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 여자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나요. 얼른 이 여자 곁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기름 냄새가 오빠 몸에도 배기면 어떡해요? 그 셔츠 얼마나 비싼 셔츠인데!”단원혁의 표정이 더욱더 싸늘하게 굳어졌다.특히 장이나가 눈치 없이 강하랑을 그의 옆에서 떼어내려고 잡아당길 때 그의 표정은 어둡게 굳어졌다.다행히 눈치 빠른 정희연이 장이나가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눈치 없는 자신의 딸을 옆으로 당겼다.그리곤 단원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혁아, 너도 알잖니. 이나 얘는 눈치가 없고 머리도 안 좋아. 다른 사람이 세 번을 말해
강하랑은 이 짧은 몇 분 사이에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어쩌면 그녀의 사촌 언니인 장이나는 안면 근육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계속 여기에 서 있을 생각도, 더더욱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연유성의 모습도 보기 싫어 단원혁의 팔을 잡아당겼다.“큰 오빠, 이혁 오빠가 몇 분 전에 곧 도착한다고 문자 보냈거든. 우리 같이 데리러 갈까?”강하랑과 똑같이 더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단원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시선을 들어 눈에
“이혁 오빠, 그 차림 뭐야?”강하랑은 질색하며 스리슬쩍 뒤로 물러섰다. 단원혁의 뒤로 숨고 싶은 것을 꾹 참은 것이다.“왜? 내 옷차림이 어때서?”단이혁은 그런 강하랑의 모습에 투덜거리더니 바로 긴 팔을 쭉 뻗어 강하랑을 끌어당겼다. 그리곤 그도 강하랑과 같은 눈빛으로 강하랑의 차림새를 훑어보더니 질색하였다.“내 차림새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네 모습을 좀 봐. 아니, 기껏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했더니 이렇게 입고 나와?”강하랑은 단이혁보다 20, 30cm 정도 낮았다. 그래서 단이혁이 그녀의 옷깃을 잡자 마치
“에이, 우리가 어떻게 감-”셋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단이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시야에 누군가가 들어왔고 여유가 넘치던 모습도 사라져 표정이 굳어졌다.그가 발견한 사람은 바로 연유성이었다.“쟤가 왜 여기 있냐?”단이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연유성을 빤히 보면서 입을 열었다.강하랑은 두 손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은 채 단이혁과 같은 모습으로 연유성을 보았다.“우리 이모라는 사람이 데리고 온 거야. 이모가 모셔온 손님이라나 뭐라나. 큰오빠가 쫓아내려고 했는데 뻔뻔하게 들어왔어. 말릴 새도 없이.”차갑
그간 가만히 있었다고 연유성이 정말로 그들 단씨 가문 사람들을 만만하게 본 것이라 여겼다.강하랑은 오빠들이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았고 더는 연유성 때문에 시간 낭비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주방에 아직 못다 만든 요리가 있으니까 난 먼저 주방으로 들어갈게. 오빠들이 뭘 하든 알아서 해. 법만 잘 지키면 돼, 알았지?”그녀는 오빠들이 연유성이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팔을 부러지게 할 거라곤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가 어떻게 손을 봐주던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손을 봐주길 바랐다. 여하간에 그녀는
단지헌은 굳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연유성에 트집을 잡지 않았다. 비록 마음속에 전사위였던 연유성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손님은 손님이었기에 티를 낼 수 없었다.연유성이 공경한 태도로 말을 해도 그는 그저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런 단지헌과 달리 바둑을 두고 있는 이덕환과 박재인은 연유성을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었다.바둑판도 이덕환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바둑알 한 알이 바둑판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닿자 주위에 있던 바둑알도 흔들렸다.과장된 행동을 보이던 이덕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성격도 참 좋으시군요. 만약 저
느긋한 목소리에선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한 발 움직여 날이 선 눈빛으로 연유성을 보았다.“내가 그때의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면, 연 대표는 어떻게 사과하고 배상할 건가요?”단이혁은 위압감이 흘러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한 걸음 옮겼다.연유성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진실을 담아 말했다.“단 대표님의 화를 풀 수만 있다면 원하는 사과 방식으로 사과해 드리죠. 물론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만이요.”그러자 단이혁은 코웃음을 쳤다.“선을 넘지 않는 정도라고요?”그는 자신의 입꼬리를 만졌다. 아직도
다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았고 연유성도 비실비실하진 않았다.몸에서 퍼지는 고통이 사라지자 흐릿했던 시야도 다시 밝아졌다.귀에 울려 퍼지던 이명도 사라져 기억 속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저도 모르게 다소 기뻐하게 되었다.연유성은 자신이 이 정도로 맞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강하랑의 목소리였다.강하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마치 아픈 곳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강하랑은 확실히 주방 쪽에서 달려왔다. 그녀는 케이크를 만들고 단이혁을 불러 맛을 봐달라고 할 생각으로 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