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강남에 와서 훌륭한 학부모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방문한 모든 학부모들은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강남의 가정 교육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영상에서 임수지는 당당하게 말했고 아주 전문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말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 1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방문을 했는데 그 중에 어울리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으로 인해 저는 이 학생의 가정 교육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이런 학생이 우리 대구대 학생이 될 자격이 있겠어요?”이 말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이것은 유아의 시찰 기록이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될 수가 있지?이 순간 그들 부부는 모두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학부모들을 폭로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하지만 대구대는 개교 100년이 됐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때가 끼는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이렇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학부모는 훗날 우리의 깨끗한 상아탑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폭로해야만 합니다!”“이 학부모 이름은 하현입니다. 이번에 설유아 학생의 형부를 시찰했었습니다!”“뭐!?”이 말을 들었을 때 설재석, 희정은 모두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모두들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오늘 시찰이 잘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유아가 대구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니?그럼 지금 이 영상은 어떻게 된 거야?하현은 설명하지 않았고 안색이 비할 데 없이 차가워졌다. 임수지는 정말 간이 크다. 학생을 모집하는 큰 일에 술수를 써서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그녀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자 설유아는 멍해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하현을 매우 신뢰했기 때문에 이번에 하현에게 그녀의 학부모가 되어 시찰을 책임져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자신이 뜻밖에도 이런 천한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동영상이 대구대 홈페이지에 게시되자 파장이 커졌다. 그러나 하현은 이 영상으로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가 대학에 들어가는 일에는 아마 문제가 있을 것이다.대구대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대학이 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재석과 희정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일을 맡겼느냐 하는 것이다. 이 시찰에서는 그들 부부를 보냈어야 했다. 설은아는 침착한 편이었다. 이때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빠, 엄마, 유아야, 조급해 하지 마. 이 동영상은 아주 잘못된 거 같아. 일부러 겨냥하려는 의도가 아주 분명해.”“하현, 너 이 여자 알지? 너희들 사이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던 적은 없었어?”은아가 이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자 하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이 여자는 내 대학 시절 조교였어. 그때 이 여자가 나를 꼬셨었어. 내가 그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더니 그녀는 결국 잘렸어.”“이 여자는 분명 이 일에 앙심을 품고 있을 거야.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거고.”하현이 설명하는 말을 듣고 모두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은아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처리하기가 좀 어려울 거 같아.” “어쨌든 대구 대학 입학사정관 선생님으로 대구대 권위를 대표하잖아.”“우리의 목적은 유아를 대구대에 보내서 공부를 시키는 건데.”“지금 이 동영상을 내보낸 건 유아가 대학 가는 길을 완전히 막아 버린 거나 마찬가지야!”“게다가 일을 잘못 처리했다간 앞으로 유아는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될 거야.” 이 말에 재석과 희정도 다급해졌다. 유아는 옆에서 얼굴이 ‘싹’ 하얗게 질렸고 매우 긴장했다. “형부,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유아가
대구대가 대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 고위 인사들은 대구 대학에 의지하고 있어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었다. 은아의 얘기를 듣고 그녀의 많은 친구들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은아는 하현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은아는 어쩔 수 없이 교육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부를 한다고 해도 결국 일이 해결 될지는 모를 일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방법이다. ……은아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하현도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연결이 되고 보니 바로 임수지였다. “하현, 너희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은 봤겠지?”“지금은 밤이라 보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내일이면 다 퍼지게 될 거야!”“그 때가 되면 네 처제는 길 건너는 쥐가 되어 모두가 고함치며 공격하게 될 거야!”“국내 교육계에서는 그녀가 있을 곳이 없을 거야!”“그녀가 이렇게 된 건 모두 너 때문이야!”전화 맞은편에서 임수지의 웃음소리가 넘실거렸다. 분명 그녀는 방금 어느 늙은 남자의 시중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임수지, 너 그런 식으로 해봐야 나한테 실질적인 영향은 전혀 없어.”“푸흡______”“하현, 너 이러고도 잘난 척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네 처제 인생이 엉망이 된 거 알고 있는 거야?”“게다가 나는 언론계에 친구가 많아. 내일 나는 편집한 짧은 영상들을 내보낼 거야. 그때가 되면 너는 인터넷 스타가 될 거야!”“그리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 네 별명까지 내가 생각해 봤어. 남원 기둥서방의 왕, 하하하하……”“물론 네가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기회가 없지는 않을 거야. 나 지금 남원 호텔에 있거든. 네가 지금 개처럼 호텔 문 앞에 엎드려서 개처럼 짖는다면 내가 널 봐줄지도 모르지……”“그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천일그룹에 도착했다. 하 세자의 운전기사라는 신분이 반 공개된 이후부터 그가 자주 나타나서 회사 사람들은 그를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물론 그가 전설의 하 세자라는 것은 핵심 고위층에서만 알고 있었다. 다른 고위층 사람들과 직원들은 모두 그가 하 세자의 운전기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많은 일반 직원들이 하현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평소 친분이 있던 보안 대장 이평욱은 빠른 걸음으로 하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형, 미운 털 박힌 거 아니에요?”“오늘 어떤 분이 우리 회사 내부방에 동영상을 하나 보냈어요.”말을 하면서 이평욱은 하현에게 영상을 보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현은 영상을 몇 번 훑어보았고, 내용이 아주 눈길을 끌었다. 무슨 데릴사위, 기둥서방 같은 단어들이 모두 나왔다. 전체 영상의 흐름은 하현이 전에 한 말을 한 번 편집한 것이었다. 당연히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하현이 밥만 축내는 쓰레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평욱과 같이 비교적 이성적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현은 이평욱의 어깨를 툭 쳤다. 이 녀석은 괜찮다. 기회가 있으면 중요한 일에 쓸 수 있겠다. 이평욱은 깨어있고 이성적이었지만 다른 대다수의 직원들은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 세자를 접할 수 있는 ‘운전기사’에 대해 평소 부러움과 질투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현, 너 아직도 출근할 낯이 있는 거야? 하 세자의 운전기사가 될 면목이 있어?”“네 놈이 하루 종일 세자 노릇이나 하며 떠들어대고 다니는 바람에 우리 천일그룹 하 세자의 체면이 구겨졌잖아!”“맞아, 우리 천일그룹은 강남의 하늘인데 너 같은 폐물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어!”하현을 가리키는 사람들 중에는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고, 단순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 사람이나 다 있었다고
하현은 이런 일들은 무시한 채 남원 컨벤션 센터로 왔다. 투자 유치가 열릴 곳이니 현장은 반드시 신중하게 배치해야 한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대부분 남원 관청에서 나왔고 선두에 있던 몇 명은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현이 시찰하러 온 것을 보고 하나같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 고문님, 현재 국내외에서 이미 백여 개에 가까운 대기업과 재단이 이 투자 유치회에 참가했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게 명단입니다. 한번 살펴봐 주세요!”하현은 살펴보았다. 이번에 남원이 투자하려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는 관청에서 보조를 많이 해주고 있어 재단과 기업들 외에 국내외 유명한 학부모들도 모두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참, 하 고문님.”“대구대의 몇몇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담당자를 파견했는데 미리 만나서 몇 가지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합니다.”“만약 내정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겁니다.”“이런 시업이 만약 외국 고교로 넘어가면 나중에 우리 남원 관청이 발목 잡힐지도 모르니까요.”현장에 있던 책임자는 또 다른 일을 보고했다. “그래, 현재 우리 국내 과학 연구 수준은 아주 높은데 많은 고등학교 과학기술자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지 못했을 뿐이야. 지금 그들이 미리 우리와 접촉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과학 연구 프로젝트는 기름진 고기 덩어리라서 누구나 한 입 먹고 싶어했다. 하지만 공적, 사적으로 말하면 하현은 모두 국내 고등 교육 기관에 주고 싶어했다. 한편으로는 국내 과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과학 연구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일종의 일석이조였다. 하현은 당연히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참, 대구대 쪽에선 책임자가 누구야?”하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현장 책임자는 잠시 자료를 뒤적거리고 나서야 말했다. “하 고문님, 이 담당자는 좀 어리네요. 임수지
하현 이 폐물이 뜻밖에도 천일그룹에서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잘리다니!임수지는 그 짤막한 동영상을 천일그룹의 한 임원에게 보내 회사 단체방에 전달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효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임수지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창밖에는 먹구름이 조금 끼어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오히려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 같았다! 임수지는 천일그룹 쪽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하현, 이 모든 건 시작일 뿐이야!”“앞으로 너는 더 비참해질 거야!”“그때가 되면 취직도 못하고 육교 밑에서 밥을 얻어먹게 될 거야. 하하하……”이 생각에 미치자 임수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임수지 선생님, 왜 그러세요?”“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다른 고등 교육 기관의 대표들은 지금 모두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특히 몇몇 젊은 남자 대표들은 임수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쨌든 임수지의 외모와 성격은 정말 좋아서 이 남자 대표들이 그녀를 쫓는 것도 당연했다. “별일 아니에요. 예전에 저를 쫓아 다니던 사람이 제가 안 받아주니까 저를 욕보였었거든요. 근데 그 남자가 벌을 받았대요!” “이런 소식을 듣다니, 너무 기쁘네요!”임수지는 꾀가 많아 당연히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돌려 말했다. “이이고, 이런 빌어먹을 남자가 다 있나! 싸다 싸!”“임수지 선생님, 정말 잘 됐네요! 축하 드려요!”“아니면 일 끝나고 같이 밥 한 끼 먹으러 갈까요!?”일부 남자 대표들은 기회를 틈타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수지는 기분이 좋아 웃으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끝나면 제가 한턱 쏠게요!”모두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고, 남자 대표들은 서로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임수지는 그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준 것이다! 몇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컨
이 말을 듣자 임수지는 눈이 번쩍 뜨이더니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양아버지가 자기에게 안배한 임무인가?자기보고 그 기세가 대단한 고문을 처리하라니!원래는 투자 유치회 현장에서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오늘 이런 기회가 생길 줄이야. 이 생각에 미치자 임수지는 자기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오늘 어떻게든 이 고문관을 차지하기로 결정을 했다. 만약 일을 만들어 아기라도 생기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20대의 거물이니까! 틀림없이 젊고 유망한 인물일 것이다! 은밀히 만나는 여자라고 해도 이점은 무수할 것이다. 곧 모두들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고교 대표들은 이런 급의 거물은 처음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임수지는 확실히 능력이 좀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감정을 추스르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대략 5분 정도가 지나자 응접실의 다른 문이 밀리며 열렸다. 한 무리의 직원들이 한 젊은이를 둘러싸고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 젊은이의 옷차림은 무난했지만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임수지는 눈앞이 번쩍 뜨였다. 비록 희미하게 보였을 뿐이지만 그 분은 전설의 거물 고문관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카리스마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수지는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조금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마음속은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은근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가 이렇게 낯이 익다니, 아마 클럽에 있을 때 같이 잤던 남자인가보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진작에 이슬 같은 부부가 되었는데 아직도 나중에 인연이 안 닿을까 봐 걱정하는 것인가? 대표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 고문관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입구에 들어선 고문관은 모습만 내 비추더니 현장 책임자에게 몇 마디를 하고는 발길을 돌려 떠나버렸다. “
“다들 내일 다시 옵시다. 혹시 방금 하 고문관이 한 말이 농담일 수도 있잖아요.”임수지는 임기응변이 좋아 이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표들은 내일 함께 오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임수지는 속으로 냉소했다. 그녀는 이 대표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일 자신이 혼자 오려면 반드시 그 전설의 하 고문관을 잡아야 한다. ……남원 호텔로 돌아와 임수지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오늘 프로젝트일로 바빠 아직 하현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아 순간 재미있는 거리를 찾고 싶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몇 개의 번호를 누른 뒤 냉소하며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곧 하현의 일은 남원 지역 단체 채팅방과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현이 남원 기둥서방이라는 것 말고도 하현이 아내 설은아의 높은 지위를 어떻게 이용 했는지와 설은아와 하 세자의 불 분명한 관계를 빠르게 폭로했다. 이런 일들은 원래 남원 상류층의 유언비어일 뿐이었지만 임수지가 고의적으로 유포를 한 순간 이 일은 기정 사실화 되었다. 게다가 제호그룹 조차 이 일로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제호그룹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제호그룹의 집들은 살 수 없다며 심지어 방을 빼겠다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룻밤 사이에 제호그룹은 이런 유언비어들 때문에 큰 손실을 입은 셈이다. 설은아는 원래 제호그룹의 일부 자금을 빼내어 대구대에 기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방을 빼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제호그룹의 금고는 금방 비워져 뺄 돈이 없어졌다. 심지어 일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제호그룹은 파산할 수도 있었다.누구도 이런 작은 사소한 일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마트 밸리, 설재석은 핸드폰 뉴스를 보며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현이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자기 혼자 일 처리 잘 하겠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