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퍼지고 퍼져 어느새 진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과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믿을 것이 되지 못했다.손님들이 떠드는 목소리도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음식을 많이 주문한 탓에 지승우는 지금도 다 먹지 못한 상태였다.어차피 급할 것도 없으니 그는 천천히 씹어 먹었다.단이혁의 질문에 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분명 그 이유로 쫓겨난 건 아니겠죠. 그 미친놈이 뭘 훔치기 위해 여기로 온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연씨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해도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보거든요.”단이혁은 할 말을 잃었다.
한편, 연유성과 닮은 사람은 여전히 기분이 미묘했다.연바다는 새벽 4시부터 지금까지 눈을 뜬 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오래된 동네는 길이 복잡했고 지승우의 짐작대로 처음 2시간 동안 낡은 아파트 건물 주변만 빙빙 돌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길을 막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겨우겨우 계단 입구를 찾았다고 해도 정확한 계단 방향을 몰랐다.그렇게 길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은 점점 밝아져 아침이 되었다.해가 서서히 뜨자 복도로 여러 가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 머리를 굴리며 길을 찾고
강하랑은 오래 생각에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문가에 서 있는 지승현을 힐끗 보더니 입술을 깨문 채 천천히 다가갔다. 어쨌든 지금은 살고 봐야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지승현에게 ‘감금’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고생한 것은 아니다.지금으로서 불만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배고프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물론 그녀가 안 먹은 탓이기는 하지만 말이다.“가요, 먼저 밥 먹고 얘기하자고 했잖아요.”지승현이 몸을 흠칫 떨면서 제자리에 굳어버린 것을 보고 강하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
강하랑은 만두를 입에 대지 않고 젓가락으로 찢어냈다. 아쉽게도 강하랑이 먹고 싶지 않았던 돼지고기 만두였다.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지승현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앞접시를 가져갔다. 그리고 생선 만두가 담겨 있던 접시를 그녀에게 밀어줬다.“먹어요.”그는 담담하게 말하고 나서 돼지고기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강하랑은 생선 만두를 앞에 두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의 행동이 지나치게 다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사람처럼 다정한 납치범은 세상에 둘도 없을 거야. 어휴... 음식을 낭비하지 않았으니 된 건가?’강하
마지막 영상에는 4년 전 강하랑이 바다에 뛰어들던 장면이 담겨 있었다. 물론 부두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상처받은 척 무서운 인상의 남자에게 ‘복수’하려는 모습도 포함해서 말이다.아쉽게도 그곳의 CCTV 영상은 선명하지 않았다. 더구나 시간도 오래 지나서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안 그러면 무조건 그때의 상황에 다시 한번 겁먹었을 것이다.강하랑은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도 충격받았다. 그녀는 심지어 영상 속의 사람이 자신이 맞는지, 그리고 연바다는 연바다가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
점심 식사가 끝난 다음 지승현은 약속대로 단이혁에게 연락했다.단이혁 등은 어제 강하랑이 사라진 곳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점심 식사도 근처의 골목 식당에서 해결했다.한 가지 예외인 것은 보기에는 허름한 골목 식당의 손맛이 장난 아니라는 것이다.기름때로 가득한 테이블을 보고 단이혁과 연유성은 굶기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승우가 두 사람을 억지로 앉혔고,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완전히 매료되고 말이다.그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울 때쯤 지승현에게서
이 말을 듣자마자 지승현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강하랑에게 몰렸다. 단이혁의 뒤에 숨어버린 그녀는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었지만 목에 남은 상처는 태양 빛 아래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연유성과 지승우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하지만 지승현은 아주 태연해 보였다. 그는 단이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고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강하랑의 상처는 그가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다 벌어진 일에 변명하고 싶지는 않았다.‘내가 흥분해서 그 외국인한테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면 하랑 씨가 자기 목에 칼을 대는
물론 이 동네의 모든 건물이 다 강하랑이 찍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지승현과 같이 한 건물을 통째로 점해 세력을 키우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저 예전에 비해 해가 들어오는 곳이 많아졌다는 뜻이다.아무리 해가 잘 들어오는 곳이라도 그늘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늘이 필요한 사람은 기가 막히게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지승현도 마찬가지다.지승현이 이끄는 집안 사업이 서해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그의 능력에 달렸다. 지금의 상황 또한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잘 몰랐다. 그의 친동생인 지승우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