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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개도 성혜인보다 낫다

위층에서 반승제는 모든 양복 세트를 꺼내 침대로 던졌다.

심인우는 반승제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와 지금 정성껏 옷들을 정리하고 있다.

반승제는 텅텅 비어 있는 옷장을 바라보다가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상자에 시선이 쏠렸다.

“대표님, 정리 다 했습니다.”

심인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이에 반승제는 옷장 문을 닫고 침실을 한 번 훑어보면서 창문 앞에 있는 수랍장에 시선이 멈췄다.

어젯밤의 야릇했던 분위기는 아직도 침실에서 감돌고 있는 듯했으나, 그렇게 순간 무정하게 변할 줄은 몰랐다.

고개를 떨구고 반승제는 주저 없이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오르려고 하던 찰나에 겨울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바짓가랑이를 물었다.

“멍멍멍.”

“멍멍.”

겨울이는 처음부터 반승제를 좋아했었다.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았을 때도 생떼를 써가며 반승제에게 매달려 있으려고 했다.

하물며 지난번 동물 병원으로 안고 가기까지 했으니, 감지 능력이 뛰어난 겨울이는 반승제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꼬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흔들고 있다.

반승제는 고급 양복바지에 묻은 겨울이의 침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차문을 열고 들어가자, 겨울이도 고급스러운 기술을 뽐내며 잇따라 들어왔다.

“...”

반승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개도 성혜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줄에 있던 심인우는 반승제에게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고 화들짝 놀랐다.

만약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면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장 쫓아내겠습니다.”

반승제는 겨울이를 한참 바라보더니 생각에 잠긴듯했다.

지난번 긴장해 마지 못하던 성혜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심인우에게 말했다.

“포레스트에 있는 감시 카메라 데이터 모두 삭제해. 겨울이가 나 따라 갔다는 걸 그 누구도 모르게 해.”

이 말을 들은 심인우는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짜로 지낸 것도 모자라 강아지까지 훔쳐간다는 것이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반승제의 명령이기에 감시 카메라 관리실로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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