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철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지안은 잃어버린 명예와 인맥 그리고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빼앗긴 모가 집안의 간판을 되찾아오면 끝나는 것이 아닌,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현준은 모지안에게 노력할 시간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우현준이 다시 한번 말했다. “당신들의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예요. 양도 계약서에 사인하고 다른 장소 찾아서 개원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우현준의 말이 맞는 듯했다. 모지한과 모한철은 모두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강책이 입을 열었다. “우 사장님, 한 가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우현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제가 방금 정부측 조건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규정상에는 만약 약국이 보존되지 못하거나 모가 집안에서 운영을 하지 않을 경우 이 가게를 양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우현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요?”강책이 웃음 말했다. “뜻이 정확하지 않습니가? 정부측은 단지 양도할 수 있다고 했지 강인 중개사무소에게 양도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우현준이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이 땅을 가지고 누가 감히 강인 중개사무소와 맞서겠어요? 정확하게 말해서 저희랑 맞설 권력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강책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침 저도 이 땅이 마음에 들어서 사려던 참이었어요.”우현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하 웃었다. “당신이요? 당신이 뭔데요? 강인 중개사무소라고 들어 봤어요? 이 구역은 저희 담당입니다! 당신이 감히 우리랑 경쟁할 자격이 있습니까?”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더 돈이 많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돈이 더 많은 사람이 이 땅을 가져가겠죠? 우현준 씨는 3억 제안했죠?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5억 제안하겠습니다.”강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강
우현준이 손가락을 ‘탁’하고 치자 10명의 부하들이 우르르 달려와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섰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강책이 100억을 내놓지 못하면 정말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우현준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제가 지금 정부 당국에 전화해서 수속 절차 밟으라고 하겠습니다. 당신, 추태 부리거나 잔꾀 부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 조심하세요.”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모지안 씨, 정부 당국 측에서 오면 정신없을 테니 양도 서류 모두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모지안은 테이블을 가지고 와서 종이와 볼펜 그리고 모든 자료를 준비했다. 모가 집안은 이 땅을 절대 지킬 수 없다. 강책이 이 땅을 가져간다면 적어도 모가 집안의 약국은 지킬 수 있으니 절대 강인 중개사무소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 잠시 후, 정부 당국 측 사람들이 도착했다. 안경을 쓴 점잖은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우현준은 표정이 확 바뀌어 웃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가시죠.”임 선생님이 말했다. “우 사장님, 방금 전화로 한 말이 사실입니까? 강인 중개사무소는 이 땅을 포기하고 강 선생님께서 인수받는 겁니까?”임 선생님은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인 중개사무소가 이 땅을 노린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왜 갑자기 포기한 걸까?손에 넣을 수 있었던 땅을 눈앞에서 놓쳤다. 우현준은 하하 웃고 비꼬며 말했다. “임 선생님, 저희 강인 중개사무소가 그렇게 대범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저희는 이 땅을 원하지 않았어요. 여기 계신 강 선생님이 정말 화끈해서 100억을 주고 이 땅을 사겠다고 하니 저희가 감히 덤비질 못하죠.”임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책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강 선생님, 정말 100억에 사는 게 확실합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 땅의 시세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100억에 사면 원가를 회수할 수 없을 거예요.”임 선생님은 강책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책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저
강책이 말했다. “100억은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100억이 무슨 카카오 머니처럼 쉽게 보내는 줄 아세요?”우현준이 비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언제까지 연기하는지 제가 옆에서 지켜볼게요!”그렇게 5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송금이 되지 않았다. 우현준은 더 이상 참치 못하고 강책 앞으로 다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연기 좀 그만하세요! 돈도 없으면서 허세나 부린 결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여줘야겠네요!”우현준은 말을 하는 동시에 강책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책이 우현준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 테이블 위에 꾹 누른 채 움직이도 못하게 했다. 우현준은 본인의 힘이 세다고 자부했다. 평소 우현준은 못돼먹은 성질로 때리고 싶은 사람을 때리고 다니며 위세를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강책에게 손목이 잡혀 꼼짝도 못 했다. 심지어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현준의 모습은 매우 창피스러웠다. “이거 놓으세요!”강책은 우현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시했다. 우현준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안 돕고 뭐해?”부하들이 우현준을 도와주려고 하자 강책이 힘을 더 가했다. 그러자 그 순간 우현준의 손목에서 ‘뿌드득’ 하더니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아파요! 아파 죽겠어요!”우현준의 고함소리에 부하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임 선생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강책에게 충고했다. “강 선생님, 그만 자중하시죠.”강책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임 선생님의 일은 땅을 인수인계하고 입금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일에는 상관하지 마세요.”임 선생님은 강책의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 임 선생님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강책 씨, 저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습니다. 송금 받지 못하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띠링’ 하는 소리가 울리자 계좌에 ‘강남 침몽 하이테크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100억이 들어왔다. ‘침몽 하이테크?’침몽 하이테크는 전국 상위권의 초대형 첨단 기술 회사이다. 임 선생님은
우현준은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쳐 한 골목에 멈춰서 숨을 헐떡였다. 우현준이 팔을 움켜쥐고 말했다. “강책 힘이 장난이 아니야, 하마터면 팔 부러질 뻔했네.”부하가 물었다. “우 사장님, 그럼 저희 이대로 포기하는 겁니까? 정말 그 땅을 강책에게 넘겨주는 겁니까?”우현준은 인상을 찡그렸다. 우현준은 강책이 100억을 정말 내놓을지도, 더욱이 강책은 정말 돈이 아니라 민족정신을 위해 땅을 구매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바보 같은 사람은 보기 드물다. “회장님의 의견을 들어봐야지.”우현준은 강인 중개사무소 회장 조지용에게 전화를 해서 현재 상황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지용은 우현준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입을 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땅을 뺏어야 해!”조지용은 버럭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부하가 우현준에게 물었다. “우 사장님, 회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우현준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조 회장님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땅을 뺏으라고 하시네, 하지만 문제는 땅이 이미 강책한테 넘어가서 정부 당국의 허가와 법률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뺏기가 쉽지 않아.”이때, 부하 한 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암암리에는 뺏을 수도 있죠.”“무슨 좋은 방법 있어?”“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가 늘 푸른 약국을 불태워 버리는 겁니다. 그럼 모가 집안의 전통도 없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강책도 그 땅에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질 테니, 그럼 저희가 순조롭게 인수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우현준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좋네, 이 방법으로 진행하면 되겠네!”그렇게 우현준과 부하들은 사악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현준은 골목 끝자락에서 한 남자가 숨어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한편 늘 푸른 약국. 모지안과 모한철은 강책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강책이 간판을 되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거액을 투자해 조상부터 내려오는 약국을 지켜줬다.
저녁 시간.강인 중개사무소 사장 조지용이 술에 취해 몸을 건들건들 거리며 클럽에서 걸어 나왔다. 왼쪽 팔은 여자를 붙잡고 있고, 오른쪽 손으로는 담배를 피고는 어떻게 진도를 뺄까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차 문을 열어 여자를 차 안으로 안내하자마자 뒤에서 하얀색 봉고차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세워졌다. 이어서 차 문이 열리자 크고 두터운 손이 뒤에서 조지용의 입을 틀어 막고는 차 안으로 끌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나 조지용의 허리를 잡았다. 두 사람의 협동 아래, 눈 깜짝 할 새에 조지용을 차 안으로 넣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세 번째 사람이 차 문을 빠르게 닫았다. 전체 과정은 총 2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기사가 페달을 밟고 자리를 떴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조지용이 데리고 온 여자는 차 안에서 멀뚱멀뚱 조지용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그가 보이지 않자 밖으로 얼굴을 들이 내밀었다. 차 문은 열려있지만, 조지용의 흔적 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나 바람 맞힌거야? 돈 못 주겠으니까 지금 달아 난거지? 쓰레기 아니야?!”여자는 욕을 내뱉으며 차에서 나와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조지용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땅,땅,땅...종소리가 12번 울리자 조지용의 눈이 저절로 떠졌다. 동시에 정신도 깼다.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으며, 이불, 면 같은 인화성과 폭발성이 있는 물건들이 주위에 가득했다. “여기가 어디야?”조지용은 그제서야 자신이 납치 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문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봐, 돈을 원한다면 내보내 주는 게 좋을거야. 경찰에 신고도 안할거고, 달라고 하는 금액만큼 줄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지용은 눈을 깜빡깜빡하고는 “허, 납치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겠어? 얼굴이라도 보고 협상해야지.”라며 말했다. 그리고 문을 열려고 시도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여러번의 시도에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의 눈에 불씨가 보였다. 우현준이 정말로 불을 지른 것이다. 조지용은 놀란 마음에 계속 밖을 향해 구조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골목 안, 우현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늘 푸른 약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부하들은 미소를 지은 채 우현준에게로 뛰어왔다.“무팀장님, 시키신 일 완료했습니다. 기름 붇고, 불 질렀습니다.” 동시간에 다섯 곳이 불이 나게 된다면 목숨을 부지 하기는 어렵다. 우현준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강책, 늘 푸른 약국을 건들지 말라고 했었지? 근데 어쩌냐, 이미 건드렸는데? 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불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약국 전체가 불로 덮여졌다. 동네 주민들도 집에서 나와 112,119에게 전화하거나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현준은 부하들과 함께 약국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늘 푸른 약국은 이제 자신들의 손바닥 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건물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처절하기 그지 없었다. 부하 중 한명이 웃으며 “모한철 아니면 모지안 목소리 겠죠?” 라고 말했다. 우현준은 허허 웃음을 지었다.“강책 일수도 있잖아!”우현준은 만족하며 과정을 즐기는 듯했다. 처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핸드폰을 꺼내 조지용에게 통화해서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사장님은 그 여자랑 화이팅 하고 있는 중이겠지?” 우현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약국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처절한 목소리만을 감상할 뿐이였다. 같은 시간, 강책은 늘 푸른 약국의 큰 파티에 초대를 받아 큰 별장안에서 게임도 하고, 춤도 추며 파티를 한껏 즐기고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12시가 다 되었다. 모한철은 파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강책이 자신을 위해 100억이라는 돈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사실에 마음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이때, 모한철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의 친
모한철이 바닥을 기며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 모지안은 마음 한 곳이 아파왔다. 100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자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 한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 사람 무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다름 아닌 우현준 무리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속상한거야?” 라고 비꼬았다. 모한철은 바로 그의 멱살을 잡고는 “너지? 네가 불 지른 거지? 맞지?”라며 물었다. 우현준은 그를 밀어내고는 옷을 털며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생사람 잡지마. 이 일은 나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러게, 왜 나한테 안 팔고 강책한테 판거야? 하나님도 더 이상 그런 꼴을 보기 싫은 거 아니겠어? 그래서 나 대신 복수 해준거고 말이야.” 그는 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모한철의 상처위에 소금을 뿌렸다. 이때, 가만히 있던 강책이 차분하게 말했다.“누가 불을 저질렀는 지는 금방 아시게 될겁니다. 여기 CCTV만 확인하면 밝혀 질 겁니다.” 우현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강책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왜, 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 알려주지, 나보다 이 구역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어디에 CCTV가 달려있는 지, 어디까지 볼 수 있는 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화면 안에 내 머리카락 한가닥이라도 나오면 진 걸로 하지, 하하하하.” 우현준은 자신이 그 방화범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들을 뱉었다. 하지만 그는 증거조차 남지 않았다고 자신만만했기에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사건이 금방 묻히기 마련이지만, 강책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은 결코 쉽게 묻히지 않는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 이 구역을 잘 안다고? 그럼 오늘 낮에 약국 주변에 120개의 CCTV를 달았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우현준은 멈칫하고는 눈을 깜빡깜빡 거렸다. 120개의 CCTV는 곧 24시간을 감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현준은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량의 CCTV를 주위에 설치할 수 없으며 정부에서도 반대
“아니야,아니야.”우현준은 계속 믿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알고 있었다면 왜 막지 않은 건데?” 강책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등골이 오싹한 말을 꺼냈다.“왜냐면, 이 일은 나만 알고 있거든. 게다가 난 네가 불을 저지른 거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화재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지만, 막지 않고 오히려 즐겨하는 강책의 모습에 우현준은 그가 어느 편의 사람인 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저 좋다, 나쁘다로 강책을 표현 하기에는 너무 좁은 단어다. 우현준은 그런 강책을 바라보았다. 마치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고, 자신은 개미와 비슷한 존재감이였다. 개미가 산을 밀어내는 어리석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늘 푸른 약국에 남자의 마지막 울부짖음이 들렸다.“아-!”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 내뱉는 마지막 외침 같았다. 그 외침에 우현준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강책, 날 속이려고 하지는 말아야 할거야. 봐봐, 약국 안에는 사람이 있어. 너네들은 내 계획을 안 적이 없어!” “그럴까? 근데 저 목소리 익숙하지 않아?” “익숙?”우현준은 잠시 멈칫했다. 울부짖는 목소리가 익숙했지만, 누구의 목소리 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의 반응을 보고 강책은 한숨을 내쉬며 힌트를 던져주었다.“불 지르고 네 사장한테 보고는 한거야? 조지용 한테 전화는 했어?” 우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 인데?” “그냥 물어본거야.” “허허, 그냥?너는..”우현준은 반박자 느린 반응으로 강책의 말의 뜻을 깨달았다. 그는 그제서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동시에 두 눈이 커지면서 약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장님?” 그 처절한 목소리는 자신의 사장 조지용이였다! 우현준은 피가 안통하고, 두 다리가 덜덜 떨려 똑바로 서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강책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등을 보였다. 우현준은 강책의 등을 바라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어렸을 때 혼자서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