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두 사람의 사이엔 거리가 있었지만 단원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니 마치 그녀를 품에 안은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서채은은 느껴지는 위압감에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 보지 못했다.“대표님, 대표님이 잘생기고 가문도 좋은 거 저도 알아요. 그런데 세상엔 저보다 좋은 여자가 많고 대표님께 어울리는 여자도 많을 거예요. 저와 대표님은 어울리지 않아요.”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나더니 고개를 들어 마음과 다른 말을 꺼냈다.확실히 결혼은 처지가 맞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 더 나았다. 안 어울리는 건
결국 그녀는 단원혁이 내민 사탕 한 알을 받아 들었다.그가 한 말처럼 그녀의 인생엔 쓴맛만 가득했다. 그렇다고 한들 평생 쓴맛만 느낄 수 없지 않겠는가?태어나자마자 버려져 할머니의 손에 컸고 학교 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다행히 세상엔 좋은 사람이 더 많았다.그녀도 무사히 졸업하였다.심지어 아직 사화의 쓴맛을 알기도 전인 대학생 시절에 단원혁을 만났다.단원혁은 그녀의 등록금을 후원했다.이미 그것만으로도 단원혁은 그녀의 인생 중 귀인이었고 더는 그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수는 없었다.입안에 넣은 사탕의
“한주라고?”단원혁은 서채은을 데리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그러나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두 글자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고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게 되었다.그는 정희연이 지난번에 무슨 짓을 했는지 잊지 않았다.강하랑을 만나보지도 못한 정희연은 그들과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혼사를 정했다. 그것도 연씨 가문과 말이다.그리고 이번에는 마음대로 한주시에서 온 손님을 데리고 왔다.하...장이나는 아직 그런 단원혁을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웃었다.그녀는 단원혁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아, 이미 도착했을 거
‘계속 싸고돌아서 뭐해? 그러다 시집도 못 갈 텐데 말이야.'‘그럴 거면 차라리 가문도 빵빵한 연유성과 이어주는 게 낫지. 연씨 가문은 한주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이잖아. 이 정도도 엄청 괜찮은 거라고.'‘어휴, 내가 너무 사람이 착해서 탈이야. 언니한테 욕을 먹고도 내가 직접 연유성을 데리고 왔잖아. 내가 보기엔 연유성도 꽤 괜찮아. 얼굴도 반반하고 비록 이혼하긴 했지만, 아직도 얼굴 한번 안 비추는 그 조카딸에게 결혼 상대로 딱이야.'그렇게 생각한 정희연은 지승우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나도 언니가 그렇게 세상을 뜨는 줄
소리가 나는 곳으로 그들은 고개를 돌리자 단원혁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순간 정희연은 찔리는 구석이 있어 그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그녀의 언니 정희월은 속이기 아주 쉬운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조카 단원혁은 아니었다.그래서 일단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원혁아. 이모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하하하,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란다. 내가 그동안 너희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모르는 건 아니지?”‘잘해주었다고? 하...!'단원혁은 잊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그가 어릴 때, 부모님이 사업에 심혈
원래 그는 사업 방면으로 보아 연유성을 아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하랑이 그간 당해왔던 것과 쓸데없이 그들 가정사에 끼어들어 악담이나 퍼붓는 정희연과 다니 모습에 남아 있던 조금의 호감마저 사라져 혐오만 남아 있었다.단원혁은 연유성을 보는 것도 물론이고 악수하자고 내민 손도 잡기 싫었다.이곳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하지만 당사자인 연유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옆에 있던 지승우는 이 싸늘한 분위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만약 강하랑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면 지승우는 바로 연유성을 끌고 단씨 가문
강하랑의 목소리는 나무 뒤쪽에서 들려왔고 싸늘한 정적을 깨버렸다.그들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보았다.특히 연유성은 익숙한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고 숲 같은 정원에서 꿈에서 자주 보던 얼굴을 찾아보려고 뚫어지게 보았다.연유성뿐만이 아니었다. 정희연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조카딸이 궁금했다.다소 아까와는 달리 조급해 보이는 연유성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녀도 목을 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장이나는 그런 두 사람과 달리 다소 짜증이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갑자기 나타난 잃어버린 단원혁의
“오빠, 이 여자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나요. 얼른 이 여자 곁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기름 냄새가 오빠 몸에도 배기면 어떡해요? 그 셔츠 얼마나 비싼 셔츠인데!”단원혁의 표정이 더욱더 싸늘하게 굳어졌다.특히 장이나가 눈치 없이 강하랑을 그의 옆에서 떼어내려고 잡아당길 때 그의 표정은 어둡게 굳어졌다.다행히 눈치 빠른 정희연이 장이나가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눈치 없는 자신의 딸을 옆으로 당겼다.그리곤 단원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혁아, 너도 알잖니. 이나 얘는 눈치가 없고 머리도 안 좋아. 다른 사람이 세 번을 말해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