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지를 따라 나온 스태프들은 모두 그녀에게 아첨을 떠는 개들이었다.지금 하현에 대한 임수지의 태도를 보고 순간 줄을 서서 하현을 향해 빈정거리기 시작했다.임수지는 손을 흔들며 냉소하며 말했다.“아니. 아니. 우리는 당연히 계속 시찰을 해야 돼!”“우리는 대구대를 대표해서 왔으니, 아무래도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어? 절차를 밟지 않으면 학교로 돌아가서 학교 측에 뭐라고 설명하겠어?”임수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 핥는 개들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여전히 임수지가 영리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돌아가 신고를 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추궁 당했을 지도 모른다.하지만 절차만 밟으면 아무도 그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하현, 준비 좀 해, 본격적인 시찰이 시작될 거야.”임수지는 청하는 자세를 취했다.하현은 비록 이 여자를 매우 싫어했지만, 유아가 공부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구역질 나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장인어른과 장모님 쪽에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직원들에게 카메라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임수지는 재빨리 컨디션을 회복했다.이 여자는 비록 인품은 별로지만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적어도 학생 모집 분야에서만큼은 그랬다.그녀는 직업상 가짜 웃음을 드러내며 말했다. “하현 선생님, 선생님이 바로 설유아 학우의 보호자이고, 이번 대구 대학 시찰을 직접 맡으신 거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네, 그럼 저희 쪽에서 신원확인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죠?”임수지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하현은 비록 상대방이 술수를 부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듣기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라면서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네!”“데릴사위로 삼 년째 지내오는 동안 마누라 손도 못 잡아 봤다면서요?”임수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계속 대답했다.
“하현, 내가 경고하는데!”“네 놈은 좋고 나쁨을 몰라!”“부인께서 너를 생각해서 기회를 줬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사람을 시켜 나를 쫓아내!?”“그래 봤자야! 나 같은 사람은 능력이 있어 여전히 높은 사람이라고!”“네 처제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은 내 손에 있어!”“내 말 한마디에 그녀의 나머지 인생이 결정될 거야!”“심지어, 내 말 한마디면 네 지위도 명예도 다 잃게 만들 수 있어!”임수지는 높은 곳에서 하현을 내려다 보며 매우 의기양양해 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외모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언젠가는 끌려 내려오는 날이 오기 마련이야. 몇 년 후에 네가 늙고 나서도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면 다시 내 앞에 와서 의기양양하게 굴어봐.”임수정이 늙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해서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하현이 어찌 눈치채지 못했겠는가? “허! 그래?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나는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잖아? 그리고 내가 경고하는데 나는 곧 대구 대학의 부총장이 될 거야!”“그때가 되면 나는 더 많은 자원을 가지게 될 거야. 너 같은 폐물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남자를 알게 될 거야!”임수지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잠자리에 의지해 길을 닦았던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구 대학교 부총장? 걱정 마. 너는 그 자리에 절대 앉을 수 없을 테니까.”임수지는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아직도 그 재벌 2세라고 생각해?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야. 네가 나한테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그리고 걱정 마. 너는 나한테 복수할 기회도 없을 테니까!”“이번에 만난 김에 내가 너를 죽여 버릴 거야! 기다려!”임수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남원을 떠나지 않았고 대구 대학교 입학사정관의 자격으로 남원 교육계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남원 교육계 2인자 왕태환, 교육계 1인자 조천평, 2인
슬기를 처음 보았을 때 임수지는 다소 적대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 세자를 정복하는 데 있어 이 여인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슬기가 일어나 악수를 청하자 그녀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번졌다. 임수지는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슬기가 아직 경험이 없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와 하 세자는 우정을 넘어선 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임수지 그녀에게는 기회였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으로 하 세자가 자기를 좋아할 것이라 자신했다. 슬기는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임수지의 명함을 보며 말했다. “임수지 선생님, 우리 하 세자께서는 선생님을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슬기를 임수지에 대한 첫 인상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 여자에게서 더러운 냄새가 너무 심해 그녀는 조금도 그녀에게 하현을 만나게 해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임수지는 자연스레 슬기가 적대시 하는 것을 느끼고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이 비서님, 하 세자에게 보고하는 게 좋을 거예요.”“우리 대구대에서 남원에 분교를 하나 열려고 하거든요. 우리 대구대의 평판이 좋은 건 잘 알고 계시죠?”“제가 살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천일그룹이 저희 대구대와 합작할 자격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작이 잘 성사 되면 천일그룹이 얼마나 좋을 지는 말할 필요도 없지 않겠어요?”임수지는 이때 꼭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한 것은 확실히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천일그룹 같은 큰 그룹도 이런 기회가 필요하다. 이슬기는 잠시 중얼거리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은 제가 하 회장님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비즈니스에서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대구대와 합작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면 천일그룹으로서는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또한 향후 시장에서도 큰 이점이 될 것이다. 그
전화 맞은편에서 양정국은 순간 진땀을 뺐다. 비록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피를 흘리지 않고 싸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양정국은 마음을 가다듬고 화두를 던졌다. “하 회장님,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최근 남원 상업계가 너무 불안정해서 자칫하면 남원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관청에서 몇 가지 회의를 한 결과 투자 유치회를 열어 양질의 외국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나쁜 목적을 가진 기업인들은 우리 남원에서 환영 받지 못하겠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양정국은 전화를 사이에 두고도 깍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분 앞에서는 한 가닥의 불공손함도 있을 수 없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며 말했다. “그 생각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남원 상업계는 자원을 재 통합하고 양질의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게 가장 좋지.”“기왕 당신들의 합의를 했으니 내가 지원해 줄게.”양정국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 회장님,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만약 상회를 열면 강한 용들이 모두 올 거고, 심지어 10대 최고 가문들도 당당하게 사람들을 보낼 겁니다!”“아시겠지만 이 사람들의 신분과 배경으로는 제가 그들과 팔씨름할 자격도 없어서요!”“그래서 제가 회장님을 남원 관청의 투자 고문으로 초청을 하고 투자 유치회를 회장님이 전적으로 맡아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데요? 어떠세요?”양정국은 하현이 거절할까 봐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 어쨌든 그는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그 같은 큰 인물을 고문으로 삼는 것은 닭을 죽이는 데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지금 남원 상업계에 혼란이 있는 것은 나와 큰 관련이 있으니 이 일은 나한테 맡겨.”“네. 네. 손을 써 주신다니 그럼 안심입니다!”양정국은 한숨을 내쉬었다. 투자를 유치하는
“참, 이번 투자 유치회에서 모든 권한을 남원 관청이 초빙한 고문에게 넘겼다고 들었어.”“만약 네가 이 고문을 따낼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대구 대학이 남원에 투자하려는 프로젝트는 십중팔구 확실할 거야!”“수지야, 우리는 과학 연구원들도 있고 돈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해. 프로젝트만 있으면 우리는 모두 큰 돈을 벌 수 있어!”임수지는 전화를 사이에 두고 어리광을 부렸다. “아빠, 사람을 끌어들이기는 싫어요!”“수지야 섭섭하지?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네가 승진하는 건 확실해질 거야!”이 말에 임수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말을 기다렸다. ……집에 돌아왔다. 설유아와 설은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현이 오는 것을 보고 은아가 쳐다보며 말했다. “선생님과 얘기는 잘 나눴어?”“별 문제 없을 거야.”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어. 이번에 유아가 대구 대학을 마음에 들어 하더라.”“유아는 공부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모처럼 좋아하는 학교가 생겼다니 언니로서 입학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지.”유아도 속삭이며 말했다. “감사해요. 형부.”이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하현은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 “괜찮아. 큰 문제는 없을 거야.”비록 임수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래 봐야 대구 쪽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됐다. 학생 모집 같은 사소한 일은 하현이 전화 한 통이면 해결 되었다. 이때 유아가 웃으며 말했다.“아빠, 엄마, 언니, 형부, 내가 듣기로 대구 대학에서 신입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시찰이 끝나면 인터넷에 결과를 올린다고 들었어. 시찰이 잘 통과 됐는지 오늘 밤이면 알게 될 거야.”그러자 설은아는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다.”설재석도 웃으며 말했다. “유아야, 분명 문제 없을 거야. 대구 대학일 뿐인데 못 들어 갈 리가 있겠어?”희정도 자랑스러운 얼굴이
“이번에 강남에 와서 훌륭한 학부모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방문한 모든 학부모들은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강남의 가정 교육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영상에서 임수지는 당당하게 말했고 아주 전문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말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 1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방문을 했는데 그 중에 어울리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으로 인해 저는 이 학생의 가정 교육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이런 학생이 우리 대구대 학생이 될 자격이 있겠어요?”이 말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이것은 유아의 시찰 기록이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될 수가 있지?이 순간 그들 부부는 모두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학부모들을 폭로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하지만 대구대는 개교 100년이 됐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때가 끼는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이렇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학부모는 훗날 우리의 깨끗한 상아탑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폭로해야만 합니다!”“이 학부모 이름은 하현입니다. 이번에 설유아 학생의 형부를 시찰했었습니다!”“뭐!?”이 말을 들었을 때 설재석, 희정은 모두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모두들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오늘 시찰이 잘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유아가 대구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니?그럼 지금 이 영상은 어떻게 된 거야?하현은 설명하지 않았고 안색이 비할 데 없이 차가워졌다. 임수지는 정말 간이 크다. 학생을 모집하는 큰 일에 술수를 써서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그녀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자 설유아는 멍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하현을 매우 신뢰했기 때문에 이번에 하현에게 그녀의 학부모가 되어 시찰을 책임져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뜻밖에도 이런 천한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동영상이 대구대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파장이 커졌다. 그러나 하현은 이 영상으로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가 대학에 들어가는 일에는 아마 문제가 있을 것이다.대구대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대학이 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재석과 희정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일을 맡겼느냐 하는 것이다. 이 시찰에서는 그들 부부를 보냈어야 했다. 설은아는 침착한 편이었다. 이때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빠, 엄마, 유아야, 조급해 하지 마. 이 동영상은 아주 잘못된 거 같아. 일부러 겨냥하려는 의도가 아주 분명해.”“하현, 너 이 여자 알지? 너희들 사이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던 적은 없었어?”은아가 이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자 하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이 여자는 내 대학 시절 조교였어. 그때 이 여자가 나를 꼬셨었어. 내가 그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더니 그녀는 결국 잘렸어.”“이 여자는 분명 이 일에 앙심을 품고 있을 거야.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거고.”하현이 설명하는 말을 듣고 모두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은아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처리하기가 좀 어려울 거 같아.” “어쨌든 대구 대학 입학사정관 선생님으로 대구대 권위를 대표하잖아.”“우리의 목적은 유아를 대구대에 보내서 공부를 시키는 건데.”“지금 이 동영상을 내보낸 건 유아가 대학 가는 길을 완전히 막아 버린 거나 마찬가지야!”“게다가 일을 잘못 처리했다간 앞으로 유아는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될 거야.” 이 말에 재석과 희정도 다급해졌다. 유아는 옆에서 얼굴이 ‘싹’ 하얗게 질렸고 매우 긴장했다. “형부,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유아가
대구대가 대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 고위 인사들은 대구 대학에 의지하고 있어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었다. 은아의 얘기를 듣고 그녀의 많은 친구들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은아는 하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은아는 어쩔 수 없이 교육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부를 한다고 해도 결국 일이 해결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방법이다. ……은아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하현도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연결이 되고 보니 바로 임수지였다. “하현, 너희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은 봤겠지?”“지금은 밤이라 보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내일이면 다 퍼지게 될 거야!”“그 때가 되면 네 처제는 길 건너는 쥐가 되어 모두가 고함치며 공격하게 될 거야!”“국내 교육계에서는 그녀가 있을 곳이 없을 거야!”“그녀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너 때문이야!”전화 맞은편에서 임수지의 웃음소리가 넘실거렸다. 분명 그녀는 방금 어느 늙은 남자의 시중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임수지, 너 그런 식으로 해봐야 나한테 실질적인 영향은 전혀 없어.”“푸흡______”“하현, 너 이러고도 잘난 척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네 처제 인생이 엉망이 된 거 알고 있는 거야?”“게다가 나는 언론계에 친구가 많아. 내일 나는 편집한 짧은 영상들을 내보낼 거야. 그때가 되면 너는 인터넷 스타가 될 거야!”“그리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 네 별명까지 내가 생각해 봤어. 남원 기둥서방의 왕, 하하하하……”“물론 네가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기회가 없지는 않을 거야. 나 지금 남원 호텔에 있거든. 네가 지금 개처럼 호텔 문 앞에 엎드려서 개처럼 짖는다면 내가 널 봐줄지도 모르지……”“그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