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들은 지금 설기웅을 구해낼 수 없었다. 일단 유리 상자 안의 사람이 사라지면 기지 전체가 내부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그러면 아직 탈출하지 못한 반승제 일행은 모두 발각될 것이고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반승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환기구로 돌아가서 자신이 던져버린 압축가스가 든 병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혐의를 벗을 수 있다.“용호 씨, 먼저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최용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쟨 어떡하죠?”그는 설기웅을 가리켰다.반승제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직 심장이 뛰는 걸 보니 죽진 않았네요. 다만 지금 구해낸다면 우리 모두 죽게 될 겁니다.”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이라 모를 리 없었다.최용호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반승제는 핵심 연구실로 돌아갔다.이 연구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실험하고 있어야 할 사라 박사는 보이지 않았다.반승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환기구로 기어들어 가 모든 병을 회수해 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병들을 핵심 연구실에 놓았다.한편, 사라 박사는 밖에서 혼란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왔다.그녀는 진세운이 그곳에 나타나 심지어 혼란 속으로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그는 한 여자를 끌어당겼다.사라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더니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연구원을 밀치고 진세운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라와 진세운은 정식으로 만난 적이 별로 없다 보니 서로 잘 알지 못했다.다만 사라는 그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 반감이었다.진세운이 잡고 있는 사람은 제로였다.제로는 반승제가 먼저 이곳에 보냈다. 진세운은 제로의 팔목을 잡고 있었다.그녀의 방호복은 이미 연구원들에 의해 찢겨졌고 얼굴에도 몇 군데 상처가 났다.진세운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곧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성혜인?”말하면서도 그는 스스로 애써 부
그는 단검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지고 제로를 진백운에게 넘겼다.“선생님께 여쭤봐, 여석진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그처럼 사람을 감금하는 변태가 정말로 나하늘의 딸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놔둘 리 없었다.진세운의 마음속에서 악질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만약 이 여자가 나하늘에게 모욕을 당한다면 여석진이 모욕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과연 나하늘은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었는데 여전히 순결을 지키고 있을까?모녀가 서로 같은 사람에게 침범당하는 시나리오는 꽤 재밌었다.그는 상상만으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비록 제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단지 성혜인을 모방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녀의 무술 실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진세운 같은 위선자 앞에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다.손이 묶인 그녀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절 놓아주세요.”“당신을 놓아줄 수도 있어, 다만 반승제가 어디 있는지,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반승제가 연구 기지에 들어온 걸까? 그런데 굳이 대역을 데리고 온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면 이 여자를 먼저 보내 상황을 살피게 한 걸까? 자살 특공대도 아니고.진세운은 반승제가 연구 기지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역을 데리고 오는 데다 실력도 좋지 않은 대역을 데리고 온다니 순전히 머리가 돈 짓이다.제로는 입술을 오므린 채 몇 번이나 몸부림쳤지만 결국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그녀는 대표님이 자신을 보낸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곳을 혼란스럽게 하고 연막탄을 던지는 것이었다.그러면 진세운은 더 이상 대표님이 여기에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제로는 멀리서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여자는 방금 달려올 것 같았지만 얼마 정도 달리다 제자리에 멈추더니 마치 고정된 것만 같았다.진세운은 제로의 시선을 따라 옮기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라가 보였다.비록 그는 그토록 유명한 사라 박사와 거의 말을 나눈 적 없지만 그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사라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하고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더니 입을 닦았다.“반승제 씨, 밖에 얼마 있죠?”반승제는 순간 그 지도가 그녀가 준 것임을 확신했다.다만 그녀는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원으로서 애초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기지에는 20여 명이 있고 외부라면 박사님이 원하시는 만큼 얼마든지 있습니다.”사라는 손을 들어 이마를 짚더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반승제는 그녀의 뒤를 따라 긴 복도를 지나갔다.그녀는 두 손으로 차가운 실험대를 꽉 잡았다.“얼마든지 있다고? 마음에 드는 답이네요.”“그럼 박사님의 정체는요?”사라는 눈앞의 약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사람이 필요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여기서 나갈 겁니다.”그녀는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반승제를 찾게 되었다.지도를 보낸 것도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아무리 연구 기지 내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었더라도 여전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박사님은 지도를 어떻게 보냈죠?”사라는 옆에 놓인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셨다.겨우 얼마 지났다고 그녀는 벌써 이마에 땀이 맺혔다.“죽을 각오로 보냈죠. 비록 지도를 너무 명확하게 그리지 못했지만 당신이 알아봐서 다행입니다.”반승제가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도 우연히 구금성의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로의 위치를 통해 역추적한 것이다.아마 일반 사람에게 그 지도를 준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그래서 다른 곳에 그려진 것이 연구 기지라고 추측했다.마침 그는 연구 기지를 조사 중이었기 때문에 거의 찍다시피 맞췄다.사라는 이마를 짚으며 정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이마에는 계속해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박사님께서는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 거죠?”“여석진을 죽여주세요.”반승제는 여석진을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조에서 미움을 넘어 강한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요. 여석진을 죽이면 박사님께서 나갈 방법이 있으신가요?”“아니요, 하지만 나
“그분은 사람을 완전히 홀릴 수 있는 약을 개발했지만 최선을 다해도 세 알밖에 만들 수 없었어요. 재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죠.”“박사님께서 저한테 말했던 환각을 일으킬 수 있는 약 말인가요?”그녀는 피식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환각을 일으키는 약은 가장 낮은 수준일 뿐입니다. 그분의 약은 사람을 순종적으로 만들 수 있고 지시하는 대로 할 수도 있어요. 전 아직도 그분이 어떻게 그 약을 개발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고위층도 모르죠. 어쨌든 그분은 이미 떠났을 겁니다. 그 후, 기지는 잠시 혼란에 빠졌고 그분을 잡으려고 수배까지 시작했죠.”결국 잡지 못했을 것이다. 반승우는 능력이 뛰어나서 어디든 숨어있을 수 있었다.“그분이 떠나고 나서 전 그 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계속 연구했지만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 보니 이리저리 끼워서 맞춰보며 연구했어요. 그렇게 만든 약은 사람을 최면시켜 진실을 말하게 하고 저 대신 물건을 밖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어요.”“지도는 아마 여석진이 가지고 나갔을 텐데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겠죠?”사라는 약간 놀란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 사람이라고 추측한 이유가 뭐죠?”“대담하게 추측해 봤어요. 박사님께서 그를 죽이라고 시켰으니 그를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나 연구 기지의 핵심 인원들은 거의 만나지 않으며 서로의 배경이나 신원을 알지 못하죠. 박사님께서 또한 진세운을 싫어하고 진세운의 스승도 싫어하지만 그들을 바로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이는 박사님과 여석진의 원한은 지울 수 없고 지 밖에서 생긴 것을 의미하죠. 박사님은 전에 밖에 나갔던 적이 있나요? 또한 박사님께서 몸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했고 갑자기 배현우를 언급하기도 했죠. 어쩌면 박사님의 몸에 두 가지 기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어요.”사라는 담배를 태우며 입꼬리를 치켜올렸지만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확실히 똑똑하신 분이네요. 제 기억은 완전하지 않아요. 전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들어왔고 그 이후로 기억은 조금씩 기억나기
반승제는 대답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H 국에서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왔는데 박사님은 왜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거죠?”사라는 가볍게 웃었지만 눈빛은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반승우처럼 의학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 되겠어요? H 국에서 보낸 사람들은 확실히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연구 기지 내부를 보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자들이죠. 그들 역시 한때는 천재였지만 여기서는 소처럼 일할 수밖에 없어요. 연구 기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은 천재 중의 천재에요. 이 몇 년간 H 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을 보내왔지만 살아서 나간 사람은 없었어요.”그녀는 계속 기다려왔다. 또 다른 협력자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모두 실험에서 죽었다.오직 반승우만이 살아서 나갔지만 당시 약은 세 알뿐이었고 한 사람밖에 나갈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금섬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했다.여석진은 아마 그녀의 몸을 그곳에 숨겼을 것이다. 그녀는 그 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몸의 기억이 완전히 손상된 것이 아니라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어쨌든 해파리 도장은 여전히 밖에서 떠돌고 있고 BK 조직은 아직 지도자가 없을 것이다.비록 여석진은 구금섬의 배후자이지만 너무 자만했다.사라는 다시 손을 들어 이마를 짚더니 말했다. “서둘러야 해요. 오늘 당신이 한 일은 이미 소란을 일으켰어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옆에 있는 약을 들고 중앙 홀로 갔다.그가 떠나고 사라는 입가의 담배를 내려놓더니 손에 쥐고 세심히 관찰했다.언제부터 흡연했는지 그녀도 몰랐다.몇 년간 머릿속에 뭔가 계속 걸려 있었지만 방금 진세운의 대화를 듣고 마치 새로운 힘이 주입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바로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 했던 딸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모습이 되더라도
그는 수도 없이 반승제와 시선을 마주치면서 이게 바로 자기가 기다려온 사람이라는 예감이 들었다.사라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럴 수도 있지.”“박사님은 저 사람을 못 믿습니까?”“나는 모든 사람을 믿었지만 그들은 매번 나에게 실망을 안겨줬어.”8호는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한 손으로 무심하게 목에 걸린 비취 구슬을 만지기 시작했다.사라는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계속 실망하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나갈 것이고, 너도 너의 가족을 만날 거야.”8호는 눈빛이 밝아지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가족을 만날래요.”그는 가족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머릿속의 기억은 혼란해졌다.하지만 그는 누군가가 자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었고 이 구슬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 가족을 만나려 했다.그의 기억은 이미 지워졌다. 그래서 이곳으로 어떻게 왔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기지 내부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날 뿐이다.사라는 또 손을 들어 그의 귀를 꼬집었다.“계속 여기 있으면 그들이 그 연결구를 발견할 거야.”“지금 돌아가도 그들은 알게 될 거예요. 박사님이 저를 데려다주세요.”이 강력한 무기는 사라가 만든 것이며, 모든 실험체의 몸은 수많은 실험을 거쳤다.사라는 자기가 무언가를 잊었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느꼈다. 그건 어쩌면 한 사람,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이 작은 집념 덕분에 그녀의 기억은 조금씩 이 육체의 기억을 압도했다. 그 당시 반승우도 집념으로 실험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그리고 앞에 있는 이 18세 소년도 집념 때문에 살아 있다.집념이란 정말 오묘한 것이다.센터 사람들이 8호 실험체를 찾느라 정신이 없을 때 사라가 핵심연구실에서 걸어 나왔는데, 손에 쥔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 바로 8호 실험체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즉시 실험체를 연구 상자에 가두었다.“이 실험체는 박사님의 말
진세운이 가자 여석진은 제로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연결구가 없어서 반승제는 내려갈 수 없었고, 여석진의 방에 CCTV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기에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는 원래 이 약병에 담긴 액체를 여석진의 몸에 부으려고 했다. 하지만 제로가 있는 것을 봤으니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제로는 그가 고른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여석진은 나하늘과 관련된 사람을 대할 때 유례없이 열정을 보였다.그는 손을 쓰긴 했지만 당장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제로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그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통증을 느낀 제로는 즉시 약한 체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를 보고 여석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갑자기 나하늘을 지하실에 가뒀을 때와 같은 쾌감을 느꼈다. 그런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눈이 괜찮네. 내가 나하늘의 눈을 멀게 해 놓고 오랫동안 아쉬워했었지. 그때는 도려내서 보관하지 못했는데, 이 눈은 가능할 것 같아. 말해봐. 이름이 뭐야?”제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여석진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여자의 눈물이다. 여자는 나하늘처럼 강인해야 하고, 1년에 수백 번 도망가서 그의 변태적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앞에 있는 이 여자는 눈이 예쁘지만 성격이 너무 연약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없다.찰싹! 찰싹! 제로는 뺨을 열 몇 대 얻어맞고 얼굴이 부었지만 눈은 여전히 맑았다.여석진은 일어나서 구두 신은 발로 그녀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나하늘 외의 여자에게 그는 마음이 약해진 적이 없었다. 그에게 여자는 아무렇게나 굴욕을 줄 수 있는 짐승 같은 존재다.나하늘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눈을 멀게 했다.‘여자는 천하고 당해도 싸다. 그때 나와 함께했다면 그 모든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잖아?’여석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후련함을 느꼈다. 연구기지에서 누구도 함부로 때리고 욕할 수 없었던 그가 끝내 사람을 시원
반승제는 진작에 핵심 연구실로 돌아왔고, 가져갔던 약품도 다시 가져왔다.그는 제로가 거기 있는 것을 보고 여석진이 곧 죽을 것임을 알았다.아니나 다를까 다시 여석진의 소식을 접한 것이 30분 뒤였는데, 방에 불이 났고 여석진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반승제는 즉시 사라를 찾아가 이 결과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불길이 타오르기 전에 그는 이미 눈이 멀었으니 불길이 천천히 자신을 에워싸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박사님, 우리 함께 탈출할 계획을 말씀해 보세요.”들어온 지 오래돼서 임신한 몸으로 밖에서 기다리는 성혜인이 무척 걱정할 것이다.그리고 연구기지를 빨리 파괴해야 H국에서 내린 지명수배도 하루빨리 해제할 수 있다.사라가 앞에 놓인 시약들을 보며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반승제를 바라보았다.“방금 땅이 흔들리는 것을 못 느꼈어요?”반승제는 정말 느끼지 못했다.사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갑자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기지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이전에는 지진이 일어나 이곳의 모든 것이 파괴되길 바랐어요.”하지만 정말 지진이 일어나면 이곳의 대부분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방금 땅이 흔들리자 그녀는 좀 불안했다. 그녀는 원래 이것에 민감했다.“박사님, 이곳에 지진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세요?”“네, 하지만 기지는 100여 년 동안 지진이 없이 무사히 존재했어요. 반승제 씨, 밖에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죠? 우리가 이곳을 떠나는 순간 밖에서 지원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목표가 너무 커서 산목숨으로 떠나기 힘들 거예요.”게다가 사라가 사라지면 연구기지에서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잡으려 할 것이다.사라는 오늘에야 철저히 정신을 차렸다. 이전에는 그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준비를 했을 뿐이고, 왜 떠나야 하는지 몰랐다.이제는 안다. 나가서 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어떤 신분인지 모른다. 가장 결정적인 이 정보가 줄곧 생각나지 않았다.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