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뜻밖에도 이런 천한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동영상이 대구대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파장이 커졌다. 그러나 하현은 이 영상으로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가 대학에 들어가는 일에는 아마 문제가 있을 것이다.대구대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대학이 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재석과 희정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일을 맡겼느냐 하는 것이다. 이 시찰에서는 그들 부부를 보냈어야 했다. 설은아는 침착한 편이었다. 이때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빠, 엄마, 유아야, 조급해 하지 마. 이 동영상은 아주 잘못된 거 같아. 일부러 겨냥하려는 의도가 아주 분명해.”“하현, 너 이 여자 알지? 너희들 사이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던 적은 없었어?”은아가 이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자 하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이 여자는 내 대학 시절 조교였어. 그때 이 여자가 나를 꼬셨었어. 내가 그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더니 그녀는 결국 잘렸어.”“이 여자는 분명 이 일에 앙심을 품고 있을 거야.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거고.”하현이 설명하는 말을 듣고 모두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은아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처리하기가 좀 어려울 거 같아.” “어쨌든 대구 대학 입학사정관 선생님으로 대구대 권위를 대표하잖아.”“우리의 목적은 유아를 대구대에 보내서 공부를 시키는 건데.”“지금 이 동영상을 내보낸 건 유아가 대학 가는 길을 완전히 막아 버린 거나 마찬가지야!”“게다가 일을 잘못 처리했다간 앞으로 유아는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될 거야.” 이 말에 재석과 희정도 다급해졌다. 유아는 옆에서 얼굴이 ‘싹’ 하얗게 질렸고 매우 긴장했다. “형부,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유아가
대구대가 대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 고위 인사들은 대구 대학에 의지하고 있어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었다. 은아의 얘기를 듣고 그녀의 많은 친구들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은아는 하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은아는 어쩔 수 없이 교육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부를 한다고 해도 결국 일이 해결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방법이다. ……은아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하현도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연결이 되고 보니 바로 임수지였다. “하현, 너희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은 봤겠지?”“지금은 밤이라 보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내일이면 다 퍼지게 될 거야!”“그 때가 되면 네 처제는 길 건너는 쥐가 되어 모두가 고함치며 공격하게 될 거야!”“국내 교육계에서는 그녀가 있을 곳이 없을 거야!”“그녀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너 때문이야!”전화 맞은편에서 임수지의 웃음소리가 넘실거렸다. 분명 그녀는 방금 어느 늙은 남자의 시중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임수지, 너 그런 식으로 해봐야 나한테 실질적인 영향은 전혀 없어.”“푸흡______”“하현, 너 이러고도 잘난 척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네 처제 인생이 엉망이 된 거 알고 있는 거야?”“게다가 나는 언론계에 친구가 많아. 내일 나는 편집한 짧은 영상들을 내보낼 거야. 그때가 되면 너는 인터넷 스타가 될 거야!”“그리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 네 별명까지 내가 생각해 봤어. 남원 기둥서방의 왕, 하하하하……”“물론 네가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기회가 없지는 않을 거야. 나 지금 남원 호텔에 있거든. 네가 지금 개처럼 호텔 문 앞에 엎드려서 개처럼 짖는다면 내가 널 봐줄지도 모르지……”“그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천일그룹에 도착했다. 하 세자의 운전기사라는 신분이 반 공개된 이후부터 그가 자주 나타나서 회사 사람들은 그를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물론 그가 전설의 하 세자라는 것은 핵심 고위층에서만 알고 있었다. 다른 고위층 사람들과 직원들은 모두 그가 하 세자의 운전기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많은 일반 직원들이 하현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평소 친분이 있던 보안 대장 이평욱은 빠른 걸음으로 하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형, 미운 털 박힌 거 아니에요?”“오늘 어떤 분이 우리 회사 내부방에 동영상을 하나 보냈어요.”말을 하면서 이평욱은 하현에게 영상을 보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영상을 몇 번 훑어보았고, 내용이 아주 눈길을 끌었다. 무슨 데릴사위, 기둥서방 같은 단어들이 모두 나왔다. 전체 영상의 흐름은 하현이 전에 한 말을 한 번 편집한 것이었다. 당연히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하현이 밥만 축내는 쓰레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평욱과 같이 비교적 이성적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현은 이평욱의 어깨를 툭 쳤다. 이 녀석은 괜찮다. 기회가 있으면 중요한 일에 쓸 수 있겠다. 이평욱은 깨어있고 이성적이었지만 다른 대다수의 직원들은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 세자를 접할 수 있는 ‘운전기사’에 대해 평소 부러움과 질투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현, 너 아직도 출근할 낯이 있는 거야? 하 세자의 운전기사가 될 면목이 있어?”“네 놈이 하루 종일 세자 노릇이나 하며 떠들어대고 다니는 바람에 우리 천일그룹 하 세자의 체면이 구겨졌잖아!”“맞아, 우리 천일그룹은 강남의 하늘인데 너 같은 폐물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어!”하현을 가리키는 사람들 중에는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고, 단순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 사람이나 다 있었다고
하현은 이런 일들은 무시한 채 남원 컨벤션 센터로 왔다. 투자 유치가 열릴 곳이니 현장은 반드시 신중하게 배치해야 한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대부분 남원 관청에서 나왔고 선두에 있던 몇 명은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현이 시찰하러 온 것을 보고 하나같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 고문님, 현재 국내외에서 이미 백여 개에 가까운 대기업과 재단이 이 투자 유치회에 참가했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게 명단입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하현은 살펴보았다. 이번에 남원이 투자하려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는 관청에서 보조를 많이 해주고 있어 재단과 기업들 외에 국내외 유명한 학부모들도 모두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참, 하 고문님.”“대구대의 몇몇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담당자를 파견했는데 미리 만나서 몇 가지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합니다.”“만약 내정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겁니다.”“이런 시업이 만약 외국 고교로 넘어가면 나중에 우리 남원 관청이 발목 잡힐지도 모르니까요.”현장에 있던 책임자는 또 다른 일을 보고했다. “그래, 현재 우리 국내 과학 연구 수준은 아주 높은데 많은 고등학교 과학기술자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지 못했을 뿐이야. 지금 그들이 미리 우리와 접촉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과학 연구 프로젝트는 기름진 고기 덩어리라서 누구나 한 입 먹고 싶어했다. 하지만 공적, 사적으로 말하면 하현은 모두 국내 고등 교육 기관에 주고 싶어했다. 한편으로는 국내 과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과학 연구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일종의 일석이조였다. 하현은 당연히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참, 대구대 쪽에선 책임자가 누구야?”하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현장 책임자는 잠시 자료를 뒤적거리고 나서야 말했다. “하 고문님, 이 담당자는 좀 어리네요. 임수지
하현 이 폐물이 뜻밖에도 천일그룹에서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잘리다니!임수지는 그 짤막한 동영상을 천일그룹의 한 임원에게 보내 회사 단체방에 전달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효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임수지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창밖에는 먹구름이 조금 끼어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오히려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 같았다! 임수지는 천일그룹 쪽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하현, 이 모든 건 시작일 뿐이야!”“앞으로 너는 더 비참해질 거야!”“그때가 되면 취직도 못하고 육교 밑에서 밥을 얻어먹게 될 거야. 하하하……”이 생각에 미치자 임수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임수지 선생님, 왜 그러세요?”“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다른 고등 교육 기관의 대표들은 지금 모두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특히 몇몇 젊은 남자 대표들은 임수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쨌든 임수지의 외모와 성격은 정말 좋아서 이 남자 대표들이 그녀를 쫓는 것도 당연했다. “별일 아니에요. 예전에 저를 쫓아 다니던 사람이 제가 안 받아주니까 저를 욕보였었거든요. 근데 그 남자가 벌을 받았대요!” “이런 소식을 듣다니, 너무 기쁘네요!”임수지는 꾀가 많아 당연히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돌려 말했다. “이이고, 이런 빌어먹을 남자가 다 있나! 싸다 싸!”“임수지 선생님, 정말 잘 됐네요! 축하 드려요!”“아니면 일 끝나고 같이 밥 한 끼 먹으러 갈까요!?”일부 남자 대표들은 기회를 틈타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수지는 기분이 좋아 웃으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끝나면 제가 한턱 쏠게요!”모두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고, 남자 대표들은 서로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임수지는 그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준 것이다! 몇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컨
이 말을 듣자 임수지는 눈이 번쩍 뜨이더니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양아버지가 자기에게 안배한 임무인가?자기보고 그 기세가 대단한 고문을 처리하라니!원래는 투자 유치회 현장에서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오늘 이런 기회가 생길 줄이야. 이 생각에 미치자 임수지는 자기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오늘 어떻게든 이 고문관을 차지하기로 결정을 했다. 만약 일을 만들어 아기라도 생기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20대의 거물이니까! 틀림없이 젊고 유망한 인물일 것이다! 은밀히 만나는 여자라고 해도 이점은 무수할 것이다. 곧 모두들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고교 대표들은 이런 급의 거물은 처음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임수지는 확실히 능력이 좀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감정을 추스르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대략 5분 정도가 지나자 응접실의 다른 문이 밀리며 열렸다. 한 무리의 직원들이 한 젊은이를 둘러싸고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 젊은이의 옷차림은 무난했지만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임수지는 눈앞이 번쩍 뜨였다. 비록 희미하게 보였을 뿐이지만 그 분은 전설의 거물 고문관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카리스마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수지는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조금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마음속은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은근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이렇게 낯이 익다니, 아마 클럽에 있을 때 같이 잤던 남자인가보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진작에 이슬 같은 부부가 되었는데 아직도 나중에 인연이 안 닿을까 봐 걱정하는 것인가? 대표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 고문관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입구에 들어선 고문관은 모습만 내 비추더니 현장 책임자에게 몇 마디를 하고는 발길을 돌려 떠나버렸다. “
“다들 내일 다시 옵시다. 혹시 방금 하 고문관이 한 말이 농담일 수도 있잖아요.”임수지는 임기응변이 좋아 이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표들은 내일 함께 오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임수지는 속으로 냉소했다. 그녀는 이 대표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일 자신이 혼자 오려면 반드시 그 전설의 하 고문관을 잡아야 한다. ……남원 호텔로 돌아와 임수지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오늘 프로젝트일로 바빠 아직 하현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아 순간 재미있는 거리를 찾고 싶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몇 개의 번호를 누른 뒤 냉소하며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곧 하현의 일은 남원 지역 단체 채팅방과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현이 남원 기둥서방이라는 것 말고도 하현이 아내 설은아의 높은 지위를 어떻게 이용 했는지와 설은아와 하 세자의 불 분명한 관계를 빠르게 폭로했다. 이런 일들은 원래 남원 상류층의 유언비어일 뿐이었지만 임수지가 고의적으로 유포를 한 순간 이 일은 기정 사실화 되었다. 게다가 제호그룹 조차 이 일로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제호그룹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제호그룹의 집들은 살 수 없다며 심지어 방을 빼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룻밤 사이에 제호그룹은 이런 유언비어들 때문에 큰 손실을 입은 셈이다. 설은아는 원래 제호그룹의 일부 자금을 빼내어 대구대에 기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방을 빼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제호그룹의 금고는 금방 비워져 뺄 돈이 없어졌다. 심지어 일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제호그룹은 파산할 수도 있었다.누구도 이런 작은 사소한 일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마트 밸리, 설재석은 핸드폰 뉴스를 보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현이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자기 혼자 일 처리 잘 하겠
설은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울분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선생님, 저에게 대구 대학에 교육기금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물론 이 점을 봐서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멈추고 하현을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이 일로 어렵게 구한 직장도 잃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자살할지도 몰라요.”“이렇게 처참해진 상황을 보시고 부디 용서해 주세요.”“처참하다고?”임수지는 웃었다. “그가 처참해졌다고? 그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 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처참해졌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설 회장님, 뭐를 인과응보라고 하는지 아세요?”“그리고 설 회장님, 나도 아니고 당신은 성공한 여자인데 왜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어요?”“그는 지금 평판이 이렇게 안 좋으니 당신이 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당신들 가족은 다 나에게 감사해야 해요!”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임수지 선생님, 뭐라고 말씀을 하시든 하현은 제 남편이에요.”“제 남편이 전에 선생님께 했던 일들은 제가 대신 사과 드립니다!”“하지만 저는 선생님이 그를 용서해 주시길 바래요. 어떤 조건이든 제가 방법을 찾아서 해드리도록 할게요!”임수지는 생각 끝에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손을 떼지 못할 것도 없죠. 듣기로 당신이 천일그룹 하 세자와 아는 사이라던데요.”“하 세자를 만나게 해주기만 하면 하현은 놔주고 당신들 집안을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게요. 어때요?”“좋아요. 한번 해볼게요!”은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슬기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다. “하 비서님, 정말 죄송합니다. 한 가지 폐를 끼쳐드리게 되었는데요……”맞은 편에서 슬기는 은아의 말을 다 듣고는 말했다. “설 회장님, 괜찮습니다. 그 여자한테 내일 천일그룹으로 오라고 하세요. 우리가 잘 처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한 숨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