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전에 SNS에 겨울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때문에 그녀의 SNS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겨울이가 그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설우현은 욕을 다 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사실 제 여동생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페니 씨는 반 대표로 하여금 페니 씨를 싫어하게 만들면 돼요. 만남도 줄이고 말이죠. 만약 만나게 되더라도 반 대표가 페니 씨를 싫어하게 만드세요. 저희 큰 형이 여동생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마 페니 씨는 저희 형 수단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겁니다.”사실 설우현도 그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성혜인은 시선을 아래로 늘어뜨렸다.“저도 알고 있습니다.”이 순간 성혜인은 자신의 힘이 너무 부족한 것이 한스러웠다.S.M은 아직 발전단계에 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그녀에게 걸었는데 성혜인이 어떻게 경거망동할 수 있겠는가.“대표님이 저를 싫어하도록 만들게요. 어제 제가 뱉은 말로 인해 이미 어느 정도 미워졌을 겁니다.”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 그때, 설우현이 또 물었다.“페니 씨는 반 대표를 좋아합니까?”성혜인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꽉 쥐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이만 끊을게요, 설우현 씨.”전화를 끊고, 성혜인은 차 앞을 멍하게 바라보았다.그렇게 10분이 꼬박 지나서야, 그녀는 차를 몰고 BH 그룹으로 향했다.꼭대기 층에 도착하니 마침 성혜인은 심인우와 마주치게 되었다.“대표님 아직 회의 중이셔서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혜인 씨, 응접실에서 기다리시겠어요?”그러자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복도 구석에 있는 작은 소파를 가리켰다.“저는 저기 앉으면 돼요. 대표님 회의 끝나시면 알려주세요.”심인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그는 창문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안에 있는 임원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최근 BH 그룹에 분 변화를 사람들도 모두 눈치채고 있었는데 현재 반
이것은 또한 반기범이 반승제가 질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굴지 못할 것이다.그때, 성혜인이 그의 뒤를 쳐다보며 소리쳤다.“반승제 씨?”반기범은 순간 몸을 흠칫하며 손을 거뒀다.하지만 그가 몸을 돌려보니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곧 자신이 성혜인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다.성혜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이사님은 자신이 100%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반승제 씨를 두려워하시는 거죠?”가장 은밀히 숨겨둔 사실이 들통나자, 반기범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난감함을 없애보려 애썼다.“빌어먹을 년!”그렇게 성혜인이 자리를 피하려 하는데 갑자기 곁눈질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이더니 이내 손바닥이 날아왔다.“짝!”그녀는 뺨이 화끈거리며 아프기만 했다.반기범은 성혜인의 뺨을 한 번 때린 뒤 피식 냉소했다.“네가 뭔데 감히 나를 희롱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한 남성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작은아버지.”반승제는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차가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BH 그룹에는 뭐 하러 왔어?”성혜인은 그가 어제 일 때문에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뺨을 맞았는데도 반승제가 이리 차갑게 대할 줄은 몰랐다.가슴이 갑자기 답답하고 아팠다.반승제의 눈빛은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이윽고 성혜인은 한쪽에 있는 가방을 들고서 망설임 없이 떠나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반승제의 무뚝뚝한 말이 들려왔다.“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그리고 성혜인,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지 마. 네가 한 행동들로 인해 나는 네가 완전히 미워졌어. BH 그룹도 네가 발을 들일 수 있는 데가 아니야.”성혜인은 온몸이 굳어 입가의 핏자국을 핥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그녀가 가자마자 반기범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나는 승제 네가 쟤한테 진심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냥 갖고 논 거였구나?
인터넷에는 또 허무맹랑한 여론이 무성하게 퍼졌는데, 매 사람이 적은 악플에 성혜인은 하마터면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포드의 사건에 대해 성혜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 결국 온수빈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포드 사건을 덮고 말았다.성혜인은 이번에 거의 10만 개에 달하는 악플을 받았다. 특히 의 팬들은 S.M의 회사건물에 대고 그녀를 욕했다.그만큼 S.M은 공분을 사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에 4건이나 올라가는 등 악플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너무 큰 여론을 불러일으킨 결과, 포드의 일은 성공적으로 잊혀졌다.그리고 네티즌들이 가장 흥분해 있는 이 시기, TJ 엔터의 연예인이 나섰다.이 남자 연예인이 바로 포드의 엠버서더로 발탁된 백선우이다.그는 백씨 집안과 먼 친척 사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소소한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었지만 이번에 글로벌 엠버서더로 발탁되면서 몸값이 폭등했다. 순식간에 여러 드라마의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오면서 말이다.백선우는 처음으로 이런 인기를 실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 그건 바로 온수빈과 S.M을 무너뜨리는 것.백선우는 즉시 SNS에 게시물을 업로드 했다.「어떤 사람들은 정말 죽는 한이 있다 해도 회개하지 않습니다.」이것은 분명히 S.M을 노리고 한 말이었다.평범한 연예인에 불과하던 그는 갑자기 20만 개의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인기를 실감하고 재미를 본 백선우는 몇 개를 더 업로드 했다.「게다가 한 여인은 온수빈에게 눈독을 들인 것뿐만 아니라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한 회사 대표를 쫓기도 했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한 사람 말입니다.」네티즌들은 순식간에 들끓었다.해외에서 인터뷰라니, 이건 분명 반승제가 아닌가!당시 반승제의 외모는 며칠 동안 여론을 달궜고, 한때 여자들이 가장 자고 싶은 남자로 뽑히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머릿속에 성혜인은 추녀에 가까웠다. 그런 추녀가 지금 모든 걸 다 갖춘 남자에게 눈독을 들인다니?게다가 온수빈에게도 마음을
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다.성혜인은 본래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려 했다. 예를 들면 반승제는 그 물건을 쓸 수가 없다. 지금은 그곳이 완전히 서지 않으니 말이다.그날 그와 함께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반승제의 그곳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때문에 현재 반승제가 아무리 여자를 고파한다 해도 힘이 없기에 할 수 없다.그렇게 그녀는 몇 글자 적다가 이내 멈춰버렸다.‘내가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설씨 가문 작은 딸이 완전히 나를 잊고 다시는 귀찮은 일로 나 안 찾아오면 얼마나 좋아.’이윽고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반 대표님이 지금 해외에 계시니까... 이 틈을 타서 네이처 빌리지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그녀는 겨울이가 그곳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얼른 차를 몰고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네이처 빌리지 입구에 도착하자 한 강아지의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새하얀 그림자가 철문 안으로 달아났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잔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성혜인은 얼른 철문 위에 엎드려 옆의 경호원에게 말했다.“문 열어주세요. 저 강아지는 우리 집 강아지입니다.”경호원도 이제 더 이상 막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성혜인 씨, 강아지를 데려가시려면 반드시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 대표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셔요.”‘오늘? 대표님은 오늘 해외에 있는 거 아니었나?’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겨울이가 있는 먼 곳을 따라 쫓아갔다. 겨울이는 네이처 빌리지에서 너무 재미있게 놀았고, 게다가 좋은 음식도 있어서 쏜살같이 별장 2층으로 뛰어 들어갔다.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었다.오늘 밤은 별장 전체가 조용한 게 도우미들도 없는 것 같았다.“멍멍멍!”겨울이의 짖음 소리가 온 홀에 울려 퍼지자, 성혜인은 반승제가 돌아와 겨울이를 해칠까 무서웠다.겨울이는 별장에 있는 큰 안방으로 달아났다.그 모습에 성혜인은 순간 두피가 저릿저릿 해났다.‘대표님은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성혜인은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옆에서 겨울이가 짖고 있는데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듯했다.그녀와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는 이내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성혜인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눈빛으로 겨울이를 쳐다보았다.뒤이어 겨울이는 주인의 마음을 눈치챈 듯 순식간에 쏜살같이 다시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갔다.성혜인은 텅 빈 개 목줄을 보고 정신을 차린 뒤,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겨울이를 그곳에 놔두었다. 사실 왜 그랬는지 성혜인조차 본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아마도 반승제가 그 여자를 가진 후, 성혜인이라는 사람을 잊어버릴까봐여서 일 것이다.겨울이가 네이처 빌리지에서 이렇게 평안하게 며칠을 보내고 건강하게 있는 걸 보면, 반승제가 겨울이를 박대하지 않았다는 걸 설명한다.반승제라는 사람은 입이 독하기는 해도, 그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봐야 한다.M을 무너뜨리겠다고 했으면서 아직까지 실질적인 대책을 실행하지 않은 걸 봐도 말이다.성혜인은 자신이 반승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사실 그들의 거리는 매우 멀었다.차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반승제에게서 느낀 자극이 온몸을 휘감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음에도 성혜인은 자신이 실체를 잡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너무나 짜릿했다. 여자로 하여금 절정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랑은 확실히 이런 후유증을 남기기 쉽다.성혜인은 포레스트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유경아는 겨울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겨울이가 개장수에게 끌려갔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또 겨울이가 반승제에게 잡혀 보신탕이 되었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했다.“사모님, 아직도 겨울이를 찾지 못하셨나요?”벌써 이틀이 지났는데도 겨울이를 찾지 못하자, 그녀는 포레스트에 뭔가가 부족한 것만 같았다.“아주머니.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지금 겨울이 포레스트에 있는 것 못지않게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며칠만 더 지나면 제가 다시 데려올 겁니다.”
여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쪽 소파에 앉았다.스카이웨어의 여자들은 바깥 거리에 서 있는 여자와 달리, 적어도 이목구비가 모두 청초하고 단정하며, 게다가 학력도 있고, 몸매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부자들의 편애를 받지 못하니 말이다.반승제는 샤워를 하고 도우미를 방에 들여보내 소독하도록 했다. 그의 안색은 온통 검게 변해있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그 여자가 아직도 네이처 빌리지에 있는 게 보였다. 그러자 반승제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온시환에게 시선을 돌렸다.온시환은 서둘러 손을 들어 항복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어제 계속 나한테 전화해서 성혜인 씨가 인정사정없다느니, 너를 배신했다느니 했잖아, 그리고 나한테 여자 찾아달라면서 말이야. 내가 거절하니까 승제 네가 또 직접 나가서 찾아보겠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 봐봐, 내가 성혜인 씨랑 완전 비슷한 사람 보내줬지? 나는 사실 쫓겨날 줄 알았는데, 둘이 잘 줄이야... 뭐 암튼, 일단 이분한테 돈은 결제해 줘야 하지 않겠어?”이윽고 반승제는 직접 수표를 꺼내 상대방에게 던졌다.여자는 몸을 움츠리더니 한참 후에야 말했다.“반... 반 대표님, 저는 S.M과 계약하려는 연예인입니다. 돈은 원하지 않으니 S.M이 촬영하는 드라마의 배역에 저 좀 꽂아주실 수 있나요?”옆에서 차를 마시려던 온시환은 이 말을 듣고 그만 뿜고 말았다.“S.M 연예인이에요?”여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 밑에는 질투심이 가득했다.“원래는 그랬는데 누군가가 저를 떨어뜨렸어요.”그리고 그녀를 떨어뜨린 건 바로 성혜인이었다.‘내가 성혜인의 대역이 될 줄이야...’S.M에 계약한 모든 연예인은 성혜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성혜인은 이 방면에 있어 경계가 아주 심했다. 당시 그녀 역시 성혜인의 심사를 거쳤는데, 여자는 연기실력도 괜찮고 꽤 이름 있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다.하지만 성혜인이 조사해 본 결과, 여자는 인성에 문제가 있어 결국 떨어뜨리기로 했다.어젯밤은 밤이 너무 어두운 데다가 자신이
라미연은 의기양양하여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반승제가 자신을 요구했으며 침대에서 심하게 뒹굴었다고 말이다.하지만 모두 믿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조금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일 뿐이고 팔로워가 겨우 십여만 명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전에 라미연이 S.M의 오디션을 볼 때 사람들은 전부 그녀가 계약에 성공할 줄 알았다. 그녀의 연기실력은 꽤 좋았으니 말이다.그러나 자신이 곧 대스타가 될 거라며 자랑하려던 라미연은 단번에 성혜인에게 퇴짜를 맞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때문에 그녀가 말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농담처럼 여겼다.라미연은 이들이 믿지 않자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반 대표님이 나한테 S.M의 배역을 주기만 하면, 바로 나 라미연한테 와서 아부할 것들이...’성혜인은 전화를 끊은 후 앞에 놓인 서류를 보며 멍해 있었다. 더 이상 아무런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젯밤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어놓고 또 다른 여자랑 할 에너지가 남아있었단 말이야?’그녀의 자조 섞인 웃음소리가 곧 들려왔다.하지만 이내 설우현과의 약속이 떠올라 성혜인은 입술을 굳게 오므렸다.그렇게 깊은숨을 들이쉬고, 마음속의 씁쓸함을 억누르며, 유해은과의 채팅창을 열었다.유해은 역시 이번에 캐스팅된 할리우드 배역 중 하나로, 손이 완전히 회복되면 바로 제작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 시각, 그녀는 하얀 병상에서 일어나서 무엇이 뭔지 분간할 수 없는 빨간 쓰레기 덩어리를 바라보며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 작은 진료소는 그녀의 친척이 운영하는 곳인데, 빨간 것들은 다름 아닌 유해은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었다.워낙 약한 데다가 날씨까지 추워 많이 껴입다 나니, 아무도 그녀가 입신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말이다.“해은아, 너 정말... 어휴...”유해은은 옆에 있는 휴지를 뽑아 들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어느새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말이다.“태어나지 않는 한, 그 아이
마음이 저도 모르게 한층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유해은과 백지영의 오해는 잠시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더 기다렸다가 적당한 기회를 찾아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오빠, 그럼 오늘 성혜인을 해치울 사람 몇 명 보내줘.”“그래.”그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어 자신의 사람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걸고는 성혜인을 상대하도록 했다.그러고 나서 그는 백씨 저택을 떠날 예정이었다.하지만 대문 앞에 한 택배기사가 그를 막아 나섰다.“도련님, 이건 유해은 씨께서 보내신 겁니다.”순간 백현문의 안색이 변하더니 이내 부드러운 웃음이 얼굴에 나타났다.‘내 신분을 알고 해은이가 엄청 화를 내면서 나를 쫓아냈는데... 갑자기 선물을 보냈다고? 화해하자는 건가?’입꼬리가 구부러지고, 얼굴의 날카로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상자를 열었다. 그러나 내용물을 본 그는 확 밀쳐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이게 뭐죠?”그러자 택배기사는 매우 전전긍긍해 하며 대답했다.“유해은 씨가 말하시길... 이건 자신이 품고 있던 천한 종이라고 했습니다. 제때 발견해서 다행이라면서요...”백현문은 이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처음에는 충격을 받았고, 그다음에는 흉곽이 마치 무엇인가에 의해 뭉개진 것처럼 피와 살이 뒤섞이는 듯했다.분노에 차오른 그는 눈앞이 캄캄해져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다시 한번 말해봐요, 이게... 이게 뭐라고요?”택배기사는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놀라서 얼른 자전거를 타고 도망쳤다.그때, 백현문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해은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백현문 씨.”그녀는 어떤 감정도 없이 그를 불렀다.“유해은, 너 정말 살고 싶지 않은 거야?”백현문은 음산한 말투로 말했지만, 핸드폰 너머에서는 뜻밖에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전해져왔다.“아니, 그것과 정반대야. 나 갑자기 잘 살고 싶어졌거든. 나는 절대 백씨 집안의 천한 애새끼를 임신하지 않을 거야
온시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지민은 갑자기 연승혁의 총을 움켜쥐었고 경찰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저격수의 총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공지민은 어깨에 총알이 박힌 것을 느꼈지만 연승혁의 총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총성이 다시 울리자 연승혁은 그녀를 안은 채 몇 바퀴를 굴렀다.온시환은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을 붙잡으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인질이 아직 잡혀 있는데 총을 쏘면 어떡해요? 당장 멈춰요!”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이때 그들이 공격을 멈춘다면 연승혁이 어떻게 반격할지 예측이 안 갔다. 방금 그가 살짝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한 사람을 죽였다.총성은 잠시 멈췄고 공지민의 어깨에서 피가 흘렀으며 연승혁은 방금 그녀를 보호하다가 다리와 허리에 총을 맞았다.두 사람 모두 온전한 데 없었지만 공지민은 그가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농담할 기분이 있어 보였다.“지민아, 우리가 어쩌다 이런 거지꼴이 됐냐?”공지민은 그가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녀가 방금 미친 듯이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붙잡지 않았다면 경찰도 총을 쏘지 않았고 그도 두 번이나 총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총알이 날아왔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보호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 그녀는 이해가 안 갔다.그녀는 바닥에 숨었고 연승혁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경찰 측은 반승제와 온시환, 그리고 서주혁이 막고 있어서 더 이상 총을 쏘지 못했다.연승혁이 맞은 두 발의 총알로 그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는 손을 들어 공지민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공지민의 속눈썹이 떨렸지만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그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방금 네가 한 짓은 내가 널 백번 죽여도 모자라.”모든 사람이 연승혁이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는 것을 보았고 그가 총을 쏠 거라고 생각했다.온시환은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끌려갔고 연승혁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공지민의 눈만 바라보았다.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연승혁은 갑자기 그녀의 얼
연승혁은 절벽 끝까지 밀려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주변에는 저격수들이 잠복했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을 붙잡아 자신의 앞을 막았다.“나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지?”공지민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한테 붙잡힌 채 서 있었다. 절벽은 매우 높았고 아래는 안개가 자욱했다.주위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이 너무 교활해서 공지민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저격수는 지금까지 총을 쏘지 못했다. 절벽 끝에는 연승혁과 공지민이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수십 명의 경찰들이 있었다.숲의 다른 곳도 수많은 경찰들이 지켰고 연승혁은 오늘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다.누군가가 연승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연승혁, 지금 당장 자수하고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연승혁은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었다.“무고한 사람? 이 사람은 무고하지 않아.”공지민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그녀의 시선이 앞을 향하자 급히 나타난 온시환을 보았다.온시환의 다리는 부상을 입은 듯 절뚝거리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연승혁은 온시환을 보자 눈썹을 치켜올렸다.“다 왔네. 지민아, 남편한테 인사 안 해?”공지민은 그가 무슨 의도인지 몰라 눈살을 찌푸렸다.연승혁은 일부러 그녀의 뺨에 키스하고 온시환 쪽을 바라보았다.“네 아내 덕분에 도망치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다.온시환은 순간 안색이 변했지만 다시 평온해졌다.연승혁은 마치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가 온시환한테 적대감을 품은 건 온시환과 공지민의 부부 관계를 질투하기 때문이었다.온시환은 기침하며 공지민에게 물었다.“괜찮아?”공지민은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계속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할까봐 그저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연승혁은 그녀를 가만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네 남편이 묻잖아.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마는 고통으로 인해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연승혁은 막대기를 던지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널 죽일거라고 생각했지?”“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지금 그녀를 죽이는 건 그가 그동안 쌓여왔던 원한을 풀고 해외로 도망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연승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난 말이야. 경찰들이 정의로운 척 가식 떠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를 인질로 잡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어?”그제야 공지민은 그가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이유가 그녀를 인질로 삼기 위해서란 걸 알았다.하지만 그는 1급 수배범이고 심지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조직까지 건드려서 인질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공지민은 그의 손에 이끌려 일어난 후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었다.“꼼수 부리지 마.”그녀의 머릿속에는 그가 자신을 전에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 질문이 떠올랐다.사실 방금 연승혁이 그녀를 찔렀던 사악한 행동이 그녀가 꿈에서 본 어린 소년의 행동과 똑같았다는 것 외에는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사방에서 연승혁한테 자수하라는 경찰 측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은 하늘로 중지를 치켜들고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주위의 총소리가 다시 울렸지만 그는 운이 좋게도 매번 피했다.아마도 경찰 측에서는 공지민을 염려하여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고 연승혁이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온시환은 경찰의 뒤를 따르면서 공지민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리의 상처도 개의치 않고 더 빨리 걸어가려고 했다.반승제는 그가 심하게 다친 것을 보고 화가 났다.“미친 거야? 다리에 통증도 안 느껴져?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연승혁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공지민이 살아있는 것도 직접 확인했잖아.”온시환의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고 반승제를 밀치며 그가 말했다.“빨리 가야 해. 지금 살아 있다고 해서 안전한
공지민은 자신이 왜 이런 꿈을 꾸는지 몰랐고 이 꿈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도 몰랐지만 꿈속의 나쁜 소년은 연승혁과 매우 흡사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모두가 지쳐서 한적한 곳에서 쉬고 있었다.연승혁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비꼬기 시작했다.“돼지야?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와?”공지민은 두 손으로 팔을 감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도망쳐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잖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연승혁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긴박해서 더 이상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공지민이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총을 꺼내 경계하기 시작했고 연승혁은 그녀를 끌고 계속 길을 떠났다.“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해. 국경을 넘으면 우리 쪽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안전할 거야.”연승혁의 부하들은 이미 지쳐서 녹초가 되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섰다.공지민은 지금 이 구역이 이미 포위된 상태이고 이들 중에 배신자가 존재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시선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에게로 향했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뒤따라오고 있었다.몇 분을 걷다가 연승혁은 갑자기 단검을 집어 들고 그 남자를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미리 대비하고 있어서 가슴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그는 수 미터 높이의 제방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연승혁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오므렸다.부하들이 서둘러 물었다.“형님, 무슨 일이에요?”“저 남자 몸에 추적기가 달려 있어.”그 남자가 처음부터 배신을 작심하고 접근한 게 아니라 중간에 배신하기로 한 후임시로 설치한 추적기로 보였다. 그래서 경찰이 그렇게 빨리 찾아 올 수 있었던 거고 또한 총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거 봐서 아마 주변은 이미 빈틈없이 포위된 듯했다.부하들은 초조해하기 시작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아니면 저희가 여기서 막고 있을 테니까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욕설하면서 그녀를 정말 죽이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막아섰다.연승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호루라기를 흘깃 쳐다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공지민은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사람들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바랐다.그녀는 자신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기대어 있다가 잠결에 살해당해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 공지민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그녀는 어렸을 때 외딴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녀가 장작을 모으러 산에 올라갔을 때 멀지 않은 곳에 한 소년이 나타났고 그 소년의 옆에는 키 큰 남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등에 돼지풀이 가득한 바구니를 짊어지고 손에는 자신이 주운 막대기를 쥔 채 언덕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마침 그 소년 앞에 절하는 자세로 엎드려 넘어졌다.그녀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소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흥미로운 듯 고개를 숙였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도련님, 간첩일지도 모르니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공지민은 그 당시에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막대기를 가져가서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번갈아 찌르기 시작했다.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소년은 옆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이게 간첩이라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처럼 뽀얗네.”“도련님, 혹시 모르니 매사에 조심하셔야 합니다.”소년은 웃으며 손에 든 막대기로 공지민을 계속 찔렀다.공지민은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며 울기만 했다.“이 아이의 눈이 너무 예뻐서 파내서 소장하고 싶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지민은 우는 것도 잊은 채 TV에서도 본 적이 없는 헬리콥터가
그들이 분석을 마친 후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비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먼 곳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 쪽인지 H국 정부 쪽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안색이 변한 걸 보니 H국 정부 쪽인 것 같았다.공지민은 빠르게 깊은 숲으로 끌려들어 갔는데 이곳의 숲은 비교적 원시적이었고 H국 국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1km 더 나아가 국경에서 벗어나게 되면 H국 정부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한국어로 욕하는 소리가 공지민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제기랄! 젠장!”그 남자는 몇 마디 욕설을 퍼부은 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여기서는 헬리콥터가 그들이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에 그들이 터널에서 빠져나왔을때 이미 발견됐을 것이고 헬리콥터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기만 하면 추적자들이 곧 올 거였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가끔 멈춰 서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공지민은 연승혁에 이끌려 모두와 함께 빠르게 이동하다가 중간에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한 뒤 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몸을 돌려 연승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연승혁의 표정은 처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싹 바뀌면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공지민을 바라보았다.공지민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연승혁은 당분간 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서야 했기에 이때 저 여자를 달라고 하면 연승혁은 분명히 동의할 거였다.하지만 연승혁은 단검을 꺼내 들어 빠른 속도로 남자의 팔을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연승혁은 그에게 버마어로 무언가를 말했고 상대방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공지민을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전전긍긍하며 계속해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공지민은 연승혁이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을저렇게
공지민은 연승혁이 역겨움을 느끼고 멈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가 힘을 더 세게 주기 시작했다.“계속해 봐. 네가 그 남자랑 있었던 일을 말할수록 난 더 흥분될 거야.”“이거 놔!”‘미친놈!'연승혁은 그냥 이대로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공지민은 자신을 뒤에서 안고 있는 연승혁의 눈에 비친 상처를 보지 못한 채 그를 인간적인 감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설사 그녀가 그의 눈을 봤다고 해도 그저 비웃기만 할지도 모른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이튿날 공지민은 누군가 부은 찬물에 의해 잠이 깼다.그녀는 눈을 뜨고 연승혁이 담배를 손에 쥔 채 얼굴에 반쯤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았다.“깼어?”공지민은 갑자기 어젯밤에 그가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해서 온몸이 떨릴 정도의 고통스러움에 자신이 기절해 버렸던 게 떠올랐으며 지금도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는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 놀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깼으면 얼른 일어나. 서둘러 떠나야 해.”공지민은 심리적 혐오감뿐만 아니라 육체적 피로와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떨렸다.“나 지금 걸을 수가 없어.”한 발짝만 내딛어도 그녀는 무릎을 꿇을 것 같았고 더군다나 며칠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연승혁이 다가와서 공지민의 턱을 잡고 호루라기로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안타깝지만 난 구은우가 아니라서 안 넘어가.”공지민은 지금 이 상황에 왜 구은우를 언급하는지 이해가 안 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유독 구은우를 언급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앉아 일어날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아무리 괴롭히고 재촉해도 다시 걸음을 떼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갑자기 그녀의 목에 호루라기를 걸어주었다.그녀가 의혹스러워하던 찰나 그가 입을 열었다.“이거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 준 거잖아. 이제 걸을 힘이 생겼지?”심리적 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몰래 그런 짓까지 한 거야?’“온시환도 이 사실을 알아?”“알 필요 없어.”공지민의 단호한 대답에 연승혁은 낮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위에 몸을 얹고 있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물며 속삭이듯 말했다.“좋아. 나도 애를 좋아하진 않아. 이제 걱정 없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널 가지고 놀 수 있겠군.”하지만 그가 내뱉은 그 말에는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그 떨림이 불안처럼 스며들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밀어내며 허리띠를 채웠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공지민은 온몸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 몸을 닦았다. 배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고, 연승혁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3시간 뒤, 배는 강을 빠져나와 육지에 도착했다.그들은 국경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H국 국경은 삼엄한 방어로 악명이 높았기에 탈출이 쉽지 않았다.그날 밤, 그들은 산 아래에 있는 한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공지민은 나무로 된 욕조 안에 거칠게 던져졌다. 연승혁은 그녀를 대충 씻긴 뒤 욕조 가장자리로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힘으로 그녀를 억누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지만, 연승혁은 그런 그녀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손길과 이빨 자국은 그녀의 피부 곳곳에 깊은 흔적을 남겼고, 멍과 상처로 얼룩지게 했다.그러나 공지민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냉정하고 무감한 눈빛은 그를 자극했고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그의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고통 대신 오직 차가운 거부감만이 가득했다.모든 것이 끝난 뒤, 연승혁은 그녀를 바닥으로 밀쳐냈다.강한 충격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연승혁은 욕조 옆에 앉아 무언가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공지민의 시선이 그 물건으로 향했다. 그것은 그녀가 너무도 잘 아는 물건이었다. 바로 구은우가 어린 시절 그
그 뜨거운 온기가 다가오자, 공지민은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속이 뒤틀리듯 메스꺼워졌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연승혁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깊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를 둘러싼 기운이 아까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공지민의 가슴을 더듬고 있던 외국인 남자는 여전히 손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연승혁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구해달라고 애원하기를...연승혁은 무릎 위에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박자를 맞추며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냥꾼처럼 여유로웠다.처음 그가 공지민을 TV에서 봤을 때부터 그는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가 너무나 순수했기에, 거기에 자신만의 색을 덧칠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연승혁은 눈을 내리깔더니 갑자기 공지민을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그의 손끝에 느껴졌다.외국인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술을 훔치며 사과하는 듯 외국어로 중얼거렸다.하지만 공지민은 여전히 혐오감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연승혁의 품에서조차 조금 전 외국인 남자에게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이 이를 드러내자, 연승혁은 비웃으며 갑자기 허리띠를 풀며 그녀의 바지를 거칠게 잡아 내리며 낮게 말했다.“왜? 나랑 잤던 것도 그렇게 더럽게 느껴졌었어? 그땐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 왜 이러는 건데?”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낮아졌고 분노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연승혁은 그녀를 거칠게 다루며 무자비하게 밀어붙였다.공지민은 저항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차라리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연승혁의 분노와 집착 앞에서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었다.통증이 그녀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고통과 모멸감이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