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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완벽한 계획

그제야 모든 사람이 성혜인에게 속았다는 걸 눈치챈 듯 003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계획인지 훤히 알고 있는 게 미심쩍었는데 알고 보니 성혜인의 시력은 이미 회복된 지 오래였다.

어차피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003은 무의식적으로 경계 태세를 늦추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맞아요. 시력은 진작에 회복했으니까 그쪽이 절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겠죠? 그래도 고마워요. 그쪽이 내 계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니까 002도 걸려들었거든요. 두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럼 안녕.”

말을 마친 그녀는 액셀을 밟고 곧장 이곳을 떠났다.

003은 002에 비해 충동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 성혜인의 모습을 마주할 때는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기 일쑤였다.

심지어 길가에 내팽개쳐있을 땐 분노와 수치심마저 밀려왔다.

남에게 조롱당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003은 자신이 무시당하던 사람에게 된통 크게 당했다.

002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눈이 먼 성혜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지만 002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경쟁자의 다리를 망쳤으니 수장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거나 다름없었고 이제 방법을 생각해 성혜인만 제거한다면 수장의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마침 오늘 밤이 그 절호의 기회였다. 002가 종이봉투에 수면제 몇 알을 더 넣은 걸 알아차렸을 땐 어쩌면 이건 성혜인이 놓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당연히 성혜인도 뭔가를 얻어야만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미스터 K의 방문을 열기 전까지는.

문을 열자 눈에 띄게 마른 사람이 나타났고 그 순간 성혜인의 계획을 알아차렸다는 생각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비록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003의 협조가 없다면 성혜인은 절대 이 별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마침 003도 자신만의 목적이 있었기에 일부러 설의종을 들먹이며 플로리아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밑판을 깔았다. 그래야만 성혜인이 순조롭게 차에 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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