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그리고 한가지 더, 일정이 빡빡해서 내일부터 쇼핑몰 프로젝트 초반 공사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설씨 집안에서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을 현장 감독으로 뽑고 싶어요.” 은아가 말했다.설씨 어르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설씨 집안에 너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뽑아가거라.”은아가 하현을 힐끔 바라보고, 주저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하현을 보내고 싶어요……”이때 은아는 약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은아는 조금씩 하현을 받아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다른 사람의 운전 기사 신세에서 벗어나 더 나아갔으면 했다. 그녀는 현장을 감독하는 일이 고된 노동이지만 최전선의 상황을 접할 수 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설씨 어르신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다.“이 프로젝트가 누나 맘대로 진행해도 되는 일인 거 같지? 왜, 이 쇼핑몰이 누나 거 같애? 현장 감독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이런 머저리한테 맡긴다고? 만약에 하현이 현장 일을 망치면, 누가 책임질 건데?” 민혁이 갑자기 테이블을 쾅 치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말했듯이 이 일은 내 전담이야. 그러니까 일을 맡겨도 내가 맡기고 싶은 사람에게 맡겨.” 은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민혁이 차갑게 답했다: “누나, 설마 이 데릴사위랑 같이 우리 설씨 집안 재산을 탈취할 생각은 아니지? 당신들 부부, 한 명은 매니저에 한 명은 현장 감독이라니, 나중에 둘이 무슨 속임수를 써서 몇 억 자금을 다 먹으려는 거 아니야? 할아버지, 허락하시면 안 돼요! 이 데릴사위는 외부인이에요!”“너!” 은아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민혁은 항상 제멋대로 남을 판단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처럼 잔머리를 굴린다 생각했다.설씨 어르신이 인상을 쓰며 고민했다. 자신이 아끼는 손자와 투자를 받아온 손녀 중 손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방금 받은 투자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다.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어르신이 웃으며 얘기했다: “됐다, 그만 싸우거라……은아야, 이 일은 네 전담이니 시간 날
빠른 시간 이내로, 설씨 집안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받았고, 심지어 100억 원의 투자금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서울 상류층에 퍼졌다.“듣기로는 이번에 설씨 집안이 500억을 받는다는데, 그 집안의 여자 하나가 이뤄낸 일이래!”“그 여자 진짜 대단하다! 데릴사위랑 사는 그 사람 아니야?”“그 데릴사위를 말하자면, 만 원으로 한 폭을 구매해서 하엔 그룹 신임 대표에게 선물했다는 것 같은데…”“어쩐지!”“너희들이 말해봐, 그 신임 대표가 설은아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외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설씨 집안의 급부상을 저지할 수 없었다. 오후에 이미 수많은 집안의 어르신들이 찾아왔다.설씨 집안에 왕래가 끊이지 않았고, 하현 외에는 사실상 설씨 집안 사람 모두가 자리하고 있었다.어쨌거나 설씨 집안은 지금 또 권세가 대단해졌으니, 서울의 몇몇 집안들은 투자가 취소되었지만, 설씨 집안 측은 투자를 받게 되었다. 이 시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설씨 집안을 찾아와 부탁하는지 모른다.아쉽게도 당사자인 은아가 자리에 없어, 다른 사람들은 이 투자를 받게 된 세부 사항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플래티넘 호텔.하현은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백범을 만나려고 했지만, 이곳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람은 바로 진우였다.진우는 하현을 보자 의아함을 느꼈다. 진우는 오늘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고 나서야 백범을 알게 되어, 하현을 처리해달라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이 제 발로 찾아올지는 예상치도 못했다.“하현 씨, 사람은 어디서라도 꼭 다시 만나게 되네요!” 진우는 바깥으로만 웃어 보이고 속으로는 웃지 않고 있었으며, 하현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흐릿한 안개가 가득 차 있었다. 경매장에서 하현 때문에 진우는 체면을 아주 많이 잃었는데, 은아를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까지 더하니 진우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그는 여러 사람을 통해
“아니……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 말은, 이 시발놈을 망가뜨리면……”진우가 허둥대며 말했다. 방금까진 분명 정중하지 않았나? 변백범이 왜 갑자기 화가 난 거지? 설마 진짜 이 시발놈 때문에? 가령 18억이라 해도, 돈이잖아? 빛나는 돈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또 나한테 시발놈이라 했습니까?!” 백범이 한 발짝 앞으로 가 발을 뻗었다. 그의 부하도 따라 앞으로 오려 하자 그가 호통을 쳤다: “아무도 오지 마! 이 서 씨가 감히 나를 시발놈이라 불렀으니 내가 끝장을 내줄 거야!”“백범형 님, 형님을 시발놈이라 한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돈을 전하러 온 겁니다……”“형님, 돈을 더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될까요?”“형님, 왜 그러십니까! 백범형 님!”“아!”마지막으로 처량한 비명소리가 새어 나간 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양다리부터 머리까지 전해졌다. 지금껏 응석받이로 자란 진우가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겠는가? 그는 아프다 못해 맥없이 바닥 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도련님, 그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백범이 양손을 내리고 빠르게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지금 뭐 하는데? 돈은 걷기 시작했니?” 하현은 진우의 일에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진우는 그저 하찮은 인간일 뿐이었다. “내가 너를 그 자리에 앉힌 건 자원을 재통합하라고 그런 거지, 사람들을 괴롭히라고 그런 게 아니야.. 만약 이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못 하면 난 사람을 바꿀 수도 있어.”“도련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진짜 일부러 그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영업 중지했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만난 거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하현 앞에서 그는 제멋대로 굴지 못 했고 그의 얼굴은 마치 종이 호랑이 같이 새하얗게 질렸다. “알아서 가늠해. 나는 널 승진시켜줄 수도 있고, 모든 걸 잃게 만들 수도 있어. 선택은 너의 몫이야. 나 하현의 형제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어.” 하현은 말을 하
백범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씨 집안은 흑과 백 두 쪽의 사업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그 집안에 보안 회사가 하나 있는데 서울의 사업 반은 거의 독차지했습니다.”“이전에 하엔 그룹 사람이 투자를 철회했는데, 상황을 설명하러 간 직원 두 명 모두 얻어맞았습니다. 저희 쪽 사람이 재빨리 움직인 게 아니었다면, 그 두 직원은 아마 몸이 망가졌을 겁니다.”“하씨 집안을 건드린다고?” 하현은 깊이 생각해보았다. “백씨 집안의 간이 그렇게 크다고?”백범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백씨 집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백씨 집안에는 우지용이랑 어울리는 사람이 있어, 그들이 그렇게 거만하게 군 겁니다.”백범이 말하는 우지용은 서울 길바닥의 또 다른 거물이었고, 실력은 백범과 비슷했으며 둘 다 서로를 어찌하지 못했다.“그러니까, 우지용이 백씨 집안의 빽이라고.” 하현이 태연하게 말했다. “이 말을 하는 건, 네가 그를 처리하지 못하겠다는 거야?”“아닙니다.” 백범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만약 함부로 건드린다면, 우리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겁니다. 도련님의 지시 없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우지용의 아지트가 어디인데?” 하현이 무심하게 말했다.“백씨 집안의 보안 회사 지하실에 있는데, 그곳은 지하 권투장입니다.” 백범이 대답했다.“그럼 오늘 밤 한번 가보지. 하엔 그룹의 일에 어떠한 문제도 생겨선 안 돼.” 하현은 태평해 보였다. 회사 일도 마무리하고 다른 일들을 처리할 때가 되었고,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네, 제가 오늘 밤을 위한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백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뭘 준비해? 우리 둘이 가면 되지, 저녁에 내가 데리러 올게.” 하현이 손을 뻗어 백범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지용 하나를 만나는 것뿐인데, 준비할 게 뭐가 있나?그가 플래티넘 호텔에서 걸어 나왔을 때, 진우는 여전히 바닥 위에 기절해 있었고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사람을 불러
오후가 되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아였다. 통화가 연결된 후, 은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 아까 하엔 그룹이 첫 번째 송금을 했어. 기회가 된다면 이 비서님한테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해줘.”“응?” 하현은 잠시 멍했다. 설마 은아가 뭐라도 알아차린 건 아니겠지.그러나 은아는 이어서 말했다. “그분이 당신 동창 아니야? 가능하다면 시간을 맞춰서 식사 대접이라도 같이 하자.”“일단 보고, 평소에 아주 바쁘다고 들었어.” 하현이 멋쩍게 웃었다.장난하나, 이 두 여자가 같이 식사하는 날에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하늘도 모른다.“맞다,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서 내가 조금 늦게 들어갈 수도 있어.” 하현은 다른 일이 떠올라 말했다.은아는 침묵을 유지하더니 잠시 후 작게 말했다. “오늘 밤… 내 방문… 아마… 아마도…. 잠그지 않을 거야…”“뚜뚜…”이 말을 끝으로 은아는 전화를 끊었다.한편, 하현은 눈앞이 반짝였다. 보아하니 오늘 밤 얼른 가서 그 우지용인지 뭔지를 처리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늦게 들어갔다가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손해 보는 것이다!......우지용은 서울의 거물 중 하나로, 원래 그는 싸움밖에 하지 않는 폭력배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백씨 집안이 그에게 들러붙은 이후로 돈과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지용은 빠르게 자신의 신분 세탁을 할 수 있었다.지용이 지금 달고 있는 직위는 백가네 보안 회사 선임고문이었지만, 그는 안정감이 없어서 보통 백가네 보안 회사의 몇 천 제곱미터나 되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다.이곳은 지용의 사는 곳일 뿐만 아니라, 그의 부하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지하 권투 경기가 열려 길바닥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신분과 금전을 봤을 때, 지용은 절대 뒤에서 하현이 지지해주고 있는 백범과는 비교가 안 됐다.하지만 단순히 사람, 단순히 동생들이 싸움을 잘하는지만 봤을 때, 백범은 지용만큼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기에, 이는 백범이
이 시각.지하 권투장의 VIP실 안, 비범한 품격의 노인이 한복을 입은 채 뒷짐을 지며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화가 난 듯한 얼굴을 보니, 이곳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골동품 감정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알아봤을 것이다. 그는 바로 안흥섭 어르신, 감정계의 조상급 인물이었다.서울에 그가 나타난 이유는, 그의 손에 매우 진귀한 문물이 하나 있었는데 감정하는 데 하현의 도움이 필요했다.하지만 오늘 밤 흥섭이 지하 권투장을 찾은 이유는 문물과 무관했고, 그저 옛 친구가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이 시각, 수정은 차가운 얼굴을 띤 채 그의 옆에서 같이하고 있었다.그 방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그들은 밑에 링 위에서 피 튀기게 펼쳐지고 있는 권투 경기가 잘 보였다.비록 그들은 명문 집안 출신이었지만, 골동품 대가로서 그들은 보통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알고 지냈기에 이러한 장소에 여러 번 왔었다.그렇지만 흥섭을 화나게 한 것은, 그 옛 친구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고 그를 거기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철컥 소리가 나더니, VIP실의 대문이 열렸다.지용이 웃으며 들어오더니, 그의 시선은 제일 먼저 차가운 얼굴의 수정에게 닿았다. 그런 다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러나 지용도 나름 길바닥의 거물이었기에, 강남에서 안씨 집안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힘겹게 시선을 도로 거둔 후 흥섭에게 허리 숙이며 말했다. “안 씨 어르신, 이번에 저희 삼촌의 이름을 빌려 어르신을 초대했는데, 어르신께 감정을 부탁할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건은 매우 특이해서 제가 함부로 들고 가지 못하겠으니, 어르신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흥섭은 원래 조금 화가 났으나, 이 말을 듣자 그의 눈앞이 반짝이며 말했다. “무슨 물건이죠?”“조선시대 물건인데, 상향옥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저도 그 진위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지용이 말했다.“상향옥…” 흥섭은 차가
이것은 이 지하 권투장에서 가장 특별하고 가장 피 끓게 하는 코너였는데, 바로 관객과 권투 선수 간의 교류였다. 관객이 피가 끓는 열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만약 관객이 이긴다면 적지 않은 상금을 챙길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거의 불가능했다.어쨌거나 관중은 관중인데, 어떻게 전문적인 권투 선수를 이기겠나? 이래 봬도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가서 놀다 올게.” 하현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하나 꺼내 얼굴에 착용한 후, 그의 오른손으로 링 위에 바닥을 두드리더니 반동을 이용해 위로 뛰어올라갔다.“보아하니 여기 신비로운 관객 한 분이 용기가 있으시네요, 첫 번째로 대게를 먹을 사람이 되고 싶다니.” 심판이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렇게 신비롭게 굴어서 뭘 하나? 어차피 이따가 이가 다 떨어지게 얻어맞을 것 아닌가? 저 철 가면을 쓴 사람도 결국 죽도록 얻어맞은 걸 보지 않았나?그러나, 이 녀석은 한 번에 링 위로 뛰어올라왔으니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때, 그가 권투 선수 옆으로 걸어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망신 당하지 말고. 이 녀석이 난장판을 벌이러 온 걸 수도 있어.”권투 선수는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 “안심해요, 팔뚝도 작고 다리도 얇아가지고, 내 주먹 한 방이면 하늘로 올려 보낼 수 있어요…”......VIP실.지용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안 씨 어르신, 공연 시작합니다. 아까 이 사람 보셨어요?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변백범입니다. 이 자에 대해선 들은 적이 없으실 수도 있지만, 서울 길바닥에서는 나름 유명한 사람입니다. 제가 몇 번 겨루어 봤는데 별 이득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밤에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난동을 부리려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매우 기대됩니다.”지용 뒤에 있던 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저 링 위에 있는 몸에는 근육도 얼마 없는데 설마 주먹 한 방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지용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멍청하지 않아서, 마스크를 끼고 링 위로 올라간 남자가 수정과 무슨 특별한 사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눈치챘다. 원래 그는 수정을 손에 넣을 기회가 아예 없었으나, 이제 그는 희망이 보였다.이 생각을 하자, 지용을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그런 다음 그는 수정을 곁눈질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예상대로라면, 이 여자는 오늘 밤 자신의 집에 누워있을 것이다.......링 아래에서, 백범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링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하현은 미친 것 같았다. 지용을 직접 찾아가 말을 나누는 것도 이런 상황보다는 훨씬 더 좋았다. 지금 이 상황을 봐서는, 하현은 죽음의 죽 자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듯했다.......링 위.하현은 무심하게 흰 붕대를 가져와 자신의 팔에 감았으며,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한편, 그 권투 선수는 웃을락 말락 하현을 주시하고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내가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빈 다음 제 발로 링에서 내려갔을 거예요. 어쨌거나 내 두 주먹은 장난하는 게 아니라, 손을 뻗게 되면 가벼움과 무거움을 조절할 수 없게 돼요. 잘난 척하려고 하다가 나한테 죽도록 얻어맞으면 억울하지 않겠어요?”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권투 선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권투 선수의 미소가 사라지고, 뒤이어 두 다리가 힘 있게 뻗어 나오더니 그가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하현은 왼쪽으로 가볍게 움직여 스트레이트 펀치를 피했는데, 결국 이 선수가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에 빠르게 다시 다리를 접지 못해 하현을 빗겨 나갔다. 하현의 얼굴은 싸늘해 보였다. 그 선수가 치명적인 빈틈을 보인 순간, 하현이 오른손으로 훅 펀치를 해 상대의 얼굴을 날렸다.거대한 힘이 충돌해와 그 선수는 자신의 이가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그는 몸을 제어하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