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이 형, 아까 산에서 연바다 똘마니들을 잡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한번 물어볼게요.”“시혁아, 너 괜찮겠어?” 단이혁은 다소 의심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단원혁과 단이혁의 눈에는 자신들을 제외하고 동생들은 약한 존재로 보였다. 특히 단시혁은 더더욱 말이다.단시혁은 항상 연구실에 박혀만 있어 나와서 활동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형들 눈에는 그저 연구만 하는 책벌레라고만 생각했고 단시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일단 시혁이한테 맡겨보자.”단원혁은 영호시 경찰서에서 정시우와 함께 만났던 단시혁
어느새 노을이 지고 강하랑은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그녀는 그저 짐짝처럼 들려 흔들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몸이 흔들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눈을 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그렇게 얼마다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을까, 드디어 흔들림이 사라지고 숨을 고르며 휴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편안하게 누웠다.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굳이 웅크린 자세를 곧게 펴놓았다.그리고 이내 그녀의 입으로 무언가를 넣는 것 같았지만 힘 빠진 그녀는 발버둥 칠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동굴 안에는 햇빛을 막아줄 식물이라곤 없었고 뜨거운 햇빛이 그대로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라면 뜨거운 햇빛에 몸이라도 뒤척여야 했다. 하지만 연바다는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리기만 할 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연바다 씨?”강하랑은 드디어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갔다.그녀의 몸이 햇빛을 절반 가리게 되었고 아마도 그제야 편해진 건지 연바다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뒤척였다.강하랑은 순간 멍하니 앉아 있게 되었다. 연바다가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있었기에 하마터면 놀라 그대로 내
강하랑이 다시 동굴로 돌아왔을 때 누워 있었던 사람은 어느새 깨어 있었다.그의 몸은 아주 뜨거웠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마치 그에게 큰 고문처럼 느껴졌다.동굴 입구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확인하면서 동시에 흉기를 손에 꼭 들고 있었다.누군지 확인한 그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고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도망갔으면서 다시 돌아오다니. 하하, 길치인 거냐, 아니면 머리에 문제 있는 거냐?”그는 동굴 벽에 기대 힘겹게 눈을 뜨면서 말했다.강하랑은 그런 그를 무시했다. 그저 그에게 다가가 어젯밤 그녀에게 덮어
그는 손을 들어 옆에 있던 밤을 집었다. 먹지는 않았지만, 이리저리 돌리면서 보더니 다소 다정하게 느껴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면, 단하랑 씨는 애초에 내 곁에서 떠날 생각이 없었던 거에요? 단하랑 씨가 내가 걱정되어서, 나를 위해 특별히 나가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해온 것이라고 이해해도 돼요?”“그냥 여기서 죽어요.”강하랑은 바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그리고 싸늘한 시선으로 연바다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난 그냥 내려가는 길을 못 찾을 뿐이에요. 그쪽을 나침판으로 쓸 생각이거든요. 내가.”“그래요?”“네!”
그 말을 들은 단원혁과 단이혁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들은 연유성을 거부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연유성의 신분과 그가 했던 일들을 떠올려보면 단원혁은 그에게 편견은 없었다.게다가 사람을 찾는 일에선 정보가 하나라도 많으면 더 좋았기에 당연히 연유성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이내 단원혁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태도로 그에게 물었다.“연 대표는 어떤 정보를 알아냈죠?”마침 단시혁도 잡아 온 부하에게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 만약 연유성이 알아낸 정보와 일치한다면 그럼 부하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니 그들이 강하랑
“달을 본다고요?”연바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강하랑은 태연하게 말했다.“네, 왜요?”그러자 연바다는 피식 차갑게 웃더니 눈을 감아버렸다.“정말 지루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들은 강하랑은 순간 욱한 감정이 치밀어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네, 지루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요? 그쪽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 깊은 산 속에서 달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어요. 알기나 해요? 그쪽이 이런 짓을 벌이지만 않았어도 지금 난 우리 부모님이랑 오빠들이랑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요!”‘내가 여기서 달도
“왜요, 칭찬해 주는 거잖아요. 뭐가 문제 있어요?”강하랑은 안색이 창백해진 연바다를 보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여하간에 납치되었을 때부터 그를 욕을 날린 사람인데, 아파서 지금 가만히 벽에 기대앉아 있는 연바다가 무서울 리가 있겠는가?화가 치민 연바다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겨우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니, 마치 온몸의 뼈가 다시 조합되는 것처럼 고통이 느껴졌고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그 모습은 전혀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강하랑은 이상함을 감지하였다. 특히 연바다가 움직일 때마다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