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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오직 서주혁만이 그녀를 이렇게 울릴 수 있다

한편, 대성통곡을 하는 장하리의 얼굴을 보다 보니 서주혁은 조금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장하리가 그의 앞에서 이렇게 대성통곡을 하는 건 처음이라지?

장하리는 대부분의 고통을 묵묵히 홀로 삼켜내는 편이었다. 서주혁이 아무리 상처를 줘도 단지 예쁜 두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

사랑, 슬픔, 모든 감정이 그 눈에 숨겨져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거의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침대에 누워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울고 있는 장하리의 모습을 보니 서주혁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던 비열함을 느꼈다.

오직 서주혁만이 그녀를 이렇게 울릴 수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몸 안의 무서운 기세가 사그라들고 서주혁의 손가락은 끝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장하리가 막 한숨 돌리려는데 곧이어 서주혁이 면 한 겹을 사이에 두고 꾹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머릿속은 팡 터져버렸고 얼굴은 활활 불타오르는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변태! 미친놈! 이거 놔! 나가 죽어버려!”

마음속 가장 소중한 곳을 짓밟힌 듯 장하리는 생각나는 대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장하리가 끊임없이 되뇌는 것은 미친놈이라는 세글자뿐이었다.

더러운 욕이 그토록 많은데 막상 하려니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서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장하리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었다.

장하리는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서주혁이 또다시 그녀의 몸을 짓누르자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인재인 법이다.

그녀의 외투는 이미 벗겨진 상태였고 신발도 걷어차여 애먼 곳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그때, 서주혁이 침대 위의 이불을 잡아당겨 두 사람을 덮어씌웠다.

장하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에 손을 대지 않아도 그녀를 모욕할 방법은 수백 가지가 있다.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만약 서주혁이 정말 스킨쉽을 이어나갔더라면 장하리는 아마 내일 아침 벽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렸을 것이다.

서주혁은 장하리의 옆에 누워 어둠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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