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요즘 그의 체면을 깎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남원 기둥서방이라는 칭호도 그들이 지어준 것이다. 그들의 상상 속에서 하현은 지금 길을 건너는 쥐 신세가 되어 어느 구석에 숨어 벌벌 떨며 남원을 떠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이 뜻밖에도 컨벤션 센터에 있다니?게다가 부총장님과 같이 서 있다니?임수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때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하현 이 폐물, 너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여기가 네가 올 수 있는 곳이야?”그녀의 호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내는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위의 직원들은 고개를 들고는 마치 그녀가 무슨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른 것처럼 이상한 눈빛으로 임수지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임수지는 일종의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절대 불가능한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올랐다!이때 옆에 있던 직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 어디 아프세요? 저분이 진짜 리더예요!”“이 분을 욕 하다니, 죽고 싶으세요!?”“리더?”“그럴 리가요!? 이 사람은 남원 기둥서방의 왕, 하현이잖아요?”“맞아요! 기둥서방이라는 건 남원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이런 사람은 남원에서 반드시 추방시켜야 해요!”“어떻게 이런 자리에 세워둘 수 있겠어요!”임수지와 그녀의 핥는 개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퍽______”조천평은 임수지를 몰랐지만 이때 누군가 하현을 모독하는 말을 듣고 바로 앞으로 나가 뺨을 후려쳐 임수지를 놀라게 만들었다. 뺨을 한 대 때린 후에야 조천평은 임수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뭐 하는 물건이야? 감히 리더님을 모욕하다니?”“너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아?”말이 끝나자 조천평은 이정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정평씨, 이럴 수 있습니까!”“대구 대학 부총장 맞죠? 감히 하 고문님 면전에
임수지는 발에 걷어차여 땅을 뒹굴었고 이때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아빠,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요. 아파요.”‘아빠’라는 호칭을 듣자 이정평은 더욱 소름이 끼쳤다. 그는 임수지의 목을 조르며 그녀를 들어올려 한 입에 삼킬 듯 했다. “누가 네 아빠야?! 어!”“누가 네 아빠냐고!?”“너 허튼 소리 했다간 죽여 버릴 거야!”이정평은 이때 만약 임수지와 얽히면 그도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이정평은 손을 뗐고 임수지의 가냘픈 얼굴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져 힘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눈가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하현이 이런 신분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무릎을 꿇고 하현을 핥을 시간도 부족한데 어디 감히 하현을 건드릴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이 두 ‘부녀’의 뜻을 가만 놔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때 그는 차갑게 말했다. “참, 내가 듣기로 임수지가 곧 승진할 거라고 들었는데.”“이 여자한테 이 직분을 주려고 한 사람이 바로 이 양아버지 맞죠?”하현은 ‘양아버지’라는 네 글자를 매우 무겁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있던 임수지의 얼굴은 절망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하현이 자신을 완전히 짓밟아 죽이려고 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정평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죠! 저는 이 천한 년이 이미 우리 대구대에서 해고 되었음을 선언합니다!”“그리고 이 여자가 그 동안 한 일들을 털어놓고 교육계에서 제명시키라고 통보할 겁니다!”하현은 일어서서 임수지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며 약간 안타까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선생님, 교사시니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셔야죠……”“그런데 임수지씨는 선생으로서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외모로 늙은 남자나 모시고 자면서 이익을 챙기다니……”“이정평씨, 당신과
이 분이 이렇게 입을 열었으니 그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협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곧 대구대에 긴급 메시지를 보내 전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하현과 설은아 가족의 결백을 알렸다. 같은 시각, 임수지는 대구대 부총장과 애매모호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폭로했다. 임수지는 대구대에서 제적되었다. 이정평도 대구대에서 제적되었다. 두 사람은 교문 앞에서 크게 싸웠는데 둘 다 많이 다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길을 건너는 쥐로 악명이 높아졌기 때문에 병원에 데리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후 두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둘 다 처참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투자 유치회 준비가 한창일 때, 많은 외지의 가문, 그룹, 기업 대표들은 이미 남원에 도착했다. 그들이 남원에 온 목적은 매우 간단했다. 한편으로는 남원의 시장을 조사하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적절한 대변인이나 협력자를 찾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남원에서는 현재 상위권 대기업이 많지 않았다. 천일그룹 하나 있는 셈인데 하 세자가 있으니 외부인들 중 어느 누가 감히 하 세자를 괴롭히겠는가?이 외에 안씨 집안과 제호그룹이 있었다. 안씨 집안은 안흥섭이 지키고 있는 관계로 모두들 공손하게 대했다. 하지만 제호그룹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비록 하현의 일은 이미 잠잠해졌지만 요 며칠 동안 제호그룹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쳐 시장의 가치도 많이 떨어졌고 현금 유통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설은아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었지만 일부 외부인의 눈에는 오히려 좋은 일로 여겨졌다. 곧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제호그룹과 비즈니스 합작을 하기 위해 합작 초대장을 보내왔다. 설은아도 외국계 기업의 러브 콜을 거절하지 않았다. 몇 군데를 골라 좋은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스마트 밸리, 하현이 막 집에 돌아왔을 때 은아가 그를 끌고 나왔다. “무슨 일이야?”하현은
남원 호텔. 대구의 몇몇 대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는데, 그 중에 선두 주자는 강양화였다. 이때 그는 술상 가장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향해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옥수 도련님, 걱정 마세요. 분부하신 일들은 다 명심하고 있습니다!”“오늘 밤 우리는 반드시 도련님을 위해 대작을 찍어 이 여자를 뭉개버릴 겁니다.”강양화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이들 몇 곳은 대구 정가의 기업에서 나왔고, 배후의 실질적인 지주는 모두 대구 정가였다. 어젯밤 정옥수가 밤새도록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으니, 강양화 등 사람들은 자연히 지시한 대로 했다. 강양화는 전화를 끊은 후 다른 대표들과 요구르트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숙취해소용으로 효과가 좋았다. 대략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제호그룹 일행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강양화는 가장 앞자리에서 설은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순간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설 회장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우리는 당신과 합작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합작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여기로 데리고 온 게 무슨 뜻이에요? 계약을 강요할 생각인가요?”제호그룹의 한 남성 임원이 설명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 설 회장님이 주량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이번에 저희들이 온 것은 여러분을 잘 접대하기 위한 거예요.”“불쾌하게 생각하셨다면 제호그룹에서 사과 드리겠습니다.”강양화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은아의 핑계는 완벽했다. 그들이 만약 이 시점에 다른 남자들을 다 쫓아내면 너무 눈에 띌 것이다. 그러자 강양화가 말했다. “그렇군요. 설 회장님이 생각이 깊으시네요.”“하지만 우리는 설 회장님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저희 체면 좀 세워 주세요.”“자, 앉으세요!”곧 서로 소개를 했고 강양화와 사람들은 일찌감치 공들여 준비한 합작 의향서를 내밀었다. 강양화의 합작 의향서는 제호그룹의 현재 상황에 맞게 작성되었다. 내용도 아주 간단
설은아가 머뭇거리자 강양화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설 회장님, 강한 용은 뱀을 압박하지는 않는다고들 하는데 제호그룹은 뱀이잖아요. 무섭다고 말하지 마세요.”다른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설 회장님, 비즈니스 할 때 술을 무서워하면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 대주가들이에요!”“만약 술을 마실 수가 없다면 우리도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이 합작은 우리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어요!”이 몇 명의 사장들은 모두 자신이 설은아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설은아가 잔뜩 찌푸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하현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좋아요. 동의해요!”입을 연 사람은 하현이었다. 제호그룹의 임원들은 하현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하현이 제호그룹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호그룹을 오늘 이 지경으로 까지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하현이었다. 설은아도 한숨을 내쉬며 약간은 실망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하현을 데리고 와서 장사를 배우라고 한 것은 하현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충동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딱 봐도 사업을 할 만한 사람 같지가 않았다. 강양화와 사람들이 이런 요구를 했다는 것은 그들이 십이만 퍼센트 장악하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현은 너무 충동적이라 이번에는 아마 상대방에게 당한 것 같다. 하현이 입을 열자 강양화는 웃으며 말했다. “기왕 우리 손님으로 오셨으니 그럼 우리가 주인으로서 우리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겠어요?”“다시 말해서 우리 쪽에서는 다 합쳐서 10명인데 당신들 쪽에서 보낸 사람이 우리보다 많으면 안 됩니다!”이 말은 강양화가 다 계산해서 한 말들이었다. 그는 원래 상업계에서 늙은 여우였다. 이런 말을 계속 반복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설은아와 사람들이 절대로 끼어들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자 하현이
설은아도 이럴 때 번복하면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양화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승자의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대로 이뤄지니 그들은 굉장히 만족해했다. 오늘 밤 그들은 반드시 설은아를 도와 대작을 찍어야 했다. 하현 이 놈은 바보라, 일이 성사되고 난 후 몇 천 원만 주면 그만이었다. 이때 하현이 앞으로 다가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강양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회장님이 술을 마실 때는 한 가지 전제가 있어요. 내가 먼저 마시고 엎드린 다음에 드셔야 해요.”“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은 설 회장님과 술을 마실 자격이 없습니다!”“좋아요! 합시다!”강양화와 몇몇 사람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하현일 뿐인데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해봐야 뭐 어떻겠는가?그들 쪽에는 열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맞아! 기왕 마실 거면 다른 잡동사니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 보다 술잔을 대신할 사람이 없는 게 낫지!”강양화는 또 다른 임원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이것은 모두 술자리의 규칙이며 합리적인 요구사항이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을 따돌리지 않고서 어떻게 설은아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너……”제호그룹의 몇몇 임원들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현 이 놈이 일을 망쳤기 때문이다!원래 이 사람들이 같이 했다면 강양화와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게 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현이란 이 쥐 똥 같은 놈 때문에 다 해놓은 밥에 재를 뿌린 격이 되었다! 이들이 떠난 뒤 술자리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자, 우리 규정에 따라서 한 바퀴 돕시다. 한 사람당 한 잔씩, 술을 따릅시다!”누군가 하현에게 먼저 술을 한 잔 따라 주었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먼저 백주을 한 잔 마시고 나서 청하는 손짓을 했다. 이 장면에서 설은아는 두피가 저렸다. 이 백주는 적어도 5
“다시, 세 바퀴째!”곧 한 바퀴를 더 돌았다. 결국 강양화와 사람들은 거의 백주 두 근 가까이를 마셨다. 하현은 조금 과장해서 최소 20근의 백주를 마셨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이 장면은 강양화만 놀란 게 아니라 설은아도 깜짝 놀라 안색이 다소 안 좋아졌다. 원래는 하현이 허풍을 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이야!강양화와 사람들은 비록 요구르트를 미리 마시며 주량을 더 키웠다. 하지만 지금 백주 두 근을 마시니 그들은 고통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여러분, 아직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몇 바퀴 더 할까요?”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연 뒤 종업원에게 독한 백주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 모습을 본 강양화와 사람들은 너무 놀라 오줌을 쌀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믿지 않았고 하현이 계속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곧 60도에 달하는 백주가 10 바퀴 더 돌았다. 하지만 하현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안색이 평온했다. 마치 그는 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양화와 사람들은 지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속이 뒤집히고 불타는 것 같았다. 이어서 하현이 또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 보내온 것은 전투 민족의 ‘생명의 물’이었다. 이런 백주는 97도까지 올라갔고, 불을 붙일 수 있는 종류였다. 이 모습을 본 강양화와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도대체 이 놈은 어디서 난 건가?주량이 너무 무섭다! 하현은 술을 따르면서 웃으며 말했다. “강 회장님, 우리 새로운 규칙을 정합시다. 아무도 토할 수 없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 걸로요!”이 말을 듣고 강양화와 사람들은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그들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하현이 제시한 요구도 술자리 규칙인데다 이미 마시기 시작했으니 거절할 수 없었다. 하현은 여전히 안색이 평온했다. 술을 마시는 것이 마치 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설은아는 놀라서 룸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 장면은 너무 구역질이 났다. 강양화는 멍해졌다. 그는 일평생 이렇게 창피한 적은 처음이었다. “여러분, 제가 도와 드릴게요!”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이때 하현은 그들이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 “부르륵______”곧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강 회장님, 아직 흥이 안 났는데 한 바퀴 더 할까요? 어때요?”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생명의 물을 들고 강양화 앞으로 다가갔다. 강양화는 땅에 쓰러져 괴로워하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고개를 들고 하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이 놈은 사람인가?이거 너무 변태적인 거 아니야! 이런 상태로는 정말 천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저……저는 안되겠어요……”강양화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럼 안되겠네요. 우리가 약속한대로 술자리에서 승패가 나겠네요!”하현이 빙그레 웃었다. “저……제가 당신들의 요구에 따라 계약서에 서명하겠습니다……”강양화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어디 그가 정천의 명령을 기억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계속 술을 마시면 자기가 망가지고 죽게 될 거라는 것만 알았다! 곧 강양화는 일어나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하현 때문에 지분을 5%만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지분은 제호그룹의 통제권에 절대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강양화는 이번에 돈을 내러 온 셈이었다. 하현은 계약서를 집어 들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여보, 가자, 계약서는 우리 손에 있어.”하현이 빙그레 웃었다. 설은아는 하현의 손에 계약서가 들려있는 것을 보고 멍해졌다. 이 순간 그녀는 하현의 온몸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대단한데!?자기 남편이 술을 마셔서 계약서를 가져오다니! 5% 지분과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나한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설은아는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자네 체면을 좀 뭉갰다고 해서 뭐 어떻다는 건가?”“우리 집 데릴사위로 온 사람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해?”최희정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자네 체면이 우리 체면보다 더 중요해?”“우리 집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금정의 거물과 비교를 할 수 있겠어?”“요즘 이영산이 우리 부부한테 준 물건만 해도 수천만 원이 넘어!”“우리 설 씨 가문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이랑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뭘 어떻게 비교를 한단 말이야? 어?!”“그리고 내가 자네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배은망덕한 결과야!”여기까지 말한 최희정은 한껏 기고만장해져서 콧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것도 영광인 줄 알아!”최희정에게 있어 하현은 자신의 발밑에 밟혀야 하는 존재였다.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며 반항은 절대 있을 수 없다.하현의 모든 행동은 이미 최희정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낸 것이었다.지금 금정에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 발돋움하려는 최희정은 하현을 철저하게 발밑에 깔아뭉개야만 했다.하현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설은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그는 자신의 전 부인이 지금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어차피 하현은 최희정과 사이가 틀어지든 말든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가 최희정의 체면을 건드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설은아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하현에게 눈빛을 몇 번 보내다가 결국 최희정을 편드는 자세를 취했다.“하현, 이렇게 늦은 밤에 그만 소란스럽게 하고.”“우리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 그 한 마디면 돼.”“어쨌든 엄마는 연장자인데 엄마를 화나게 한 건 당신 잘못이야.”
”개자식! 왜 안 죽는 거야?”“왜 안 죽는 거냐고?!”“꺼져! 우리 설 씨 가문에서 꺼지라고!”“우리 가문에선 아무도 네놈을 환영하지 않아!”“우리 가문에서 멀리 떨어져! 어서!”손님들은 혼비백산해서 자리를 떴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최희정은 마침내 폭발했다.하현은 사람들 앞에서 가짜 그림을 선물한 사실을 들추어냈다!이는 이영산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뿐만 아니라 최희정 자신의 체면을 뭉개버린 일이었다.그녀는 요즘 금정에서 입만 열면 하현은 데릴사위에 아무 능력도 업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자신의 딸과 절대 재결합시키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그런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도 알아챌 수 있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봤다니?!이것은 그녀가 데릴사위만도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일부러 이영산을 두둔했다고 모두에게 당당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현을 제압하려고 일부러 그런 속임수를 썼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물론 그녀가 지금 이 순간 잡아죽이고 싶은 사람은 단연코 하현, 이 개자식이었다!백두산 산삼의 가치를 뻔히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꿀꺽 삼켜버렸다!이것은 단지 그녀의 체면에 흠집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살인에 해당하는 짓이었다!최희정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정말로 하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언제 하현한테 당한 적이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로 그녀는 의기양양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뭘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꺼져!”최희정은 이를 갈며 외쳤다.“우리 설 씨 집안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을 환영하지 않아!”하현을 바라보는 설재석의 눈에 복잡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자 그는 결국 침묵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스스로 차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모님, 제가 충고 하나만 하죠. 대구 정 씨 가문 방주는 설은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