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옷차림에 빛나는 보석으로 치장한 두 남녀가 이때 함께 들어왔다. 남자는 키가 185cm였고, 건장한 몸매에 운동을 자주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외에도 금테 안경을 쓰고 있어 점잖게 보였지만 창백한 얼굴빛과 은은한 향수 냄새는 일종의 겉은 유순해 보이지만 속은 검은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어르신들이 볼 때 소위 계집애 같아 보였다.여자는 키가 170cm쯤 됐고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다. 옷과 가방, 액세서리를 합치면 보통 사람의 10년치 월급 정도가 되었다. 그녀의 옷은 특이하게도 한 손에 들어올만한 작은 허리를 드러내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두 사람은 왕동석과 주시현이었다. “왕 도련님 아니세요? 방금 어떻게 까치가 우리 룸에 들어왔나 했네요! 이렇게 왕림해주셔서 영광입니다!”방금까지 칠흑같이 어두웠던 이소연의 얼굴은 지금 웃음으로 가득 찼고 아첨하는 얼굴이었다. “시현아, 너 대성그룹에 면접 보러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됐어?”주시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절세 미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왕 도련님이 도와주셔서 면접은 형식에 불과했어요.”왕동석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시현씨는 이미지가 좋고 기품이 있어 우리 대성 그룹 홍보부에 딱 알맞아요. 잠시 우리 부주임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 제가 다시 자리를 옮겨 줄 겁니다.”“월급은 제가 이미 알려줬어요. 한 달에 4백만원 정도면 용돈으로 쓰기에는 충분할 겁니다.”“이제 막 우리가 대성 그룹에 들어갔으니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나중에 제가 시현씨의 월급을 올려 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이소연은 우러러 보는 표정을 지었다. “왕 도련님, 도련님은 우리 시현이에게 정말 잘 대해주시네요!”“시현이가 도련님을 알게 되고 도련님의 인정을 받게 된 걸 알면 우리 조상님들도 기뻐하실 거예요.”“아주머니, 별말씀을요. 아주머니는 제 친어머니 같으세요. 분부하실 게 있으시면 하세요.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차를 한 잔 마셨다. 그 앞에서 이 정도로 뻐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왕동석이 항공모함 한대를 사서 그 앞에 내놓지 않는 한 하현은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 주건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보통 사람 출신이었다. 그는 부를 과시하는 행동에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문제는 왕동성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소연이 하현을 비꼬는 기회를 잡으려고 한 것이라 그는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참, 아주머니!”한 무리의 사람들이 치켜 세우는 중에 왕동성은 품위 있는 태도로 선물 상자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이건 우리 대성그룹에서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액체 금이에요. 이걸 먹으면 수명도 연장되고 몸에도 좋아요. 제 작은 성의니 기쁘게 받아주세요!”“물건이 비싸지 않다고 싫어하지 마세요.”주건국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을 열고 말했다. “감사해요.”“이게 상류층 귀인들이 쓴다는 전설의 액체 금인가요?”이 물건을 보고 이소연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듣기로 이걸 오랜 기간 마시면 인간 세포가 활성화 돼서 몇 십 년 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일찌감치 품절됐다고 들었어요. 비록 대성그룹이 한 병에 2천 만원으로 가격을 정하긴 했지만 암시장에서는 4천 만원으로도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워요!”“거기다 10병이나 주시다니, 너무 겸손하시네요!”왕동석은 싱긋 웃었다. 그는 어쨌든 대성그룹 사업부의 매니저니 샘플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아무일 없을 것이다. 이소연은 이때 장모가 사위를 보는 기분이었다.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왕동석을 잠시 쳐다본 후에야 그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 도련님은 정말 마음이 깊어. 너 같은 시골 촌뜨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야.”이것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사람은 더 좋은 사람과 비교하면 죽어야 하고, 물건은 더 좋은 물건과 비교하면 버려야 한다는 것
“어젯밤에 엄마가 이번에 아빠가 또 무슨 가난뱅이 친척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거듭 말씀을 하셨는데!”“하현 이 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어떻게 이런 모임에 참석을 하다니? 왕 도련님과 비교하면 그는 거지나 다름 없네요.”“어렸을 때 내가 어떻게 그를 보고 잘 생겼다고 생각을 했었을까?”주시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죽마고우였던 하현과 젊고 유망한 청년 왕동석을 비교했다. 비교를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한 번 비교를 해보면 놀랄 만큼 차이가 난다! 젊은 왕동석은 대성그룹의 업무부 매니저다. 게다가 대구 지프차 동호회에도 참가했으며 용문 대구 지회 왕 부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은 인맥이든 힘이든 개인 실력이든 대구에서 1인자인 셈이다. 하현과 그를 비교하면 하현은 그의 신발을 들어올릴 자격조차 없었다. 두 사람의 소위 죽마고우 시절에 대해 말하자니 이때 주시현은 조금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자신이 당시에 정말 눈이 멀어 이런 남자와 결혼하려고 했다니?하지만 하현은 주시현을 보았을 때 그저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거렸을 뿐 자태가 아름다운 이 여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현의 이런 눈빛은 주시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같은 여신급 존재는 대학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랑거렸는지 모른다. 대구에서부터 남원까지 줄을 설 정도였다. 여태껏 그녀의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남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젊고 유망한 왕동석이라도 그녀를 봤을 때 놀라지 않았는가?그런데 이 하현은 어떻게 그녀를 무시하는 거지?하지만 주시현은 재빨리 반응을 보였다. 이것은 분명 가난뱅이가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교묘한 전략일 것이다. 분명 가난뱅이일 뿐인데 일부러 시크한 척을 해서 여신의 마음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아첨을 떨고 있을 것이다. 주시현은 더욱더 싫어졌다. 이런 가난뱅이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이 말을 듣고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현, 너 이게 무슨 뜻이야?”이소연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노기가 충천했다. “왕 도련님이 너랑 악수하는 건 네 체면을 세워주고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건데 네가 악수도 안하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거야?”“지위도 신분도 다 부족하다고?”“너랑 악수할 자격이 없다고?”“너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네가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도 돼?”주시현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하현이라는 데릴사위가 이번에 대구에 온 것은 십중팔구 주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어 백조고기를 먹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와 왕동석의 관계를 보고 하현은 분명 마음속의 질투를 참지 못하고 왕 도련님을 모욕하려는 것이다. 이 순간 주시현은 하현이 도량이 좁아 작은 일에 매여 큰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주건국도 깜짝 놀랐다. 하현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황급히 수습을 하며 말했다. “왕 도련님, 하현은 분명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닐 거에요. 그는 자기가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던 걸 거예요……”왕동석은 주건국을 무시하고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가 너랑 악수할 자격이 없다고?”“내 신분, 지위, 능력이 부족하다고?”“임마, 너 머리가 망가졌니?”“아저씨 아주머니와 시현씨의 체면을 봐서 내가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안 그랬다간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내가 입만 열면 너는 발전은커녕 쓰레기 줍고 밥 달라고 구걸할 곳도 없을 거야!”말을 마치고 왕동석은 팔짱을 끼고 하현을 잡아 먹을 듯한 얼굴로 굽히지 않는 기색이었다. 이소연도 정색을 하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빨리 왕 도련님께 사과해!”“왕 도련님 같은 분은 네가 함부로 욕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미움을 살 수도 없어!”“왕씨 집안은 더더욱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만약 왕 도련님
왕동석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현과 대화하는 게 귀찮아졌다. 주건국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시현씨와 아주머니의 체면을 봐서 이번 일은 제가 저희 삼촌 왕 부회장님께는 말하지 않을 게요.”“하지만 이 촌놈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밖에서 헛소리를 하고 다닐 거예요. 그럼 저도 당신들을 지켜 줄 수 없을 거예요.”말을 하면서 왕동석은 한숨을 지으며 발길을 돌려 떠났다. 계속 하현과 같은 룸에 있다가는 자신도 연루될 것 같았다. 몇몇 손님들은 이때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잠시 후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웃는 낯으로 말했다. “주 회장님,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한 턱 내겠습니다!”이 손님들은 몇 마디 말을 내뱉고는 하나같이 토끼보다 빠르게 달려 나갔다.하현이 정신이 이상해져 여기서 허풍을 떨고 있는데 만에 하나라도 용문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그들도 곤경에 처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인데 누가 방금 알게 된 사람 때문에 용문의 미움을 사고 싶겠는가? 곧 방금 까지 북적이던 룸에는 주건국 일가와 하현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식탁에 가득 찬 요리는 아무도 젓가락을 대지 않아 룸 안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다. 이소연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네 꼴 좀 봐. 너는 재수없는 놈이야!”“너 때문에 왕 도련님이 가버렸잖아!”“우리 집 손님들도 가버렸고!”“너 도대체 우리 집에 빌붙으러 온 거야? 죽이러 온 거야?”주건국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하현은 아직 젊잖아. 농담 몇 마디 한 거 가지고 왜 그래?”“그리고 나는 원래 그 계집애 같은 놈이 아주 못마땅했어. 하현이 그를 화나게 해서 보내 버렸으니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어!”“당신 마음에 쏙 든다고!?”이소연은 성질이 올라왔다. “그러면 하현이 자기가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고 말하도록 당신이
“쫓겨난 데릴사위를 네가 받아주겠다는 거야! 내 딸을 그 사람한테 시집 보내고 싶다는 거라고!”“주건국, 나는 네가 병에 걸린게 아닌가 무섭다! 정신병!”주건국은 차갑게 말했다. “시현이와 하현이는 죽마고우였어. 당시 두 집안이 구두로 혼인을 약속했었어. 다는 단지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인데 왜 그래? 안돼?”“너……”이소연은 화나가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의자에 앉아 주건국을 보며 그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시현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고 하현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이 놈은 허풍쟁이일 뿐만 아니라 백조고기를 먹으러 온 두꺼비일 뿐이었다. 게다가 하현 때문에 부모님이 이렇게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다툼을 하시다니. 어머니는 아마 화가 나 병이 날 지도 모른다. 거기다 왕 도련님도 화가 나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주시현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하현을 쳐다보자 메스껍고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현은 주씨 집안이 계속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제지하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그만 싸우세요.”“다 제 잘못입니다!”“제가 대구에 와서 진작에 지낼 곳을 다 준비를 해 놨어요. 그러니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일을 다 준비하고 난 후 다시 식사를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사실 10년 넘게 잘 보지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왔으니 얘기 좀 나눠요.”“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저 지금 갈 테니까요.”“그리고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에요. 아저씨 사양하지 마세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임복원이 보낸 하수오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자신의 짐을 들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이렇게 깔끔하게 떠나다니?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주시현은 멍해졌다. 그녀는 원래 하현이 다시 전진하기 위해 후퇴하는 척 연기를 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정말로 가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현아, 가지 마!”“시현아, 너 빨리
하현은 평화루를 나와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용문 대구 지회장이며 이것은 그가 앞으로 대구에서 공개할 신분이기도 했다. 지금은 주건국 일가가 믿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자연스럽게 믿게 될 것이다. 하현도 설명할 마음이 없어 차를 타고 변백범이 준비해둔 곳으로 갔다. 바로 이때,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더니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주건국은 하현에게 먼저 묵을 호텔을 찾은 다음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럼 그가 나중에 건너 가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주건국은 이소연을 대신해 하현에게 사과를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현에게 젊은이는 너무 야심을 품어서는 안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큰소리 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하현은 이 메시지를 보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몇 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주건국은 확실히 자격을 갖춘 어른이었다. 하현은 그가 자신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별 다른 설명 없이 자신이 준비한 것이 있으니 시간 날 때 다시 주건국을 방문하러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30분 후 차는 대구 강구지역의 한 고급 개인 사무실에 도착했다. 하현은 곧바로 888호실로 갔고 안에는 변백범과 사람들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들어 온 것을 보고 변백범, 대도 경수, 공해원은 모두 공손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분이 용문 대구 지회를 장악하러 왔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대도 경수와 공해원은 하현에게 목숨을 바쳤다. 이번에 사전에 대구에 와서 일을 안배하고 소식을 알아보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두 사람이 주력해서 하고 있는 일이었다. 하현은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앉고 난 후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어? 우리가 기왕 대구에 와서 성장하려고 하는데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변백범은 대도 경수를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대도 경수는 웃으며 말했다. “하
공해원은 깍듯하게 핸드폰에 있던 사진을 골라 텔레비전 화면에 띄운 뒤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씨 집안에 있는 네 아들 중 둘째와 셋째는 폐물이라 말 할 것이 없습니다.”“하지만 첫째 조남헌과 막내 조천행은 한 인물인 셈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좋은 것 말고도 기본적으로 용문 대구 지회 원로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조남헌은 이전에 부회장 위남풍과 동맹관계를 맺었고, 조천행은 부회장 왕화천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이 두 부회장은 용문 대구 지회에서 실세 거물들이지만 조씨 집안의 자제들을 아무 대가 없이 돕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 쌍방은 모두 조씨 집안 사람이 일단 상석에 앉으면 그들 부회장이 회장이 되도록 지원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어쨌든 조씨 집안은 용문 대구 지회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상석에 앉고 싶으면 조씨 집안 사람들의 지지가 없이는 어려울 겁니다.”공해원은 또 한 장의 사진을 꺼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분은 세 명의 부회장 중 유일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우성빈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속셈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그의 목적을 확실하게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외부인들이 보기에 그는 용문 대구 지회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하현은 손을 뻗어 책상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좀 재미 있네.”“간단히 말하자면, 첫째, 조씨 집안의 조남헌과 조천행 두 사람은 상석에 앉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둘째, 용문 대구 지회의 두 부회장 왕화천과 우성빈은 각각의 목적이 있다는 거네.”“지금으로선 조천행과 왕화천 동맹이 가장 막강한 거네?”공해원은 낮은 목소리로 일깨우며 말했다. “도련님, 위남풍을 잊으셨습니다!”하현은 입을 열지 않았고 오히려 변백범이 담담하게 말했다. “위남풍은 진작에 없어졌어.”이 말이 나오자 공해원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이전에 위씨 집안이 제멋대로 남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소
하현은 형나운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기가 몸에 들어온 것뿐입니다.”“그 뿌리만 뽑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음기가 몸에 들어왔다고?”형홍익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난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지금까지 음험한 곳에 간 적도 없어.”“게다가 내 집 마당도 모두 풍수지리사의 손을 거쳐서 특별히 설계된 거야. 애초에 지하 공사할 때도 음기가 배어들 만한 음험한 곳은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음기가 들어왔을 수가 있어?”“난 여기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하현은 돌리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다.“이 음기가 이 댁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죠!”“최근에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형나운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아니, 하 씨! 우리 집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줄 알아?”“음기라는 것은 보통 더럽고 음험한 곳에서 생겨나는 거야.”“우리 집처럼 깨끗한 저택에 어떻게 그런 몹쓸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거야?!”“게다가 그 음기가 최근에 들어온 거라고?”“왜? 그 음기의 근원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그래?”하현은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음기의 근원은 어르신이 아닙니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한다면, 말하기 좀 그렇지만...”형나운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의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서 우리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러 다니는 입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보는 아니야!”“할아버지의 몸속에 음기가 뿌리내렸다면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형나운은 얼굴 가득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간민효에 대한 원망도 불쑥 치솟았다.이런 헛소리나 하는 사기꾼을 감히 형 씨 가문에 데려오다니!형 씨 가문이 아무리 은둔의 집안이라고 해도 무슨 개나 고양이나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허무맹랑한 말로 사람을 치료해
형나운은 형홍익의 면전에서 그날 밤의 일을 한 번 더 언급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했다구요.”“그때 할아버지가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떠벌리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 상대 안 해!”말을 하는 형나운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내가 벤츠 차량의 철골 골격을 들지 않았더라면 이 어르신은 차량 밑에 깔렸을 거야.”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 감히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두고 뭐라고 하는 거야?”“당신이 한 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당신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틀 동안 입원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형나운은 얼굴 가득 한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날 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형나운, 하현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의 힘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세. 그가 손을 쓴 이상 분명 자신이 있었을 거야.”간민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손을 쓴 것은 호의로 한 것이지 돈 몇 푼 때문에 한 것이 아닐 거야. 하현은 인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게다가 그는 풍수지리에도 아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의 엄도훈이 하마터면 불운하게 죽을 뻔했는데 그를 구한 사람도 하현이고.”“바로 그 때문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하현을 데리고 온 거야.”“돈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 하현이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그에게 백억이든 천억이든 줄 수 있어!”“비행기에서 날 구해 줬기 때문이야!”간민효가 하현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하현의 인품을 인정해서이
그런데 간민효가 이 노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뭔가 언짢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지금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이 노인은 머지 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인은 자신이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민효야. 나 때문에 슬퍼할 필요없어. 생사는 운명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난 진작에 내 몸이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참, 너 며칠 전에 비행기 안에서 피격당했다면서?”“그건 괜찮아?”“나한테 백 년 산삼이 몇 뿌리 있으니 가져가서 기운을 차리는데 써.”노인은 간민효에게 애정이 깊은 듯했다.간민효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삼촌,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괜찮아요.”말을 하면서 간민효는 하현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삼촌, 소개할게요. 이분은 하현이에요. 바로 이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날 구해 줬어요.”“하현, 이분은 내 삼촌, 형홍익 어르신이야.”“형 씨 가문은 금정 은둔가 중 하나이며 조상 중에는 어느 황실을 모신 적도 있어.”“형 씨 가문은 조용하지만 금정의 정상급 왕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집안이야.”“오늘 내가 당신을 여기 데리고 온 건 당신이 이분의 증상을 좀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지 좀 봐줬으면 해서였어.”간민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하현, 당신이 비행기 안에서 우리 민효를 구했단 말이야?”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마워. 우리 민효의 친구라면 앞으로 우리 형 씨 가문의 친구가 되는 거야.”하현은 서둘러 손을 뻗어 형홍익의 손을 잡았다.“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민효한테 소중한 사람은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잠시 후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형혹익의 양미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하현의 눈에는 형홍익의
”붕!”15분 후 빨간 페라리 한 대가 설 씨 집안 앞에 멈추었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고 간민효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세련된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얼굴은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었다.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하현! 여기!”하현은 이전에 간민효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햇빛 아래서 빛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흠칫 놀랐다.설은아가 절세미인이긴 했지만 간민효도 절대 설은아에게 밀리는 얼굴은 아니었다.둘 다 절세미인에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었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누가 더 예쁘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단지 딱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둘 다!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차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탔다.차 안은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고 힐끔힐끔 보이는 간민효의 긴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설은아에게 인사 안 해도 될까?”간민효는 설은아와 친한 사이라도 되는 양 싱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하현은 인사는 무슨 인사냐는 듯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은아가 질투라도 하면 어쩌려는 것인지?!하현의 맑은 눈빛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간민효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자신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었다.금정은 말할 것도 없고 연경 사람들조차 자신의 외모에 군침을 흘리기 일쑤였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을 보이다니!정말 이 남자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번이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간민효도 별다른 말 없이 선글라스를 낀 채 액셀을 밟았다.30분 후 페라리는 고즈넉한 호숫가 주택지에 들어섰다.이곳은 넓은 부지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