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철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지안은 잃어버린 명예와 인맥 그리고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빼앗긴 모가 집안의 간판을 되찾아오면 끝나는 것이 아닌,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현준은 모지안에게 노력할 시간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우현준이 다시 한번 말했다. “당신들의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예요. 양도 계약서에 사인하고 다른 장소 찾아서 개원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우현준의 말이 맞는 듯했다. 모지한과 모한철은 모두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강책이 입을 열었다. “우 사장님, 한 가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우현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제가 방금 정부측 조건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규정상에는 만약 약국이 보존되지 못하거나 모가 집안에서 운영을 하지 않을 경우 이 가게를 양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우현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요?”강책이 웃음 말했다. “뜻이 정확하지 않습니가? 정부측은 단지 양도할 수 있다고 했지 강인 중개사무소에게 양도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우현준이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이 땅을 가지고 누가 감히 강인 중개사무소와 맞서겠어요? 정확하게 말해서 저희랑 맞설 권력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강책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침 저도 이 땅이 마음에 들어서 사려던 참이었어요.”우현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하 웃었다. “당신이요? 당신이 뭔데요? 강인 중개사무소라고 들어 봤어요? 이 구역은 저희 담당입니다! 당신이 감히 우리랑 경쟁할 자격이 있습니까?”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더 돈이 많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돈이 더 많은 사람이 이 땅을 가져가겠죠? 우현준 씨는 3억 제안했죠?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5억 제안하겠습니다.”강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강
우현준이 손가락을 ‘탁’하고 치자 10명의 부하들이 우르르 달려와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섰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강책이 100억을 내놓지 못하면 정말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우현준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제가 지금 정부 당국에 전화해서 수속 절차 밟으라고 하겠습니다. 당신, 추태 부리거나 잔꾀 부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 조심하세요.”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모지안 씨, 정부 당국 측에서 오면 정신없을 테니 양도 서류 모두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모지안은 테이블을 가지고 와서 종이와 볼펜 그리고 모든 자료를 준비했다. 모가 집안은 이 땅을 절대 지킬 수 없다. 강책이 이 땅을 가져간다면 적어도 모가 집안의 약국은 지킬 수 있으니 절대 강인 중개사무소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 잠시 후, 정부 당국 측 사람들이 도착했다. 안경을 쓴 점잖은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우현준은 표정이 확 바뀌어 웃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가시죠.”임 선생님이 말했다. “우 사장님, 방금 전화로 한 말이 사실입니까? 강인 중개사무소는 이 땅을 포기하고 강 선생님께서 인수받는 겁니까?”임 선생님은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인 중개사무소가 이 땅을 노린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왜 갑자기 포기한 걸까?손에 넣을 수 있었던 땅을 눈앞에서 놓쳤다. 우현준은 하하 웃고 비꼬며 말했다. “임 선생님, 저희 강인 중개사무소가 그렇게 대범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저희는 이 땅을 원하지 않았어요. 여기 계신 강 선생님이 정말 화끈해서 100억을 주고 이 땅을 사겠다고 하니 저희가 감히 덤비질 못하죠.”임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책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강 선생님, 정말 100억에 사는 게 확실합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 땅의 시세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100억에 사면 원가를 회수할 수 없을 거예요.”임 선생님은 강책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책은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저
강책이 말했다. “100억은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100억이 무슨 카카오 머니처럼 쉽게 보내는 줄 아세요?”우현준이 비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언제까지 연기하는지 제가 옆에서 지켜볼게요!”그렇게 5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송금이 되지 않았다. 우현준은 더 이상 참치 못하고 강책 앞으로 다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연기 좀 그만하세요! 돈도 없으면서 허세나 부린 결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여줘야겠네요!”우현준은 말을 하는 동시에 강책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책이 우현준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 테이블 위에 꾹 누른 채 움직이도 못하게 했다. 우현준은 본인의 힘이 세다고 자부했다. 평소 우현준은 못돼먹은 성질로 때리고 싶은 사람을 때리고 다니며 위세를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강책에게 손목이 잡혀 꼼짝도 못 했다. 심지어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현준의 모습은 매우 창피스러웠다. “이거 놓으세요!”강책은 우현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시했다. 우현준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안 돕고 뭐해?”부하들이 우현준을 도와주려고 하자 강책이 힘을 더 가했다. 그러자 그 순간 우현준의 손목에서 ‘뿌드득’ 하더니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아파요! 아파 죽겠어요!”우현준의 고함소리에 부하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임 선생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강책에게 충고했다. “강 선생님, 그만 자중하시죠.”강책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임 선생님의 일은 땅을 인수인계하고 입금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일에는 상관하지 마세요.”임 선생님은 강책의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 임 선생님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강책 씨, 저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습니다. 송금 받지 못하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띠링’ 하는 소리가 울리자 계좌에 ‘강남 침몽 하이테크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100억이 들어왔다. ‘침몽 하이테크?’침몽 하이테크는 전국 상위권의 초대형 첨단 기술 회사이다. 임 선생님은
우현준은 부하들을 데리고 도망쳐 한 골목에 멈춰서 숨을 헐떡였다. 우현준이 팔을 움켜쥐고 말했다. “강책 힘이 장난이 아니야, 하마터면 팔 부러질 뻔했네.”부하가 물었다. “우 사장님, 그럼 저희 이대로 포기하는 겁니까? 정말 그 땅을 강책에게 넘겨주는 겁니까?”우현준은 인상을 찡그렸다. 우현준은 강책이 100억을 정말 내놓을지도, 더욱이 강책은 정말 돈이 아니라 민족정신을 위해 땅을 구매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바보 같은 사람은 보기 드물다. “회장님의 의견을 들어봐야지.”우현준은 강인 중개사무소 회장 조지용에게 전화를 해서 현재 상황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지용은 우현준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말이 없다 입을 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땅을 뺏어야 해!”조지용은 버럭 화를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부하가 우현준에게 물었다. “우 사장님, 회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우현준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조 회장님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땅을 뺏으라고 하시네, 하지만 문제는 땅이 이미 강책한테 넘어가서 정부 당국의 허가와 법률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뺏기가 쉽지 않아.”이때, 부하 한 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암암리에는 뺏을 수도 있죠.”“무슨 좋은 방법 있어?”“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가 늘 푸른 약국을 불태워 버리는 겁니다. 그럼 모가 집안의 전통도 없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강책도 그 땅에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질 테니, 그럼 저희가 순조롭게 인수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우현준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좋네, 이 방법으로 진행하면 되겠네!”그렇게 우현준과 부하들은 사악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현준은 골목 끝자락에서 한 남자가 숨어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한편 늘 푸른 약국. 모지안과 모한철은 강책에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강책이 간판을 되찾아줬을 뿐만 아니라, 거액을 투자해 조상부터 내려오는 약국을 지켜줬다.
저녁 시간.강인 중개사무소 사장 조지용이 술에 취해 몸을 건들건들 거리며 클럽에서 걸어 나왔다. 왼쪽 팔은 여자를 붙잡고 있고, 오른쪽 손으로는 담배를 피고는 어떻게 진도를 뺄까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차 문을 열어 여자를 차 안으로 안내하자마자 뒤에서 하얀색 봉고차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세워졌다. 이어서 차 문이 열리자 크고 두터운 손이 뒤에서 조지용의 입을 틀어 막고는 차 안으로 끌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나 조지용의 허리를 잡았다. 두 사람의 협동 아래, 눈 깜짝 할 새에 조지용을 차 안으로 넣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세 번째 사람이 차 문을 빠르게 닫았다. 전체 과정은 총 2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기사가 페달을 밟고 자리를 떴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조지용이 데리고 온 여자는 차 안에서 멀뚱멀뚱 조지용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그가 보이지 않자 밖으로 얼굴을 들이 내밀었다. 차 문은 열려있지만, 조지용의 흔적 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나 바람 맞힌거야? 돈 못 주겠으니까 지금 달아 난거지? 쓰레기 아니야?!”여자는 욕을 내뱉으며 차에서 나와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조지용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땅,땅,땅...종소리가 12번 울리자 조지용의 눈이 저절로 떠졌다. 동시에 정신도 깼다.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으며, 이불, 면 같은 인화성과 폭발성이 있는 물건들이 주위에 가득했다. “여기가 어디야?”조지용은 그제서야 자신이 납치 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문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봐, 돈을 원한다면 내보내 주는 게 좋을거야. 경찰에 신고도 안할거고, 달라고 하는 금액만큼 줄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지용은 눈을 깜빡깜빡하고는 “허, 납치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겠어? 얼굴이라도 보고 협상해야지.”라며 말했다. 그리고 문을 열려고 시도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여러번의 시도에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의 눈에 불씨가 보였다. 우현준이 정말로 불을 지른 것이다. 조지용은 놀란 마음에 계속 밖을 향해 구조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골목 안, 우현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늘 푸른 약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부하들은 미소를 지은 채 우현준에게로 뛰어왔다.“무팀장님, 시키신 일 완료했습니다. 기름 붇고, 불 질렀습니다.” 동시간에 다섯 곳이 불이 나게 된다면 목숨을 부지 하기는 어렵다. 우현준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강책, 늘 푸른 약국을 건들지 말라고 했었지? 근데 어쩌냐, 이미 건드렸는데? 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불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약국 전체가 불로 덮여졌다. 동네 주민들도 집에서 나와 112,119에게 전화하거나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현준은 부하들과 함께 약국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늘 푸른 약국은 이제 자신들의 손바닥 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건물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처절하기 그지 없었다. 부하 중 한명이 웃으며 “모한철 아니면 모지안 목소리 겠죠?” 라고 말했다. 우현준은 허허 웃음을 지었다.“강책 일수도 있잖아!”우현준은 만족하며 과정을 즐기는 듯했다. 처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핸드폰을 꺼내 조지용에게 통화해서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사장님은 그 여자랑 화이팅 하고 있는 중이겠지?” 우현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약국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처절한 목소리만을 감상할 뿐이였다. 같은 시간, 강책은 늘 푸른 약국의 큰 파티에 초대를 받아 큰 별장안에서 게임도 하고, 춤도 추며 파티를 한껏 즐기고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12시가 다 되었다. 모한철은 파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강책이 자신을 위해 100억이라는 돈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사실에 마음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이때, 모한철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의 친
모한철이 바닥을 기며 눈물을 보이는 모습에 모지안은 마음 한 곳이 아파왔다. 100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자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 한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 사람 무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다름 아닌 우현준 무리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속상한거야?” 라고 비꼬았다. 모한철은 바로 그의 멱살을 잡고는 “너지? 네가 불 지른 거지? 맞지?”라며 물었다. 우현준은 그를 밀어내고는 옷을 털며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생사람 잡지마. 이 일은 나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러게, 왜 나한테 안 팔고 강책한테 판거야? 하나님도 더 이상 그런 꼴을 보기 싫은 거 아니겠어? 그래서 나 대신 복수 해준거고 말이야.” 그는 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모한철의 상처위에 소금을 뿌렸다. 이때, 가만히 있던 강책이 차분하게 말했다.“누가 불을 저질렀는 지는 금방 아시게 될겁니다. 여기 CCTV만 확인하면 밝혀 질 겁니다.” 우현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강책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왜, 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 알려주지, 나보다 이 구역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어디에 CCTV가 달려있는 지, 어디까지 볼 수 있는 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화면 안에 내 머리카락 한가닥이라도 나오면 진 걸로 하지, 하하하하.” 우현준은 자신이 그 방화범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들을 뱉었다. 하지만 그는 증거조차 남지 않았다고 자신만만했기에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사건이 금방 묻히기 마련이지만, 강책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은 결코 쉽게 묻히지 않는다.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 이 구역을 잘 안다고? 그럼 오늘 낮에 약국 주변에 120개의 CCTV를 달았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우현준은 멈칫하고는 눈을 깜빡깜빡 거렸다. 120개의 CCTV는 곧 24시간을 감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현준은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량의 CCTV를 주위에 설치할 수 없으며 정부에서도 반대
“아니야,아니야.”우현준은 계속 믿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알고 있었다면 왜 막지 않은 건데?” 강책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등골이 오싹한 말을 꺼냈다.“왜냐면, 이 일은 나만 알고 있거든. 게다가 난 네가 불을 저지른 거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화재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지만, 막지 않고 오히려 즐겨하는 강책의 모습에 우현준은 그가 어느 편의 사람인 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저 좋다, 나쁘다로 강책을 표현 하기에는 너무 좁은 단어다. 우현준은 그런 강책을 바라보았다. 마치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고, 자신은 개미와 비슷한 존재감이였다. 개미가 산을 밀어내는 어리석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늘 푸른 약국에 남자의 마지막 울부짖음이 들렸다.“아-!”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 내뱉는 마지막 외침 같았다. 그 외침에 우현준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강책, 날 속이려고 하지는 말아야 할거야. 봐봐, 약국 안에는 사람이 있어. 너네들은 내 계획을 안 적이 없어!” “그럴까? 근데 저 목소리 익숙하지 않아?” “익숙?”우현준은 잠시 멈칫했다. 울부짖는 목소리가 익숙했지만, 누구의 목소리 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의 반응을 보고 강책은 한숨을 내쉬며 힌트를 던져주었다.“불 지르고 네 사장한테 보고는 한거야? 조지용 한테 전화는 했어?” 우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 인데?” “그냥 물어본거야.” “허허, 그냥?너는..”우현준은 반박자 느린 반응으로 강책의 말의 뜻을 깨달았다. 그는 그제서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동시에 두 눈이 커지면서 약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장님?” 그 처절한 목소리는 자신의 사장 조지용이였다! 우현준은 피가 안통하고, 두 다리가 덜덜 떨려 똑바로 서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강책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등을 보였다. 우현준은 강책의 등을 바라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어렸을 때 혼자서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