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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짓밟힌 희망

진세운은 그녀를 바라보며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혜인 씨?”

“맞아요! 저예요!”

성혜인은 감격에 겨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알았지만 그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진 선생님이 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

“이분은 플로리아 명문가 출신이자 아주 높은 신분을 지닌 분이에요. 제가 설씨 가문의 주치의로 일하면서 운 좋게 이분을 알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플로리아에 올 때마다 진찰을 봐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따가 다시 돌아간다는 말씀이네요?”

“네.”

“제가 같이 가도 될까요? 승제 씨를 만나고 싶어서요.”

“그럼 30분만 기다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불안하던 마음이 진정된 성혜인은 배고픔이 밀려왔고 더 이상 뭔가를 사고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녀는 조용하게 소파에 앉아 진세운이 어르신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봤다.

방문이 닫히자 인자하던 어르신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흥미진진한 듯 진세운을 바라봤다.

맞은 편에 무표정으로 서 있던 진세운은 진찰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따가 제가 데리고 갈게요. 같이 가실래요?”

“도대체 계획이 뭐야?”

“희망을 주고 그걸 완전히 짓밟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아세요? 그런 걸 겪고 나면 아마 반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거예요. 어쩐지 요즘 따라 말을 너무 잘 듣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그녀가 이렇게 큰 수를 쓸 줄은 몰랐다.

똑똑하다. 처참하게 짓밟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다.

어르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꼬듯이 말했다.

“참 불쌍한 애야. 왜 하필 네 심기를 건드려서. 쯧쯧.”

진세운은 그 말에 답하지 않 은채 묵묵히 진찰했고 검사를 마친 후 의료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성혜인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마치 황량한 사막을 걷고 있는 사람이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빵 하나를 먹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을 느꼈다.

어젯밤 밤새도록 달린 그녀는 동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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