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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1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 나 이제 무서워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두컴컴한 방안을 보며 장하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자기 전에 불을 끈 기억이 없는데 누가 끈 거지?

쓱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에 앉은 장하리가 무심코 침대 옆을 바라보았다.

침대 옆 1인용 소파에는 웬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바깥의 희미한 불빛을 통해 그녀는 곧바로 그 실루엣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장하리는 마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마냥 멍해지고 머릿속은 펑 터질 것만 같았다.

하루 종일 도망만 다녔는데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서주혁이 옆에 있다고? 말이 돼?

허둥지둥 방안의 조명을 켜보자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역시나 서주혁이었고 그의 안색은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고 말로 이룰 수 없는 공포가 발바닥으로부터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서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고 불도 붙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물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담배꽁초는 이미 한참 동안 타액에 절여져 잔뜩 찌그러져 있었고 장하리가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리는 것을 보고 서주혁은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기세를 꺾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죽은 먹을 거예요? 아직 따뜻해요.”

그의 손가락이 옆 테이블을 가리켰다.

장하리는 그제야 테이블 위의 냄비에 죽 한 그릇이 데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윽고 서주혁이 몸을 일으켰다. 온갖 고생은 전부 겪은 듯 옷가지와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 것을 보니 도착한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릇을 꺼내 숟가락으로 두어 번 젓고는 다시 침대 옆에 앉아 장하리에게 그릇을 건넸다.

“잠에서 깼으면 좀 먹어요.”

장하리는 갑자기 눈앞의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낼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슬퍼 보였다.

누군가의 슬픔은 한바탕 크게 울고 밖으로 토해내면 그만이지만 서주혁의 슬픔은 내성적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마음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모습은 서보겸도 그를 똑 닮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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