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단오혁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우아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원래도 그를 놀리려고 한 말이기에 더 이상 따져 물을 것은 없었다.단오혁도 당연히 그걸 보아냈다. 그녀는 절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어제 그가 지하철역에서 구경만 한 일을 속에 담고 있었겠거니 했다.계속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기나 구웠다. 그리고 그릇을 거의 비운 다음에야 다시 말했다.“너 오후에는 경기장에 갈래? 아니면 나가 놀래?”강하랑은 이미 배불리 먹었다. 고기를 하도 많이 먹으니 느끼해서
단오혁과 달리 그녀를 대하는 단유혁의 말과 행동은 아주 부드럽고 다정했다.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강하랑의 얼굴을 보았다. 한참 지나서 그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네가 오혁이랑 같이 있는 걸 알게 되었어. 마침 최근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거든. 그래서 겸사겸사 쉴 겸 너 보러 온 거야.”“정말 우연이네요!”강하랑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뜨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슬쩍 단오혁을 돌려 까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마침 우연히 오혁 오빠가 오후에 다른
심지어 강하랑이 자리를 피하자 노란 머리 양아치는 그대로 따라와 질척였다.결국 참지 못한 강하랑은 노련한 모습으로 양아치를 어깨로 메쳤다.이 사건은 별다른 뜻밖의 사고 없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었다.하지만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은 서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특히 단오혁의 안색은 어두워지다 못해 잿빛이 되었다.숨 막히는 정적을 깬 사람은 단유혁이었다.“좋은 의도로 사랑이를 여기로 불렀다는 거 알아. 하지만 사랑이는 처음 혼자 외출해 보는 거잖아. 그래도 최소한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붙여줬어야지. 이 사
강하랑은 반 시간 뒤에서야 깨어나 빠르게 화장을 고친 뒤 단유혁에게 문자를 보냈다.3분 뒤, 준비를 마친 그녀는 핸드백을 들고 호텔 방에서 나왔다.고개를 들자마자 제자리에서 우뚝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곧은 자세의 남자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선을 얼굴에 두니 또 그렇게 이상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강하랑은 순간 얼떨떨해졌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일부러 시크한 척하는 단오혁인지 아니면 단오혁인 척하는 단유혁인지 헷갈렸다.한참 지나서야 머뭇거리며 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강하랑은 여전히 단유혁이 단오혁 행세를 하며 사인을 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물어보려던 찰나에 경기가 시작되었다는 방송이 들려왔다.강하랑은 어제 경기를 아주 즐겁게 보았기에 이번에도 집중 태세를 보였다.그중 조금 익숙한 팀이 보였다. 그 팀의 이름은 청훈이었다. 그리고 다른 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녀와 단오혁이 저녁을 먹으러 간 사이에 경기에서 이겨 승급전에 진출한 것이기에 오늘 출전할 수 있었다.이번에 지면 그대로 탈락이었다.대형 스크린엔 게임 화면이 나오고 그녀의 뒤에 앉은 팬들도
첫판 후반전이 시작되고 선수들이 입장했다.현장에는 다시 열렬한 환호가 울려 퍼지고 열기로 가득했다.아쉽게도 청훈의 상대 팀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고 있지만, 관객들에겐 그것마저 헛수고로 보였다.분명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탓인지 실수 연발한 선수는 한 명이 아니었다.결과는 당연했다. 청훈이 3대 0으로 승리를 차지했다.그 결과에 강하랑은 별다른 희열을 느끼지 못했다.게임 경기를 보는 것은 이번이
그렇다고 해서 주최 측이 악마의 경기를 주최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선수들이 충분히 쉴 수 있게 일부러 중간 휴식 시간을 길게 잡아주었다.하지만 경기는 라이브로 방송되고 있으니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게 할 수만은 없었다. 조금 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의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팬들을 격려하기도 했다.시상 코너엔 신인상, 코치상, 해설위원상, 인기상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청률을 위해 선수가 아닌 게임 스트리머를 위한 상도 준비되었다. 이 상은 단오혁 같은 선수 생활 은퇴하고 가끔 게스트로 등장해 게임하면서 평가하는 사람들을
“고맙습니다, 도도신 님! 동생분도 고마워요! 내일 경기 파이팅!”여자는 셀카봉을 거두며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가방에서 직접 만든 듯한 포토 카드를 꺼내 ‘단오혁'의 사인을 원했다.그러자 여자의 뒤로 몇몇이 줄을 섰다.단유혁은 포토 카드를 받았다. 뒤에 있던 강하랑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빤히 보았다.움직이지 않는 단유혁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을 땐 단유혁과 시선이 마주쳤고 바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아니, 난 그냥 보려고요. 하던 거 계속해요.”단유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