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우리가 어떻게 감-”셋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단이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시야에 누군가가 들어왔고 여유가 넘치던 모습도 사라져 표정이 굳어졌다.그가 발견한 사람은 바로 연유성이었다.“쟤가 왜 여기 있냐?”단이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연유성을 빤히 보면서 입을 열었다.강하랑은 두 손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은 채 단이혁과 같은 모습으로 연유성을 보았다.“우리 이모라는 사람이 데리고 온 거야. 이모가 모셔온 손님이라나 뭐라나. 큰오빠가 쫓아내려고 했는데 뻔뻔하게 들어왔어. 말릴 새도 없이.”차갑
그간 가만히 있었다고 연유성이 정말로 그들 단씨 가문 사람들을 만만하게 본 것이라 여겼다.강하랑은 오빠들이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았고 더는 연유성 때문에 시간 낭비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주방에 아직 못다 만든 요리가 있으니까 난 먼저 주방으로 들어갈게. 오빠들이 뭘 하든 알아서 해. 법만 잘 지키면 돼, 알았지?”그녀는 오빠들이 연유성이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팔을 부러지게 할 거라곤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가 어떻게 손을 봐주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손을 봐주길 바랐다. 여하간에 그녀는
단지헌은 굳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연유성에 트집을 잡지 않았다. 비록 마음속에 전사위였던 연유성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손님은 손님이었기에 티를 낼 수 없었다.연유성이 공경한 태도로 말을 해도 그는 그저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런 단지헌과 달리 바둑을 두고 있는 이덕환과 박재인은 연유성을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었다.바둑판도 이덕환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바둑알 한 알이 바둑판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닿자 주위에 있던 바둑알도 흔들렸다.과장된 행동을 보이던 이덕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성격도 참 좋으시군요. 만약 저
느긋한 목소리에선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한 발 움직여 날이 선 눈빛으로 연유성을 보았다.“내가 그때의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면, 연 대표는 어떻게 사과하고 배상할 건가요?”단이혁은 위압감이 흘러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한 걸음 옮겼다.연유성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진실을 담아 말했다.“단 대표님의 화를 풀 수만 있다면 원하는 사과 방식으로 사과해 드리죠. 물론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만이요.”그러자 단이혁은 코웃음을 쳤다.“선을 넘지 않는 정도라고요?”그는 자신의 입꼬리를 만졌다. 아직도
다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았고 연유성도 비실비실하진 않았다.몸에서 퍼지는 고통이 사라지자 흐릿했던 시야도 다시 밝아졌다.귀에 울려 퍼지던 이명도 사라져 기억 속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저도 모르게 다소 기뻐하게 되었다.연유성은 자신이 이 정도로 맞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강하랑의 목소리였다.강하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마치 아픈 곳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강하랑은 확실히 주방 쪽에서 달려왔다. 그녀는 케이크를 만들고 단이혁을 불러 맛을 봐달라고 할 생각으로 주방
“아니, 당연히 아니지. 그냥 말이 헛나온 거야. 그리고 난 급소는 피해서 때렸어. 못 믿겠으면 두 시간 정도 지나고 다시 여기로 와 봐. 무조건 깨어있을걸? 병원에 데려가도 가벼운 뇌진탕 진단도 받지 못할 거야.”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그를 째려보았다.‘지금 사람을 이 지경으로 때려놓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거야?'강하랑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단이혁의 손을 떼어냈다. 만약 그녀가 단이혁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면 분명 앞으로 더 득의양양해질 것이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허리를 굽혀 바닥에 누워있는 연유성의
“너-”소리를 지르는 강하랑에 단이혁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고 입을 열자마자 다시 강하랑에 말을 이을 수가 없게 되었다.“나 뭐! 오빠는 일을 이렇게 벌여놓고 어떻게 해결할 건지 생각은 해봤어? 여긴 우리 집이야. 오빠가 때린 것도 모자라서 정말로 죽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아무리 연유성이 때리라고 했어도, 그냥 맞고만 있어도 정말로 오빠한테 아무 일도 없을 거로 생각해?”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뻔뻔하게 집안으로 들어온 이모라는 작자 정희연부터 그다지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고 밖에서 헛소문을 퍼뜨릴
강하랑은 단이혁을 살살 달래며 팩트를 말해 그는 몇 마디 반박할 수 있었지만, 단원혁의 무게 실린 말에 단이혁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여하간에 단이혁은 단원혁의 보살핌 속에 어른이 된 것이었다. 단지헌이 그를 낳아준 아버지라고 치면 단원혁은 그의 형이면서도 그를 키워준 아버지와도 같았다.그랬기에 그는 단원혁을 어릴 때부터 무서워했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알았어요, 형. 막내 말도 들을 거예요. 막내 말을 무시했다면 제가 막내한테 사과했겠어요?”“막내가 틀린 말 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니 그럼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