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대의 임수지라고 합니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임수지는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뽀얀 손을 내밀며 깜찍한 표정을 지었다. 우윤식는 손을 내밀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비서, 이런 나부랭이를 하 세자와 만나게 하고 싶어?”“너 어떻게 이렇게 경중을 구분을 못해?”“온몸이 다 낡아 빠졌네. 늙은 사내들이랑 얼마나 잤을지도 모르는 이런 구린내 나는 화냥년이 하 세자를 만나 뵐 자격이 있어? 썩 꺼지라고 해!”말을 마치고 우윤식은 임수지에게 꺼지라는 손짓을 했다. 임수지는 어안이 벙벙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사회 생활을 오랫동안 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 남자는 그녀의 색기를 탐탁치 않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녀를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임수지의 외모와 인맥으로는 진정한 상류사회를 접할 수 없었다. 상류사회는 이런 사람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류사회에서는 몰래 놀고 나서 끝을 내었다. 만약 집에 데리고 오거나 공개석상에서 인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상류층 사이에서는 가십거리가 된다. 임수지는 이런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외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순간부터 그녀가 가장 바라는 상류사회의 문은 철저하게 닫혔다. 이때 임수지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반응을 하며 말했다. “우 대표님, 이 비서님,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이미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오늘 하 세자를 만나게 해주실 거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보잘것없는 부회장이 나를 쫓아낼 자격이 있나요?”“잊지 마세요. 저는 설은아씨의 소개로 왔어요. 만약 오늘 하 세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 결과는 두 아르바이트생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이때 다들 그녀의 체면을 구겼기 때문에 임수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우윤식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임수지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야 냉소하며 말했다. “강남이라는 땅에서 감
하현은 명단을 뒤적거렸고,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세 곳을 발견했다. 7위, 금정 김가.9위, 대구 정가.10위, 연경 이가.이 외에도 다른 지역의 대기업 및 대그룹들도 많이 왔다. 그 밖에 풍택재단 등 해외 세력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사람들이 모두 취업 비자를 들고 온 것으로 볼 때 진지하게 사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현은 잠시 살펴본 후 이 세력의 명단들을 취소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사람들이 만약 남원에 투자하러 온 것이라면 환영이었다. 물론 이 세력들이 남원에 와서 소란을 피우려 한다면 하현도 그들을 쉽게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하현이 쉬고 있는 사이 한 직원이 달려와 지시를 요청했다.“하 고문님, 대구대의 대표님이 오셨습니다. 미리 뵙고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 말씀을 드리면 될까요?”하현은 냉소하며 말했다.“그 대표가 임수지 맞지?”“어? 하 고문님, 어떻게 아셨어요?”이 직원은 방금 임수지의 핸드폰 번호를 추가하고 작은 팁을 받아 먹어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하현의 승낙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하현의 태도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또 다른 직원이 뛰어들어오며 말했다. “하 고문님, 남원대 대표님도 오셨습니다.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는데요.”“또 강남대 쪽에서도 대표님이 오셨습니다.”분명 이 대표들은 어제 문전박대를 당한 후 오늘 모두 혼자 와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배웠다. 결국 다들 너무 똑똑해서 하현 앞에서 충돌한 것이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남원대와 강남대의 실력은 내가 잘 알고 있지. 대표들에게 전해.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내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는 내가 우선시해서 보겠다고.”“대구대 대표 임수지는
남원 호텔. 임수지는 지금 그녀의 핥는 개들을 거의 다 불러 모았고, 다같이 내일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다. 어쨌든 하 고문이 이미 그녀와 약속을 했으니 분명 먼저 기회를 줄 것이다. 그녀의 스타일상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수지양, 정말 대단하네요!”“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 고문을 미리 만나려고 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그들은 다 기회가 없었는데!”“그런데 하 고문이 당신을 지목해서 단둘이 만나자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하 고문이 수지양을 탐내는 건 아닐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가 같이 가서 수지양을 보호해 줘야지요!”이 핥는 무리들은 마치 누구든 임수지의 의견에 반하면 그 상대방을 때려 눕히겠다는 의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사람들의 말을 들은 임수지의 마음은 뿌듯했다. 이때 그녀는 요염하게 방긋 웃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하 고문은 진정한 거물인데 어떻게 나같이 작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어요?”“내 생각에 그는 우리 대구대의 교육과 연구자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거 같아요!”“이번에 나는 반드시 우리 대구 대학을 위해 최고의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따낼 겁니다!”임수지의 이 말을 듣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흠모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핥는 개들의 눈에 임수지는 예쁘고 대범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매우 능력이 있고 항상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인들이 보기에 모두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수지는 속으로는 기뻤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따낸다면 그녀는 분명 입학처의 처장이 될 것이다! 심지어 유일한 여자 부총장이 되기에도 충분했다. 이 생각에 임수지는 곧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대구대 고위 관계자들은 하 고문이 임수지를 미리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
“참, 수지야, 또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어!”“제호그룹이 하현의 일로 지금 집을 반환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현금 줄이 끊겼대!”“지금 제호그룹의 임원들은 설은아가 하현을 쓸어버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외부에서는 하현과 제호그룹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아마도 제호그룹은 데릴사위 때문에 파산한 최초의 그룹이 될 거야!” 잠시의 틈을 타 임수지의 개는 또 다른 상황을 보고했다. “경사가 겹쳤네요!”임수지는 매우 기뻤다. 그녀는 이번에 자신이 남원에 온 것이 괜히 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먼저는 하 고문을 알게 되어 부잣집에 시집을 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현을 혼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를 자살로 몰아 넣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하현아, 하현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걸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이런 사람은 네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 갈 수 있단다!”임수지의 눈동자에는 요염한 살기가 가득했다. “이렇게 작은 놈은 손가락만 들어도 죽일 수 있는데, 그가 감히 반박을 하려고 하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네요!”핥던 개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때 임수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에 이름이 뜨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모두 나가자 임수지는 그제서야 전화를 받고는 애교스럽게 입을 열었다. “옥수 도련님, 저 보고 싶으셨어요?”임수지는 대구에서 대구 정가의 정옥수와 인연을 맺었지만 정옥수 같은 인물이 어떻게 임수지 같은 꽃을 마음에 둘 수 있겠는가? 몰래 몇 번 가지고 놀다 돈이나 좀 더 얹어주면 괜찮은 셈이었다. 지금 정옥수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임수지는 조금 설레었다. 어쨌든 그녀는 대구 정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정옥수는 예의를 차리지 않고 쌀쌀맞게 말했다. “너 요즘 남원에 있어?”“네, 혹시
다음날. 남원 컨벤션 센터는 지금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등록한 국내외 기업은 이미 천 개가 넘었다. 대하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회인 셈이었다. 이른 아침 임수지와 그의 동료들은 함께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다. “수지야, 아빠 벌써 남원에 왔어. 곧 교육계 1인자 조천평하고 가서 하 고문을 만날 거야. 너 오늘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해!”“그 사람 말고도 과학 연구 프로젝트도 무조건 따내야 해!”대구 대학 부총장이자 임수지의 양 아버지 이정평은 특별히 전화를 걸었다. “아빠,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임무를 잘 완수 할 게요!”“이 세상에서 제가 가질 수 없는 남자는 없어요!”임수지는 이때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있었고 기분이 좋았다. 자기의 미모에 대해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핥는 개들은 이때 하나같이 흠모하는 얼굴이었다. “수지씨, 정말 대단해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참, 하 고문은 성격이 있어서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도 없대요!” “하 고문이 아직 미혼이라던데 설마 임수지 아가씨를 좇아 다니려는 건 아니겠죠?”이런 말들을 듣고 임수지는 의기양양했지만 자중하면서 감히 표현하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조용히 기다리며 기대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컨벤션 센터 뒤편. 마침 회의장을 둘러보고 있던 하현 뒤로 누군가가 걸어왔다.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이었다. 이때 조천평은 깍듯하게 말했다. “하 고문님, 대구대의 부총장 이정평 교수님이 오셨습니다. 고문님을 만나 보고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대? 들어오라고 해.”잠시 후 대머리에 살 찐 남자가 헐레벌떡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하현을 보았을 때 그는 눈이 번쩍 뜨여 곧장 하현 앞으로 달려와 앞으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존경하는 하 고문님, 저는 대구 대학 부총장 이정평이라고 합니다. 학교의 과학 연구 프로젝트
그들은 요즘 그의 체면을 깎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남원 기둥서방이라는 칭호도 그들이 지어준 것이다. 그들의 상상 속에서 하현은 지금 길을 건너는 쥐 신세가 되어 어느 구석에 숨어 벌벌 떨며 남원을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이 뜻밖에도 컨벤션 센터에 있다니?게다가 부총장님과 같이 서 있다니?임수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때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하현 이 폐물, 너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여기가 네가 올 수 있는 곳이야?”그녀의 호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내는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위의 직원들은 고개를 들고는 마치 그녀가 무슨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른 것처럼 이상한 눈빛으로 임수지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임수지는 일종의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절대 불가능한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올랐다!이때 옆에 있던 직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 어디 아프세요? 저분이 진짜 리더예요!”“이 분을 욕 하다니, 죽고 싶으세요!?”“리더?”“그럴 리가요!? 이 사람은 남원 기둥서방의 왕, 하현이잖아요?”“맞아요! 기둥서방이라는 건 남원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이런 사람은 남원에서 반드시 추방시켜야 해요!”“어떻게 이런 자리에 세워둘 수 있겠어요!”임수지와 그녀의 핥는 개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퍽______”조천평은 임수지를 몰랐지만 이때 누군가 하현을 모독하는 말을 듣고 바로 앞으로 나가 뺨을 후려쳐 임수지를 놀라게 만들었다. 뺨을 한 대 때린 후에야 조천평은 임수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뭐 하는 물건이야? 감히 리더님을 모욕하다니?”“너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아?”말이 끝나자 조천평은 이정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정평씨, 이럴 수 있습니까!”“대구 대학 부총장 맞죠? 감히 하 고문님 면전에
임수지는 발에 걷어차여 땅을 뒹굴었고 이때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아빠,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요. 아파요.”‘아빠’라는 호칭을 듣자 이정평은 더욱 소름이 끼쳤다. 그는 임수지의 목을 조르며 그녀를 들어올려 한 입에 삼킬 듯 했다. “누가 네 아빠야?! 어!”“누가 네 아빠냐고!?”“너 허튼 소리 했다간 죽여 버릴 거야!”이정평은 이때 만약 임수지와 얽히면 그도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이정평은 손을 뗐고 임수지의 가냘픈 얼굴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져 힘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눈가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하현이 이런 신분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무릎을 꿇고 하현을 핥을 시간도 부족한데 어디 감히 하현을 건드릴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이 두 ‘부녀’의 뜻을 가만 놔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때 그는 차갑게 말했다. “참, 내가 듣기로 임수지가 곧 승진할 거라고 들었는데.”“이 여자한테 이 직분을 주려고 한 사람이 바로 이 양아버지 맞죠?”하현은 ‘양아버지’라는 네 글자를 매우 무겁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있던 임수지의 얼굴은 절망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하현이 자신을 완전히 짓밟아 죽이려고 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정평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죠! 저는 이 천한 년이 이미 우리 대구대에서 해고 되었음을 선언합니다!”“그리고 이 여자가 그 동안 한 일들을 털어놓고 교육계에서 제명시키라고 통보할 겁니다!”하현은 일어서서 임수지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며 약간 안타까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선생님, 교사시니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셔야죠……”“그런데 임수지씨는 선생으로서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외모로 늙은 남자나 모시고 자면서 이익을 챙기다니……”“이정평씨, 당신과
이 분이 이렇게 입을 열었으니 그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협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곧 대구대에 긴급 메시지를 보내 전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하현과 설은아 가족의 결백을 알렸다. 같은 시각, 임수지는 대구대 부총장과 애매모호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폭로했다. 임수지는 대구대에서 제적되었다. 이정평도 대구대에서 제적되었다. 두 사람은 교문 앞에서 크게 싸웠는데 둘 다 많이 다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길을 건너는 쥐로 악명이 높아졌기 때문에 병원에 데리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후 두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둘 다 처참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투자 유치회 준비가 한창일 때, 많은 외지의 가문, 그룹, 기업 대표들은 이미 남원에 도착했다. 그들이 남원에 온 목적은 매우 간단했다. 한편으로는 남원의 시장을 조사하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적절한 대변인이나 협력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남원에서는 현재 상위권 대기업이 많지 않았다. 천일그룹 하나 있는 셈인데 하 세자가 있으니 외부인들 중 어느 누가 감히 하 세자를 괴롭히겠는가?이 외에 안씨 집안과 제호그룹이 있었다. 안씨 집안은 안흥섭이 지키고 있는 관계로 모두들 공손하게 대했다. 하지만 제호그룹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비록 하현의 일은 이미 잠잠해졌지만 요 며칠 동안 제호그룹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쳐 시장의 가치도 많이 떨어졌고 현금 유통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설은아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었지만 일부 외부인의 눈에는 오히려 좋은 일로 여겨졌다. 곧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제호그룹과 비즈니스 합작을 하기 위해 합작 초대장을 보내왔다. 설은아도 외국계 기업의 러브 콜을 거절하지 않았다. 몇 군데를 골라 좋은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스마트 밸리, 하현이 막 집에 돌아왔을 때 은아가 그를 끌고 나왔다. “무슨 일이야?”하현은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