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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6화 원진과 당시연

(산골 마을에서 자란 가난한 소년 vs 지적이고 온화한 도시의 누나)

당시연이 21살이던 해 집안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며칠 전에 시골에서 온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황토가 묻어 있어 먼 거리를 건너 그녀 손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연은 시골에 친척이 없었기에 당연히 잘못 배달된 편지라고 생각했다.

“엄마, 혹시 시골에 아는 사람이 있어? 오산 마을에서 편지가 왔어.”

홍영란이 주방에서 나와 손을 닦고는 편지봉투에 적힌 이름을 보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없어. 너희 아빠도 시골에는 친척이 없잖니. 그런데 이 오산 마을, 너 1년 전에 동아리 사람들이랑 같이 방문했던 곳 아니야?”

1년 전 당시연이 대학 3학년일 때 동아리와 함께 오산 마을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마른 중학생 한 명을 만나 돈을 조금 남기고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주었고 그 후로 반년마다 400만 원씩 송금하며 그 아이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자동이체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언급해 주지 않았다면 거의 잊어버릴 뻔했다.

“아, 기억났어. 그럼 이건 나한테 온 편지가 맞네.”

홍영란은 돌아서서 다시 주방으로 가면서 잊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두 달 전에도 이런 편지가 왔는데, 네 아빠가 쓰레기통에 버렸거든. 아마 네가 지원하던 그 아이가 쓴 편지일 거야. 한 번 읽어봐.”

당시연은 방으로 들어가 편지를 뜯었다.

편지에 적힌 내용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만났던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이미 기억이 희미해졌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오산 마을이 정말로 가난하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1년 전에야 도로가 개통되었고 그곳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신발조차 없었다.

편지에 적힌 몇 마디는 그가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더 이상 자신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유가 덧붙여져 있었다. 고모가 아이를 낳았고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연은 짧은 이 문장을 바라보며 소년의 구조 요청이 이 종이에 가득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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