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은 잔뜩 들떠서 사라를 바라보았다.“박사님 진세운한테 불만이라도 있나 봐요? 진세운은 저희가 다음 타자로 올려보낼 사람인데 말이죠.”사라는 계속 시험관을 만지작거리며 무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딱히 제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에요.”임원들은 모두 사라의 성격이 이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승제는 사라의 맞은편에 서서 스크린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임원들의 회의실은 그들이 있는 곳과 다른 구역에 있는 것 같았다. 인테리어도 다르고 연구 기지와 완전히 다른 색의 페인트를 했다.가장 큰 의문점은 임원들의 뒷배경은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한참이 지나도록 그 뒷배경을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연구기지 내부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관찰했다.자세히 관찰한 끝에 임원들이 연구기지에도 칸다에도 없을 거라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었다.연구 기지에서 7명의 임원의 신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임원이기에 마스크를 쓰며 신분을 숨겨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혹은 임원들끼리도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비즈니스만 하고 있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었다.반승제는 손 한쪽을 부들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그가 만약 임원중 한 명이었다면 절대 혼자 아리카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아리카에 오면 사람들의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최근 플로리아 지역에 큰 회의가 자주 열려 여러 나라의 임원들이 참여했기에 이때만큼 절호의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이 몇 명의 임원들이 현재 플로리아에 있을 것이다.임원 중 유일하게 얼굴을 내놓은 젊은 남자는 아마 다른 나라에서 직위가 비교적 낮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당당하게 얼굴을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반승제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사라는 이미 회의를 끝마치고 조용히 계속 연구에 몰두했다.반승제는 손에 든 시약을 무심코 바라보며 아마도 그들의
‘뭘 축하한다는 거야?’진세운은 옛날부터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배지를 지금은 손을 뻗어 만질 수 없었다.오히려 진백운은 배지를 가지고 놀다가 정중하게 진세운의 품에 던졌다.진세운은 갑자기 돌덩이가 가슴에 얹힌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그때 무언가가 굳게 닫힌 철창 사이를 뚫고 나왔다.진세운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가슴팍으로 떨어진 배지를 내려다보며 진백운을 밀어냈다.진백운은 조심스럽게 그를 힐끔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갔다.문이 닫히고 진세운은 문득 짜증이 몰려왔다. 이윽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다시 진세운을 뒤덮었다.진세운은 심호흡 깊게 하고 담배 한 대를 꺼냈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밖에서 갑자기 큰 고함이 들려왔다.그 소리는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진세운은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고 홀에 가서 상황을 살폈다.그가 도착했을 때 홀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8번 실험체가 누군가에 의해 풀려나와 총성이 귀를 울려댔다.총성과 함께 흰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홀을 자욱하게 뒤덮었다.홀 안의 연구원들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저 살인 무기의 눈에 띄어서 살이 갈기갈기 찢길까 봐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살인 무기는 연구원을 가장 싫어했다. 그의 손에서 죽어 나간 연구원만 최소 10명이었다.유리 벽의 보호에서 벗어난 연구원은 살인 무기의 눈에는 땅거미가 따로 없었다.어떤 이들은 필사적으로 다른 곳으로 도망쳐보려 했지만 이미 혼란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사람들 사이에 숨어 함께 도망가려던 반승제는 갑자기 최용호의 목소리를 들었다.“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실험체를 가둬둔 작은 방마다 디지털 도어락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살인 무기들은 주먹 한 번으로 도어락을 부수고 짐승처럼 달려들었다.반승제는 눈이 반짝이더니 8번 실험체에게 다가갔다.실험체가 최용호를 밀치자 그는 몇 발짝 뒤로 밀려났다. 최용호는 단 한 번도 힘이 이렇게 센 사람을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실험체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소리를 듣자마자 반승제는 소리의 주인공이 그날 홀에서 제복을 입은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반승제의 예측대로라면 남자는 플로리아에서 회의에 참석했어야 했다. 연구 기지 곳곳에 CCTV가 널려있어 언제든지 들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남자가 이렇게 빨리 발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두뇌 회전이 빠른 반승제는 짐승을 가둬둔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굶주린 짐승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옆에서 지켜보던 최용호는 물었다.“이 방법이 소용이 있어요? 저희가 겨우 혼란을 만들었는데 이상한 벨 소리 하나로 단번에 해결되었어요. 이곳 사람들이 이미 최면에 걸려 그 벨 소리만 들으면 어떤 상황이든지 바로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소용 있을 거예요. 이 짐승들은 길들었기에 풀어주면 미쳐 도망치려고 할 거예요. 저놈들은 여태까지 철창 안에 버려진 사람만 먹었었기에 철창 밖의 사람은 무서워할 거예요. 두려움이 극치에 다다르면 저놈들은 미쳐버릴 거예요. 저희는 저놈들이 미쳐버려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설 대표님을 찾는 거예요.”설기웅은 최용호와 같은 날에 들어왔지만 여태껏 설기웅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반승제는 점점 걱정이 밀려왔다. 임원들 사이에 설기웅이 없다면 실험체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실험체가 되어 매일 실험을 당하면 살아남기에 힘들 것이다.얼마 후, 모든 짐승이 철창에서 나왔고 반승제가 말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짐승들은 벽에 부딪히고 울부짖으며 탈출구를 찾으려 애썼다.안정을 되찾았던 연구원은 철창에서 나온 짐승들이 실험기구와 약병들을 뒤엎는 모습을 보고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한편, 반승제와 최용호는 세 구역을 찾아보고 유리 상자에 갇힌 실험체도 일일이 확인했지만 설기웅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에도 없다면 설기웅이 어디에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반승제가 고개를 들어 사방으로 둘러보다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결국 반승제는 발길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갔고 최용호도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홀에 도착한 후, 반승제는
그러나 그들은 지금 설기웅을 구해낼 수 없었다. 일단 유리 상자 안의 사람이 사라지면 기지 전체가 내부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그러면 아직 탈출하지 못한 반승제 일행은 모두 발각될 것이고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반승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환기구로 돌아가서 자신이 던져버린 압축가스가 든 병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혐의를 벗을 수 있다.“용호 씨, 먼저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최용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쟨 어떡하죠?”그는 설기웅을 가리켰다.반승제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직 심장이 뛰는 걸 보니 죽진 않았네요. 다만 지금 구해낸다면 우리 모두 죽게 될 겁니다.”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이라 모를 리 없었다.최용호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반승제는 핵심 연구실로 돌아갔다.이 연구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실험하고 있어야 할 사라 박사는 보이지 않았다.반승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환기구로 기어들어 가 모든 병을 회수해 왔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병들을 핵심 연구실에 놓았다.한편, 사라 박사는 밖에서 혼란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왔다.그녀는 진세운이 그곳에 나타나 심지어 혼란 속으로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그는 한 여자를 끌어당겼다.사라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더니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연구원을 밀치고 진세운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라와 진세운은 정식으로 만난 적이 별로 없다 보니 서로 잘 알지 못했다.다만 사라는 그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 반감이었다.진세운이 잡고 있는 사람은 제로였다.제로는 반승제가 먼저 이곳에 보냈다. 진세운은 제로의 팔목을 잡고 있었다.그녀의 방호복은 이미 연구원들에 의해 찢겨졌고 얼굴에도 몇 군데 상처가 났다.진세운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곧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성혜인?”말하면서도 그는 스스로 애써 부
그는 단검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지고 제로를 진백운에게 넘겼다.“선생님께 여쭤봐, 여석진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그처럼 사람을 감금하는 변태가 정말로 나하늘의 딸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놔둘 리 없었다.진세운의 마음속에서 악질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만약 이 여자가 나하늘에게 모욕을 당한다면 여석진이 모욕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과연 나하늘은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었는데 여전히 순결을 지키고 있을까?모녀가 서로 같은 사람에게 침범당하는 시나리오는 꽤 재밌었다.그는 상상만으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비록 제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단지 성혜인을 모방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녀의 무술 실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진세운 같은 위선자 앞에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다.손이 묶인 그녀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절 놓아주세요.”“당신을 놓아줄 수도 있어, 다만 반승제가 어디 있는지,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반승제가 연구 기지에 들어온 걸까? 그런데 굳이 대역을 데리고 온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면 이 여자를 먼저 보내 상황을 살피게 한 걸까? 자살 특공대도 아니고.진세운은 반승제가 연구 기지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역을 데리고 오는 데다 실력도 좋지 않은 대역을 데리고 온다니 순전히 머리가 돈 짓이다.제로는 입술을 오므린 채 몇 번이나 몸부림쳤지만 결국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그녀는 대표님이 자신을 보낸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곳을 혼란스럽게 하고 연막탄을 던지는 것이었다.그러면 진세운은 더 이상 대표님이 여기에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제로는 멀리서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여자는 방금 달려올 것 같았지만 얼마 정도 달리다 제자리에 멈추더니 마치 고정된 것만 같았다.진세운은 제로의 시선을 따라 옮기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라가 보였다.비록 그는 그토록 유명한 사라 박사와 거의 말을 나눈 적 없지만 그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사라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하고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들더니 입을 닦았다.“반승제 씨, 밖에 얼마 있죠?”반승제는 순간 그 지도가 그녀가 준 것임을 확신했다.다만 그녀는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원으로서 애초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기지에는 20여 명이 있고 외부라면 박사님이 원하시는 만큼 얼마든지 있습니다.”사라는 손을 들어 이마를 짚더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반승제는 그녀의 뒤를 따라 긴 복도를 지나갔다.그녀는 두 손으로 차가운 실험대를 꽉 잡았다.“얼마든지 있다고? 마음에 드는 답이네요.”“그럼 박사님의 정체는요?”사라는 눈앞의 약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사람이 필요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여기서 나갈 겁니다.”그녀는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반승제를 찾게 되었다.지도를 보낸 것도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아무리 연구 기지 내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었더라도 여전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박사님은 지도를 어떻게 보냈죠?”사라는 옆에 놓인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셨다.겨우 얼마 지났다고 그녀는 벌써 이마에 땀이 맺혔다.“죽을 각오로 보냈죠. 비록 지도를 너무 명확하게 그리지 못했지만 당신이 알아봐서 다행입니다.”반승제가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도 우연히 구금성의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로의 위치를 통해 역추적한 것이다.아마 일반 사람에게 그 지도를 준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그래서 다른 곳에 그려진 것이 연구 기지라고 추측했다.마침 그는 연구 기지를 조사 중이었기 때문에 거의 찍다시피 맞췄다.사라는 이마를 짚으며 정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이마에는 계속해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박사님께서는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 거죠?”“여석진을 죽여주세요.”반승제는 여석진을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조에서 미움을 넘어 강한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요. 여석진을 죽이면 박사님께서 나갈 방법이 있으신가요?”“아니요, 하지만 나
“그분은 사람을 완전히 홀릴 수 있는 약을 개발했지만 최선을 다해도 세 알밖에 만들 수 없었어요. 재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죠.”“박사님께서 저한테 말했던 환각을 일으킬 수 있는 약 말인가요?”그녀는 피식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환각을 일으키는 약은 가장 낮은 수준일 뿐입니다. 그분의 약은 사람을 순종적으로 만들 수 있고 지시하는 대로 할 수도 있어요. 전 아직도 그분이 어떻게 그 약을 개발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고위층도 모르죠. 어쨌든 그분은 이미 떠났을 겁니다. 그 후, 기지는 잠시 혼란에 빠졌고 그분을 잡으려고 수배까지 시작했죠.”결국 잡지 못했을 것이다. 반승우는 능력이 뛰어나서 어디든 숨어있을 수 있었다.“그분이 떠나고 나서 전 그 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계속 연구했지만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 보니 이리저리 끼워서 맞춰보며 연구했어요. 그렇게 만든 약은 사람을 최면시켜 진실을 말하게 하고 저 대신 물건을 밖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어요.”“지도는 아마 여석진이 가지고 나갔을 텐데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겠죠?”사라는 약간 놀란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 사람이라고 추측한 이유가 뭐죠?”“대담하게 추측해 봤어요. 박사님께서 그를 죽이라고 시켰으니 그를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나 연구 기지의 핵심 인원들은 거의 만나지 않으며 서로의 배경이나 신원을 알지 못하죠. 박사님께서 또한 진세운을 싫어하고 진세운의 스승도 싫어하지만 그들을 바로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이는 박사님과 여석진의 원한은 지울 수 없고 지 밖에서 생긴 것을 의미하죠. 박사님은 전에 밖에 나갔던 적이 있나요? 또한 박사님께서 몸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했고 갑자기 배현우를 언급하기도 했죠. 어쩌면 박사님의 몸에 두 가지 기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어요.”사라는 담배를 태우며 입꼬리를 치켜올렸지만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확실히 똑똑하신 분이네요. 제 기억은 완전하지 않아요. 전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들어왔고 그 이후로 기억은 조금씩 기억나기
반승제는 대답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H 국에서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왔는데 박사님은 왜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거죠?”사라는 가볍게 웃었지만 눈빛은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반승우처럼 의학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 되겠어요? H 국에서 보낸 사람들은 확실히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연구 기지 내부를 보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자들이죠. 그들 역시 한때는 천재였지만 여기서는 소처럼 일할 수밖에 없어요. 연구 기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은 천재 중의 천재에요. 이 몇 년간 H 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을 보내왔지만 살아서 나간 사람은 없었어요.”그녀는 계속 기다려왔다. 또 다른 협력자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모두 실험에서 죽었다.오직 반승우만이 살아서 나갔지만 당시 약은 세 알뿐이었고 한 사람밖에 나갈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금섬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했다.여석진은 아마 그녀의 몸을 그곳에 숨겼을 것이다. 그녀는 그 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몸의 기억이 완전히 손상된 것이 아니라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어쨌든 해파리 도장은 여전히 밖에서 떠돌고 있고 BK 조직은 아직 지도자가 없을 것이다.비록 여석진은 구금섬의 배후자이지만 너무 자만했다.사라는 다시 손을 들어 이마를 짚더니 말했다. “서둘러야 해요. 오늘 당신이 한 일은 이미 소란을 일으켰어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옆에 있는 약을 들고 중앙 홀로 갔다.그가 떠나고 사라는 입가의 담배를 내려놓더니 손에 쥐고 세심히 관찰했다.언제부터 흡연했는지 그녀도 몰랐다.몇 년간 머릿속에 뭔가 계속 걸려 있었지만 방금 진세운의 대화를 듣고 마치 새로운 힘이 주입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바로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하려 했던 딸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모습이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