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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왼쪽 귓불의 붉은 점

반승제의 부탁을 받은 탓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놓치면 안 된다는 얘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온시환은 무심한 듯 진세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가 고개를 돌린 틈을 타 재빨리 오른쪽 귓불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없었다.

온시환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따라 진세운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세운은 수술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가끔 담배를 피운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술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담배를 피우고 있고 그 자세도 매우 능숙했다.

진세운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듯 천천히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근처 휴지통에 버렸다.

“시환아, 내가 준 멜라토닌은 먹었어?”

“아직. 요즘 대본 쓰고 있어서 깊이 잠들면 안 돼. 영감이 떠오르면 밤새야 하거든. 이제 대본을 다 썼으니까 오늘 밤에는 푹 잘 수 있겠네.”

“다행이네. 저녁에 푹 쉬어.”

진세운의 부드러움은 반승제와 달랐다. 봄바람 같은 반승제와 달리 진세운은 매우 온화한 스타일이다.

며칠간 대본을 쓰느라 피곤함이 극에 달했지만, 여전히 술자리를 잡았다.

그는 한가로운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서주혁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그 상태에 오늘 본 흑백 초상화까지 더해지니 숨 막힐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는 진세운의 어깨를 툭툭 친고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진세운은 제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술집에서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온시환은 곧바로 별장으로 돌아왔고 순간 침대 옆에 놓인 멜라토닌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한 알을 꺼내 먹으려던 찰나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였다.

기억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의 반승제는 결혼을 강요받은 상태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룸에 모여 앉아 결혼할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가볍기로 소문났던 온시환은 곧장 룸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허풍을 떨었다.

“내가 예전에 점쟁이를 만났거든? 내 코끝에 있는 점 보이지? 이게 풍류점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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