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최민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평생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다만 소중함을 모르는 최민지가 모지안의 진실된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옆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고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최민지는 눈물을 흘렸다. 당황한 모지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울지 마, 너랑 나는 적수이지만 네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바보.” 최민지는 눈물을 닦고 목걸이를 받아 목에 걸었다. 불빛에 비친 크리스탈 목걸이가 반짝거리자 최민지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이뻐?” 최민지가 모지안에게 물었다.“응, 이뻐.”“내가 이뻐? 목걸이가 이뻐?”모지안은 침을 삼키고 말했다. “목걸이도 이쁘고, 너는 더 이뻐.”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가슴속에서 사랑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이 불꽃은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모지안은 긴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나 먼저 갈게,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모지안은 말을 끝나고 그대로 뒤돌아 갔다. 모지안은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최민지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 앞으로 돈 때문에 사람 감정 가지고 장난치지 마.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랑 깊은 관계도 갖지 마, 결국 상처받는 건 너야.”순수한 모지안은 마지막까지 최민지를 생각했다. 모지안은 최민지를 전혀 미워하지 않았다. “나 갈게.”모지안은 입구로 향해 문을 나섰다. 최민지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최민지는 자신의 인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모지안을 꼭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최민지는 모지안에게 정말 못된 짓을 했었다. 한 번 놓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모지안!”“응?”“너한테 아직 할 말이 남았어.”모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우리 사이에는 어떤 말도 필요 없어.”최민지는 눈물을 닦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
그날 밤, 모리 하이테크 회장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강책 앞에 모지안과 최민지가 서있었다. 이름까지 숨기고 해외로 사라질 줄 알았던 최민지가 제 발로 강책을 찾아올 줄 상상조차 못했다.게다가 모지안과 최민지는 그들의 계획을 강책에 모두 말했다. 최민지의 말은 믿을만할까?강책은 최민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강책은 고의로 모지안에게 접근한 사기꾼 최민지를 쉽게 믿지 않았다. 최민지에게 사람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죠?” 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 최민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사실 당신한테 모든 사실을 말해줘도 저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제가 모지안한테 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당신한테 말해주는 거예요. 모지안은 여전히 당신을 존경하는 것 같거든요.”“당신 같은 여자도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나요?”강책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최민지의 마음에 와닿았다. 최민지는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마 저 같은 여자는 자기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모지안에게 진심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모지안의 마음에 대해 아름다운 결말을 맺어주고 싶어요.”최민지는 목걸이를 꼭 움켜쥐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만 나가보세요.”“네.”최민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서 나갔다. “스승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지안이 강책에게 물었다. “앞으로 일은 신경 쓰지 마.” 강책은 최민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안아, 가서 최민지 배웅해 주고 와. 오늘이 너희들 마지막 만남일지도 몰라.”모지안은 강책의 말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종종 끝이 없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하필 이런 감정은 꼭 나에게만 일어난다.정말 불공평하다. 모지안은 최민지를 배웅하러 공항으로 향했다. 모지안과 최민지는 오늘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 시각 사무실 안. 양자리가 궁금한 듯 물었다. “총수님, 최민
대문 앞.강책과 로형민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주고 받고 있다. “강회장님쪽도 오늘 안으로 제안서를 제출 하실지 몰랐습니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러게요, 마치 제가 제출할 시간을 누가 알려준 것 처럼 말이에요.” 로형민도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래도 저는 이익을 보는 게 아닙니까?” “이익을 보실 지, 직접 화를 자초한 것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두 사람은 무표정으로 서로 몇 초간 바라보고는 같이 과학기술 총연합회 건물로 들어갔다. 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린 뒤, 회의실로 향했다. 일찍이 회의실에 도착한 양상원은 두 사람의 실루엣을 보고는 다급하게 직원을 시켜 물을 부탁했다. 이어서 그는 두 사람에게 굽신 거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이 두 회사가 동시에 제안서를 완성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두 분 모두 시간 전에 내시다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자리는 코웃음을 치고는 “네, 우연이네요. 저희가 시간 전에 온다는 소식은 양주임님 밖에 모르실텐데요, 저쪽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라며 말했다. 양상원은 양자리의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헛기침을 했다.“아이고,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강회장님의 행동을 제가 하루종일 지켜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양자리는 어깨를 들고는 “글쎄요, 그걸 즐기는 사람은 몇 명 있을 겁니다.” 라며 답했다. 그의 한마디에 회의실 안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어서 양상원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 그 제안서 제출하려고 오신 거 아닙니까? 서류는요?” 양자리는 USB를 건네고는 “다 여기 안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라며 말했다. 이어 로형민의 비서도 USB를 그에게 건넸다. 양상원은 USB 두 개를 건네 받고는 “지금 바로 국립연구소에 있는 동료한테 연락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며 말했다. 그가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로형민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무언가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양상원
로형민은 잠시 멍을 때렸다. 이어서 믿기지 않는 사실에 자신의 눈을 비볐다. 열어진 파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로형민은 ‘뭐지?’ 이라는 표정과 함께 양상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양상원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로형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형민은 ‘양상원은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건가? 왜 갑자기 행동이 달라진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강책이 입을 열었다. “왜그러십니까? 로형민씨께서 저희 제안서가 많이 궁금하신가봅니다, 무슨 문제라도 발견하신 겁니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안서 입니까?” 강책의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로형민은 말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었다. 곧이어 그는 강책을 째려보았다. 강책의 뜻은 이미 그의 계획을 알고 있었고, 이에 알맞는 대처를 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로형민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책이 자신의 계획을 알리가 없었다. 그리고 양상원이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자신의 약점을 밝히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강책과 처음 대결하는 상대에서 처절하게 패해버리고 만 것이 사실이였다. 한편, 연구소 사람들은 그저 스크린만 바라보며 제안서를 훑기 바빴다. 제안서 확인이 40분 동안 이루어졌고, 연구소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한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제안서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금액이 장난이 아닐텐데요? 만약 이 제안서대로 실행하게 된다면 적어도 20억 또는 30억을 투자받아야 합니다. 일억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강회장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게 아니신지요?” 강책은 그의 말에 손을 저었다.“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연구소의 요구와 맞다면 저는 얼마를 내든 상관 없습니다. 처음부터 말씀 드렸다싶이, 이 프로젝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힘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
한편, 양상원은 모리 하이테크의 USB를 빼고, 어게인 하이테크의 USB를 꽂았다. 이어서 파일을 열자 제안서가 스크린에 비쳤다. 연구소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스크린으로 향했다. 순간,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파일 안은 모두 여자의 나체 사진이였다. 매 한장마다 모두 적나라게 노출이 된 사진에 회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자 연구원들은 민망한 표정을 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눈을 가렸다. 남자 연구원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옆에 있던 모리 하이테크 사람들은 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 소리가 로형민의 귀에 들리자 그는 화를 내며 탁자를 탁 쳤다. 이어서 양상원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대체 무슨 USB를 꽂으신 겁니까? 뭐하시는 거에요?” 양상원은 차가운 표정을 보이며 그에게 “왜 그러십니까, 이 USB는 선생님께서 직접 전달해주신 게 아닙니까.” 라며 되물었다. 순간, 로형민의 머리는 새하얘졌다. 양상원에게 지시를 한 건 맞지만 결국 헛수고로 돌아간 것이다. 양상원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은 건 딱 하나 였다. 로형민은 화가 나 이빨을 꽉 깨물었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결국 자신을 향해버린 것이다. “큼큼..” 몸이 좋지 않던 로형민은 순간의 충격으로 기침증상이 점점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급하게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입을 막았다. “로형민씨, 괜찮으십니까? 뭐, 놀랍지도 않습니다. 하루종일 이런 것만 보시고 계시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을 겁니다. 얼른 배우자를 찾으시는 게 몸에 더 좋을 듯 합니다.” 로형민은 숨을 헐떡 거리며 “강책..너...너..” 라고 더듬거렸다. 이어서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이 로형민의 상황을 보고는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강책은 그들의 뒤에서 “일단 병원 도착하면 먼저 간 수치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라며 외쳤다. 회의실 안은 비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곧이어 어게인 하이테크의 사람들이 다 떠났다
로형민은 씩씩 거리며 다시 어게인 하이테크 건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지금 당장 양상원 사진 인터넷에 뿌리라고 이희재한테 연락해!” 라며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은 머리를 긁으며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로형민은 그들의 반응에 “뭐해? 지금 당장 가서 알리라니까?” 라며 화를 냈다. 이때, 한 부하직원이 입을 열었다.“그게, 이희재가 사라졌습니다.” “뭐?”로형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희재가 왜 사라져.” “며칠 전 부터 이희재랑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메세지에도 답장이 없습니다.” 로형민은 화가 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이런 중요한 일을 왜 이제와서 말해?” 부하직원은 억울해하며 “사실 이희재는 항상 밖으로 잘 돌아다녀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은 저희도 몰랐습니다.” 라고 말했다. 로형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이 모든 건 강책의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희재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모두 지워 양상원의 ‘배신’ 을 도운 것이다. “이런 쓰레기들!”그는 욕 한마디를 내뱉고는 뒤를 돌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자리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이어서 두 번째 술을 따르고 있을 때, 로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오빠, 그렇게 마시다가는 두 번째 유사가 될 거야.” 로형민은 로라의 말을 듣고는 술을 내려놓았다. 그는 한숨을 푹푹 쉬고는 “항상 스스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이번엔 내가 너무 강책을 얕잡아봤어. 내 계획을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사실 전혀 그런 티도 낸 적 없는데 말이야.” 라며 로라에게 말했다. 로라는 그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나도 오빠랑 같은 생각 한 적 있어. 무슨 천리안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모든 걸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니까.” 로형민은 술잔을 잡고는 탁자 위로 세게 내던졌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 절대로 질 수 없
모리 하이테크 안.강책은 회사사람들을 데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완벽하게 로형민을 이긴 건 최민지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알게 됬더라면 무슨 꼴을 당했을 지 모른다. 로형민의 계획은 구멍이 많지만 잘못 걸린다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다음에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철저히 방어를 해야할지도 모른다.“양자리, 다음부터 로형민 주시해줘. 잘못 걸리면 데미지가 클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둘이 대화를 하고 오는 중에 정단이 그들에게 다가왔다.“회장님, 회장님 스승님께서 보내신 편지 입니다.” 편지는 윤석현이 보내 온 것으로, 강책은 정단이 건네준 편지를 받아서 열어보았다. 내용을 살피던 강책의 안색이 나빠졌다. 양자리는 궁금한 마음에 “무슨 일 생기신 겁니까?” 라며 물었다. 강책은 아무 말 하지 않고, 편지를 바로 양자리에게 건네줬다. 편지의 내용은 딱 한마디 였다.‘스승에게 좋은 차가 생겼으니, 제자가 와서 같이 마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편지의 내용만으로 보면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윤석현이 강책과 함께 차를 마시고 싶은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양자리가 물었다.“교관님이 총수님과 화해하려는 뜻 아닐까요?” 강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교관 밑에서 얼마나 오랜시간 훈련 받았었는데, 그 사람 성격을 내가 모를 것 같아?” 윤석현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상대에게 잘하면 잘할수록 상대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과거에 윤석현이 이 수법을 활용해 자신의 제자를 속여 강책을 위로 올린 것이다. 오늘 어쩌면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강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냥 나랑 차만 마실거였으면 전화를 했을거야. 편지를 굳이 보낼 필요가 없잖아?” “네, 그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편지가 아니라 초대장으로 해석할 수 있어, 만약 전화를 거신다면 내가 거절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스승님의 초대장
방 안으로 들어가자 향 피우는 냄새가 가득했다. 사람에게 좋은 기분을 전해주는 향이였다. 윤석현은 방 한 켠에서 차를 우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는 “왔구나, 이리 와서 앉게나.” 라며 강책에게 말했다. 강책도 더 이상 격식을 차리지 않고 앞에 있는 대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모함할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둘과 몇 명 뿐이였으며, 이영호도 없었고, 스파이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강책의 추측대로 윤석현은 명성을 위해 자신의 구역 안에서 강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몇 초 뒤, 윤석현은 우려낸 차를 가지고 강책에게 따라 주었다.“자, 새로 도착한 서호용정이라는 차야. 한 번 마셔봐.”“감사합니다, 스승님.” 강책은 차를 한 입 마셨다. 곧이어 윤석현이 옆에서 “어떤가?”라며 물었다. 강책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민망한 듯 웃었다.“스승님, 저는 차에 대해 잘 모릅니다.한 입으로 특별한 건 느끼지 못합니다.” 윤석현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하하하하! 그래, 내가 자네처럼 할 말은 다 할 줄 아는 성격을 참 좋아하지. 다른 사람이였으면 모두 나에게 격식을 차리려 했을 거야.” 윤석현은 찻잔을 가리키고는 “이 첫 잔은 아무런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을 걸세, 자네 말이 맞아.” 라며 강책에게 다시 한번 더 차를 따라주었다.“한번 마셔보게.” “네.”강책은 다시 찻잔을 들어 한 입 마셨다. 윤석현이 “이번 차는 무슨 맛인가?” 라며 물었다.“식도로 넘어가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씁쓸한 맛이 느껴집니다.” 양자리는 강책의 직설적인 말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윤석현은 오히려 더 기쁘게 웃음을 터뜨렸다.“자네 말이 맞네. 이번 차는 씁쓸하고 떫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걸세, 책아 만약 방금 전 내게 차가 맛있다고 했다면 화가 났을거야. 역시 넌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구나.” 윤석현은 세 번째로 강책에게 차를 따라주며 “이번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