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0화

Author: 이한나
이준혁 입가에 아니꼬운 미소가 번졌다.

“저 남자는 네가 유부녀라는 걸 알아? 아니면 남이 쓰던 여자를 주워 쓰는 게 취미인가?”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슬렸기에 윤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구운이 보는 앞이라 화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 먼저 들어가세요. 오늘 고마웠어요.”

그녀와 이준혁 문제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선배라고 부르는 윤혜인의 말에 이준혁의 신경이 순식간에 자극됐다. 그의 입꼬리는 웃는 듯했지만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

“저놈을 당장 밖으로 내다버려!”

이때,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한구운에게 다가갔고 깜짝 놀란 윤혜인이 발에 난 상처도 잊은 채 두 경호원의 앞길을 막았다.

“이준혁 씨, 당신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분노가 차오른 이준혁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창백한 윤혜인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더니 끝내는 참았다.

“당장 이 남자한테 꺼지라고 해!”

“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 제가 정식으로 사죄하러 갈게요.”

윤혜인은 괜히 연루된 한구운에게 연신 사과를 했고 한구운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윤혜인의 남편이기에 한구운이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

‘윤혜인의 남편이 서울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구나.’

하지만 윤혜인은 왠지 이준혁을 싫어하는 듯했고 이준혁도 그녀를 아끼지 않은 것 같았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기 가득한 이준혁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한구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윤혜인에게 말을 걸었다.

“집에 가서 푹 쉬어.”

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켜보던 이준혁이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조금 전에 저 남자 머리통을 깼어야 하는 건데.

한구운이 떠나고 병실에는 이준혁과 윤혜인만 남게 되었고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이때,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부수려는 것처럼 꽉 잡았다.

“이준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준혁은 그녀가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1화

    윤혜인은 충격에 머릿속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좌석 등받이에 꾹 누른 채 창문을 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항상 침착하던 이준혁은 이성을 잃은 듯 머릿속에는 윤혜인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득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친 그의 입맞춤은 키스가 아닌 분풀이 같았다.특히 조금 전에 일부러 운전 기사에게 속도를 늦춰서 한구운의 차량과 수평선에서 달리게 한 행동은 그야말로 적나라한 분풀이였다.지금까지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야릇한 행동이나 입맞춤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윤혜인은 이렇게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에게 화가 잔뜩 났지만 손과 다리를 제압당한 탓에 꿈쩍도 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해도 그의 거친 입맞춤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준혁의 키스에는 약탈만 남았을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었고 윤혜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꽉 주었다.한편,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구운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속도를 올려 빠르게 떠나갔고 어느새 윤혜인의 눈가에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임세희와 번갈아 가며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다급하게 그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그제야 입맞춤을 멈춘 이준혁은 슬픈 얼굴로 울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두 눈이 충혈된 채 질투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이던 그는 오늘처럼 돌발 행동을 저지른 건 처음이었고 조금 전에 윤혜인의 발을 만지던 한구운만 생각하면 그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이준혁은 손가락으로 퉁퉁 부은 윤혜인의 입술을 만지다가 이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고 겨우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팍!마찰음은 차 안에서 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2화

    왜 같이 있었냐는 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그녀가 맨발로 길거리를 걷다가 한구운을 만난 건 다 이준혁 탓인데…그와 임세희가 했던 더러운 짓에 윤혜인은 구역질이 났지만 그녀는 절대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는 순간, 그녀가 아직도 이준혁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만 될 뿐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은 그에게 추파를 보내는 수많은 여인들 중 한 명에 속할 뿐이며 그녀의 마음 따위는 그 어떤 가치도 없다.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일이 임세희와 연관이 있는 이상 윤혜인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혜인을 보며 이준혁은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왜? 네가 좋아하는 선배가 돌아왔다고 이제 나랑 말도 섞기 싫은 거야? 너 예전에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유학도 가고 싶어했잖아. 못 가서 아쉬워? 그래서 지금 그 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거야?”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는 듯이 물었고 말투에는 본인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질투가 가득했다.“내 뒷조사를 한 거예요?”화가 난 윤혜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분논 가볍게 무시한 채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IA 투자은행 CEO, 한구운.”말을 하던 이준혁이 명함을 탁 튕겨서 윤혜인 발 앞에 버린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윤혜인, 내가 이 사람 하나쯤 무너트리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한구운의 스펙이 화려하고 탄탄하긴 하지만 명문 가문인 이씨 가문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다.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을 보며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이준혁 씨,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화풀이하고 싶으면 나한테만 하세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잡고 늘어지지 말란 말이에요! 당신 남자가 맞긴 해요?”그녀의 말에 이준혁은 불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차 세워!”윤혜인이 주변을 돌려보니 그들은 어느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3화

    차가운 바람이 윤혜인의 새하얀 피부에 닿자 그녀가 몸을 살짝 떨었지만 분노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이준혁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아래위로 훑었다.윤혜인의 가는 목에는 그가 남긴 키스마크가 보였고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피부가 연한 탓에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깊게 났으며 며칠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이준혁도 윤혜인을 이렇게 대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전에 다른 남자를 위해 그에게 손찌검을 한 것만 생각하면 몸에서 천불이 났다.아무리 화를 억누르려고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진심으로 겁을 먹은 윤혜인은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준혁 씨, 저 지금 생리하고 있어요…”“그래?”이준혁이 싸늘하게 웃자 윤혜인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지금 상황으로 절대 이준혁과 잠자리를 할 수 없다.“내가 직접 확인해볼게.”말을 하던 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바지를 내리려고 했고 순간 당황한 윤혜인이 다급하게 제지했다.“안 돼요. 더럽단 말이에요…”하지만 이준혁은 의미심장하게 웃다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생리가 왔으면 대신 이 입술이 있잖아…”이준혁의 말은 노골적이면서도 모욕감 가득했다.결혼 생활 2년 동안 그는 단 한번도 윤혜인에게 그런 짓을 시킨 적이 없는데 이제는…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준혁은 오늘밤 윤혜인을 단단히 혼내 줄 생각이었으며 누가 그녀의 남자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했던 말은 단순히 그녀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2년 동안이나 그녀에게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다.대신 윤혜인이 본인의 입으로 다시는 그 남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아내야 한다.그는 파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약해졌다.“네가 말만 잘 들었으면 내가 왜…”하지만 이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다못한 윤혜인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질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4화

    이준혁의 물음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여 구급상자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아, 구급상자에 상처에 바르는 약이 있어서요. 사모님에게 약 좀 발라드리려고요.”“혜인이가 어디 다쳤어요?”이준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도련님 못 보셨어요? 조금 전에 보니까 사모님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던데.”이준혁은 도우미의 말에 흠칫했다.윤혜인의 발이 다쳤다고?조금 전까지 분노에 휩싸였던 그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아 참,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도우미 아주머니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오후에 임세희 씨라는 아가씨가 찾아왔어요. 두 분이 한참 대화를 나누시다가 임세희 씨가 가고 나서 사모님이 외출하신 겁니다.”임세희? 임세희가 이곳에 다녀갔다고?오후쯤 이준혁이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주훈은 그저 그에게 윤혜인이 외출했다는 도우미의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을 뿐, 임세희가 이곳에 왔었다는 말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스카이 별장의 경호가 매우 엄한 편인데 아마도 임세희가 이준혁의 운전 기사에게 부탁해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왜 진작 말하지 않으셨어요?”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인 줄 알았습니다.”“중요하지 않다니요? 앞으로 혜인이에 관한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반드시 저에게 보고하세요!”“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전 이만 사모님께 약을 발라드리러 갈게요.”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자 이준혁이 아주머니를 불렀다.“약을 저한테 주세요.”한편, 방안에서.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윤혜인이 찢어진 옷을 벗은 뒤,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발 뒤꿈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숙여보니 상처가 다시 찢어진 듯 감고 있던 붕대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윤혜인은 서러운 마음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예전에 그녀에게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도 받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았는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5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이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짓은 안 시켜.”“네…?”입을 꽉 틀어막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다시 물었고 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낮게 깔린 섹시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그러니까 너에게 입으로 하라고 하지 않는…”“그만해요!”듣고 있던 윤혜인이 다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다가 그의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자 황급히 손을 거뒀다.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이준혁이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은 채 알코올 솜을 꺼내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조심스럽게 약을 바른 뒤 붕대로 꼼꼼히 감싸기도 했다.“오늘 오후에 세희가 왔었어?”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그를 힐끔 쳐다보며 본인이 들어오게 허락까지 해 놓고 왜 묻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윤혜인이 대꾸하지 않자 이준혁이 다시 물었다.“세희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우리가 언제 이혼하는지 물었어요.”윤혜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억지 웃음을 보였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이준혁은 임세희가 계속 이준혁 와이프 타이틀을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세희가 어릴 때부터 너무 곱게 자라서 그래. 커서는 건강 상태도 안 좋고 경미한 우울증도 앓고 있어서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보고 말을 막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는 될수록 세희와 만나지 마.”우울증?저렇게 기세 등등한 임세희에게 우울증이라니. 그리고 정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도 그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핑계는 되지 못한다.윤혜인이 비꼬듯이 말을 건넸다.“이준혁 씨, 그 여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이혼만 하면 전 이준혁 씨와 그 여자까지 둘 다 절대 다시는 안 만날 거예요.”이준혁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지만 윤혜인은 못 본 척 말을 이어갔다.“이틀 뒤, 손에 있는 실밥만 풀면 제가 직접 준혁 씨 어머니에게 찾아가서 말씀드릴게요. 준혁 씨 어머니가 반드시 우리 이혼을 동의하게 설득한다고요.”임세희 목에 있던 키스마크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헛구역질이 났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6화

    듣기 거북할 정도로 비꼬는 이준혁의 말에 잔뜩 화가 난 윤혜인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똑같이 비꼬았다.“이준혁 씨, 모든 사람들이 이준혁 씨 같은 줄 알아요?”그녀는 정정당당했으며 바람 피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어떤 사람인데?”싸늘하게 굳은 이준혁의 눈빛에 날카로운 빛이 반짝거렸고 윤혜인의 팔을 덥석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기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말해봐, 너와 2년 동안 잠자리를 가진 남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데?”윤혜인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이준혁이 그녀를 품속으로 더욱 꽉 잡아당겼다.“이준혁 씨, 정신 좀 차려요 제발, 생리적인 요구가 있으면 임세희 그 여자를 찾아가라고요!”윤혜인의 말에 이준혁의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손을 툭 놓은 그는 입가의 미소마저 거둔 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내가 세희를 찾아가길 원하는 거야?”윤혜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원하는 거냐고? 그녀는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기나 할까? 그녀는 단지 이준혁 마음속에 있었던 생각을 그보다 먼저 입 밖에 꺼냈을 뿐이다.이준혁은 윤혜인이 그토록 바라던 유일한 사랑을 전부 임세희에게 주었기에 그의 마음에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담아둘 공간이 없을 것이다.이준혁은 이제 더럽혀졌고 윤혜인은 더 이상 그런 이준혁을 갖고 싶지 않았다.“네.”윤혜인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했다. 간단한 한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 일에 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 써버렸다.그 뒤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윤혜인은 침대에 쓰러진 채 눈물을 줄줄 흘렸다.심장은 구멍이 난 것 마냥 너무 아팠다.‘윤혜인, 저 남자는 이미 더럽혀진 남자야. 대체 왜 저런 남자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한편, 병원에서.이준혁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임세희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물을 건네고 있었다. 이준혁을 보자마자 임세희는 얼른 임씨 아주머니에게 따듯한 차 한 잔 준비하라고 했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7화

    “방해가 될 건 없어. 많이 아프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이준혁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 결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을 이어갔다.“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세희 넌 일찍 쉬어.”이준혁이 떠나고 병실에는 임씨 아주머니와 임세희만 남았다.“아줌마, 들었어요? 조금 전에 준혁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들었어요?”임세희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서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면 될수록 만나지 말라고? 저 뜻은 그녀에게 윤혜인을 그만 찾아가라는 거잖아!윤혜인이 벌써 이준혁에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된 건가? 그녀를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가?가쁜 숨을 몰아쉬던 임세희는 얼굴까지 일그러지고 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임세희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위로했다.“아가씨, 상심하지 마세요. 준혁 도련님이 결혼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꾹 참으셔야 합니다.”“제가 더 어떻게 참아요! 그 나쁜 년은 임신까지 했단 말이에요!”얼굴이 퍼렇게 질린 임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그 말에 임씨 아주머니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확실해요?”“그 여자가 임신한 게 확실해요. 아줌마, 나 이제 어떡해요?”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묻자 임씨 아주머니가 사악하게 웃었다.“그럼 그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면 되죠.”“근데 그러다가 준혁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준혁 오빠가 예전만큼 나를 믿지 않아요.”“아가씨, 아가씨가 직접 손을 쓰는 건 아주 바보 같은 방법이에요.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일 처리할 줄도 알아야죠. 그리고 아가씨는 깔끔하게 빠지는 겁니다.”임씨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임세희 목에 남겨진 키스마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임세희가 울고불고하던 그때, 동작이 너무 커서 목에 있던 빨간 흔적이 살짝 드러난 것이다.“아가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8화

    두 사람은 이내 병원에 도착했고 입구에 들어설 때 앞에서 걷고 있던 이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던 순간, 고개를 든 윤혜인은 핸드폰에 찍힌 ‘설’자에 마음이 씁쓸했다가 재빨리 시선을 거둔 채 이준혁을 추월하여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어차피 이준혁은 임세희의 전화를 받을 것이고 두 사람의 통화는 늘 그렇게 길어질 것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핸드폰 울림소리가 멈췄고 이준혁이 빠른 걸음으로 윤혜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물었다.“왜 그렇게 혼자 빨리 걸어?”순간 멈칫하던 윤혜인은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이준혁의 손도 발견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이었다.지금 이준혁이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은 건가? 그럴 리가! 그가 그렇게 신경 쓰고 애지중지 여기는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데?하지만 이준혁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도 임세희였다. 그러나 이준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기까지 했다.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깜짜 놀란 윤혜인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자 이준혁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이 어색한 듯 얼굴을 살짝 피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랑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이준혁은 고개를 돌린 윤혜인을 보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조금 뒤, 두 사람은 한 진료실 앞에 섰고 윤혜인은 문 앞에 붙어 있는 ‘특급 VIP 진료실’이라는 몇 글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보통 이런 실밥을 푸는 간단한 처치는 간호사가 하는 거 아닌가?이때, 윤혜인의 귀에 익숙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혜인 씨, 앉으세요.”고개를 들어보니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눈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다름아닌 김성훈이었다.“얼른 앉아요.”멍하니 서있는 윤혜인을 보며 김성훈이 다정하게 웃으며 재촉했지만 윤혜인은 오늘따라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6화

    육연주는 다짜고짜 소원의 머리채를 붙잡아 탁자 위로 내리눌렀다.힘껏 눌러대며 외쳤다.“오늘 반드시 내가 그날 느낀 굴욕과 분노를 똑같이 느끼게 해줄 거야!”하지만 소원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의 고통쯤은 감내할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방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방민아 씨, 약속은 지키셔야죠. 우리가 한 대로 이행해주세요.”방민아는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내가 한 말은 꼭 지킵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자기 이름이 거론될 일을 피하려고 애써 돌려서 말했다.소원은 방민아가 무슨 꾀를 부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약속만 지켜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렇지 않다면 육연주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육연주는 샴페인과 맥주를 들고 소원의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으며 외쳤다.“술 좋아한다며?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게 만들어 줄 테니 잘 마셔 봐!”알코올이 따갑게 소원의 머리와 얼굴을 적셨다.소원은 눈을 꼭 감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육연주는 더욱 흥분하며 소원의 뺨을 두 차례나 세게 때렸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술병을 집어 들어 그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까지 했다.그 순간, 방민아가 육연주의 손목을 꽉 잡아 멈췄다.“연주야, 내가 뭐라고 했어? 겉으로 티 나는 상처는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러면 너한테도 안 좋아.”그들의 관심은 소원의 안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벌가 자제 이미지가 더러워질까 하는 것이었다.그렇게 육연주는 힘없이 손을 풀었고 술병은 바닥으로 떨어져 몇 번 굴러갔다.방민아는 처음부터 이렇게 경고했다. 목숨을 앗아가선 안 되고 모욕하고 짓밟는 건 가능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절대 안 된다고.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연주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소원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날 결혼식에서 소원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꼴이 됐는지, 모든 사람들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5화

    “네, 괜찮아질 거예요...”잠시 충전한 덕에 상태가 많이 나아진 소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언니, 이제 가서 일 봐요. 저도 제 일하러 갈게요.”“응.”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갈 길을 갔다.소원은 방민아가 말한 그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민아가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고 옆에 육연주가 함께 앉아 있었다.소원은 무표정하게 다가가 물었다.“방민아 씨, 제가 뭘 하면 되죠?”방민아는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서 그쪽을 부른 게 아니에요. 연주가 보고 싶다고 해서요.”소원은 육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갑자기 육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어 소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며칠 못 봤더니 눈이 멀었나 봐? 나 못 봤어?”소원의 얼굴은 한쪽으로 젖혀졌고 귀가 웅웅거릴 정도로 아팠다.이 뺨 한 대를 때리기 위해 육연주는 며칠 동안이나 참아왔던 것이다.지난번 그녀가 결혼식에 난동을 부렸을 때 이미 목이라도 졸라 죽이고 싶었다. 당시 육경한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소원은 이미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반쯤 죽도록 맞았을 것이다.그런데 육경한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그는 소원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갔다고 했다. 북쪽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육연주와 같은 재벌 2세는 그들에게 단지 걸어 다니는 금고와 같았다.그런 사람들을 적으로 돌린 육경한이 앞으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북쪽 사람들은 원한을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결혼식 후, 육연주는 소원을 제대로 혼내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소원이 육경한의 사람들에게 데려가져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그녀는 부모도 두렵지 않고 세상 무엇도 겁내지 않았지만 육경한만큼은 무서웠다.육경한은 냉혹하게 행동할 때 진정으로 냉혹했으며 혈연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다행히 방민아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4화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사실 크게 다친 것도 없었고요.”그러나 사실 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육경한만큼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그녀도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각한 일을 겪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숙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작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영숙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여기 왜 온 건지 말해봐.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봐도 좀 더 쉬어야 하는 거 같은데?”“오늘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제가 아는 단골 손님이 요청해서요.”소원이 답했다.“단골 손님?”영숙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소원은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녀의 손님은 대부분 영숙이 직접 배정해준 사람들이었다.때문에 소원이 말하는 ‘단골 손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영숙은 알 수 없었다.영숙의 걱정은 진심이었다.소원은 왜 영숙이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영숙이 굳이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하지만 소원은 이번 일의 진실을 영숙에게 말할 수 없었다.방민아가 오늘 밤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밖에 흘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이를 어기면 아이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었다.“괜찮아요, 언니. 정말 아는 손님이라니까요.”소원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그러자 영숙은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며 비웃듯 말했다.“넌 이제 네 멋대로 하는구나. 내가 상관할 수 없겠네.”소원은 피식 웃었다.“그럴 리가요. 언니가 저를 이 일로 이끌어주셨잖아요. 하루라도 스승이면 영원히 스승인데 제가 언제 영숙 언니 말 안 들은 적 있나요?”이 말을 듣고 영숙은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이렇게 말재간이 좋은 애인 줄 몰랐네.”“스승이니 뭐니 하지 마. 내 밑에 평생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조금 안정되면 얼른 나가.”사실 영숙은 방민아와 관련된 일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3화

    그래서 그는 방민아가 나중에 유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유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방민아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그녀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 믿었다.“필요 없어. 임 교수님에게 빨리 수술 일정 잡아달라고 해줘.”육경한이 결혼을 위해 결단을 내린 건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속임수에 휘말려 또 다른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그는 다른 사람이 낳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소종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육경한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그의 마음이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육경한이 결정한 일은 아무도 바꿀 수 없었다.다만 소종은 이런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재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소종조차도 대를 이을 아이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별을 떠나 건강한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었다.어쩌면 대를 잇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살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육경한의 방식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그럼에도 소종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전화를 걸기 위해 소종이 막 나가려다가 육경한이 불러 세웠다.“잠깐.”“무슨 일이세요?”육경한은 말했다.“이 소식을 민아 씨에게 알려.”소종은 잠시 멍해졌다.‘정관 수술 한다는 걸 예비 신부에게 알리라고? 이건 결혼하기 전에 도망가라고 부추기는 일 아닌가?’그러나 육경한의 목적은 방민아를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다.이전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평생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말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민아더러 함께하자고 했다.그러자 방민아는 주저 없이 동의했다.육경한이 방민아에게 난관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은 건 이것이 신체에 손상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결혼을 약속한 상대라면 충분한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스스로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이번에 소종을 통해 이 소식을 흘린 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2화

    남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었고 표정조차 변화가 없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소종이 입을 열었다.“소원 씨가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제가 거절했습니다. 작은 도련님이 간신히 밝아졌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육경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소종의 말을 묵인하는 듯 말이다.이제 됐다 싶어 소종은 긴 숨을 내쉬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육경한이 이번에 얻은 상처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친 그가 이제는 소원에 대해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지금과 같이 냉정한 사람은 마음이 다치면 자신을 철저히 닫아버린다.육경한의 모습은 그야말로 심장이 죽은듯한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남자는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이제 마음도 몸도 여기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붙잡는 건 양쪽 모두를 아프게 할 뿐이었다.소원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서현재 역시 제대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육경한이 많이 참은 셈이었다.육경한이 물어보지 않았기에 소종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소종이 대신 육경한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여러 번 말을 해봤지만 소원은 전혀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그게 진정 사람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일이었다.소종은 소원이 방민아가 유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유진의 상태를 더 꼼꼼히 살피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방민아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다만 소종은 방민아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잠시 좋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 할 수는 없었다.오래도록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방민아 씨가 과연 유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대할 수 있을까? 자기 아이를 갖게 되면 유진이에 대한 태도가 변하진 않을까?’소종이 이런저런 생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1화

    소원은 방민아와 이런 복잡한 말싸움을 하는 걸 정말 싫어했다.연기를 하듯 감정을 숨기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었다.“방민아 씨, 아주머니를 만나볼 수는 없나요?”“그건... 방금 경한 씨한테 전화했잖아요? 경한 씨가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소원 씨.”방민아는 곤란하고 미안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사실 소원이 대문 앞에서 보인 모든 행동을 방민아는 창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소원이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끝내 허락받지 못한 모습을 보며 방민아는 확신했다.이제 자신이 육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고.방민아는 속으로 생각했다.‘다행히 연주의 말을 믿고 소원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 그냥 현명한 아내이자 자상한 엄마처럼 행동했더니 효과가 좋네. 경한 씨도 이제 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었어. 소원? 이제 별로 두려워할 존재도 아니지.’소원은 한숨을 삼키며 자세를 낮추어 물었다.“그럼... 유진이랑 통화라도 할 수 있을까요?”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대한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방민아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소원 씨, 그건 저도 힘들 것 같네요. 경한 씨가 소원 씨가 유진이와 접촉하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거절당한 소원은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했다.방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소원 씨, 제가 기회를 드리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오늘 밤 일하러 가세요. 기분이 좋으면 유진이를 만나게 해줄 수도 있죠.”이 말에 놀란 소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정말인가요?”“그럼요.”방민아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결국 경한 씨가 없을 땐 이 육씨 가문내 일이 다 제 손에 달려 있으니까요.”소원은 방민아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육경한은 집안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내부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좋아요. 하라는 대로 할게요. 하지만 유진이를 반드시 만나게 해줘야 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90화

    소원은 필사적으로 몸을 버둥거렸지만 두 명의 건장한 보안요원을 이길 수는 없었다.보안요원은 그녀를 끌고 가면서 말했다.“저희도 이러고 싶진 않습니다. 저희는 월급 받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누구도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제발 좀 협조해 주세요.”소원은 필사적으로 외쳤다.“제 아이가 위험해요! 경찰 부를 거예요, 경찰 부를 거라고요!”그러자 보안요원은 피식 비웃었다.“지금 농담하세요? 작은 도련님은 매일 베란다에서 뛰어놀 만큼 건강해 보이는데 뭐가 위험하다는 겁니까? 혹시 망상증 같은 거 있는 거 아니에요?”이 말을 듣고 소원은 잠시 안도했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보안요원은 이어서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경찰이 이런 걸 받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신고해 보세요. 아마 처음에 잡혀갈 사람은 그쪽일 겁니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네요. 작은 도련님은 방민아 씨가 아주 잘 돌보고 있어요. 방민아 씨는 정말 좋은 새엄마예요. 얼마나 세심한지 매일 작은 도련님을 돌보러 오신다니까요.”소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방민아는 결혼 전까지는 유진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라면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소원은 방민아가 지금 아주머니를 건드린 것도 육경한의 반응을 떠보는 일환이라 확신했다.육경한이 아주머니의 병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유진이의 위험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아니, 육경한이 아주머니를 걱정하더라도 방민아의 속셈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이 모든 것은 소원의 추측일 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사란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만약의 가능성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갑자기 소원이 크게 외쳤다.“방민아 씨! 나와요! 방민아 씨, 당장 나와요!”보안요원이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소원은 두 보안요원의 손길을 뿌리치며 대문 앞으로 달려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며 계속 외쳤다.“방민아 씨! 방민아 씨!”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9화

    소원은 일부러 유진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혹여 유진이가 자극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유진이는 보통 아이들과 달랐고 소원은 아이의 모든 것에 대해 항상 신중했다.소원은 입을 열어 크게 외쳤다.“백씨 아주머니! 백씨 아주머니, 계세요?”몇 번 부르지 않았는데 보안요원이 달려와 그녀를 막았다.“여기서 이렇게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주거 지역이에요. 계속 그러시면 강제로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보안요원의 말투는 점점 공손함을 잃어가고 있었다.상대가 까다로운 사람이든 아니든 겁낼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행동을 보니 그녀가 육 대표님과 친분이 깊을 리는 없어 보였다.만약 친분이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 테고 육경한이 이미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그러나 소원은 보안요원의 경고를 무시한 채 말했다.“오늘은 반드시 아주머니를 만나야 합니다. 아주머니 이름 부르는 게 싫다면 백해란 아주머니가 여기 계신지만 확인해 주시면 돼요. 확인만 해 주면 조용히 돌아가겠습니다.”보안요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런 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저택 안에 들어가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이렇게 계속 소리 지르시면 지금 당장 내보낼 겁니다.”보안요원의 태도는 한층 강경해졌고 소원은 이를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아주머니와 연락이 끊겼어요. 걱정돼서 왔습니다. 오늘 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하면 저는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 그쪽들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이렇게 하죠. 아주머니가 계신지 확인하고 그분이 저에게 전화만 주시면 저는 바로 떠나겠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어때요?”소원의 이 말은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타협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보안요원들은 상황을 재빨리 판단해야 했다.안으로 들어가 관리인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건 큰일이 아니었지만 이 여자를 억지로 끌어내렸다가 경찰에 신고라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8화

    소원이 침묵할수록 소종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그에게 소원은 냉혹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입장이 다르니 소종은 당연히 소원의 관점에서 이 일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그는 답답함에 목소리를 높였다.“알겠습니까? 모든 더러운 일은 내가 했습니다. 대표님은 저에게 너무 폭력적이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그게 싫었습니다. 사업 세계는 깊은 수렁 같아서 독하지 않으면 발붙일 수 없어요! 그래서 전 자발적으로 대표님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 칼로 저를 찔러도 대표님의 미래를 위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갑자기 소종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제가 소원 씨가 대표님을 해치는 걸 가만히 두고만 보리라고 생각합니까?”소원은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소 비서님, 제가 육경한을 찾는 건 유진이 때문이에요.”지금 그녀는 육경한을 무너뜨릴 생각도 없었고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마음에는 오직 유진이의 안전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종은 이 말을 듣고도 비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이제 와서 아들을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아들을 위한다면 아이의 친아버지를 그렇게 대했으면 안 됐죠.”“우리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다른 남자였으면 그쪽은 벌써 백번은 죽었을 겁니다.”소원은 다급히 물었다.“소 비서님, 요즘 유진이는 누가 돌보고 있습니까?”그녀는 소종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든 개의치 않았다.소종이 육경한에게 충성하는 만큼 유진이에게 해를 끼치도록 방치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소종은 잠시 찡그리며 대답했다.“방민아 씨가 돌보고 있습니다.”이 말에 소원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저는 유진이를 만나야 합니다. 지금 저 경원 저택 앞에 있습니다. 육경한에게 연락해서 제가 유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주세요. 지금 당장이요. 유진이가 걱정돼요.”소종은 콧방귀를 뀌었다.“뭐가 걱정된다는 거죠? 방민아 씨가 아주 잘 돌보고 있어요. 어제는 유진이를 데리고 대표님을 보러 오기도 했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