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한 후 강하랑은 이상하게도 익숙하고 두려운 느낌에 비행기에서 내려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간의 ‘여행'에서 그녀는 항상 마음을 졸이고 있었고 심지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물론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었다.그녀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슈퍼 히어로에게 구해져 무사히 집에 도착하여 포근한 부모님의 품에 안긴 채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모습을 말이다.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집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부모님의 건강을 고려해 오빠들과 입을 맞
“시어스에서 4년 있으면서 눈이 내리는 거 한 번도 못 봤거든요.”그러자 단원혁이 제안했다.“그럼 일단 본가에서 어머니랑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기다릴래?”강하랑은 눈웃음을 지으며 단원혁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단유혁을 보았다.“전 어디에 있어도 다 괜찮은데 유혁 오빠가 문제라서요.”“유혁이가 왜?”단유혁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단원혁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두 사람은 항상 그녀에게 맞춰주려고 했다.그랬기에 갑작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묻는 강하랑에 단유혁은 조금 어색했다.강하랑은 배시시 웃으며 단유혁의 곁으로 다
강하랑은 먼저 귀국한 황소연을 잊지 않았다.황소연이 탄 것은 국제선이라 중간에 다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이미 서해에 도착했을 것이었다.핸드폰은 황소연이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그곳에서 사 주었다. 따로 움직이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어 그곳에서 핸드폰을 사 준 것이다.점심을 먹은 후 강하랑은 황소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그 전에 단유혁은 이미 그녀에게 황소연 오빠의 유골을 찾아냈으니 필요한 정보만 등록하고 나면 황소연 오빠의 유골을 무사히 데리고 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이것은
“왜 나 때문인데? 하랑이 지금 날 원망하는 거야?”그러자 강하랑이 설명했다.“네가 조지 그 짜증 나는 놈한테 자꾸 귀국하는 날 방해하게 했잖아. 너 때문이 아니면 누구 때문이야? 걔가 날 평소에 얼마나 싫어했는지 잘 알면서 걔를 나한테 보내고. 내가 조지한테 분명히 말했어. 일단 귀국하고 나서 너한테 직접 말하겠다고. 근데 걔가 내 말 귓등으로 듣잖아. 흥, 네가 보낸 조지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나더러 너한테 가라고? 꿈 깨셔!”육안으로도 화면 속 남자의 안색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알 수 있었다.비록 여전히 미소를
말을 마친 뒤 연바다는 다시 카메라를 황소연의 방향으로 돌렸다.그는 웃으며 말했다.“황소연 씨, 제 말이 맞죠?”황소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어보려고 했지만, 입꼬리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강하랑에게 말했다.“연바다 씨는 잘생기고 저한테도 잘, 잘해주고 있어요. 연바다 씨 때문에 겁먹지 않았어요.”“...”너무도 어색한 어투라 누가 들어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랑의 머릿속엔 갑자기 인터넷에서 떠돌던 밈이 떠올랐다.‘위험한 상황이라면 당근을 흔
“연바다!”강하랑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어 기회를 틈타 말했다.“소연 언니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네가 말했으니까 소연 언니는 그냥 내버려 둬. 게다가 소연 언니를 데리고 귀국한 것도 그냥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온 것뿐이야. 딱히 큰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고. 그러니까 이 일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지 마. 괜히 내가 정말로 엄청난 노력을 해서 도와준 것 같잖아.”“하랑이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연바다는 가볍게 혀를 찼다. 핸드폰엔 여전히 황소연의 모습만 담겼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싸늘한 눈빛으로
강하랑은 다시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난 영호의 길을 잘 몰라. 내비가 있다고 해도 여긴 운전대가 반대 방향이라 익숙하지도 않고. 게다가 네가 아침에 도착하게 되면 난 그때 눈을 뜨지도 못했을 거야.”“그렇긴 하네.”연바다는 웃으며 강하랑의 말에 대답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점심에 미리 자리 잡아줘. 내가 네 새 친구를 데리고 그곳으로 갈게, 어때?”“응, 그래. 그럼 내일에 보는 거로?”“응, 내일 봐.”전화는 끊겼다.화면 속에 있던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도 사라졌다. 핸드폰이 자동으로 잠금 되자마자 남자는
차 문이 닫혔다.열어두었던 창문도 스르륵 올라가고 연바다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황소연 씨가 내가 하는 일에 최대한 협조했으면 좋겠네요. 비록 황소연 씨 목숨은 보장할 수 있지만, 피를 보지 않을 거라곤 보장 못 하거든요.”그가 손을 휘젓자 창문이 바로 닫혔다.차 안에 있던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연바다는 부하와 함께 자리를 떴다.황소연이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다.“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남자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방금 자신에게 태블릿을 건넨 부하를 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