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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7-17 16:30:05
바로 뒤이어서, 붕대를 아직 다 감지 않은 세오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려갔다. 하현도 왼발바닥으로 땅을 한번 밟더니 몸이 앞을 향해 뛰쳐나갔다.

사방의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잠시 숨을 참았다.

VIP실에 있던 흥섭은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고, 수정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여태까지 웃고 있던 지용조차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얼굴을 내비쳤다.

절대적인 고수 두 명이 결투 중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오가 이 지하 권투장에 나타난 이후, 처음으로 이런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결투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퍽!”

둘 다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는데, 특별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러자 하현은 자신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린 것을 느꼈을 뿐이고, 가슴을 후벼 드는 아픔이 밀려왔다. 어쨌거나 그도 훈련을 안 한지 3년이나 되었으니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세오는 그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른손이 아프다고 해도, 이 순간 하현은 많은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동공조차 변함이 없었다.

반대편에 있던 세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주먹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은 이번 생에 처음 만났다. 이건 단순히 힘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능력이 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한 방을 맞은 일반 권투 선수의 오른손은 아마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다른 권투 선수들은 링 밑으로 나와 구경했다. 문외한은 사물의 겉모습을 중시하지만, 전문가는 사물의 핵심을 중시한다더니, 거의 모든 선수가 지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자식이 감히 도세오랑 주먹을 맞대?!”

“그럴 수가? 도세오 저 녀석의 주먹 힘은 400 킬로그램에 가까운데, 주먹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능하겠니?”

“근데 이놈도 그렇게 큰 부상은 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게 바로, 도련님의 실력…” 백범은 차가운 한숨을 들이쉬며 끊임없이 눈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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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네요. 도세오의 이 한 방은 아마 권투계 세계 챔피언 수준일 거예요. 이 힘은 400킬로그램에 가까울 겁니다…” 흥섭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역시 안 씨 어르신께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지용이 알랑거렸다. “이 주먹 한 방을 맞으면, 일반인은 갈비뼈 몇 개가 부러지고 보름 정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간도 크지, 감히 두 팔로 세오의 주먹을 막다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녀석 양손의 뼈가 이미 부러졌을 거예요!”지용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보였지만, 뒤이어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링 위에서 하현은 양팔을 천천히 거두었고, 아주 격렬하게 떨고 있었지만 분명 아직 부러지지는 않았다.지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것은 마치 하현이 그의 뺨을 미친듯이 때리는 것과 같았다.흥섭은 웃을락 말락 말했다. “우 대표님, 대표님의 판단이 틀리신 것 같네요. 이 녀석은 우리의 예상을 좀 뛰어넘었어요. 아까 그 자세로는 힘을 벗겨낼 수 없었고, 오히려 도세오의 주먹 힘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인 거예요. 꽤 하는데요…”지용은 어두운 안색을 띤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잠깐 힘을 벗겨낸 것이라고 해도, 이 상태로는 이미 힘이 빠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아마도요. 어쨌든 간에, 일단 계속 지켜보죠.” 흥섭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내비쳤고, 지금 그는 하현에게 더 큰 관심이 생겼다.링 위, 세오는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목을 살짝 꺾었고, 동시에 인정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세오의 폭탄 같은 주먹에 이미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지만, 하현은 그러지 않았다. 비록 그의 두 손은 계속 떨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이상은 없었다.“꽤 하네. 내 한 방을 먹고도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니, 점점 인정하게 되네.”하현은 양손을 가볍게 털며 태연하게 말했다. “너 같은 사람은 정말 대단해. 여기 지하 권투장에 와서 먹고 살고, 인재를 썩히고 있어. 우리 쪽으로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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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하며, 지용이 박수를 치자 권투장 안의 티비에서 어떤 장면이 하나 보였다. 흥섭과 수정이 의자에 묶여 있었는데, 흥섭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옆에 있던 지용의 부하 한 명의 쇠파이프에 맞아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안 씨 어르신은 안씨 집안의 어르신인데, 감히 어르신을 건드려요?” 하현은 이 장면을 보자 믿기지 않은 듯한 얼굴을 내비쳤다. 우지용 이놈의 간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안흥섭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를 건드렸다가는, 안씨 집안이 그를 죽이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 아닌가?“내가 왜 건드리지 못해요? 이 노인네를 죽일 뿐만 아니라, 저 어린 애도 내 침대 위로 던져서 실컷 갖고 논 다음에 사람을 시켜 아무 골목에다 버려도 누가 내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겠어요?” 지용이 싸늘하게 웃었다. “지금 당신에게 기회를 줄게요. 저 사람들이 살기를 바란다면 꼼짝도 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저 사람들이 죽는 걸 두 눈을 똑똑히 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도 당신 애인인데…”여기까지 말하자, 지용이 자신만만하게 음흉한 웃음을 터뜨렸다.하현은 심호흡을 하며 이마를 살며시 찌푸리더니 말했다. “우지용, 당신과 나 사이에 그저 사소한 일이었을 뿐인데, 뭐 하러 외부인을 끌어들여요? 조건을 하나 걸죠. 다른 사람은 놓아줘요. 특히 안 씨 어르신은 연세가 있으시니,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은 목숨줄 열 개로도 죗값을 치르지 못할 거예요!”“하하하…” 지용이 고개를 들어 폭소를 터뜨렸다. “저 두 사람을 인질로 삼을 엄두가 있으니, 죽일 엄두도 있죠!”“하현, 당신 눈에 내가 무슨 찌질이로 보여요? 우리는 길바닥에서 놀고 지내요. 뇌를 허리띠에 매달은지 한참이라고요! 당신이 무슨 출신이든 상관 안 해요. 나한테 무릎 꿇던지 죽던지, 저 두 사람도 당신이랑 같이 묻어줄게요!” 지용이 냉소를 지으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현이 무슨 배경을 가지고 있든, 이곳에서 그는 두 사람 밖에 없었다.반면, 지용은 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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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인 어쨌든 전 진심으로 한 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지금까지 저와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지 않습니다.”“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어요. 어르신을 공경하는 제 마음을 곡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하현이 웃는 모습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게다가 옛날에는 추수가 끝나면 참수를 앞둔 죄인에게도 한 끼의 따뜻한 밥을 주었다고 하지 않습니까?”“정말 안 드실 겁니까?”“요리가 너무 화려해서 제가 82년산 마오타이를 하나 준비했습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마오타이 한 잔을 따라주었다.맑은 호박색을 띤 술은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하현이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자신에게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고 노부인은 쌀쌀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씨! 사람을 죽이려거든 그냥 죽이면 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수작을 벌이려고 하는 거야?!”“네놈은 정말 개자식이야!”“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내가 못할 말이 뭐 있겠어?!”“내가 남해 칠절에게 이천억을 줬어! 그뿐만 아니라 네놈과 양제명을 죽여만 죽다면 양 씨 가문 재산의 절반을 떼어준다고 했어!”“그러나, 세상 일이란 모두 뜻대로 되는 법이 아니지.”“그러니 날 죽이려거든 얼른 죽여!”말을 마친 노부인은 죽음을 기다리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하현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사실 노부인은 청부살인을 모의했으니 살 길이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제가 노부인을 죽이지 않더라도 어차피 양제명 어르신이 노부인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다만 그 일을 하기 전에 제대로 얘기를 나눠야 할 것이 있습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노부인도 꽤나 똑똑하고 영민하신 분이죠.”“노부인도 아시다시피 양 씨 가문은 양제명이라는 전신만 있으면 천추를 누릴 만한 집안입니다.”“그런데 노부인은 주도적으로 나서서 양제명 어르신을 죽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양 씨 가문을 계승할 능력이 출중한 양유훤 같은 젊은 세대를 몰아냈어요.”“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 재벌 사위면 될까?   4055장

    ”좋아! 아주 좋군!”“하현이 여자들 덕에 먹고 산다더니 인정! 인정!”“이 정도 인물이라면 나도 구미가 당기는데!”“오늘 밤 금정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내가 금정에 좋은 의사들을 준비하고 몇몇 고수들한테 연락해서 당신을 치료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겠어.”“만약 회복되지 않는다면 당신한테 백억 줄게. 그걸로 당신은 남은 인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거야!”“아무튼 날 따르는 사람 중 그 누구도 피눈물을 흘리게 하진 말아야지!”육사빈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뭔가 알아차린 듯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고맙습니다!”“어쨌든 이 설은아란 여자를 직접 만나봐야겠어.”“내가 이런 여자와 잠을 자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현 그놈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겠어?!”김탁우는 마른 입술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육사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이 일이 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솔직히 말해서 대구 정 씨 가문이 아홉 번째 주인을 귀하게 여긴다면 직접 그녀를 금정에 보내 번거로운 일을 처리하도록 하진 않았을 거예요!”“어쩌면 그녀가 기꺼이 당신의 거처로 오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그러면 당신의 복수가 깔끔하고 시원하게 해결될 거예요.”육사빈의 말에 김탁우는 흡족한 듯 입을 크게 벌리고 껄껄 웃으며 스스로의 전략에 만족하며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바로 그때 코에 시퍼렇게 멍이 든 짧은 머리 남자가 깍듯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무성 서북 조 씨 가문 조한철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금정에 직접 한번 오시겠답니다...”...김탁우 측이 조한철의 전화를 받은 그 시각.빅토리아 항구에 정박 중인 또 다른 거대한 유람선에서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갑판 위에서 최고급 광동 요리가 줄지어 배달되었다.하현은 닭 다리를 하나 뜯은 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양 씨 가문 노부인의 그릇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자자, 노부인. 사양

  • 재벌 사위면 될까?   4054장

    육사빈의 말에 김탁우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자신이 오늘 크게 망신을 당한 것이 여자 덕이나 보고 사는 미친개한테 물린 거였다니!재수가 없어서 미친개한테 물린 것이었다.자신은 김 씨 가문 김탁우였다.양자라고 해도 신분은 여전히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높다.자신의 이런 신분으로 미친개 한 마리를 상대한다는 건 정말이지 망신스러운 일이다.다행히 스스로 적당히 하고 더 이상 사투를 벌이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미친개는 자신과 함께 싸우다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김탁우의 노여움이 한결 누그러들었다.하지만 그는 일어서서 커다란 창문으로 가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놈이 질투를 했든 분노에 휩싸였든 상관없어.”“하지만 그가 내 체면을 완전히 구겨 놓았으니 난 반드시 그놈을 죽여야겠어!”“그가 죽지 않으면 내가 가문에 돌아가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김탁우의 결연한 태도에 육사빈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김탁우, 걱정하지 마세요!”“이미 내 스승님께 말씀드렸습니다!”“내 스승님은 항상 저를 자기 자신처럼 여기셨습니다. 그는 제가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분노하셨어요!”“그는 이미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는 선배에게 어서 나서라고 하셨어요! 지금 그 선배는 곧 금정으로 올 거예요!”“당신 선배?!”김탁우는 눈꺼풀을 펄쩍이며 말을 이었다.“그 강호인들이 모두 일인자라고 치켜세우는 육성화?”김탁우는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서남 천문채는 금정에 외부 지사를 두고 있었다.금정은 서문 천문채가 외부에 두고 있는 가장 중요한 거점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이 금정에서 가지고 있는 세력과 역량은 가히 무섭다고 할 수 있다.서남 천문채에서 나온 고수들은 항상 금정 귀족 가문들의 귀빈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평범한 제자들일 뿐이었다.김탁우는 서남 천문채의 육성화가 가히 막강한 실력을

  • 재벌 사위면 될까?   4053장

    육사빈의 말에 김탁우의 몇몇 측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김탁우는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대체 정체가 뭐야?”육사빈은 태블릿 PC를 꺼내 들며 말했다.“하현은 데릴사위입니다.”“그의 아내는 10대 최고 가문 중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주인이 된 설은아입니다...”“하지만 확실한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이혼한 사이인 것 같습니다...”육사빈이 하현의 신분에 대해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김탁우가 말을 끊고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육사빈, 당신은 날 세 살짜리 꼬마로 생각하는 거야?”“지금 날 속이려는 거냐고? 내가 쓰레기 같은 놈한테 당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하수진과 간석준을 불러들일 수 있는 사람이야.”“간소민을 직접 무릎 꿇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구!”“그런 사람이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데릴사위가 될 수 있어?”김탁우는 평소에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기며 최고 가문 출신다운 고상한 기개가 흘렀는데 지금 무학의 성지에서 온 육사빈을 대할 때는 더더욱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었다.그러나 이제 그의 온화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전에 겪어 본 적 없는 좌절을 맛봤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육사빈은 이미 폐인이 된 몸이었다.그래서 더 이상 대단한 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김탁우도 그녀의 체면을 봐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여자 하나 물어서 호의호식하는 실력이 대단합니다!”“그는 자기 아내 말고도 대구에 있을 때 10대 최고 가문 사람인 이슬기와도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더군요.”“항성과 도성에 있을 때는 항도 하 씨 가문 하수진과 남양국 양 씨 가문 양유훤과도 가까이 지냈다고 합니다.”“간단히 말해서 이놈은 최고 가문들의 인맥과 역량을 쌓았던 거죠!”육사빈은 자료를 보면서 또박또박 보고했다.“이 외에도 무성에 있을 때 영 씨 가문 공주 영지루와도 가까이 지냈다고 합니다.”“여자의 힘을 등에 업고 용문에 들어가 높은 자리에

  • 재벌 사위면 될까?   4052장

    ”하현!”30분 뒤 얼굴에 붕대를 감고 한 손에 깁스를 한 김탁우는 앞에 놓인 대리석 탁자를 걷어차 쓰러뜨렸다.그는 10대 최고 가문인 김 씨 가문 사람이다.어디를 가든 순풍에 돛을 단 듯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씻을 수 없는 창피를 당하다니!체면이 깎였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망가지고 손도 만신창이가 되었다!그는 방 안에서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광기 어린 분노에 휩싸였다.하현을 짓밟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몇몇 측근들은 그의 방구석에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모두들 몇 마디 충고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감히 그의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그의 방에 들어가려고 문 앞에 서 있던 원가령은 차마 문을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끝내 허둥지둥 떠났다.평소 온화하고 점잖은 김탁우라도 이럴 때 자칫하다간 그의 모든 분노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원가령은 더 엮이기 전에 여기서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미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하현을 밟을 수 없는 남자는 그녀에게 더 이상 아무 쓸모가 없었다!“쓸모없는 놈!”“당신들은 다 쓸모없어!”“하 씨 그놈이 내 구역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못 막고 내 얼굴까지 이렇게 망쳐놨어!”“무엇보다 난 당신들한테 평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었어!”“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어? 쓸모없는 것들이야!”김탁우는 핸드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봐! 이미 큰 형님이 메시지를 보냈어!”“이번 미국 시찰단 건이 취소되었어!”“이게 뭘 의미하는지 당신들 알아?”“항성과 도성에서 내 체면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이고 내 집안마저 체면을 구겼다는 거야!”“이런 상태에서 미국에 가 봤자 당신들이 어떻게 손님들을 비호할 수 있겠어?”김탁우는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미친 사람처럼 포효했다.한편으로는 너무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이 일로 인해 신뢰를 엄청나게 잃었다.또 한편으로는

  • 재벌 사위면 될까?   4051장

    김탁우는 주변의 인물들이 하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간소민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무릎을 꿇을 줄은 몰랐다.이로 인해 김탁우는 정말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이해할 수가 없으니 더더욱 괴로웠다.그는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하지만 간소민은 미치기 일보 직전의 김탁우를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김탁우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간소민을 잡아당기려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온몸이 뭔가에 사로잡힌 듯 꼼짝도 하지 못하는 순간 희미한 살기가 그를 덮쳤기 때문에 하마터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릴 뻔했다.하현은 담담하게 장내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또 누구 불복할 사람 있어?”“또 누가 노부인을 위해 나설 거야?”“나와 봐!”아무도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다.사람의 숫자로도 하현의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육사빈이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무력으로도 그에 비할 사람이 없었다.역량으로 따져도 그 기고만장한 사소민조차 무릎을 꿇었다.출신으로 보자면 김탁우가 좀 우위에 있다고 하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아무도 없다?!지금 김탁우도 하현에게 어깨를 꽉 잡힌 상태다.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적막이 사방을 에워쌌다.노부인은 더욱 절망적인 얼굴이었다.“아무도 나를 말릴 사람이 없나 보군.”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오른손을 뻗어 김탁우의 얼굴을 두드렸다.“김탁우, 봤어?”“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는데 난 천억을 쓸 뻔했지 뭐야.”“그렇게 내가 직접 손을 쓰길 바랐던 거야?”“이제 만족해?”담담하게 웃은 뒤 하현은 돌아서서 손가락을 올리며 자신의 일행들에게 노부인과 양호남, 양신이를 데리고 가라고 지시했다.하현에게 있어 원한과 은혜는 분명했다.건드릴 필요가 없었으면 절대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한사코 얼굴을 들이밀며 때려 달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050장

    간소민은 붉은 입술을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정말 미안해!”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밥 안 먹었어? 좀 힘 있게 말해 봐! 잘 안 들린다구!”간소민은 큰소리로 말했다.“하현, 미안해. 잘못했어!”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만약 그 말이 쓸모가 있으려면 뭔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풀썩!”순간 간소만이 기대었던 일말의 요행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더 이상 자존심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하현 앞에 얼른 무릎을 꿇었다.“하현,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당신을 못 알아봤어!”“내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당신 앞에서 함부로 날뛰었어!”“제발 이번 한 번만 봐줘!”말을 하면서 간소민은 자신의 뺨을 스스로 세차게 때렸다.좌우로 열몇 번을 때리자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타들어가며 부어올랐고 코와 얼굴에서 시퍼런 멍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방금까지 정의를 운운하던 의기양양한 간소민은 어디에도 없었다.무릎을 꿇은 간소민의 마음속엔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했다.하지만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의 용서를 얻지 못한다면 그녀는 자신의 부귀영화를 잃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까지 모두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하수진은 말할 것도 없고 간석준 한 마디면 그녀는 뼈도 못 추리고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금정 간 씨 가문에서 사소성에 맞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어쨌든 간석준은 금정 간 씨 가문의 강력한 계승 후보자였다.“뭐야?!”이 광경을 본 하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원가령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간소민이 간석준이라는 거물을 등장시킬 줄은 몰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소민은 하현을 밟아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 재벌 사위면 될까?   4049장

    ”하현 형님! 무슨 일 있어요!”맞은편 간석준이 반응을 보였다.그의 번호는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하현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챘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석준, 오랜만이야. 꽤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지. 원래는 금정 간 씨 가문 계승자인 당신을 귀찮게 할 일이 없었는데...”“오늘 작은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그래서 뭐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혹시 간소민이라는 사람 알아?”“그녀가 날 잡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이게 당신 뜻이라고 하던데.”“혹시 내가 대구를 떠난 지 좀 되었다고 당신이 내 뒤통수를 치려는 건 아니지?”“형님을 건드려요? 간소민이?”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간석준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그럴 일 없어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난 형님을 알고부터 지금까지 줄곧 깍듯이 대했어요.”“간소민은 우리 간 씨 가문에서는 저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평소에 우리 금정 간 씨 가문 간판을 걸고 여기저기서 잘난 척하고 다니는 걸 좋아하죠.”“그 천한 것의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그 천한 것을 당장 형님 곁에서 쳐내버릴 테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간석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자 바로 간소민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간소민은 멍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보았다.절망적인 얼굴이었다.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간석준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말했다.“왜 그래? 당신이 그렇게 애타게 외치던 간석준인데 안 받아?”“설마 죽이기라도 하겠어?”간소민은 하현의 말에 깜짝 놀라 온몸이 벌벌 떨렸다.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이놈이 하수진과 오빠 동생하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간석준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대하에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설령 있다고 해도 절대

  • 재벌 사위면 될까?   4048장

    하현은 경호원들을 쓰러뜨린 뒤 사소민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손에 놓은 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이것은 자업자득인가?그것도 이렇게 빨리?간소민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현이 자신의 얼굴을 건드리는 것을 피하려 애쓰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전화를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왜? 금정 간 씨 가문 사람들도 두려워할 때가 있어?”“전화 못 받겠어?”“하현, 잘 들어! 하수진이 당신 편에 서 있다고 해서 당신이 감히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당신이 조금도 두렵지 않아!”간소민은 위엄이 가득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우리 금정 간 씨 가문의 이익과 법을 지키기 위해서야!”“난 도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뿐이야!”“그래서 난 당신이 조금도 두렵지 않아!”이때 김탁우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엄중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간소민 말이 맞아. 무고한 사람들의 정의를 위해 당신처럼 법과 도리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철저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걱정하지 마. 이 일에 있어 우리 금정 김 씨 가문은 언제나 금정 간 씨 가문과 같은 편에 서겠어!”“난 하수진이 10대 가문 사람도 아니고 5대 문벌 사람도 아닌 놈을 위해 우리들과 맞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김탁우는 하현에게 눈초리를 흐리며 노려보았다.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손을 빌려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어쨌든 그는 원가령의 마음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손을 쓰는 것은 그다지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둘 다 참 재미있군!”“체면을 위해서라면 청부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한 사람을 비호하려는 인간들이 입만 열면 법이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떠드는군!”“이건 뭐 바람을 피워 놓고 사랑이었다고 떳떳하게 큰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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