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으로 가는 길은 아주 무탈했다. 성수기가 지난시기였기에 대부분 관광객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상태라 길이 막히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하랑이 해외에서 보던 뉴스 영상과 많이 달랐다.그녀가 해외에서 봤던 뉴스 영상은 사람이 지나갈 틈도 없이 빽빽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도로였다.직접 여행을 하고 돌아와 보니 영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사람도 많지 않았고 주위엔 리모델링을 끝낸 건물들이 그녀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만약 급하지 않았다면 근처를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서해에서 성운으로 오는
이런 상태에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펜을 잡는 것은 둘째치고 태블릿을 꺼내 뭘 하는 것마저 허세 부리는 행동으로 느껴졌다.이런 시선이 쏠릴 수 있는 행동을 강하랑은 해낼 수 없었다.차라리 단오혁을 건드리는 것이 더 나았다.그녀는 오늘 열린 경기를 봤었다. 단오혁의 팀은 어제 이미 경기가 끝난 상태였고 오늘의 경기는 결승전이었다.그러니까 오늘과 내일, 이틀간 열리는 경기엔 단오혁의 팀이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리다.다른 팀의 경기였기에 당연히 많은 신경을 쏟아붓지 않았다. 경기장으로 가서 보는 것도 경기를 즐길 수 있
쿠웅!남자가 또 한 번 ‘예쁜 아가씨’라고 부르기도 전에 엄청난 소리가 지하철에 울려 퍼졌다.띄엄띄엄 앉아있던 사람들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강하랑이 노란 머리 남자를 어깨로 메쳐버린 것이다.지하철 안엔 정적이 흘렀다.심지어 문이 닫히는 소리마저 사람들의 귀에 크게 들려올 정도였다.결국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다시 움직이고 나서야 사람들은 반응을 보였다.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당연히 바닥에 널브러진 노란 머리였다.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자기보다 연약해 보이는 여자에게 이런 꼴을 당했으니 너무도 창피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들이 한 번씩 발을 들어 그를 차거나, 아니면 어깨 메치기를 한다면 아마도 그는 너덜너덜해질 것이다.상황 파악이 빠른 남자는 바로 사과했다.“아이고, 예쁜 아가씨들. 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앞으로 더는 저 미인분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다들 각자의 일로 이 지하철을 탔고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이 일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 주시죠.”이 변명으로 당연히 쉽게 넘어가 줄 사람들이 아니었다.노란 머리 남자는 다시 한번 사과하면서 비굴하게 말했다.“전 그냥 저 여자가 예뻐서 연락처라도 물어보려고 했
노란 머리는 강한 자에게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강하랑의 말을 듣고 난 뒤 황송한 모습으로 머리를 숙여 사과하면서 얼른 이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다.그런 그의 태도는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거만하고 건방지던 조금 전의 태도와 달랐다. 꼭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 같았다. 강하랑의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는 것 빼곤 전부 했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란 말인가.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지하철은 빠르게 다음 역에 도착했다. 노란 머리 남자는 여자들이 연약하다는 것을 알고 문이
[사랑: 오빠, 체온이 36도이면서 어떻게 이런 얼음보다 차가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거예요? 오빠 양심은 어디?]유감스럽게도 단오혁에게선 답장이 오지 않았다.강하랑은 씩씩대면서 이모티콘을 잔뜩 보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그제야 알았다. 이 오빠는 역까지 자신을 마중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안 온다고 하면 안 오는 것이고 경기장 입구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면 그곳에서 기다릴 사람이었다.지하철 입구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단오혁과 단이혁의 성격이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엔 촐싹거려
경기 결과를 예상할 때 XH 팀의 예전 실력을 떠올리면서 꽤 많은 팬들과 관중들이 그들을 응원했다. 비록 겨우겨우 결승에 진출한 것이지만 말이다. 거의 모든 해설가들이 그래도 XH가 우승하리라 예측했다.아쉽게도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너무 열심히 한 탓에 부상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단오혁은 결승전에서 실수 연발했고 결국 첫 탈락으로 경기장에서 나오게 되었다.일찍 탈락한 패배 팀이었던 터라 패자부활전에 들어갈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더욱 속상했던 것은 섬나라 팀에게 패배한 것이다.그해 경기가 끝
그해 우승자는 여전히 그들이 아니었다.삼 년이 지나자 단오혁은 예비 인원으로 되었다.첫 번째 포인트 경기가 끝난 뒤, 팀은 2위라는 성적을 따냈고 1위는 작년에 우승한 팀이었다.포인트 경기의 성적을 본 팬들은 다시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황금비를 맞았던 그때의 마음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저 포인트 경기에서 2위를 했을 뿐인데 꼭 예전에 우승만 거머쥐던 경기의 왕이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단오혁의 팬들은 기세등등하게 단오혁의 복귀를 원하기도 했다.팬이니까. 당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오길 바랐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