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만하면 안 돼? 좀 위험해.”배남준도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아름아, 엄마 말 들어야지. 우리 안전한 놀이 하자.”아름이는 윤혜인과 배남준의 손을 잡아 서로 맞잡게 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손뼉치기 놀이해요!”배남준의 넓고 따뜻한 손이 윤혜인의 손을 감싸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이런 감정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왜 다른 남자의 손길에 이렇게도 거부감이 드는 거지?’이준혁과는 달랐다. 그의 키스와 포옹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결코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왜 이렇게 다를까...’이준혁은 병실 문 앞에 도착해 그 광경을 보았다.배남준이 윤혜인의 손을 잡고 아름이를 안고 있는 모습,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너무나도 화목해 보였다.마치 그들이 진짜 가족인 것처럼, 자신은 이방인에 불과 한 것 같았다.아름이의 환한 미소는 김성훈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그 아이는 바로 그의 딸이었다!곽경천의 계략과 윤혜인의 기억 상실로 인해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돌이켜보면 아름이는 세 살짜리 아이답지 않게 매우 조리 있게 말했고 윤혜인이 집으로 돌아온 지 불과 반년 만에 곽씨 가문이 그녀에게 남편을 찾아줬다는 것도 어색했다.이 모든 것은 아이의 신분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오늘 김성훈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계속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윤혜인은 문 앞에 서 있는 이준혁을 보자 미소가 사라졌다.큰 키를 뽐내며 우뚝 서 있는 그의 눈빛은 매우 어두웠다.그 눈에는 분명히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마치 깊은 슬픔과 고통 같은 것 말이다.윤혜인의 안 좋은 안색을 보고 배남준도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곧 이준혁을 보자 그는 오히려 윤혜인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당황한 윤혜인은 본능적으로 배남준의 손을 놓으려 했지만 이내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 놀라웠다.왜 이준혁에게 자신이 다른 남자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싫을까 싶어서
순간 당황한 윤혜인은 이준혁의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아름이의 옷을 꽉 쥐었고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이준혁은 그녀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며 속으로 윤혜인이 분명하게 대답해 주기를 바랐다.아름이가 그녀의 딸일 뿐이라고.그럼 그녀 역시 진실을 모르는 것이었을 테니 이준혁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를 회피하는 윤혜인의 눈빛과 무의식적인 행동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름이가 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숨기려 했던 것이다.아름이는 이준혁의 품에 안겨 있었고 어른들 사이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다만, 삼촌 대디가 엄마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삼촌 대디 나쁜 사람! 나 놔줘요!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요!”아이는 작은 주먹으로 이준혁의 가슴을 치며 “나쁜 삼촌 대디! 나쁜 삼촌 대디!”라고 반복했다.아이들은 울며 소리를 지를 때 단어를 생략하는 습관이 있었기에 아름이의 말은 ‘나쁜 대디’로 변해갔다.이 소리를 듣자 윤혜인은 놀라서 아름이를 나무랐다.“아름아, 그런 식으로 부르면 안 돼!”‘대디’라는 호칭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아름이는 엄마가 자신을 나무라자 더 억울해서 이준혁의 품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윤혜인은 당황스러웠다. 아름이를 꾸짖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이준혁의 행동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압적이었던 이준혁은 곧 매우 부드럽게 아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그는 아름이가 조금 덜 울게 된 후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름아, 엄마는 너를 꾸짖은 게 아니야. 나도 너희 엄마랑 싸우는 게 아니고.”그러고는 또 윤혜인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어른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뿐이야.”아름이는 아직 눈물에 젖은 눈으로 흐릿하게 물었다.“진짜요? 대디 우리 엄마 안 괴롭혔어요?”‘대디’라는 호칭이
지금 상황을 보니 아름이는 이준혁의 아이가 분명해 보였고 이준혁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이준혁은 두 사람이 자신을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에 불쾌함을 느꼈다.그래서 윤혜인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겨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 충격에 윤혜인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배남준은 급히 윤혜인의 팔을 잡아 그녀를 지탱하려 했지만 이준혁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순간, 그는 당장이라도 그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당장 꺼져!”하지만 배남준은 그의 위협에 겁먹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대표님, 혜인이는 저더러 나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윤혜인이 그를 보내지 않는 한, 그는 그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어야 했다.이 말에 이준혁의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사실 그는 원래부터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었다.특히 아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다른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넘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당신이랑 말장난할 시간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가!”이준혁은 단호하게 말하자 윤혜인은 그의 팔을 힘껏 흔들며 불쾌한듯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그만 해요!”그러나 이준혁은 그녀의 손목을 꽉 쥐고 놓지 않았다.아름이 앞에서는 온화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배남준은 윤혜인의 손목이 붉어진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혜인이가 놔달라고 하잖아요. 강제로 잡고 있지 마세요.”“강제로?”이준혁은 비웃으며 말했다.“아직도 당신이 매달리고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명확히 말해주지.”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이 여자는 내 여자야. 다시 가까이 오면 가만두지 않겠어.”그는 늘 윤혜인의 곁에 있는 이 남자가 못마땅했다.오빠나 친구라는 명분으로 접근했지만 실제로는 그의 여자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조금 전의 행동이 충동적이긴 했지만 그녀는 크게 후회하지 않았다.이준혁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려 했고 그녀는 그가 갑자기 멈출 줄 몰랐으니 말이다. 곧 윤혜인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준혁 씨, 여기는 이준혁 씨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여기는 내 병실이고 만약 당신이 여기서 누군가를 괴롭히려 한다면 나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차갑고도 자신과 거리를 두는 듯한 그녀의 태도를 보며 이준혁은 윤혜인과 배남준이 함께 아름이를 달래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장면은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해 보였다.하지만 아름이의 친부는 그였다.그녀와 곽경천은 이준혁을 속이고 그의 딸을 숨겨왔던 것이다.이 순간, 얼굴이 완전히 잿빛이 된 이준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대체 누가 누구를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군.”아름이의 친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아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윤혜인은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강하고 잔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그녀의 앞에서 이준혁의 모든 겸손과 배려는 우스운 것일까.윤혜인은 이준혁의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기억을 되찾으면서 잊혔던 사랑과 증오가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지금의 이준혁은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가 한때 함께 인생을 나누고자 했던 사람이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의 존재가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윤혜인은 지금 이준혁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할 말이 없으면 나가줘요.”순간,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가슴속의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그녀는 그를 쫓아내려 하고 있었다.다른 남자 때문에 이준혁을 때린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쫓아내기까지 한다는 말이다.이준혁은 더 이상 분노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나가야 할 사람은 저 자식 아니야?!”남자의 기분은 최악이었다.“할 말이 있으니 저 자식 내보내.”윤혜인은 그
“대디, 얼굴이 왜 그래요?”아름이는 작은 손으로 이준혁의 붉어진 뺨을 살며시 만지며 궁금해했다.작고 부드러운 아이의 목소리가 남자의 눈가를 적셨다.이어서 뜨거운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결국 그는 아름이를 꼭 껴안기만 했다.“대디, 많이 아파요?”아름이는 그 작은 턱을 남자의 어깨에 얹고 엄마처럼 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름이가 두드리면 안 아파요.”이준혁은 목이 메어 간신히 말했다.“아프지 않아, 그냥 아름이를 봐서 너무 기뻐서 그래.”“그럼 왜 대디는 아름이를 보러 오지 않았어요?”그러자 이준혁의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그건 다 아빠 잘못이야. 이제부터 대디는 항상 아름이와 엄마랑 함께 있을게, 괜찮지?”순간, 아름이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안 돼요!”그리고는 이준혁을 밀어내며 거리를 두려 했다.“나쁜 삼촌, 거짓말쟁이 삼촌, 지난번에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그때도 약속 안 지켰잖아요!”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아름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아이는 화가 나서 말했다.“그리고 삼촌은 이미 아내가 있으면서 왜 우리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정말 나쁜 남자예요!”이준혁은 아름이가 ‘나쁜 남자'라는 말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윤혜인과 똑같은 아이의 말투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름아, 그건 오해야. 대디는 이미 너희 엄마에게 설명했어. 아빠는 오직 너희 엄마만 아내로 여겼어.”그러자 아름이가 기쁨에 찬 듯 큰 눈을 반짝였다.“정말이에요?”이준혁은 아름이를 다시 품에 안고 일어서며 말했다.“물론이지.”“그럼 삼촌은 정말 제 대디, 그러니까 아빠인 거죠?”“그래, 아빠는 아름이의 진짜 아빠야.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이준혁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딸의 예쁜 얼굴을 보면 끝도 없이 말하고 싶었다.특히 지난 다섯 해 동안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아름이에게 온 세상을 다 주고 싶었
이준혁은 윤혜인의 적대적인 눈빛을 보며 온몸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는 아름이의 아빠였다.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녀는 그를 적으로 여기고 있었다.아름이는 윤혜인이 긴장해서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엄마가 화났다고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미안해요. 대디... 삼촌은... 아름이를 데려가려는 게 아니었어요. 아름이가 삼촌 품에 있고 싶어서 그래요. 화내지 마세요, 네?”아름이가 울자 윤혜인의 눈에도 금세 눈물이 고였다.진주같이 커다란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떨어졌다.기억을 되찾은 후, 그녀는 감정적으로 더 불안정해진 것 같았다.매 순간 아름이가 이 남자에게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는 것이었다.이준혁이 얼마나 강력한 사람인지 알기에, 그가 원한다면 아름이는 분명 그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아름아...”윤혜인은 아름이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며 눈물을 참았다.“엄마는 화 안 났어. 미안해, 아가. 엄마가 감정 잘 컨트롤할게.”이준혁은 그 두 사람을 안고 싶었지만 결국 손을 내리며 주먹을 꼭 쥐었다.그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했다.아름이는 윤혜인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정말 아름이한테 화난 거 아니죠?”아름이의 지나치게 성숙한 행동에 윤혜인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아름이가 어렸을 때 아빠가 없어서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때문에 겨우 나아진 아이가 다시 상처받는 일은 절대 없게 해야 했다.윤혜인은 목이 메어 겨우 말했다.“엄마는 정말 화난 게 아니야...”“그럼 엄마 혹시 아빠한테...”순간, 아름이는 혀를 깨물듯 말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엄마는 삼촌한테 화난 거예요?”윤혜인은 잠시 멈추고 무력하게 말했다.“아니, 엄마는 삼촌한테도 화난 게 아니야. 단지 아름이를 찾지 못해서 좀 걱정했을 뿐이야.”그 말을 들은 아름이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삼촌 대디, 엄마는 화나지 않았대요.”이준혁은 윤혜인의 말이 아름이를 위로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윤혜인은 결국 배남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전화를 끊은 후, 이준혁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그렇게 아름이는 오전 내내 놀다가 이준혁의 품에서 잠들었다.별장에 도착하자, 이준혁은 아름이를 안고 아이의 방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무릎을 굽혀 아름이의 신발을 벗기고 얇은 담요도 덮어주었다.윤혜인은 그의 신중한 행동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곧 이준혁이 방을 나가려 하자 아름이가 잠꼬대로 중얼거렸다.“아빠... 가지 마요...”그 작은 목소리가 이준혁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다시 아름이의 손을 살며시 잡고 담요를 톡톡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빠 안 가, 아름아. 편히 자.”아름이가 깊이 잠들자 이준혁은 조심스럽게 손을 빼고 방을 나갔다.잠든 아름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며 윤혜인의 마음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든지 피할 수 없었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문을 열자 이준혁이 2층 발코니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한 손을 난간에 기대고 있었는데 불끈 솟은 근육이 더욱 선명히 보였다.손끝에 담배를 끼고 있었지만 불을 붙이지 않은 채로 이준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녀가 나오는 소리를 듣고 이준혁은 몸을 돌려 윤혜인을 응시했다.윤혜인은 그의 시선에 마음이 불안해졌다.만약 그가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도망쳐야 할지 아니면...이준혁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한참 뒤, 윤혜인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뭔가 오해한 것 같아요. 아름이는... 당신 아이가 아니에요.”윤혜인은 자신과 아름이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했다.이준혁이 친자 검사를 할 수 없게 만들면, 그는 아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이준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윤혜인은 더욱 긴장하며 말했다.“아름이의 친부는 오재윤
윤혜인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이준혁이 자신의 계획을 완벽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침묵하는 윤혜인을 보고 이준혁은 자신이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곧 그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목소리는 거칠어졌다.“윤혜인, 너 정말 잔인하구나.”아름이는 윤혜인의 딸일 뿐만 아니라 그의 딸이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이준혁을 만나게 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했다.이준혁의 말을 듣자 윤혜인의 긴장된 마음이 갑자기 차분해졌다.‘잔인하다고? 내가 당신보다 더 잔인할 수 있을까?’그녀는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 5년이 지났지만 세월은 그의 외모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은 듯 여전히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다.이제는 기억을 되찾고 바라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과거의 인상이 더욱 깊이 새겨져 그녀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윤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의 첫 아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억나요?”그 질문에 이준혁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순간 심장이 멈춘듯했다.그녀가 깨어난 후 자신을 외면한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기억이 돌아온 거구나.’이준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혜인아, 난...”“이준혁 씨!”윤혜인이 얼굴에 조롱 섞인 미소를 띄운 채 그의 말을 가로챘다.“그때 내가 우리 아이를 구해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부탁했는지 기억나요? 근데도 당신은 나보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녀는 태어나지 못한 생명을 떠올리며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목소리는 떨리고 분노로 가득했다.“내 아이의 목숨이 당신에겐 그냥 장난 같은 거였어요.”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 이준혁은 자신의 심장이 무언가에 의해 꽉 잡힌 듯 고통스러웠다.“혜인아, 그게 아니라...”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잃은 고통은 나도 마찬가지였어. 너희를 지키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나를 때리고 욕해도 괜찮아. 하지만 아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건 안 돼. 내가 아름이의 아빠니까!”과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