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반승제가 참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남녀 간에 기묘한 기류가 오가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온시환은 호들갑을 잘 떠는 편이었으니. 그래서 반승제가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소리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솔로인 여성들은 게임을 통해서라도 반승제와 썸을 타고 싶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반승제가 이전에 윤단미와 사귀었고 지금까지 그녀를 기다리며 솔로로 남아 온 것을. 그래서 BH그룹의 며느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모두 이미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반승제의 얼굴만 보고도 그와 웃기고 싶은 여자들이 꽤 많았다. 온시환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해줬다.“다들 게임에 참여하니 벌칙에 걸리면 빼기 없기예요?”그리고 성혜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페니 씨, 괜찮죠?”성혜인은 이미 신이한에게 약속을 한 터라 뺄 수가 없었다. “당연하죠.”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시환이 병을 돌렸다.병이 누구를 향해 멈추면 그 사람은 진실이나 벌칙을 선택해야 했다. 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술잔을 들고 있었는데 로마니 콘티 와인이었다. 이 술은 적어도 한 병에 2천만 원이었다.성혜인은 마셔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로마니 콘티를 맥주처럼 마시는 그들을 보고 처음으로 제원 부자들의 사치를 느꼈다. 성혜인은 주량이 괜찮았기에 살짝 맛을 보았다. 손을 들며 팔꿈치가 저도 모르게 반승제의 가슴을 터치하고 말았다. 룸안의 술 냄새가 진했지만 그런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아니라 와인의 부드러운 향기였다. 술 냄새는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게다가 관계를 가졌던 사람 사이에는 더더욱. 반승제는 그녀의 손이 가슴에 닿을 때 순간 숨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반승제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돌아가는 병만 주시하고 있었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성혜인의 웃는 옆태가 반승제로 하여금 옅은 미소를 띠게 했다. 성혜인은 술잔을 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
반승제는 원래 차가운 숨만 쉬고 있었는데 이 질문에 몸이 움찔 굳어버렸다. 온시환은 웃으며 묵묵히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현장의 모든 사람은 반승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른 대답을 듣고 싶었다. 반승제가 이전에 윤단미와 사귀었으니 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을 게 뻔했다. 아마도 18살 때거나 19살 때일 것이었다. 성혜인도 나름 궁금해져서 입술을 말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와 윤단미의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반승제의 첫 여자도 윤단미일 것이었다. 젊은 남녀는 불타오르기 쉬웠으니. 게다가 두 사람은 동창이었으니. 제원의 이 바닥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발랑 까져서 미성년자임에도 관계를 가진 적이 적지 않았다. 반승제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성혜인의 표정을 보고는 왜인지 모르게 살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갓 돌아온 날에, 반씨 집안의 파티가 진행된 밤.”그렇다면 최근이 아닌가?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반승제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온시환은 그 말을 듣고 손안에 있던 술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리고 옆의 성혜인이 멍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승제의 말에 따르면 반승제와 성혜인이 같이 밤을 보낸 날이 처음이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의 행동은… 여기까지 생각하니 성혜인은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 전에 남자와 관계를 가져본 적은 없었지만 반승제는 그날 밤 성혜인을 완벽하게 컨트롤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의 대답 때문에 분위기가 순간 오묘해졌다. 지어는 옷과 옷의 마찰 속에서 불꽃에 피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서수연이 미는 바람에 그녀와 반승제의 팔이 딱 붙어버렸다. 피부 사이로 온도를 나누는 것 같았다. 게다가 어두운 불빛에 살짝 더워진 그녀는 참지 못하고 술을 몇 모금 더 마셨다.사람들은 여전히 놀라서 토론하고 있었다. 반승제가 첫사랑을 위해 몸을 아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그도 남자였다. 그리고 여자들은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만약 성혜인과 반승제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면 당연히 반승제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갈 데까지 간 사이에 키스 하나로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온시환도 물론 똑같이 생각했다. 게다가 성혜인이 지금껏 보여준 성격으로는 잘 아는 사람을 곁에 두고 모르는 사람을 선택할 것 같지 않았다.성혜인은 머리를 숙인 채 고민에 잠겼다. 그녀는 반승제 만큼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반승제의 대답 때문에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반승제를 선택한다면 의심을 굳히는 격이었다.사람들을 쓱 훑어보던 성혜인의 시선은 신이한에게 닿았다. 카사노바 신이한은 30초짜리 키스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와 반승제의 사이를 알고 있어서 귀찮은 일이 생길 리도 없었다.“페니 씨,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했어요?”온시환은 흥미진진한 방관자의 태도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온시환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만약 반승제를 선택한다면 몸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반승제를 선택하지 않았다.반승제와 성혜인이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여자들은 전부 한시름 놓은 눈치였다. 오직 반승제만 어두운 안색으로 성혜인이 일어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성혜인의 곁에 앉아있던 서수연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힘껏 밀쳤다.“너 뭐야? 이한 씨는 너 안 좋아하거든? 어디서 감히 들이대려는 거야!”서수연은 신이한을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다. 성혜인이 신이한을 노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모든 힘을 다해 밀쳤다.몸을 반쯤 일으켰던 성혜인은 그대로 반승제의 품으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고 은은한 술 냄새가 느껴졌다.성혜인은 서수연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 와서 신이한을 찾아가는 건 이상했기에, 그냥 이때다 싶어서 손
현장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사람들은 언짢은 표정의 반승제와 서수연에 의해 밀쳐진 성혜인을 보고 두 사람의 키스는 그저 사고일 뿐, 성혜인이 반승제의 하룻밤 상대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혜인에게 질투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반승제의 키스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성혜인이 사과를 하고 나자 병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두 사람의 키스로 인해 약간 어색해졌다. 원래 놀리려고 했던 사람은 감히 반승제를 놀릴 수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서수연의 생각 없는 행동은 한 소리 들어야만 했다.“수연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현이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서수연은 이제야 정신 차리고 당당하게 말했다.“제가 뭘요? 친하지도 않으면서 들이대려고 한 사람이 잘못이죠.”제원대학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 그렇고, 자꾸만 엮이는 신이한과 성혜인에 서수연은 아주 불안했다.“이건 게임일 뿐이야. 못 놀겠으면 빠지던가.”신이한이 말했다. 서수연에게 이렇게 말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서수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독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며 성혜인을 노려봤다. 성혜인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게임이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한 시간 후, 게임이 드디어 끝나고 성혜인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아직 16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게 떠올라서 반승제에게 물었다.“대표님, 카드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반승제는 술잔을 돌리며 머리를 들었다. 그는 하나도 취하지 않았고, 이 중에서도 가장 멀쩡해 보였다.게임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성혜인은 약간 취기가 올라왔지만 갚을 돈이 있다는 것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났다.성혜인의 발그레한 얼굴에 빛나는 눈빛을 보고 반승제는 또다시 그날 밤이 생각났다. 술 냄새가 어우러진 공간 안에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 이상했다.“돈은 어떻게 구했어?”“빌렸어요.”반승제는 여자의 옷이나 가방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성혜인이 쓰
성혜인은 일단 16억 원을 갚고 다시 은행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려고 했다. 그리고 반승제가 손해 보는 일 없도록 이자까지 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반승제가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화까지 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반승제가 말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시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안가?”온시환도 꽤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반승제의 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힐끗 바라봤다.“두 사람 무슨 비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반승제는 한 발짝 멀어지더니 먼저 밖으로 나갔다. 온시환은 성혜인에게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그를 따라갔다.뒤늦게 술집에서 나온 성혜인은 대리기사를 부르려고 했다. 이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으로 와서 천천히 멈춰 섰고 운전석에는 성한이 앉아 있었다.성혜인은 경계 섞인 눈빛으로 뒷걸음질 쳤다. 성한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너 혼자 술집에 놀러 온 거야?”성한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투로 물었다. 그는 병원에서 성혜인과 마주친 이후로 그녀가 무조건 더러운 여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한밤중에 술집 앞에 나타난 걸 보면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정장을 빼입은 성한이 차에서 내려왔다.“너 술 마셨지? 타, 내가 데려다줄게.”“됐어요.”대리기사가 이미 오고 있었기에 성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성한은 포기하지 않고 다가와 대놓고 그녀의 살냄새까지 맡았다.“에이, 오빠랑 무슨 내외 하고 그래.”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아빠도 없는데 연기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성혜인은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때마침 대리기사가 도착하고 그녀는 성큼성큼 멀어져갔다.성한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성혜인이 밀쳤던 곳을 코에 가져다 댔다. 성혜인의 몸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다른 여자처럼 향수를 쓰지 않아서 향긋한 살냄새가 나기도 했다.성한은 성혜인의 차를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
강민지는 칼같이 답장 왔다.「방금 헤어졌는데, 왜? 사장이 급하게 불러서 일 보러 갔어. 예준 씨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잖아.」재벌 2세인 강민지와 다르게 신예준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반지하에서 살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얼굴이 반반한 데다가 고생할 줄도 아는 노력형이었다.성혜인이 신예준에 대한 인상은 강민지의 일방적인 서술에 국한되었다.신예준은 학생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네 개씩 했다고 한다. 그의 학비와 생활비는 전부 자신이 스스로 번 것이었다. 반대로 강민지의 집안은 국내에서 가장 큰 보석 장사를 하고 있어서 돈 모자랄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성혜인은 그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아주 의아했다. 그리고 요즘에야 강민지가 자신의 재력을 숨기고 신예준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강민지는 신예준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가난한 척하면서 자신이 식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신예준은 그녀의 말을 순순히 믿었고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거짓말을 더욱 리얼하게 만들기 위해 강민지는 손바닥만 한 집을 구하기도 했다. 그녀의 말로 하면 본가의 수영장보다도 작다고 한다.성혜인은 두 사람의 만남을 좋게 보지 않았다. 재벌은 결혼 상대의 집안에 아주 예민했다. 그러니 두 사람이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강민지의 집안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강민지는 신예준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성혜인은 두 여자를 몰래 따라갔다.이 층에는 스위트 룸이 두 개 있었는데, 서로의 기척이 완전히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멀었다.기둥 뒤에 몸을 숨긴 성혜인은 두 명의 여자 중 한 명이 노크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키 큰 여자는 문가에 서 있었고 문이 열리는 순간 폭죽이 터졌다.“생일 축하해요.”문을 연 사람은 신예준이었다. 여자는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 만나기 참 어렵네요. 만약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나오지도 않았을 거죠?”신예준은 뒤로 한 발짝 물러
성혜인의 발목은 살짝 삐끗했을 뿐이라서 금방 나았다. 하지만 반승제의 손은 완전히 관통되었기에 낫는데 한참 걸렸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른손을 다쳐서 가위로 낡은 붕대를 잘라내는 데 한참 걸렸다.오늘 술집에 있을 때, 반승제는 오른손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온시환도 그가 다친 것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가위를 뺏어 들었다. 반승제는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성혜인은 반승제를 바라보지 않고 상처에만 열중했다. 그녀는 붕대를 잘라내고 한층 한층 풀어냈다. 곧이어 상처가 드러났고 꿰맨 곳은 잘 아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또 세심하게 약을 바르고 새 붕대를 감았다.모든 과정을 끝내고 머리를 들어 무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문 쪽에서 한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문 쪽을 바라봤다. 갑자기 들어온 사람은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자신이 방을 잘못 들어온 것은 아닌지 확인까지 했다.성혜인은 자신이 금방 다시 나갈 것이기에 방문을 닫지 않고 들어왔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후다닥 일어나며 말했다.“다 됐어요, 대표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시환은 한쪽에 서서 희대의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성혜인은 반승제가 당연히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시환과 짧게 목례하고는 보온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온시환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만약 오늘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네가 페니 씨랑 키스할 때 지은 싫은 척하는 표정이 진짜인 줄 알뻔했어. 두 사람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 맞지?”온시환의 직업은 작가였기에 상상력이 아주 풍부했다. 그래서 그는 제멋대로 상상하며 말하기 시작했다.“페니 씨가 진짜 너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 왜 내 말을 안 믿어? 안 좋아하면 그렇게 열심히 상처 소독을 해주겠어? 설마 이 상처도 페니 씨 때문에 생긴 건 아니지?
성혜인은 집으로 돌아가려다 말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민지를 기다렸다.얼마 후 강민지가 카펫에 구멍을 뚫을 듯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걸어왔다.“민지야.”강민지는 성혜인의 부름에 대답하지도 않고 그녀가 말했던 방문 앞으로 왔다.쾅쾅쾅!한바탕 노크하고 나자 강민지의 손바닥은 빨갛게 되었다.같은 시각, 방 안에는 두 쌍의 남녀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생일 파티의 주인공인 송미나는 신예준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예준 씨, 혹시 나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거예요?”송미나는 약간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신예준이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만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송미나가 통 크게 2000만 원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오늘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신예준은 싱긋 웃으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노크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다른 여자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강민지가 서 있는 방향에서 테이블 앞에 있는 신예준이 정확히 보였다. 송미나는 아직도 그를 안고 있었다.강민지는 이를 악물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가방을 휘둘렀다.“야, 이 미친놈아! 네가 감히 바람을 피워?”강민지가 찾아올 줄 몰랐던 신예준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러다 곧 당황하면서 벌떡 일어났다.“미... 민지야.”가방에 맞은 송미나가 욕하려고 했을 때, 함께 있던 남자가 그녀를 말려 섰다. 남자는 작게 머리를 저으며 그녀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나 파티에서 저 여자 만난 적 있어.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송미나는 이를 악물고 강민지를 노려봤다. 그녀는 문득 강민지의 가방을 바라봤다, 에르메스에서 새로 나온 4억짜리 가방이었다. 게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한정판만 걸치고 있었다.송미나는 순간 기세가 줄어들어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집안도 잘 사는 축이기는 했지만 몇억짜리 가방을 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예준 씨, 이 여자 누구예요?”강민지가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