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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그들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

성혜인은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옆에서 겨울이가 짖고 있는데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듯했다.

그녀와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는 이내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성혜인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눈빛으로 겨울이를 쳐다보았다.

뒤이어 겨울이는 주인의 마음을 눈치챈 듯 순식간에 쏜살같이 다시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갔다.

성혜인은 텅 빈 개 목줄을 보고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겨울이를 그곳에 놔두었다. 사실 왜 그랬는지 성혜인조차 본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아마도 반승제가 그 여자를 가진 후, 성혜인이라는 사람을 잊어버릴까봐여서 일 것이다.

겨울이가 네이처 빌리지에서 이렇게 평안하게 며칠을 보내고 건강하게 있는 걸 보면, 반승제가 겨울이를 박대하지 않았다는 걸 설명한다.

반승제라는 사람은 입이 독하기는 해도, 그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봐야 한다.

M을 무너뜨리겠다고 했으면서 아직까지 실질적인 대책을 실행하지 않은 걸 봐도 말이다.

성혜인은 자신이 반승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사실 그들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

차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반승제에게서 느낀 자극이 온몸을 휘감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음에도 성혜인은 자신이 실체를 잡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짜릿했다. 여자로 하여금 절정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랑은 확실히 이런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

성혜인은 포레스트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경아는 겨울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겨울이가 개장수에게 끌려갔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또 겨울이가 반승제에게 잡혀 보신탕이 되었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했다.

“사모님, 아직도 겨울이를 찾지 못하셨나요?”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도 겨울이를 찾지 못하자, 그녀는 포레스트에 뭔가가 부족한 것만 같았다.

“아주머니.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지금 겨울이 포레스트에 있는 것 못지않게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며칠만 더 지나면 제가 다시 데려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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