓰더니 웃으며 말했다. “형님, 몸이 망가진 두 부하를 위해서 그렇게 거창하게 할 필요가 있나요? 야, 돈 가져와 봐, 치료비는 갚아야지.”“네, 형님!” 부하 한 명이 가방 두 개를 들고 걸어오더니 지용 앞에서 펼쳐보았다.지용은 무심하게 안에서 돈 한 다발을 꺼냈는데, 전부 천 원짜리 지폐였다. 그런 다음, 그는 오른손을 털더니 파랑색의 종이 조각들이 하늘에서 흩날리고는 권투장에 떨어졌다.“이건 3천만 원이에요. 당신들 두 부하의 치료비를 갚는 거라고 생각해요. 백범 형님께서 오셨으니, 체면을 세워드려야죠.”지용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체면이라는 것은, 상호작용을 하는 거예요. 내가 돈을 갚으면, 당신들도 사과를 해야죠. 무릎 꿇어서 이 지폐들을 모조리 주운다면, 돈을 가지고 꺼져도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쿵!”지용이 발길질을 하자, 그의 옆에 있던 의자가 순식간에 날아가 땅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그의 부하들도 재빨리 흩어져 하나같이 쇠파이프를 들고 냉기를 품었다.하현은 바닥에 있는 돈을 한번도 보지 않고 계속해서 냉랭하게 말했다. “우지용, 당신에게 기회를 안 줬다고 탓하지 말아요. 앞으로 백씨 집안의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하현 형님! 무슨 일 있어요!”맞은편 간석준이 반응을 보였다.그의 번호는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하현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챘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석준, 오랜만이야. 꽤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지. 원래는 금정 간 씨 가문 계승자인 당신을 귀찮게 할 일이 없었는데...”“오늘 작은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그래서 뭐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혹시 간소민이라는 사람 알아?”“그녀가 날 잡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게 당신 뜻이라고 하던데.”“혹시 내가 대구를 떠난 지 좀 되었다고 당신이 내 뒤통수를 치려는 건 아니지?”“형님을 건드려요? 간소민이?”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간석준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그럴 일 없어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난 형님을 알고부터 지금까지 줄곧 깍듯이 대했어요.”“간소민은 우리 간 씨 가문에서는 저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평소에 우리 금정 간 씨 가문 간판을 걸고 여기저기서 잘난 척하고 다니는 걸 좋아하죠.”“그 천한 것의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 천한 것을 당장 형님 곁에서 쳐내버릴 테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간석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자 바로 간소민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간소민은 멍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보았다.절망적인 얼굴이었다.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간석준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말했다.“왜 그래? 당신이 그렇게 애타게 외치던 간석준인데 안 받아?”“설마 죽이기라도 하겠어?”간소민은 하현의 말에 깜짝 놀라 온몸이 벌벌 떨렸다.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이놈이 하수진과 오빠 동생하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간석준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대하에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설령 있다고 해도 절대
하현은 경호원들을 쓰러뜨린 뒤 사소민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손에 놓은 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이것은 자업자득인가?그것도 이렇게 빨리?간소민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현이 자신의 얼굴을 건드리는 것을 피하려 애쓰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전화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왜? 금정 간 씨 가문 사람들도 두려워할 때가 있어?”“전화 못 받겠어?”“하현, 잘 들어! 하수진이 당신 편에 서 있다고 해서 당신이 감히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당신이 조금도 두렵지 않아!”간소민은 위엄이 가득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우리 금정 간 씨 가문의 이익과 법을 지키기 위해서야!”“난 도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뿐이야!”“그래서 난 당신이 조금도 두렵지 않아!”이때 김탁우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엄중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간소민 말이 맞아. 무고한 사람들의 정의를 위해 당신처럼 법과 도리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철저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걱정하지 마. 이 일에 있어 우리 금정 김 씨 가문은 언제나 금정 간 씨 가문과 같은 편에 서겠어!”“난 하수진이 10대 가문 사람도 아니고 5대 문벌 사람도 아닌 놈을 위해 우리들과 맞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김탁우는 하현에게 눈초리를 흐리며 노려보았다.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손을 빌려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어쨌든 그는 원가령의 마음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손을 쓰는 것은 그다지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둘 다 참 재미있군!”“체면을 위해서라면 청부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한 사람을 비호하려는 인간들이 입만 열면 법이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떠드는군!”“이건 뭐 바람을 피워 놓고 사랑이었다고 떳떳하게 큰소리치
”오호? 누가 내 뒷배가 되어 주겠냐고 물었어 지금? 나한테 당신이 감히?”간소민은 비꼬듯 냉소를 흘렸다.“당신이 알고 싶다면 내가 가르쳐 주지!”“항도 하 씨 가문에서 내 뒷배가 되어 준 사람은 하수진이야!”“항도 하 씨 가문 차세대 권력자!”“이제 좀 무서운 걸 알겠어?”“그럼 어서 내 앞에서 무릎 꿇어야지!”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수진? 무섭지. 보아하니 이쯤에서 내 여동생을 데려와야겠군.”“난 다른 건 가진 게 없지만 내 여동생 하나만큼은 괜찮거든.”“내 여동생은 아주 능력이 출중해.”“센 척하기는!”“아직도 여자 덕에 먹고사는 버릇을 못 버렸군!”간소민은 경멸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그저 내 앞에서 허풍이나 떠는 당신한테 어떻게 그런 대단한 여동생이 있겠어?”하현은 싱긋이 웃으며 사소민 앞에서 누군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연결했다.곧 전화기 맞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바쁜 와중에 전화를 다 주시고, 무슨 문제라고 생겼어?”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수진, 너 같은 착한 동생이 항성에 있다는 걸 안 믿는 사람이 있어.”“그래서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거야. 물어볼 테니까 대답해 봐. 항성과 도성에서 네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하현의 말을 듣고 전화기 건너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러 나왔고 지금까지 득의양양했던 간소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하수진?착한 동생?그 자리에 있던 하객들에게 하현이라는 이름은 잘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실세인 하수진의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하수진은 항도 하 씨 가문을 휘어잡고 있던 하구천을 밟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항도 하 씨 가문 하문준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최고 실세였다.심지어 그녀는 항성과 도성에서 일인자라고도 할 수 있었다.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며칠 전에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한테 이치를 따지려는 거야?”“좋아. 당신들이 이렇게 이치를 따지고 드니 나도 당신들한테 이치대로 말해 주지!”“간소민이라고? 내가 왜 양 씨 가문 노부인과 양호남, 양신이를 데리고 가려는지는 안 묻는 거야?”“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아니면 원 씨 모녀의 말만 듣고 나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싶은 거야? 나를 괴롭힐 작정으로?”간소민은 냉소를 흘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양 씨 가문 세 사람이 사람을 죽였든 불을 질렀든, 그 어떤 나쁜 짓을 했든 그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그들이 이 배에 올라탄 이상 난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야!”“여기선 누구도 내 앞에 와서 함부로 굴 수 없어!”“관청에 신고하고 싶으면 해! 고소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행패를 부릴 자격은 없어!”“게다가 지금 당신의 행동은 우리 대하의 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거야!”“간단히 말해서 당신은 지금 꼼짝없이 잡히거나, 아니면 나중에 총에 난사되어 죽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하현은 심드렁하게 웃으며 냉담하게 말했다.“듣자 하니 당신이 금정 사 씨 가문 사람이라던데 말이야. 금정 간 씨 가문은 항성과 도성의 일에는 관여하지 못해.”“당신네 간 씨 가문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부로 위세를 떨면 안 되지!”“그래?”간소민은 냉소를 흘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하현의 귀에 대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야? 아니면 머리가 모자란 거야?”“당신 설마 5대 문벌이 본디 한 가지에서 뻗어 나왔다는 걸 모르는 거야?”“금정 간 씨 사람들이 항성과 도성에 오면 당연히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우리 뒤를 봐주는 거야!”“내가 여기에서 당신 같은 사람 한 명 죽이는 데는 전화 한 통이면 끝나!”하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협박하는 거야? 항도 하 씨 가문? 아이구 무서워라!”“뭐지? 지금 날 비웃는
하현의 옆에 서 있던 최영하는 안색이 살짝 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 여자는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야.”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옛날 고전 시구에도 나오는 그 간 씨 가문 말이야?”“응...”하현이 최영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까 그 배가 나온 남자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왔다.“간소민, 마침 잘 왔어!”“이 놈이 글쎄 퀸 다이아몬드호에 무단으로 침입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리고 납치하려고 했어. 그리고 우리 육사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어.”“간 씨 가문과 김 씨 가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니까!”“이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부디 잘 좀 처리해 줘! 부탁해!”“이번에 우리는 미국에 조사차 나가는 거야. 사 씨 가문의 극진한 초청으로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 유람선을 탔어!”“그런데 우리가 이런 괴롭힘을 당했으니 당신이 나서줘야 하지 않겠어?!”다른 손님들도 간소민이 왔으니 이제 자신들이 만신창이가 되는 일은 면했다고 생각했다.김탁우도 눈을 가늘게 뜨고 난간에 기대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소민, 이분들 하는 말 다 사실이야.”“지금은 내가 유람선 주인이긴 하지만 이 유람선은 곧 당신네 간 씨 가문에 인수되기로 했잖아.”“누군가가 우리 유람선에 무단으로 침입했어. 이건 우리 김 씨 가문 체면이 구겨지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네 간 씨 가문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되는 거야, 안 그래?”사람들의 말을 듣고 노부인과 양호남, 양신이는 이제 자기들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그들의 눈에는 희망의 빛으로 흘러넘쳤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사소민과 원천신을 바라보았다.이때 원천신도 거들고 나섰다.“간소민, 바로 이 남자야. 우리 모녀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내가 금정 간 씨 가문과 친하고 간소민 당신이 내 뒤에 있다고 진작에 이 사람들한테 말했어!”“그런데도 하현은 간소민이 뭐라도 되느냐며 콧방귀를 뀌었지!”
”감히 날 때려!”육사빈은 이를 악물고 일그러진 얼굴로 포효했다.그녀는 하현과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했지만 그녀는 몸을 움찔하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기절했다.하현에 맞서려던 그녀는 결국 만신창이가 되었다.하현은 널브러진 육사빈을 외면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2층을 바라보았다.2층에 있는 고수들이 얼른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런데 방금까지도 살기를 내뿜었던 고수들이 지금은 하나같이 살기를 거두며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없었다.마치 그들이 그곳에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하 씨! 당신 정말 제멋대로군! 건방이 하늘을 찌를 태세야!”하현이 육사빈을 날려버린 것을 보고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분노에 들끓었다.하현의 수중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붙잡혀 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이판사판, 다 함께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것인가?!“하현,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당신이 이렇게 한 결과가 어떨 거라는 거 알고나 있는 거야?”“육사빈은 당신이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알아?”원가령은 하현이 제멋대로 활개를 치는 것을 도저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큰소리로 떠들썩하게 소리쳤다.자신의 약혼식에서 하현은 철저히 자신의 발아래 놓인 개가 되어야 했다.하현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하현이 자신 앞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잘못을 인정하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를 바랐던 것이다!하현은 원가령이 소리를 치든 말든 조금도 상대하지 않고 손짓을 하며 뒤로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이를 지켜보던 김탁우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그는 왼손을 들어 부하들을 향해 바로 출동하라는 손짓을 했다.“김탁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놈이 당신 구역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다니!”“이젠 내가 나서서 해결해 줄게!”바
김탁우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육사빈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온 고수였고 천문채의 10대 젊은 고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그가 이런 거물급 고수를 곁에 두는 데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그런데 이런 거물급 고수가 하현의 공격에 날아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육사빈! 괜찮아! 괜찮은 거지?!”김 씨 가문 경호원들이 아연실색하며 상처투성이가 된 육사빈을 일으켜 세웠다.원가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계속 떨렸고 곱고 세련되게 화장한 얼굴엔 온통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존재가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김탁우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봐! 어서 빨리 육사빈의 상처를 치료해!”“저... 괜찮습니다!”부축을 받은 육사빈은 사방에서 몰려든 동료들을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흉악하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이윽고 그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이 자신의 뺨을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내 얼굴을 날려버리다니!”“하 씨!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나 해?”“내가 누구의 제자인지 알기나 하냐고?”육사빈은 하현이 자신의 뺨을 날린 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방금 하현의 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대로 있기에는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간단히 말해, 방금 일어난 일은 그녀가 부주의했기 때문일 뿐이다.그녀의 배후에는 무학의 성지인 서문 천문채가 있고 그녀의 실력이 충분히 하현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똑똑히 보여주어야만 했다.상위 10대 가문, 5대 문벌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를 만나면 함부로 굴 수 없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레 닦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간에.”“내 사람을 건드리는 건 절대 용서 못 해!”“당신 같은 허수아비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의 그 잘난 서문 천
황천화는 표정이 냉랭해졌다.“이년! 감히 나한테 손을 대? 죽여버릴 테야!”말을 하면서 황천화는 허리춤에 있던 남양칼을 빼들려고 했지만 하현이 살며시 그의 손을 제지했다.감탁우가 실력을 인정하며 든든해하는 눈빛을 보이자 육사빈은 더욱 거만해졌다.그녀는 눈앞의 사람들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빨리 무릎 꿇지 않고 뭐 해?!”“하현, 잘 봤지! 이 분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온 육사빈이야!”“육사빈은 무도 고수일 뿐만 아니라 김탁우의 경호원이기도 해!”“그녀는 당신이 지금까지 먹었던 밥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어!”원가령은 참 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가리켰다.“만약 당신이 육사빈을 화나게 한다면 정말 뼈도 못 추릴 거야!”“육사빈이 당신을 죽이려 해도 아무도 못 말릴 거야!”“무학의 성지, 서남 천문채?”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육사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내가 누군지 몰라? 감히 나한테 덤벼?”“당신이 무슨 대하 무맹 대표라며?”육사빈이 코웃음을 쳤다.“대하 무맹도 결국 우리 무학의 성지에서 나온 괴뢰 조직일 뿐이야!””당신이 나와 싸울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무릎 꿇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어서!”말을 마치자마자 육사빈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렇군. 난 괴뢰 조직의 대표였군.”“그렇다면 나 같은 꼭두각시 대표가 무릎을 꿇기 전에 먼저 당신 뺨을 한 대 때리는 건 어떨까?”하현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발짝 내디디며 순간적으로 육사빈의 얼굴에 손바닥을 날렸다.장풍이 휘몰아치며 육사빈을 향해 돌진하는 하현의 기세가 어마어마했다.“감히 나한테 덤벼들어? 죽고 싶어?”육사빈은 눈썹을 곤두세우며 노여움을 참지 못했다.대하 무맹의 대표가 감히 무학의 성지에서 온 고수한테 덤비다니!그야말로 죽고 싶어 환장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얼굴에 한껏 냉소를 띤 육사빈은
”허허!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배짱이 좋은 거야?”“그저 한 가지 재주만 있으면 세상 두려운 줄을 몰라!”“이렇게 김탁우를 무시하다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바로 그때 2층에서 무도복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비즈니스 거물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높은 곳에서 굽어보듯 하현을 내려다보았다.그녀의 옷차림은 말끔하고 고풍스러운 기품이 풍겨서 딱 봐도 강호의 협객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까무잡잡한 피부와 손에 살짝 보이는 굳은살이 그녀가 무도 고수임을 말해 주었다.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그녀는 오른손을 난간에 대고 다리를 훌쩍 뛰어서 순식간에 하현 앞에 떨어졌다.그 몸놀림이 안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그녀는 허리춤에 장검을 차고 있었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녀가 마치 무협 드라마에서 방금 현실로 튀어나온 줄 알 정도였다.짧은 머리 남자는 이 여자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흠칫했다.“육사빈, 어서 저들을 죽여!”“이 개자식들이 감히 우리 김탁우 도련님을 못살게 굴었어.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라고!”황천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눈앞의 이 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길 막지 말고 저리 가!”“길 막지 마?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육사빈은 냉소를 흘리며 황천화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내가 당신들한테 1분의 시간을 주겠어. 사람을 놓아주고 무릎을 꿇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해. 당신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김탁우한테 맡기겠어.”“지금 당장 당신들을 죽이진 않겠어!”“하지만 내 말을 거역한다면 당신들은 당장 손발이 잘려서 저 바다의 물고기 밥이 될 거야!”말을 마치며 육사빈은 앞으로 나와 사나운 기운을 풍겼다.순간 그녀의 모습은 마치 소인국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거인 같았다.하현은 그녀의 풍채에서 위험한 기운을 느꼈지만 별다르게 신경 쓰지는 않았고 웃는 듯 마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2층 쪽을 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