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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저는 대표님의 아내예요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메이크업으로 간신히 뺨에 난 자국을 가리고 출근했다.

양한겸의 회사는 한 건물에서 2층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성혜인은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는 꼭 참가해야 했다.

예전 같으면 가장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할 양한겸이 오늘은 반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그는 어제와 같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행색도 단정하지 못했다.

성혜인은 바로 양한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늦어서 죄송해요.”

양한겸은 가장 앞으로 가서 앉았다. 성혜인의 걱정하는 눈빛을 보고 그는 멋쩍게 미소를지어 보였다.

직원들이 순서대로 보고를 끝내고 회의도 끝이 났다.

성혜인은 다른 직원과 함께 나가려고 하다가 가만히 앉아있는 양한겸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양한겸은 피곤한 듯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재이 친정에 문제가 생겼어.”

그는 밤새 골머리를 앓은 듯 목소리가 걸걸했다. 그리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머뭇거렸다.

“많이 심각해요?”

양한겸은 한참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결심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회사를 팔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는데... 어떻게 직원들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성혜인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타이밍에 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양한겸은 돈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양한겸이 다년간 노력한 결과이기에 그도 마음 같아서는 팔고 싶지 않았다.

“아직 얼마나 필요한데요?”

“적어도 40억 정도.”

양한겸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

“반승제의 일이 성사됐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게 됐네.”

“제가 계속 얘기해 볼게요.”

성혜인은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을 아직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마요.”

양한겸은 한숨을 쉬었다.

“너도 반승제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는 마. 그리고 어제는 내 아내가 전적으로 잘못했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회의실에서 나온 성혜인은 혹시 몰라 BH그룹으로 가보려고 했다. 어찌 됐든 반승제를 만나야만 일 얘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BH그룹은 제원 CBD 센터에 있었다. BH그룹은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위치했는데,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모든 것이 BH그룹의 것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BH그룹의 자산은 지금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성혜인은 성큼성큼 BH그룹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낯선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는 반승제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

직원은 약간 멈칫하다가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예약이 없으면 만나실 수 없어요.”

성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

“혹시 일 얘기를 하는 거라면요?”

“그건 상무팀에 연락하세요. 상무팀에서 대표님에게 결재받을 겁니다.”

성혜인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직원은 무시하는 눈빛을 대놓고 드러냈다. 그녀는 또 주제모르는 여자가 문 앞에서 하루 종일 반승제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생각했다.요즘 따라 이런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반면 성혜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대표님의 아내예요’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반씨 저택으로 찾아가야 하나?’

성혜인이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메시지 한 통이 왔다.

‘성혜인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반승제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가 이혼 서류 건으로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댁에 계시지 않아 그러는데 혹시 지금 만나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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