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도도신 님! 동생분도 고마워요! 내일 경기 파이팅!”여자는 셀카봉을 거두며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가방에서 직접 만든 듯한 포토 카드를 꺼내 ‘단오혁'의 사인을 원했다.그러자 여자의 뒤로 몇몇이 줄을 섰다.단유혁은 포토 카드를 받았다. 뒤에 있던 강하랑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빤히 보았다.움직이지 않는 단유혁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단유혁과 시선이 마주쳤고 바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아니, 난 그냥 보려고요. 하던 거 계속해요.”단유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다른 프로 게이머들과 달리 단유혁과 단오혁의 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고 할 수 있었다.적어도 두 사람의 부모님은 게임은 직업이 아니라며, 쓸데없는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라며 말리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시간이 나면 단지희와 도성민은 두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도 했었다.그러나 두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혼자 그 길을 걸어보려고 했다.가명을 만들고 자신의 힘으로 번 돈으로 게임 회사로 들어갔다.그때 두 사람은 미성년자였기에 규정에 따라 경기에 나갈 수 없었다. 사춘기였던 단오혁은
대진표가 나오고 단오혁은 정식 팀원이 되었다.다른 팀원들은 라이브 할 때만 게임을 하고 방송을 끝낸 후 경기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단오혁에겐 아무런 일정도 없었고 여전히 하루하루 흐지부지 보내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그는 팀원에게 따져 물었다.돌아오는 대답은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어리네. 넌 아직 너무 어려. 내가 형으로서 친히 말해주는데, 이런 꿀 직업 쉽게 찾을 수 있는 거 아니다? 먹여주지, 재워주지. 얼마나 좋냐? 끼니도 아줌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넌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 같은데 이런
이때의 단오혁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왜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금방 막 업계에 발을 들인 터라 첫 경기도 나가보기 전이었고 기대가 가득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경기에서 상대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승리의 희열감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다음 생에 돈 많은 집 자식으로 태어나 폐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보다 나이 많은 선배와 팀원들은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라고 한다.그는 어쩌면 몇 년 후의 미래에서야 선배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은
그도 경기 분석을 하면서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승리를 향한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다.단유혁은 그간 단오혁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다. 배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회사 대신 단오혁에게 맞춤형 스케줄을 짜주기도 했었다.이때의 두 사람은 여전히 미성년자였기에 앞날이 창창했다. 경기에서 활약을 보인다면 나중에 다른 좋은 팀으로 옮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우승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그렇게 단오혁은 그 팀에서 끝까지 버텨냈다.그런 그의 모습에 팀원들도 처음에는 별말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와 함께 연습하
단오혁은 매주 월요일에 있는 팀원 회의에 분명하게 말했다.평소에 다들 아지트에 모여있긴 하지만 대부분 신경을 게임에 쓰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누군가는 방으로 올라가서 놀거나, 발코니에 있는 거북이랑 논다거나, 게임을 연습해야 할 컴퓨터로 게임 스트리머를 보면서 선물이나 쏜다거나, 심지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 데이트를 했다.월요일은 휴식일이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각자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했다. 다만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엔 항상 매니저가 팀원들을 데리고 회식을 했다. 회식하고 난 뒤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즐기거나 아지트와 집
단오혁은 입술을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좋은 성적을 따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들의 나이와 실력을 고려하면 우승은 당연히 그림의 떡이었다.플레이오프로 진출해 추가 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N 분의 1을 하다 보면 정작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금까지 깎고 나면 차라리 누군가의 일일 대타를 하거나 일일 놀이 상대를 하는 것이 벌이가 더 짭짤했다.심지어 연속 패배를 하고 나서 이긴 후 방송을 켜 방송에서 받은 선물이 그
식사는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어쩌면 단오혁이라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마치 따돌리는 것처럼 더는 단오혁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고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자기들끼리 회식을 이어갔다.처음 왔을 때와 달리 단오혁은 그 순간이 꿈만 같았다.그렇다고 해서 속상해하거나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다.돌아간 뒤에서 여전히 하고 싶은 대로 했다.자신이 짠 스케줄대로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냈다.팀원과의 대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단오혁은 아지트에서 계속 투명 인간처럼 지냈다.그는 이번 시즌 경기만 끝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