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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3화 실험은 성공할 수 없어

저 멀리 하늘가에 위태롭게 걸려있던 마지막 햇빛 한 줄기마저 전부 사라지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자신이 가택연금을 당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그저 조용히 바깥에서 오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양측의 대화는 이미 끝나버렸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생명은 현재 모두 백겸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백겸은 현재 이미 미쳐버렸다. 아니, 어쩌면 옛날에 진즉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윽고 백겸은 자리에 다시 앉아 천천히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바깥에서 더 이상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백겸은 더욱 빈정거리며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 그는 뒤에 있던 반재인에게 말을 건넸다.

“재인아, 저 사람들 좀 봐라. 처자들이 위험에 처하니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잖니. 참말로 도덕군자인 양 점잔을 빼고 있네. 이 사람들이 대체 나와 무슨 차이가 있냐?”

그러자 반재인은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답했다.

“선생님, 차 드세요.”

백겸은 반재인이 건네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물었다.

“참, 오혜수 쪽은 어떻게 되었냐?”

“오혜수 씨는 진짜 반승제를 데려갔지만 설기웅이 쉽게 속아주지 않더군요. 원래는 직접 쫓아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곧바로 설씨 가문으로 하여금 기자회견을 열게 하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뜻이 있나 보군.”

백겸은 차 반 컵을 마시고 수면창 안에서 깊게 잠들어 있는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성혜인은 임신 중이라 데이터가 불안정하네. 임신만 아니었어도 가장 먼저 실험했을 텐데.”

솔직히 백겸은 아들보다 아내가 더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 걱정 마세요. 오늘 밤 11시면 수술이 끝날 거라고 박사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러자 백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미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제 곧 나설희가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더욱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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