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최근 반승제가 다른 그룹을 마구 인수하자 사람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었다.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그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고 그제야 모두 경계 태세를 늦췄다.동시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새벽 1시가 된 별장.성혜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밀치며 손끝으로 그의 손바닥을 두드렸다.“이러다 들켜요.”배현우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기에 어젯밤에 안 들켰다고 하여 오늘 밤도 그럴 거란 보장이 없다. 심지어 그녀는 배현우가 어떠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반승제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살살할게.”살살하기는커녕 어찌나 힘이 넘치는지 저녁 11시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성혜인이 어깨를 깨물자 아픈 듯 ‘스읍’하는 소리를 냈다.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갑자기 방문을 두드렸고 이내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아직 안 자지?”너무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성혜인은 나가라며 재빨리 반승제를 밀쳤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아무 답도 하지 마.”반승제는 땀범벅으로 된 성혜인의 이마를 보고선 가슴이 아픈 듯 손을 들어 닦더니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한 뒤 더 빠르게 움직였다.성혜인은 그의 강심장에 혀를 내둘렀다. 배현우가 바로 앞에 있는데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그 시각 밖에 있던 배현우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저녁에 약 먹었어?”경호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약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으니 지금 이 시간이라면 잠을 자는 게 정상이다.의심이 들었지만 자는데 방해가 될까 봐 굳이 들어가서 확인하지는 않았다.같은 시각 방안의 반승제는 성혜인의 이마를 맞대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었다.성혜인은 바깥의 불빛을 빌려 홧김에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머리를 잡아당겼다.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달랬다.“괜찮아, 안 들어올 거 알아.”성혜인은 화가 난 듯 그를 피했고 반승제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 입맞춤했다.“지난번에 네가 말했던 미스터k를 조
제원의 새벽 4시는 만물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다.남자는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는 데 특별히 사용되는 작은 이어폰을 손끝에 쥐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제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설마 바보같이 반승제의 달콤한 말 몇 마디에 흔들린 건가?’손에 쥐고 있던 이어폰을 내려놓자 누군가 조용히 물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성혜인을 계속 배현우의 곁에 놔둘 수는 없었다.남자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떴고 그의 아우라에 방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한참 후, 그는 이어폰 한쪽을 휴지통에 버렸다.“배현우에게 반승제가 그 별장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말을 마친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여유롭게 눈을 감았다.“아참, 그리고 성혜인한테 얘기해. 임지연의 생사를 개의치 않는다면 쭉 지금처럼 반승제랑 붙어있으라고. 어차피 난 다음 달 5일 저녁에 떠날 거니까 손잡을지 말지는 성혜인한테 달려있어.”“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길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 눈앞의 이 남자는 BK를 질서정연하게 관리하는 최강의 존재나 다름없었다.경호원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30분 후, 배현우는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반승제가 여기에 숨어있다고?”그는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주위의 경호원들을 훑어보았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현우는 손을 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내가 반드시 찾아낼 거야.”성혜인이 방에서 쉬고 있던 그때 창가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그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건 미스터 K였다. 그는 임지연의 생사를 정말 신경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그럴 리가 있겠는가.성혜인이 고개를 숙인 그때 누군가 방문을 털컥 열고 들어왔다.배현우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욕실로 직행했다.욕실에는 성혜인의 세면도구만 있었는데 거울 뒤편의 서랍을 열자 역시나 남성용 세면도구가 잔뜩 나왔다.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그는 살기를 내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반승제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밖에 있는 사람에게 의자 두 개를 건네달라고 했다.밖에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배현우가 납치됐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반승제는 문을 다시 닫고 의자로 창문을 부쉈다.밖에서 헬기의 굉음이 울리고 사다리가 내려졌다.그는 옷장으로 문을 받쳐 밖에 지키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혜인아, 가자.”성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직접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반승제는 배현우에게 한 마디만 남겼다.“백 할아버지한테 찾아가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여기 있는 며칠 동안 저와 혜인에게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해요.”배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헬기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성혜인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꼭 껴안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렸다.반승제의 품에 머리를 파묻은 그녀는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기 전에 반승제는 미리 진세운에게 연락해 그녀의 눈을 봐 달라고 했다.진세운은 이내 도착했고, 서주혁과 온시환도 함께 왔다.세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반승제는 성혜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진세운은 한바탕 검사하더니 들고 온 구급상자를 꺼냈다.“두 군데 모두 회복 불가는 아니야. 눈의 회복은 뇌에 있는 어혈이 깨끗이 제거된 후에 논의하도록 하고, 목은 일주일 안에 회복될 수 있어. 너무 부어서 말을 못 할 뿐이지 독약이 그렇게 세지는 않아.”그는 차가운 손끝으로 성혜인의 목을 만져본 후 약 한 병을 남겼다.“이걸 먹으면 사흘이면 말할 수 있고 일주일이면 회복될 거야. 그런데 눈은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약으로 개선하면서 시기를 기다려 보자.”회복될 수 있다는 말에 반승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던 온시환이 입을 열었다.“세운아, 너 의술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 당시 연구기지의 사람들이 왜 너를 데려가지 않았어? 너도 반승우 만큼이
“승제 씨, 나 배고파요.”그녀는 계단을 더듬으며 내려가려고 했다.반승제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옆으로 돌려 안았다.“넘어질지도 모르니 내가 안고 내려가지.”“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 그의 몸에서 안심되는 상쾌한 향기가 났다.아래층 거실에 도착한 후 그녀는 손으로 탁자를 만졌다.잠시 후 담백한 저녁 식사가 그녀 앞에 차려졌다.반승제가 숟가락을 들었다.“내가 먹여줄게.”“네.”그녀는 히죽 웃더니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다 먹은 후 반승제는 또 그녀를 부축해 위층에 올라가 쉬게 했다.“승제 씨, 지금 낮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 잠깐 소파에 앉아 있으면 안 돼요?”그녀는 아직 자고 싶지 않았다.“혜인아, 많이 쉬어야 눈이 빨리 회복돼.”“알았어요.”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의 부축을 받으며 방에 올라갔다. 침대에 앉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혼자서 잠이 안 오는데, 같이 자면 안 돼요?”“업무상 처리할 일이 있어서 금방 갔다 올게.”“아, 그럼 일 봐요.”성혜인은 그의 허리를 풀어주고, 멀어져 가는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방 안의 냄새를 맡으려고 심호흡했다. 방 안에는 온통 그 향 냄새였다.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손끝으로 마룻바닥을 만지던 그녀는 온몸이 굳어졌다.네이처 빌리지의 인테리어는 그녀가 디자인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디테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특히 네이처 빌리지의 마룻바닥은 그녀가 몸소 서천에 가서 찾은 원목마루로, 구하기 힘들고 매년 다 팔리면 없었다.그녀는 당시 이 마루를 위해 서천에 여러 번 갔었다.지금 그녀가 머무는 방은 네이처 빌리지와 비슷하다.특히 침대의 쾌적함, 문, 식탁 디테일까지 네이처 빌리지와 똑같다.이런 물건들은 국제 유명 브랜드라 쉽게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지만 원목마루는 쉽게 찾을 수 없다.이곳은 네이처 빌리지가 아니라 누군가가 그녀를 위해 네이처 빌리지와 비슷한 집을 만든 것이다.방금
순간 조급해진 그녀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물었다.“승제 씨, 괜찮아요?”반승제가 그녀를 소파에 눌러 앉혔다.“괜찮으니 움직이지 말아요.”그녀의 눈물이 순식간에 흘러내렸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다른 사람이 승제 씨를 사칭한 줄 알았어요. 승제 씨 몸에서 나는 냄새도 다르고 마룻바닥도 달랐어요. 중간에 누군가가 저를 옮기지 않았나요? 제가 조금 전에 이곳에 온 건 아니에요?”그녀는 머릿속이 너무 혼란했다.반승제는 가슴팍을 꿰매고 있는 와중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혜인아, 넌 그저 악몽을 꿨을 뿐이야.”그녀의 말은 횡설수설하는 수준이었고, 심지어 듣는 사람이 그녀가 놀라서 정신이 나갔나 의심할 정도였다.“아니에요. 저는 진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세운이 반승제에게 당부하는 소리가 들렸다.“요 며칠 상처가 물에 닿으면 안 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해. 칼이 심장에 꽂혔다면 누구도 너를 구하지 못했을 거야.”그의 말에 급소를 찔린 성혜인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하마터면 반승제를 죽일 뻔했다.그가 방금 그 칼을 피하지 않았다면, 지금...그녀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갑자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문이 너무 많았다.진세운은 그녀가 적어도 3일은 있어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겨우 하룻밤이 지났는데, 그녀는 왜 말을 할 수 있을까?“승제 씨, 제가 왜 말할 수 있는 거죠? 제가...”그녀는 어둠 속에 갇힌 불나방처럼 사방으로 부딪히지만, 어디가 출구인지 몰랐다.반승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진정시켰다.“너 나흘 동안 혼수상태로 열이 계속 나다가 이틀 전에 겨우 열이 내렸어. 막 깨어나서 얼떨떨한 거야. 괜찮아. 난 괜찮아.”나흘 동안 혼수상태로 있었던 거였구나. 그런데 왜 아무 느낌도 없지?“그럼 집에 향은? 왜 집에 갑자기 향을 놓았어요?”“내가 세운한테 달라고 했어. 너 잠을 잘 자지 못하겠다며? 이 향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방우찬과 그 어머니는 속으로 분노했지만 말은 못 했다. 이전에 장하리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밥해 주던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클까 싶다.아들이 홍규연과 결혼하더니 아들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어머니가 그를 찾아와 울면서 하소연하는데, 그 자신도 방법이 없고 게다가 업무적인 일까지 겹쳐 짜증이 날 뿐이다.현모양처인 장하리의 장점을 점차 깨달은 그는 참지 못하고 회사 밑에 달려와 그녀를 기다렸다.장하리를 봤을 때, 그는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장하리는 옷 입는 스타일이 더 여성스러워졌고,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그녀는 시대극에 나오는 아씨같이 분위기가 있었다.눈이 번쩍 뜨인 그는 즉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리야.”이 소리를 들은 장하리는 눈에 혐오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자기 차에 오르려 했다.하지만 방우찬이 잽싸게 다가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훑었다.“하리야, 오랜만이야. 이뻐진 것 같다.”예쁘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은 더 밝아졌다.장하리는 이런 남자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눈살을 찌푸렸다.“뭘 하려는 거야?”방우찬도 자기가 한 짓이 지나쳤다는 것을 안다. 집의 시공이 중단되자 그녀를 버린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한 후 신속히 사장의 딸을 꼬셨으니 그녀가 곱게 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하지만 이렇게 화내는 것도 아직 그를 내려놓지 못했다는 뜻이 아닌가.하긴, 두 사람이 7년을 만났고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잊기가 쉽겠는가. 여자는 가장 감정이 오래가는 동물이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하리야, 이전에 내가 한 말을 새겨들었구나. 너 옷 입는 스타일이 확실히 좋아졌어. 나와 홍규연의 결혼이 너에게 큰 타격이었나 봐. 사실 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설렜어.”장하리는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하지만 방우찬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내가 결혼했는데도 넌 나를 잊지 못하는구나. 우리가 7년을 사귀었으니 내
장하리는 차에 앉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녀는 남자가 오늘 저녁 기분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을 예민하게 눈치챘다.그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그녀는 더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호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녀는 겁을 먹어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방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귀찮은 듯 양복을 벗더니 손목시계를 풀면서 그녀에게 엎드리라는 신호를 보냈다.장하리는 이걸 하기 전에 샤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남자는 흥미만 중요했다.“샤워하고 오겠습니다.”“필요 없어. 엎드리면 돼.”장하리는 감히 그를 거역하지 못했다. 그 앞에서 그녀는 발언권이 없었다.말을 잘 들어야 조금 부드럽게 했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창턱에 엎드려 실크 스커트를 위로 허리춤까지 끌어올렸다.냉정히 말해서, 그녀는 몸매가 좋고 일을 잘하는데 하필 성격은 연약해 그 사람 앞에서 줏대가 없었다.처음에 그녀는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역겨웠다. 처음 몇 번은 계속 토했지만 지금은 토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억눌려 있던 소리를 내기도 한다.남자는 그녀가 그런 소리를 내도록 유도한 후 그녀를 모욕하고, 수치와 분노로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는 것에 재미가 들린 것 같다.그녀가 엎드리자, 그도 사양하지 않고 허리띠를 풀었다.장하리는 빛이 반사되는 거울을 감히 보지 못했고, 그가 다가오자 몸이 제멋대로 떨렸다.곧이어 그가 그녀의 그곳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 같았다.“이게 뭐예요?”그녀는 조금 당황했다. 그가 저속한 곳에서 저속한 처방을 받아왔을까 봐 걱정됐다.“너를 즐겁게 해주는 물건이니 움직이지 마. 곧 알게 될 거야.”장하리는 겁에 질려 온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런 떨림은 남자에게 쾌감을 주었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며 가볍게 애무했다.그럴수록 장하리는 더 무서웠다. 그녀는 곧 가려움을 느꼈지만 이 가려움은 겉이 아니라 깊은 곳에 있어 긁을 수 없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몸을 비비 꼴 수밖에 없었다.그 물건이 효과를 냈다는 것을 안 남자는 이때다 싶어
방우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씩씩거렸다. 그는 ‘창녀’ 두 글자를 아예 장하리의 이마에 새기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장하리는 가소롭기만 했다. 그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비난하는지 알 수 없었다.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문을 닫으려는 찰나, 방우찬이 그런 장하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방 안의 냄새는 이미 거의 사라진 뒤였는데 장하리가 어제 입은 옷이 여전히 창가에 널브러져 있는 걸로 보아 어디에서 거사를 치른 건지 추측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리고 장하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그녀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방우찬이 옷이 있는 창가를 가리키며 윽박질렀다.“야, 좋았냐?”인격모독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장하리가 또다시 뺨을 내리치려고 손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방우찬의 억센 힘에 막혀버렸다.“내가 틀린 말 했어? 이런 대담한 짓을 할거였으면 들킬 것도 각오했었어야지. 두고 봐, 장하리. 지금 바로 어머님께 네가 밖에서 몸 팔고 다닌다고 다 말해버릴 거니까.”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장하리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 몇 년 동안 돈으로 어렵게 가족의 환심을 샀는데 방우찬 하나 때문에 또 무너뜨릴 순 없다.“당장 나가.”방우찬은 냉소하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 남자도 그냥 그러했나 보지? 아니면 지금 내 앞에서 이렇게 소리칠 힘이 남아있을 리가. 규연이는 나랑 한 번 하고 나면 싸울 힘도 없이 며칠간 곤히 누워있어. 하리야, 그쪽으로 만족하지 못하겠으면 나 찾아와도 돼. 그 사람이 주는 돈 따위 나도 줄 수 있어.”장하리는 역겨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저런 남자를 맘에 들어 했던 자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6억. 그 사람이 준 돈이야. 오빠도 이만큼 줄 수 있어?”뭐? 6억? 고작 여자랑 하룻밤을 위해 6억이라고?방우찬은 자신이 환청을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그가 또 냉소했다.“웃기시네. 넌 네 몸이 그만큼 한 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