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이 열리자, 윤혜인은 아름이의 손을 잡고 뒷좌석에 올라탔고 그렇게 두 사람은 아름이의 양쪽에 앉았다.이준혁은 차 안에 많은 어린이용품을 준비해 둔 것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안전 좌석도 마련했다.가는 내내 아름이는 이준혁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아름이가 선생님에게 이끌려 유치원으로 들어간 후, 윤혜인은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거두고 이준혁을 추궁했다.“이준혁 씨,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거예요?!”차가운 목소리에 이준혁의 심장이 한 번 더 뛰었다.그러나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름이는 내 아이이기도 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곁에 없었기 때문에 이제 나는 아름이의 옆에서 아름이가 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그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들의 생활에 간섭하려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직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요. 과거에도 필요 없었고 앞으로도 필요 없을 거예요!”이 말에 이준혁은 얼굴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그래도 애써 마음속의 고통을 무시하며 목소리를 낮췄다.“혜인이 너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겠지만, 정말 아름이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이준혁은 정확히 윤혜인의 아픈 곳을 찔렀다.아름이는 겉으로는 천진난만해 보였지만 실은 민감하고 세심한 아이였다.어릴 때 자폐증 경향이 있었고 치료는 되었지만 심리치료사는 아름이의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윤혜인이 주저하는 것을 보고 이준혁은 계속 말했다.“나는 아름이를 빼앗지 않을 거야. 친아빠로서 아이한테 해를 가하지도 않을거고. 단지 많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하고 싶어.”무거운 목소리로 그는 간절하게 부탁했다.“부탁이야. 나도 아름이의 성장에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줘.”윤혜인은 침묵했다.이준혁의 말처럼, 그녀는 아름이를 대신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이준혁은 아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였다.게다가
이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조건을 수용했다.“알겠어.”윤혜인은 그의 순종적인 태도를 의심스러워하며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약속 지켜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게 무산될 거니까.”이준혁은 주저 없이 말했다.“알겠어. 다 네 말대로 할게.”그렇게 윤혜인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돌아서서 걸어갔다.하지만 이준혁이 그녀를 따라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회사까지 데려다줄게. 마침 같은 방향이라서.”“필요 없어요.”윤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리고 앞으로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지 마요. 밤새우는 건 늙고 빨리 죽는 지름길이니까.”핏발 선 그의 눈과 밤새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윤혜인은 그녀의 운전 기사에게서 이미 모두 들었다.당연히 윤혜인은 그가 아름이에게 정을 붙이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이지,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알겠어.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뒤이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집 앞에 기다리고 있는 운전 기사에게로 향했다.그러고는 차에 올라타며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이준혁은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약간의 희망도 느꼈다.‘적어도 조금 진전이 있어.’차에 올라탄 후, 주훈은 차를 시동을 걸며 말했다.“대표님, 최근 아버님께서 L 국을 자주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그곳에서 생물학 박사를 만난 것 같아요.”그러자 이준혁은 넥타이를 풀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또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아봐.”과거에 그의 아버지인 이천수는 권력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 이후로 한동안 조용했다. 한때는 이준혁에게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가문을 이어가라고 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주훈은 그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백미러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조금 쉬시는 게 어떨까요?”밤을 새운 탓에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지만 피
윤혜인은 열어서 내용이 뭔지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사이트를 다시 클릭하니 없는 화면이라고 나왔다.검색어 순위를 새로 고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검색어들이 한순간 사라졌다.누군가 ‘특수’ 처리를 한 게 틀림없었다.신기하다고 생각한 구지윤도 앨범에서 기사를 찾아냈다.“다행히 전에 기사 캡처했어. 한 번 봐봐.”호소자는 듣보잡 작업실이었는데 사진을 비교하며 몇 년 전에 이미 전시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그리고 달밤 작업실은 그들이 작은 작업실인 걸 노리고 이렇게 대담하게 베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윤혜인은 사진 속 복장을 보며 무언가 번쩍 생각났다.꽤 연식이 있어 보이는 옷이었는데 작업실에서 잘 보관해서 그런지 보존 상태는 완벽했다. 한눈에 봐도 정성스레 봉제한 옷 같았다.자수의 디테일이나 패턴은 윤혜인이 패스티벌에서 사용한 전통 시리즈와 거의 똑같았다.유일한 차이라면 바로 텍스쳐와 컬러였다.비교 샷과 상대 작업실에서 남긴 영상으로 보면 누가 디자인을 베꼈는지는 확연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윤혜인이 잠깐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이 상대 작업실에 연락 좀 해줘.”“뭐?”구지윤은 살짝 놀랐다. 피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에게 연락하겠다는 윤혜인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윤혜인이 말했다.“상대에게 이 작품을 사겠다고 해봐. 그리고 일단 값부터 부르라고 하고.”구지윤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 연락해?”구지윤은 윤혜인이 베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아직 사태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상대에게 연락해 그 작품을 사겠다고 하면 약점을 다른 사람 손에 쥐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구지윤이 귀띔했다.“검색어는 내렸지만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고객이 꽤 밀려들고 있어요.”북성이 주최한 연중 패스티벌에서 성공을 거머쥔 뒤로 작업실도 많은 주문을 받게 되었다.적합하지 않은 주문은 모두 거절했다.윤혜인은 돈을 벌고 싶어서 품질에 들여야 할 시간을 단축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검색
이준혁이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해서야 성준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피해는 돈으로 메꿀 수 없었다.예를 들면 연예인의 가치가 이번 일로 크게 요동치거나 많이 깎일 수도 있다.“대표님, 사실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24시간 이내에 제가 해결하겠습니다.”윤혜인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성준의 마음도 조금 풀렸다.사실이 아니기만 하면 된다.윤혜인이 덧붙였다.“그리고 검색어는 내리실 필요 없어요. 그냥 판이 점점 더 커지게 놔두세요. 괜찮아요.”성준이 눈썹을 추켜세웠다.“오해한 것 같네요. 검색어는 제가 내린 게 아니에요. 이 대표님이 내렸지.”이 일을 만든 게 윤혜인이니 수습도 남편인 이준혁이 해야 했다. 성준은 다른 사람이 싸지른 똥을 치워줄 생각이 없었다.윤혜인이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최근 며칠간 제가 대표님 회사로 피팅하러 갔을 때 CCTV를 전부 저한테 넘겨주실 수 있나요?”성준도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바로 반응했다.“회사 내부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커요.”윤혜인이 말했다.“그래요. 직접 주긴 어렵지만 조사하라고 할게요. 찾아내면 연락하죠.”“네, 부탁드릴게요.”전화를 끊고 윤혜인은 태블릿에 보이는 사진을 매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한편, 서재.머리를 높게 묶은 원지민은 세련된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 폼이 매우 깔끔하면서도 멋졌다.임호가 들어와서 보고했다.“아가씨, 달밤이 작업실에 연락해 큰돈을 주고 전시품을 구매하겠다고 했답니다.”“허허.”원지민이 차갑게 웃더니 비아냥댔다.“이준혁이 좋아하는 여자가 고작 이 정도라니. 결국엔 허울뿐이지 아예 실력이 없네. 지금까지 받은 영예도 다 베껴서 받은 거고.”원지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했다.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여자가 뭐가 좋다고 이준혁은 보물처럼 감싸고 도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에 반해 원지민은 일에서 과감하고 패기 넘쳤다. 이선 그룹에서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성사한
원지민은 마치 여왕처럼 옆으로 누우며 명령했다.“머리 좀 안마해 줘.”임호가 고분고분 쪼그리고 앉았다.웅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지금은 부드럽게 원지민의 머리를 안마해 주고 있다.임호는 어둠의 섬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보기 드물게 깔끔한 걸 좋아하는 죽음의 기사였다.항상 몸은 뽀송뽀송했고 땀 냄새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모발이 매우 풍성한 편이라 남성적인 매력도 다분했다.안마를 한참 받았지만 뭔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호르몬 문제인지 요즘 그쪽으로 욕구가 들끓어 올랐다.원지민은 빨간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임호를 보며 암시했다.“조금만 더 아래로 가봐.”임호는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거친 손으로 목덜미를 스쳐 쇄골을 안마했다.두꺼운 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만지니 묘한 자극적인 맛이 있었다.원지민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볍게 신음했다.“힘 조금만 더 써도 될 것 같아...”임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원지민이 교태를 부리자 몸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혹시...”“음...”원지민은 지금 정신이 약간 몽롱한 상태라 무의식적으로 이런 소리를 냈다.임호는 원지민이 동의했다는 생각에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읍...”원지민은 자기도 모르게 또 신음했다. 그러다 안색이 변하더니 손을 들었다.찰싹.원지민이 임호의 따귀를 찰지게 내리쳤다.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보고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빌어먹을 새끼, 누가 너더러 키스하래.”꿈에서 깬 임호는 안색이 삭 변했다.원지민이 입을 열기도 전에 털썩 바닥에 꿇어앉더니 자기 따귀를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철썩, 철썩, 철썩.그렇게 임호는 연거푸 10대를 내리쳤다. 손에 힘을 풀기는커녕 때리면 때릴수록 점점 더 세게 후려쳤다.임호도 자기가 그렇게 불경한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정말 무엇에 단단히 홀린 것 같았다.여자의 향기를 맛보고 싶었지만 결벽이 있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임호의 마음속에는 오직
원지민이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기억해. 너는 영원히 내 발치만 맴도는 개 같은 존재야. 내 개가 됐으면 영원히 주인 말을 잘 들어야겠지? 네 주장이나 생각 같은 건 있어서는 안 돼. 알아들어?”임호는 입이 피투성이라 말하는 것도 아팠다. 그래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네, 아가씨.”원지민은 뭐나 생각난 듯 차갑게 물었다.“임세희 쪽은 가서 알아봤어?”“알아봤습니다. 아직 안에서 치료받는 중입니다. 다음 달 판결 예정이라고 합니다.”원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입막음은 잘 해뒀지?”“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예 혀를 잘라버렸는데 혼비백산해서 이미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입니다.”임호는 병원에서 선수를 쳤다. 야밤에 병원으로 잠입해 임세희의 혀를 자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혼비백산한 임세희는 당장에 바지에 실수하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정말 미친 거라면 임세희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걸 빌미로 며칠 더 살다 죽을 수 있으니 말이다.원지민은 임세희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뒤처리만 깔끔히 하면 된다는 취지였다.사실 원지민도 아직은 임세희가 죽는 게 싫었다. 죽기 전에 한 번 더 이용할 셈이었기 때문이다.임세희는 죽음도 가치 있는 죽음이어야 했다.원지민은 임호의 손을 야무지게 지르밟더니 욕설을 퍼부었다.“꺼져.”임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이런 대우를 받고도 눈빛은 여전히 미련 가득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굽신거리며 방에서 나갔다.원지민은 임호의 충심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아니면 시중들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임호는 생긴 것도 꽤 잘생겼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는 준수하면서도 튼튼해 보였고 짐승미가 다분한 터프가이 같았다.신분만 바꾼다면 원지민도 그를 거들떠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호는 비천한 신분을 가졌기에 시중을 드는 데에만 만족해야 했다.원지민은 거울 앞으로 걸어가 옷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는 하얀 뱃가죽을 내려다보았다.만삭
아주 예의 바른 볼 키스였기에 사실 정상이었다. 외국에서는 흔한 인사였다.하지만 윤혜인이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곽아름의 볼을 꼬집으며 이준혁의 품에서 내렸다.“엄마가 안 아프다고 했잖아. 얼른 손 씻고 와서 아침 먹어야지.”곽아름은 살짝 실망했지만 이준혁과 같이 밥 먹는다는 생각에 그래도 기뻤다.하여 잽싸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엄마.”곽아름이 자리를 비우자 윤혜인이 얼굴을 굳히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준혁 씨, 도대체 뭐 하자는 거죠?”윤혜인이 내비치는 거리감과 적대감에 이준혁은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아파져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름이랑 아침 먹고 싶어서.”윤혜인은 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이준혁이 찾아온 목적은 얼굴에 쓰여있을 만큼 선명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곽아름을 핑계 삼아 그녀에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윤혜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저 준혁 씨가 아름이의 상 하굣길에 동행하는 것만 동의했을 뿐이지 우리 생활까지 공유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우리라는 단어에는 이준혁을 아예 포함하지 않고 있었다.이준혁은 목구멍이 막혀왔지만 진심으로 말했다.“혜인아, 난 정말 그냥 아름이랑 더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이미 5년이라는 시간을 놓쳐버려서 더는 한 순간도 낭비하기가 싫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까 아름이 자주 보게 해줘.”당연히 곽아름뿐만 아니라 윤혜인도 보고 싶었다.하지만 이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 한걸음 가까워졌는데 다시 망칠 수는 없었다.만약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윤혜인은 곽아름도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에 이준혁도 곽아름을 뺏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윤혜인도 부녀의 만남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이준혁은 꼴 보기 싫었지만 곽아름이 실망하는 것도 싫었다.잠깐 고민하던 윤혜인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밥 먹고 얼른 가요.”이준혁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표
곽아름은 이준혁이 단팥 호빵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직접 조금 나눠서 주었다.하지만 뜨거운 단팥이 손등까지 흘러내려 뜨거웠던 곽아름은 손에 들었던 호빵을 이준혁에게 던지고 말았다.이준혁은 더럽혀진 옷은 상관도 하지 않고 한 손으로 곽아름을 안고 다급하게 물었다.“데었어?”이준혁의 생각은 윤혜인과 같았다. 윤혜인도 첫 반응이 곽아름의 손을 살피는 것이었다.“아름아…”다급해진 윤혜인이 곽아름을 안으려 했지만 이준혁이 한발 빨리 곽아름을 안고 싱크대로 향해 차가운 물로 씻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몸에 묻은 단팥이 곽아름에게 묻지 않게 조심했다.손을 씻고 나니 홍 아줌마가 화상 연고를 가져왔다.“제가 할게요.”홍 아줌마가 곽아름을 안아가려는데 이준혁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연고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이리 주세요.”윤혜인은 이준혁이 발라주는 게 신경 쓰여 홍 아줌마에게 이렇게 말했다.“나한테 줘요.”홍 아줌마는 화상 연고를 윤혜인에게 건네주었다. 이준혁은 곽아름을 안아 다리 위에 앉혔고 윤혜인은 쪼그리고 앉아 곽아름에게 약을 발라주었다.약을 바르는데 윤혜인의 팔이 이따금 남자의 바지를 스쳤지만 윤혜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준혁은 까만 눈동자를 아래로 늘어트린 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 평화롭게 윤혜인과 지낸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늦게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심을 듬뿍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 곽아름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아빠, 아름이 안 아파요.”제때 처리한 덕분에 곽아름의 손등은 별 영향이 없어 보였다. 그제야 두 사람은 한시름 놓았다.홍 아줌마가 얼른 곽아름을 안아가더니 이준혁에게 말했다.“대표님,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세요.”이준혁의 옷을 힐끔 살펴보니 더는 입지 못할 것 같았다.얼마냐고 변상해 주겠다고 하려는데 곽아름이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가 외삼촌 주려고 만든 옷이 위층에 있는데 올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