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역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귀족답게 손을 쓰는 게 무섭네!”“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귀족적 저력은 비할 바 없이 깊네. 우리는 비할 바가 안돼!”“그들은 외교적 특권이 있고, 손을 쓰면 많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한 수 아래야.”한 무리의 대 가문들은 의론이 분분했고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계속 올리면 그들은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았다. 제호그룹의 임원들도 이때 흥분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만약 풍택재단이 장악하게 되면 외국계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국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고 자기가 더 잘 살기를 바란다. 설은아는 한숨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 그룹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에 손에 들어가는 건 앞으로 우리 남원 시장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아이고……”분명 설은아는 이런 외자 기업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남원에 와서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자본가는 손해 볼 게 없지만 서민들은 손실이 심각했다. 하현은 은아를 보며 궁금해 하며 말했다. “너 그렇게 걱정 돼?”그는 은아가 마음씨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이렇게 나라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서민들의 생활비가 높아질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돼.”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내 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것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조지의 뜻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은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방법은 아주 간단해.”하현이 웃었다. 곧이어 은아의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손에 든 피켓을 마음대로 들어 올렸다. 은아는 깜짝 놀랐다. 하현이 뭘 하려는 거지?소란을 피우려고 그러나?“여보, 함부로 굴지마. 이런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면
풍택재단 사람들은 모두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출신임을 알아야 한다. 몇몇 대하의 교포들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주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대하에서 활동할 때 외교적 특권을 누렸다. 이런 특권은 이 사람들이 대하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었고, 대하 사람들과 약간의 갈등이 있을 때 관청은 가능한 한 그들 편에 서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외교 특권을 가진 외국인과 갈등을 빚는 사람이 없을 만도 했다. 그런데 지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에 도발하는 사람이 있다니?특히 조지, 그는 공작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내부에서도 지배층이었다! 이때 그는 멀리서 하현과 은아를 쳐다보며 입가에는 냉소를 짓고 있었다. 감히 그를 도발하다니?이건 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가 죽으려고 환장을 한 것이다!“5800억!”조지는 냉담한 표정으로 가격을 올리며 도발적인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보잘것없는 다람쥐가 감히 계속 자신에게 도발을 하는 지 보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다시 피켓을 들어 올렸다. “5800억에 200원 더.”“너!”조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것은 도발이며 게다가 그의 귀족 신분에 대한 경멸이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하현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이 녀석이 간이 부었나?대하 10대 최정상 가문의 대표조차 감히 풍택재단을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이 그런 배짱을 가지고 있다고? 혹시 이따가 자기가 어떻게 죽게 될지 모르는 건가? 설은아는 이때 근심스러운 얼굴이었다. 국내의 대 가문들에게 미움을 사는 건 그나마 괜찮았다. 그러나 외빈에게 미움을 사면 모든 것이 골치 아파진다. 조심하지 않으면 외교 분쟁이 된다. 그렇게 되면 최가가 나선다고 해도 하현을 꼭 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지금의 하현은 은아가 보기에 조금 충동적
이 가격을 부른 후 조지는 도발적인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6500억이라는 가격은 풍택재단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가격이었다. 어쨌든 풍택재단은 남원에 들어갔을 때 다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자금을 남겨둬야 했다. 더구나 그는 이 놈이 감히 따라 올 수 있는지 아닌지를 보고 싶었다. 따라오지 않는다면 제호그룹은 자연히 풍택재단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하현이 계속 가격을 올리면 그는 분명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딱 봐도 다람쥐 같은 이 하인이 어떻게 6500억을 내 놓을 수 있겠는가?이때 모두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쏠렸다. 설은아마저 긴장한 기색이었다. 조지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점에서 조지는 분명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같이 한번 봅시다. 하현이 어떻게 할까요? 뜻밖에도 조지를 향해 웃더니 피켓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7500억!”몇 글자를 대충 내뱉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몸을 떨었다. “뭐!?”“7500억!?”이 가격을 들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극도로 안색이 어려워 보였다. 다들 하현은 기껏해야 200원 정도 더 얹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1000억을 올리다니! 독하다! 이때 조지와 풍택재단 사람들은 눈이 멀었다. 원래 그들은 하현이 고의로 그들을 구역질 나게 하는 것이라 여겼지, 하현이 진짜 그렇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은아는 지금 약간 멘붕이 오는 느낌이었다. 7500억?하현 지금 장난해?그가 어디 이렇게 많은 돈이 있겠는가?그 자리에 있던 남원 관청의 관리들도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하현을 살펴보았다. 이거 딱 봐도 평범한 놈인데 어떻게 7500억을 낼 수 있겠는가?그 자리에서 유독 안흥제만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자, 만약 다른 입찰자가 없다면 제호그룹은 7500억에 하현 선생님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이 일은
이때 조지는 득의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일깨워주자 다른 사람들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7500억이다!7500원이 아니다!평범해 보이는 하현이 정말 이 돈이 있을까?그리고 남원 관청의 몇몇 사람들은 지금 안색이 좋지 않았다. 만일 풍택재단이 이를 빌미로 문제를 삼는다면 그들 몇 명은 감투를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이 경매를 책임졌고 자연히 공로도 있겠지만 실패를 하면 분명히 그들의 책임이었다. 이때 한 관청의 직원이 일어나 하현을 보며 말했다.“선생님, 이번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면 반드시 증명을 해야 합니다!”“만약 증명이 안 된다면 국제 비즈니스를 교란 했다는 이름으로 당신을 가압류할 겁니다!”“그리고 존경하는 조지 선생님께도 사과해야 합니다!”이 말을 듣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증명해야 한다고? 그럼 그 사람은?”하현은 조지를 가리켰다. 그 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조지 공작은 귀한 외빈이니 당연히 그의 자산을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하현은 웃었다.“이건 도리에 맞지 않는데요.”“상업활동은 공평해야죠. 자산을 다 조사해 보세요. 나는 문제 없어요.”“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이 외국 원숭이도 검증을 해야 합니다.”“그렇지 않고서 무슨 근거로 내 자산을 조사하겠다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듣고 조지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건방지네! 다람쥐가 죽으려고 그러는 구나. 네가 공작을 모욕했다는 거 알아?”“공작?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남작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자작들은 개처럼 많았던 걸로 내가 기억하는데, 너 같은 건 기껏 해봐야 남작이잖아?”“보잘것없는 남작이 우리 대하에서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남작이 우리 대하에서 외교적 특권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먼저 네 정체를 밝혀야 하지 않겠어? 만에 하나라도 네가 가짜면 어떻게 해?”하현은 당연하다는 듯했고, 그 직원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조지도 데릴사위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이때 그는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기둥서방 주제에 감히 나를 무시해?”“만약 당신이 오늘 당신의 자산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건 외교 분쟁이 될 거야. 너랑 네 아내는 우리 대사관으로 가야 해!”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그럼 나는 제국 국회에 이 일을 보고 할 거야. 내 생각엔 국회가 당신들 관청에 해명을 요구할 거 같은데!”조지는 위협적인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과거에 그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해서 성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날 협박하는 거야? 거기다 우리 나라까지 협박을 하다니?”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대하를 협박하면 또 뭐가 어때서? 원숭이들의 나라일 뿐이잖아!”조지는 냉소했다. 이 말을 듣고 남원 관청 사람들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을 우러러 보고 아첨을 떨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원숭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하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고, 안색이 극도로 차가워졌다. 그는 차갑게 조지를 노려보며 말했다.“자,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온데다 내기를 원한다고 했으니 해보자.”“근데 좀 더 크게 놀아볼까?”“내가 7500억을 못 내면 내가 죽고!”“내가 7500억을 낼 수 있으면 네가 죽는 거야!”“콰르릉______”이 말이 나오자 장내는 놀라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하현이 이렇게 악랄하게 놀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것은 목숨을 내거는 것이다!하지만 하현의 이 말을 듣고 조지는 깜짝 놀랐다. 그는 원래 하현이 분명 겁쟁이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렇게 목숨을 걸로 싸울 줄은 몰랐다. 이 순간 그의 눈은 끊임없이 껌벅거렸고, 주저하는 얼굴빛으로 가득 찼다. 잠시 후에야 그는 차갑게 말했다. “건방지네. 나는 훌륭한 귀족인데 어떻게 너 같은 하인과 목숨을 걸 수 있겠어?
“이이익!”이 순간 장내를 싸늘하게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성공했다고?”“그럴 리가 있어? 정말 7500억을 지불했다고!?”풍택재단 사람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주저앉을 뻔했다. 조지가 손에 들고 있던 재떨이는 카펫 위로 ‘쾅’하고 떨어졌다.이……대하에 오자마자 어떻게 이렇게 허풍을 잘 떠는 토호를 만난 거지?가장 놀란 건 사실 설은아였다. 하현은 어젯밤에 안씨 집안에게 리조트를 그에게 선물해 달라고 했다. 이것까지는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7500억을 내고 제호그룹을 샀다고?돈이 어디서 난 거지?자기가 준 용돈은 아무리 모아도 7500억이 안 되잖아! 은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원 관청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 “하 선생님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저희와 함께 무대 뒤로 가서 수속을 밟아 주시죠!”분명 이 직원은 하현을 그 자리에서 떠나게 하려고 했다. 그는 쌍방이 계속 다투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 한다는 걸 깜빡 했네요. 제호그룹은 내가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니 그녀에게 수속을 밟게 하면 됩니다.”“뭐요!?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요?”“그 아내는 복도 많지. 7500억 그룹을 선물로 받다니?”장내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은아는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전에 하현이 비즈니스 제국을 만들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다. 그녀는 하현이 그저 농담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 남자는 말한 대로 다 한다!“여보, 우리 가자.”은아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물어볼 말이 너무 많았다. “급할 거 없어.”하현이 웃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돌려 조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약속한 거 기억하지?”조지는 얼굴이 ‘쓱’ 하얗게 질렸다. 사방에서 많은 사람들도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특히 조지는 지금 손을 감싸며 누런 이를 악물었다.“안돼! 우리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사람들은 절대 이런 작은 나라에서 이런 모욕을 받아서는 안돼!”“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이 놈은 내가 반드시 불구로 만들어 버릴 거야!”“제호그룹은 내 거야!”“그 여자도 내가 꼭 가질 거야!”“도련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옆에서 조지의 집사 안드레가 입을 열었다. 이 놈은 대하 사람이지만 이미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주권을 받았고 지금은 완전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하인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모양의 개들은 가장 파렴치한 것들이다! 새 주인에게 아첨을 떨기 위해 동포들에게 비할 데 없이 악랄하게 손을 대었다. 지금 안드레는 벌써 새 주인을 위해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를 궁리하고 있었다. 조지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우리가 이번에 몇 사람이나 데리고 왔지?”“모두 35명인데, 앞서 제국성전 기사단에서 퇴역한 기사들이라 솜씨가 좋습니다!”안드레가 말했다. “그래. 너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준비 해.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가 떠나는 것이 발견되면 바로 손을 써!”“어차피 우리에게는 외교적 면책특권이 있고. 그들을 죽였다고 해도 안 들키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조지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가 보기에 들어가고 빠질 때를 모르는 대하 사람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다른 한 편. 무대 뒤. 30분에 걸쳐 은아는 마침내 모든 수속을 마쳤다. 이 순간부터 그녀는 제호 그룹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은아는 이미 서명을 하고도 아직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여보, 우리 언제 잠에서 깰 수 있지?”“어?”하현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우리 꿈꾸고 있는 거 아니야? 이 모든 것이 어떻게 현실 일 수가 있어?”설은아는 지금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
만약 그렇다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말이 들어맞는다. 하 세자가 자신에게 청혼한 것까지 포함해서. 안씨 집안이 어떻게 자기에게 리조트를 선물했을까?이번에 하현이 어떻게 7500억을 낼 수 있었겠는가?하현이 어떻게 감히 그 조지의 손을 끊을 수 있었겠는가?그리고 그 동안의 수 많은 일들은 전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문제는 만약 자신의 남편이 하 세자라면 왜 그는 자기에서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은아는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뿐이었다. ……일을 마치고 하현과 은아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뜻이 없어 차를 몰고 떠났다. 제호그룹을 막 손에 넣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두 사람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깁스를 한 조지가 몇 사람을 데리고 두 사람의 방문 앞에 와서 발로 걷어찼다. 텅 빈 방을 보자 조지는 얼굴이 싸늘해지며 말했다.“사람들은?”안드레는 옆에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도련님, 분명 방금 떠났을 거예요. 저희 사람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놓치지 않을 겁니다.”조지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직접 가. 남자는 바로 불구로 만들어 버리고 여자는 나한테 맡겨!”“나는 그 사람 앞에서 그 아내를 가지고 놀 거야!”“나는 200원으로 제호그룹이 우리 풍택재단 명의가 되기를 바라!”조지의 얼굴은 냉기로 가득 차 있었고 파란 눈동자는 잔인한 냄새가 가득했다. 안드레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 조지의 수행원들은 이때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도련님,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어요. 우리 풍택재단이 언제 경매에 나와야 했었나요?”“맞아요. 우리는 그들에게 제호그룹을 우리한테 팔라고 하면 되겠네요. 그들이 팔려고 해도 팔아야 하고 안 팔려고 해도 팔아야 해요!”조지는 차갑게 말했다. “여기는 어쨌든 대하야. 우리가 비록 외교적 면책 특권이 있긴 하지만 어떤 일은 뒤에서 처리해야지 면전에 대고 할 수는 없어
최희정은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오늘 금정에 온 이유가 뭐야?”“내 딸과의 재결합을 허락해 달라고 온 거야?”“아니면 우리를 독살하고 모든 재산을 자네 혼자 독차지할 속셈으로 온 거야?”“자네 음모가 실현되도록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최희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우리 아들이 가져온 그림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돈을 주고 직접 산 거야!”“그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최희정은 이영산을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으려는 게 분명했다.결국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다시 하현에게로 향했다.설 씨 집안에서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데릴사위의 신분을 들이밀며 이 집에 와서 빌어먹으려 하는 존재였다.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현 이 개자식이 그냥 잠자코 주는 밥이나 먹을 것이지 위압적이고 포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냉소가 흘렀다.설은아는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쥐어짰다.하현과 최희정이 만났다.강과 강의 대결이었다.보이지 않는 강한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혀 벼락을 치는 것 같아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들었어?”“당신이 뭔데 우리 부모님 앞에서 날 망신시키려 드는 거야?”“결국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이영산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은 이영산이 한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최희정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내가 가져온 물건이 정말로 쓰레기입니까? 두 분 확신할 수 있으세요?”“쓰레기가 아니면 뭐야?”최희정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 같아.”“네, 좋습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있는 따뜻한 물로 슥슥 헹구어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서 와그작 씹었다.하현의 행동을 본 최
모든 사람들은 잠시 넋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장리나도 순간적으로 입이 딱 벌어지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들은 하현이 어떻게 당하나 재미난 구경만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현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었다.어쨌든 강녕박물관에서 국보를 훔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오천만 원에 팔 수는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만약 이런 물건이 도난당했다면 진작에 실시간 뉴스에 도배되었을 거라는 것이다.지금까지 그에 관한 관련 소식이 없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의심에 가득 찬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이영산을 향했다.뭔가를 꾸미고 싶어도 좀 될 법한 것을 들이밀었어야 하지 않나?!지금껏 진위 여부를 두고 보낸 시간이 무색하게 간단한 검색만으로 모든 게 밝혀지다니!순간 의기양양했던 이영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말로 형용하지 못할 고통이 느껴졌다.하현이 직접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때린 거나 진배없는 고통이었다.최희정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 씨! 자네는 뭐가 그리 득의양양한 거야?!”“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그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속았을 뿐이야!”“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저걸 판매한 판매자한테 있는 거라고!”“찾아가서 따져야겠어!”의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눈초리에 장리나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번에 하현이 가져온 비닐봉지를 들어 큰소리로 외쳤다.“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아무리 가짜라고 해도 당신이 가져온 이 흙 묻은 무보다는 몇천, 몇만 배는 더 나아!”그녀는 말을 하면서 백두산 산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하현, 당신은 뭘 준비한 거야?”“무 한 개! 어느 포장마차에서 샀는지, 어느 야산 텃밭에서 뽑았는지 알 게 뭐야?!”
”맞습니다. 처가살이하는 사람인데다 곧 설 씨 집안에서 쫓겨날 판인데 그가 한 말을 우리가 따질 필요가 뭐 있습니까?”“그러니 데릴사위가 서예와 그림을 알게 되면 어미 아비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니까!”“우리 이영산은 금정에서 적지 않은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가짜로 사람을 속이려 들겠어?”모든 손님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 더 이상 부모님 화나게 하지 말고!”이영산이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오만방자한 자세가 되었다.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으니 얼마나 자신만만했겠는가?하현은 이영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최희정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이 서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가 못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녀에게 있어 하현은 가문에 빌붙고 싶은 능력 없는 데릴사위이어야 했다.최희정과 하현의 관계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하현을 밟아버릴 수 있을까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어떻게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리고 이영산은 그들 부부에게 효도하는 훌륭한 아들이어야 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영산이 금정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최희정에게 이영산은 좋은 개일 뿐이지만 그 이영산의 지위가 하현보다 훨씬 높았다.게다가 이영산이 하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최희정이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이런 시점에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하현의 편에 설 수 없다.순간 설은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뭔가를 바로 알아차렸다.최희정이 자신과 하현의 재결합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어딘가에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자 설은아는 얼른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하현, 얼른 사과해.”설유아도 하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제가 한 말 기억
최희정이 하현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녀의 눈 밑이 두툼하게 응어리졌다.그리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홀 한가운데로 가서 당당하게 의자에 앉은 뒤 이영산을 가리켰다.“영산아, 그림 가져와 보렴.”“아버지와 함께 잘 살펴볼게.”두 사람은 모두 대가족 출신이라 이 방면에 대해 피상적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있었다.특히 설재석은 요즘 강남에서 소장품을 열심히 연구하며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영산이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 가며 ‘맹호하산도’를 구해 왔을 리가 없다.이영산은 황급히 하현을 보고는 얼른 그의 손에 든 ‘맹호하산도’를 설재석에게 공손히 건네주었다.설재석은 짐짓 돋보기를 꺼내 신중하게 쳐다보았다.몇 분 뒤 설재석은 최희정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최희정은 귓속말을 듣고 이영산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이영산은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그녀의 눈빛이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맹호하산도’가 위작임을 간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는 짐작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영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감히 양아들인 주제에 가짜를 가지고 설 씨 집안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죽어야 마땅했다!그러나 최희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잠시 이영산을 쳐다보다가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하현, 자네 그 입 좀 작작 놀리지 그래?”“이 그림은 분명 진짜야! 당인의 진품이 맞아!”“적어도 억은 넘을 거야!”“안목도 천박한 놈이 어쩌다 운이 좋아서 내 딸한테 붙어먹더니! 그 부귀영화 좀 누린다고 골동품과 서화까지 이러쿵저러쿵하는 거야? 자네가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더욱 웃긴 것은 자네가 감히 내 소중한 아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는 거야. 얼른 무릎 꿇고 그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발붙일 생각도 하지 마!”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파도가 일렁거렸다.그는 이 서화에 분명
정말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릴사위가 될 수 없다.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이영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영산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하현,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다물어! 헛소리하지 마!”“맞아! 자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이영산을 모독하다니!”“무슨 전문가인 척을 해?! 당신이 가짜라면 그게 가짜가 되는 거야?”“학벌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서 감히 서화를 좀 아는 척 허세를 부려?”“이영산은 우리 금정 수장계에서는 소문난 존재야. 그러니 그가 진짜라고 했으면 틀림없는 진짜야!”친척들이 동요하며 하현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비아냥을 이어가자 설은아는 그 말들이 귀에 거슬렸는지 점점 안색이 일그러져 갔다.설유아도 얼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이영산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감별하게 하면 되겠죠.”“감정하는 비용은 제가 내겠어요!”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하현의 말에 이영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현이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도 걸렸지만 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보다 큰 이유는 이 그림이 오천만 원에 산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에 인터넷으로 산 물건이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돈이 있었다면 설 씨 가문의 양아들이 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쓸 필요가 없다.가짜 그림을 판 판매자는 이 물건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누구도 감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언장담했다.그러나 이영산은 그를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희정과 설재석의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요즘 너무 많은 돈을 쓴 터라 진짜 그림을 살 돈이 없었다.그런데 최희정과 설재석이 말한 그 데릴사위가 이 사실을 까발린다고?정말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이게 뭐라고 그렇게들 싸워?”“여기가 청과시장이야?”바로 그때 입구에서 약간의 위엄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대가족이라는 걸 몰라? 버릇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되
”난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니라 양아들에 불과해.”“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어. 우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만족스럽게 해 드릴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는 걸.”“그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며 전 재산을 다 부어서라도 기꺼이 웃게 만들어야 해!”“하지만 당신들은 친자식이라는 이유로 대충대충 해도 마음만 전하면 된다?”“그래? 결국 난 남이라는 거지?”“부모님께 아무리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당신들의 흙 묻은 무보다도 못하다는 거지?”이영산은 억울한 듯 눈썹을 일그러뜨렸다.이윽고 그는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옆에서 장리나가 그를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그러게 내가 당신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당신이 아무리 친자식처럼 효도한다고 해도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의 정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했잖아!”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영산을 바라보았다.“맞아. 요새 이영산처럼 저렇게 효도하는 아들도 드물어.”“최희정과 설재석이 늘그막에 이렇게 효도하는 양아들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야.”“무엇보다 이영산이 친딸보다 더 효도한다는 게 관건이야.”“오천만 원짜리 이 서화를 준비했다는 건 부모님을 위한 무한한 마음을 대변하는 거지.”“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는데 출가도 안 한 딸이 양아들 뒤꿈치도 못 따라간다니!”“내가 보기엔 최 여사 부부가 이영산한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봐!”“저런 배은망덕한 것들한텐 절대 한 푼도 줘선 안 돼!”“당신들 정말...”사람들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설은아의 표정도 차갑게 식었다.이 손님들이 이미 이영산 부부에게 매수되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이영산은 그녀의 미색을 탐낼 뿐만 아니라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방주의 발언권이 설재석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설은아, 설유아. 그렇게 화내지 마.”“이 흙 묻은 무는
”하하하, 선물 가져왔어요?”이영산은 씩 웃으며 하현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던졌다.“설마 이거 말하는 건 아니겠지?”“금정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 뵙고 재결합하려고 하는데 비닐봉지라니? 부끄럽지도 않아?”설은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영산은 이미 하현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앗아 자기 마음대로 열어 보았다.싹이 난 무같이 생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무? 조금 전 어디 밭에서 뽑아 왔어?”“포장도 따로 없이 검은 비닐봉지에?!”“이거 천 원은 하나?”“어쩐지 부모님이 당신을 두고 쓸모없다, 쓸모없다 하시더라니!”“재결합 선물에 이런 걸 선물이라고?”“천 원도 안 되는 것을! 염치가 없어도 원!”“썩 꺼져!”“우리 설 씨 가문에서 당신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최희정과 설재석이 금정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영산의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들의 시선에는 혐오감과 경멸함이 가득 들어 있었고 하현의 존재가 그들의 모임의 격을 떨어뜨려 놓았다고 느꼈다.하현은 이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그 사람들 중 아무도 이 백두산 산삼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데릴사위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이영산은 하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자, 자, 자. 이번에 부모님을 위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좀 보시죠. 이것은 명나라 당인의 서화입니다.”이영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화 한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맹호하산도!”“당나라 말기 출세작이죠!”“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수집가들과 주먹다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결국 거금 오천만 원을 주고 손에 넣었죠!”“아마 진정한 가치는 그 열 배도 넘을 거예요!”이영산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