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7화

Author: 이한나
“방해가 될 건 없어. 많이 아프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

이준혁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 결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세희 넌 일찍 쉬어.”

이준혁이 떠나고 병실에는 임씨 아주머니와 임세희만 남았다.

“아줌마, 들었어요? 조금 전에 준혁 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들었어요?”

임세희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서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면 될수록 만나지 말라고? 저 뜻은 그녀에게 윤혜인을 그만 찾아가라는 거잖아!

윤혜인이 벌써 이준혁에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된 건가? 그녀를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가?

가쁜 숨을 몰아쉬던 임세희는 얼굴까지 일그러지고 있었고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임세희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위로했다.

“아가씨, 상심하지 마세요. 준혁 도련님이 결혼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꾹 참으셔야 합니다.”

“제가 더 어떻게 참아요! 그 나쁜 년은 임신까지 했단 말이에요!”

얼굴이 퍼렇게 질린 임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그 말에 임씨 아주머니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확실해요?”

“그 여자가 임신한 게 확실해요. 아줌마, 나 이제 어떡해요?”

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묻자 임씨 아주머니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럼 그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면 되죠.”

“근데 그러다가 준혁 오빠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요. 준혁 오빠가 예전만큼 나를 믿지 않아요.”

“아가씨, 아가씨가 직접 손을 쓰는 건 아주 바보 같은 방법이에요.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일 처리할 줄도 알아야죠. 그리고 아가씨는 깔끔하게 빠지는 겁니다.”

임씨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임세희 목에 남겨진 키스마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임세희가 울고불고하던 그때, 동작이 너무 커서 목에 있던 빨간 흔적이 살짝 드러난 것이다.

“아가씨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you 1
스토리가 진부하고 재미가 업네요 내용이 너무 질질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8화

    두 사람은 이내 병원에 도착했고 입구에 들어설 때 앞에서 걷고 있던 이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던 순간, 고개를 든 윤혜인은 핸드폰에 찍힌 ‘설’자에 마음이 씁쓸했다가 재빨리 시선을 거둔 채 이준혁을 추월하여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어차피 이준혁은 임세희의 전화를 받을 것이고 두 사람의 통화는 늘 그렇게 길어질 것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핸드폰 울림소리가 멈췄고 이준혁이 빠른 걸음으로 윤혜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물었다.“왜 그렇게 혼자 빨리 걸어?”순간 멈칫하던 윤혜인은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이준혁의 손도 발견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이었다.지금 이준혁이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은 건가? 그럴 리가! 그가 그렇게 신경 쓰고 애지중지 여기는 임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데?하지만 이준혁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도 임세희였다. 그러나 이준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기까지 했다.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깜짜 놀란 윤혜인이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자 이준혁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이 어색한 듯 얼굴을 살짝 피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랑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이준혁은 고개를 돌린 윤혜인을 보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조금 뒤, 두 사람은 한 진료실 앞에 섰고 윤혜인은 문 앞에 붙어 있는 ‘특급 VIP 진료실’이라는 몇 글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보통 이런 실밥을 푸는 간단한 처치는 간호사가 하는 거 아닌가?이때, 윤혜인의 귀에 익숙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혜인 씨, 앉으세요.”고개를 들어보니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눈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다름아닌 김성훈이었다.“얼른 앉아요.”멍하니 서있는 윤혜인을 보며 김성훈이 다정하게 웃으며 재촉했지만 윤혜인은 오늘따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69화

    장난인 걸 알고 있는 윤혜인은 입술을 살짝 오므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절하지 않았으니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을게요.”김성훈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곁에서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이준혁을 가볍게 무시했고 꽤 큰 장난을 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 그는 더욱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세요, 혜인 씨.”윤혜인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느새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손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도무지 혼자 견딜 수 없는 공포였고 이준혁도 이를 눈치챘다.참다못한 김성훈이 곁에 서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고 있던 이준혁에게 말을 걸었다.“저기요, 보호자분, 와서 좀 잡아줘야 할 거 같은데요.”그 순간,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이준혁이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윤혜인 곁에 서있었고 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을 보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김성훈이 본격적으로 주사 바늘을 손에 들자 입술을 꽉 깨문 윤혜인은 눈꺼풀마저 덜덜 떨렸다.“못 보겠으면 보지 마.”갑자기 입을 연 이준혁이 윤혜인 곁에 놓인 의자에 앉더니 윤혜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꾹 눌렀다.윤혜인은 그를 단호하게 밀쳐내고 싶지만 지금은 주사 바늘이 너무 무서웠기에 잠시 고민했고 그 순간, 손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자 화들짝 놀란 윤혜인이 이준혁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혼자 할 수 있다며?”머리위로 이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고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윤혜인이 다급하게 손을 거두려던 그때, 이준혁이 그녀의 얼굴을 품에 더욱 꽉 껴안으며 말했다.“꽉 안고 있어.”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윤혜인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은 덕분에 빨개져도 그에게 들킬 일은 없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윤혜인은 그렇게 이준혁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근두근… 2년 동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0화

    “감사합니다, 김 대표님.”윤혜인이 약을 받으며 인사를 했고 김성훈이 실눈을 살짝 뜬 채 그녀를 괜히 놀렸다.“에이, 뭘 아직도 김 대표라고 불러요, 자, 이제 성훈 오빠라고 불러줘요.”“그만해!”윤혜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진료실을 나섰고 김성훈이 뒤에서 끝까지 언성을 높이며 장난을 쳤다.“혜인 씨, 우리 약속을 잊지 말아요!”이준혁은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병원을 나섰고 윤혜인은 하마터면 그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할 뻔했다.병원을 나서자 이준혁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저놈은 신경 쓰지 마.”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준혁이 말을 보탰다.“저놈이 장난치고 있는 거야.”“알아요.”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김성훈이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윤혜인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이준혁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담담하게 물었다.“어디로 갈 거야? 내가 바래다줄게.”“아니에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이준혁이 차문을 열며 그녀를 차에 태웠다.“오늘 나의 임무는 너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왠지 의심스러웠다.이준혁이 문현미의 말을 저렇게까지 잘 듣는다고? 그럼 이혼하지 말라는 말은 왜 안 듣는 거지?“그럼 저를 준혁 씨 본가에 데려다주세요.”윤혜인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본가로 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다.“혹시 시간 있으면 같이 갈래요? 지금 본가로 가서 준혁 씨 어머니께 잘 말씀드리면 오후에 이혼 수속 밟을 수 있어요.”윤혜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준혁은 굳은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 같기도 했다.“그래.”이준혁의 대답에 윤혜인이 재빨리 차에 탔고 매우 고분고분한 모습이었다.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준혁은 셔츠 팔을 대충 거둔 채 가늘고 긴 손가락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1화

    “좋은 소식 아닌가요?”윤혜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솔직히 임세희의 혀 짧은 소리가 역겨워서 끼어든 것이다. 이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세상이 다 맑아진 것 같았다.이와 반대로 표정이 확 굳어진 이준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윤혜인은 그가 점점 그녀를 싫어하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이제 이 모든 건 곧 끝날 것이니.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를 하는 법이니 윤혜인은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고 두 사람은 이내 이씨 가문 본가에 도착했다.그들은 일부러 할아버지가 점심에 잠시 낮잠을 주무시는 시간을 골라서 온 것이다.윤혜인이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문현미는 한참 전부터 집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자 문현미가 윤혜인을 다정하게 안아주며 안쓰럽고 사랑스럽게 그녀를 쳐다보았다.“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말랐네. 네놈이 우리 혜인이를 잘 돌보지 못한 거 아니야?”문현미가 윤혜인의 조그마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준혁에게 따져 묻자 이준혁은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어머님, 제가 따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윤혜인이 얼른 나서서 중재했고 문현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왠지 예상이 되는 듯했다.“그래.”한숨을 푹 내쉬던 문현미가 윤혜인의 손을 잡고 베란다로 갔고 베란다에 놓인 의자에 앉자마자 문현미가 윤혜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아가야, 이제 편하게 말해봐.”“어머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결혼 생활 2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님을 제대로 모신 적이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아니야, 그건 이 엄마가 잘못했어. 2년 동안 네 시아버지와 해외에서 지내면서 너에게 소홀했던 거 같아.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네 곁에서 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어여쁜 윤혜인의 눈망울이 어느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어머님, 너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어머님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2화

    이때, 이태수가 갑자기 문현미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더니 언성을 높였다.“다들 날 곧 죽을 늙은이 취급하는 거야? 대체 언제까지 날 속일 생각이야?”“할아버지, 아니에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윤혜인이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지만 화가 잔뜩 난 이태수가 호통을 쳤다.“너희들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 준혁이 그놈에게 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해!”이내, 이준혁이 이태수의 방으로 들어왔고 그를 보자마자 이태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준혁이 네가 혜인이와 이혼하는 거야?”할아버지의 질문에 이준혁은 입술을 오므린 채 묵인했고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태수가 퍼렇게 질린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러니까 지금 이게 다 사실이라는 거네?”아무 말도 없던 이준혁이 할아버지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고 이 돌발 행동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특히 윤혜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으며 이준혁이 임세희를 위해 무릎까지 꿇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모든 걸 내려놓긴 했지만 여전히 아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으며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이준혁이 무릎까지 꿇은 모습에 이태수는 화가 더욱 치밀었으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든 채, 이준혁을 가리켰다.“너! 너…!”쿵!그 순간, 지팡이가 이태수의 손에서 흘러내렸고 이태수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눈치가 빠른 이준혁이 재빨리 할아버지를 부축한 채 차를 대기시키라고 소리를 질렀다.“할아버지!”“아버지!”윤혜인과 문현미가 이태수에게 달려갔고 순식간에 저택안은 엉망진창이 되었다.이준혁은 빠르게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고 윤혜인과 문현미는 다른 차를 타고 그의 뒤를 따랐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윤혜인과 문현미는 병실로 달려갔다. 평소에 카리스마 넘치던 문현미도 넋이 나간 채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서있기 힘들었고 윤혜인도 안절부절못했다.정말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며 이씨 가문의 가장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3화

    “나한테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겨우 차분해진 이태수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고 이준혁이 대답했다.“아니에요, 할아버지, 저와 혜인이는 조금 다퉜을 뿐이에요.”하지만 이준혁이 아무리 얘기해도 이태수는 전혀 믿지 않았으며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려 윤혜인에게 물었다.“혜인아, 저놈 말이 사실이야?”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윤혜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다가 다음 순간, 이준혁이 그녀를 품에 와락 껴안은 채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할아버지가 물으시잖아.”그 모습에 이태수가 윤혜인을 확 잡아당기더니 버럭 화를 냈다.“감히 혜인이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도 마! 아가야, 이리로 와, 할아버지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봐. 정말 저놈이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이 다퉜던 거야?”이태수는 겉으로 이준혁을 원망하는 듯했지만 기대에 찬 눈빛만은 숨길 수가 없었고 입술을 살짝 깨물던 윤혜인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할아버지.”“그렇다면 너무 다행이야! 이 할아버지가 너희 때문에 심장이 멎을 뻔했어!”이태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자 눈시울이 붉어진 윤혜인이 이태수의 손을 꼭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꼭 건강하셔야 해요.”“아가야, 울지 마! 할아버지는 아직 건강하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제 거의 90세야, 하늘이 데려가고 싶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뭐. 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한이 너희 두 사람이 낳은 아이를 못 보고 죽게 되는 거야.”“할아버지, 그런 말 마세요!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장수하실 거예요!”윤혜인이 울먹거리며 말했다.“그래, 이 할아버지가 우리 혜인이 아이를 낳는 것까지 보고 죽어야지. 우리 증손녀도 혜인이처럼 예쁘고 착할 거야!”이때, 병실로 들어온 간호사가 이태수에게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타일렀고 윤혜인이 얼른 할아버지를 침대에 눕혔다.이태수는 침대에 누우면서도 이준혁에게 경고를 날렸다.“준혁이 네놈! 내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4화

    “지금은 이혼 못 해, 할아버지 때문에…”이준혁이 굳은 얼굴로 낮게 말했다.“그럼 할아버지가 안정이 되면 그때 다시 나한테 연락해요. 전 언제든 시간 있으니까요.”눈물을 닦은 윤혜인이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났다.이젠 무감각해진 마음 덕분에 통증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두어 걸음 내딛었을 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혜인 씨, 준혁 오빠…”임세희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다가 이준혁 곁에 닿을 때쯤 갑자기 몸이 휘청거렸고 이준혁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이준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자 임세희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병원에 재검사 받으러 왔다가 오빠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올라가는 걸 봤어. 준혁 오빠, 할아버지는 괜찮으셔? 나 할아버지 보러 가고 싶어.”이때, 윤혜인이 임세희의 앞을 막더니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임세희 씨, 할아버지께 폐를 끼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임세희 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준혁 오빠, 난 단지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한 말인데 혜인 씨가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적대심을 보이는 거야…”임세희가 불쌍한 척하며 울먹거렸고 윤혜인은 그런 그녀의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막 응급실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임세희를 만났다가 화가 나서 병이 재발하기라도 하면 매우 위험하다.윤혜인은 이준혁도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준혁이 임세희를 설득했다.“세희야, 넌 지금 할아버지 앞에 나타나면 안 돼.”뭐라고?울먹거리던 임세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준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준혁 오빠는 날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저렇게 대놓고 할아버지를 만나지 말라는 말을 하다니! 준혁 오빠 아버지를 제외한 이씨 집안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날 좀 어르고 달랠 수는 있잖아?’임세희가 윤혜인을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75화

    지나가던 간호사와 청소 아주머니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임세희는 처음 당하는 수모에 얼굴에 하얗게 질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저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도 전 괜찮아요… 하지만 전 정말 단순하게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보러 온 거예요… 절대 나쁜 마음을 품은 게 아니에요…”“네가 환영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뻔뻔하게 계속 들러붙는 거야! 할아버지 보러 왔다고?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 남의 가정을 파탄내는 사람이야! 넌 할아버지를 보러 온 게 아니라 할아버지 화를 돋우러 온 거잖아!”문현미는 구경하는 사람이 많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임세희에게 호통을 쳤고 곁에서 지켜보던 이준혁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이러지 마세요.”문현미는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써 공공장소에 이렇게 언성을 높이면 안 좋은 소문이 날 것이 분명하다.“이제부터 날 엄마라고 부르지 마. 할아버지가 너 때문에 화가 나셔서 저렇게 됐는데 넌 어떻게 저런 사람을 이곳까지 데리고 와! 넌 미친 거야!”“엄마, 세희를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엄마가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준혁 오빠!”이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세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혹시라도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얘기를 하게 될까 봐 너무 조마조마했다. 그렇게 되면 전에 그녀가 했던 거짓말들이 전부 들통나는 셈이다.임세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준혁 오빠, 그만해. 아주머니께서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아주머니, 전 정말 준혁 오빠를 사랑해요. 저희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요…”임세희의 돌발 선언에 눈살을 확 찌푸린 이준혁이 해명을 하려던 그때, 임세희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주머니, 제발 저희를 허락해 주세요. 아주머니께서 동의하지 않으시면 전 계속 이곳에서 무릎 꿇고 있을 거예요!”앞뒤 상황을 모르는 사람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6화

    소원의 설명을 들은 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명확해진 게 아니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안전에는 조심해야 되니까 사람 4명 붙여줄게. 유진이는 내가 알아서 보안 강화하고.”육경한은 소원이 거절할 것 같아 그러는지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너는 지금 홀몸이 아니야.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고.”육경한의 말이 맞았기에 소원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홀몸이 아니었고 유진도 엄마가 없어서는 안 되기에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떻게든 조심하면서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육경한이 골라준 보디가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안전한 사람들이었기에 소원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상철도 소진용이 제일 믿고 맡긴 사람이었지만 결국 아버지를 배신한 걸 보면 이 세상에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지금 갈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육경한은 소원이 반대하지 않자 경찰이 지정한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강민혜의 안내를 받아 안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문을 열어보니 안지영이 자그마한 몸집으로 무릎을 꽉 끌어안은 채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종이 인형처럼 삐쩍 마른 안지영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가까이 다가간 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지영 씨...”안지영이 소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들지도, 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소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 씨,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하지만 경찰에게 단서를 줘야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수 있어요...”가족을 잃은 슬픔은 소원도 겪어봐서 잘 알았다. 마지막 인사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보며 했으니 그 아쉬움과 후회는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컸다. 소원은 그때 왜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지, 왜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지 않았는지 후회했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안지영을 다독이던 소원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지영을 꼭 끌어안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5화

    소원이 육경한을 불러세우더니 따라서 나오며 병실 문을 닫았다.“현재 일은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소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은 옳고 그름에 명확한 사람이었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정하는 편이었다. 허심탄회한 모습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좋은 태도였다.육경한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티가 나지는 않았다.“도와준 거 아니야.”육경한은 연적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았다. 소원도 더는 이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본론으로 돌아왔다.“진아연을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도 찾고 있어. 찾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줄래?”진아연이 잡혀들어가기 전에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만약 교활한 진아연을 그대로 들여보낸다면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게 뻔했고 베일에 싸인 배후의 지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직접 물어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응. 알겠어. 너는 일단 가만히 있어. 내가 찾고 있으니까.”진아연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기에 진아연을 찾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 배후는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수단도 만만치 않았다.소원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일인데 무슨 일이 있든 직접 헤쳐나가고 싶었다.그때 소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민혜가 걸어온 전화였다.“소원 씨, 안상철이 죽었어요.”전화를 받자마자 강민혜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쿵.머릿속에서 뭔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삼촌이 왜?’소원의 계획대로라면 안상철은 지금쯤 안지영과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죽어버린 건지 의문이었다.‘지영 씨는...’소원이 얼른 물었다.“그러면 지영 씨는요? 딸은 어떻게 됐어요?”강민혜가 말했다.“딸은 안전한 상태지만 충격을 많이 받아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입을 열려 하지 않아서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요.”“어... 어떻게 이런 일이...”소원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4화

    그때 문 뒤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소원이었다.소원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육경한이 이 정도로 양보했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었다.“현재야...”“누나...”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네가 먼저 말해.”소원이 양보하자 서현재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누나, 그거 알아요?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한 건 다 안정된 삶을 되찾고 누나랑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서현재가 뜸을 들이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지금은 그저 누나가 잘 있기만 하면 다른 건 바라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요. 언제든 누나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 자리에 있을게요.”순간 서현재는 능력이든 다른 부분이든 육경한과 비길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앞으로 몇 년간 피타는 노력을 거쳐 원하던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있지만 육경한처럼 해탈의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람은 일단 사랑에 빠지면 이기적이고 쪼잔해지고 질투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유진도 아이를 받아들였으니 소원이 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떨어졌지만 소원만 행복하다면 서현재로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소원은 그런 서현재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내뱉은 건 결국 한마디였다.“현재 너는 나의 영원한 가족이야. 유진도 그렇고.”서로에게 위안이 되던 나날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서현재가 유진을 돌봐준 것도 소원은 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든 앞으로든 서현재가 원하는 바를 이뤄줄 수가 없었기에 차라리 가족이라는 자리로 남는 편이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소원은 이미 서현재에게 다시는 재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소원의 중점은 아이를 돌보는 것과 아버지가 만든 회사를 다시 일궈내는 것,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다.“누나, 나도 잊지 않을게요.”서현재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병실로 돌아오는데 육경한이 침대맡에 앉아 깊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3화

    서현재는 육경한이 그를 내쫓는다는 걸 알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아직 망하진 않았어요.”육경한은 그를 관심해 주는 게 아니라 그가 쫄딱 망해서 서울에서 더는 살 수 없기를 바랐지만 서현재도 유진의 아빠라는 말이 떠올라 톡 까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육경한도 유진의 아빠인 서현재가 너무 궁색해지는 건 싫었다.“서한 가문의 제일 큰 라이벌이 요즘 해성으로 실사하러 갔다고 들었는데.”육경한이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자 서현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현재는 아직 모르는 소식이었다. 해성에서 새로 거론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때 라이벌 회사가 해성으로 간다는 같은 프로젝트를 노린다는 의미였다. 라이벌 회사라 같은 영업 범위였기에 경쟁하는 건 정상이지만 토론이 끝나가는 프로젝트를 뺏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서현재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고마워요.”육경한이 콧방귀를 뀌었다.“약육강식인 세상에서는 승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 능력이 부족한 건 다른 사람 탓해도 쓸모없어.”이 말은 서현재가 육경한이 했던 탄압을 복수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다는 말이었다. 육경한이 없었다면 서한 그룹이 흔들릴 때 다른 회사에서 서한 그룹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무너져가는 회사라도 떨어질 부스러기는 남아있었다. 게다가 서한 그룹은 완전히 가치를 잃은것도 아니었기에 기회를 노려 서한 그룹의 주문을 앗아간다면 체급을 늘이고 있는 회사엔 큰 이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기회를 노리던 일부 회사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 회사들에게 육경한과 경쟁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으니 말이다.물론 육경한의 실력도 서울을 제패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식과 수단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힘든 것들이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는 3시간 만에 한 상장 회사를 파산하게 만든 적도 있으니 육경한을 건드린다는 건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서현재도 숨 돌릴 시간이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2화

    상황이 매우 긴급했기에 육경한은 몸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병원으로 나와 곁을 지켰고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일은 운이 좋으면 빨리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10년을 기다려도 힘들었다. 게다가 유진의 몸 상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소원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진에게 그 알약을 먹이려고 했고 육경한도 동의했다. 소원도 잘 회복하고 있었고 임신까지 했다는 건 약효가 정말 신기하다는 의미였다.약을 먹기 전에 소원과 육경한이 유진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유진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감했고 오히려 웃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빠,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이 꼭 나아서 더 좋은 유진이가 될게요.”유진은 그 알약을 먹은 후로 고열에 시달리는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작기도 했고 체질이 약해서 감당 능력이 어른과는 비길 수 없었다.소원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고 서현재도 소식을 받고 달려왔다. 유진이 커가는 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 감정이 여간 두터운 게 아니었기에 유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육경한은 서현재를 보고도 드물게 화를 내지 않았고 쫓아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서현재의 눈빛에서 유진에 대한 걱정을 보아내서 그런 것 같았다.서현재는 정말 유진을 끔찍이 아꼈고 유진도 서현재를 좋아했기에 육경한은 유진이 깨어났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가 된 후로 육경한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그렇게 차갑지 않았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갔다. 아버지가 되면서 얻은 제일 큰 변화였다.지금 이 세 사람에겐 같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진의 건강이었다.세 사람이 이렇게 화목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 있은 건 처음이었다. 유진이 여기 있으니 병원의 모든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었고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알약을 복용한 이튿날 밤, 유진이 잠에서 깼고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게 상태가 매우 좋아 보였다. 검사 결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1화

    진아연의 죄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벌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진아연을 꼭 찾아내 벌받게 하고 진아연 뒤에 숨어있는 사람이 누군지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그 배후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알아내야 해.’소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방에서 건너오더니 소원에게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아무 잘못 없는 거 맞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지영 씨 아빠 살인범 아니에요. 지영 씨가 있으니까 삼촌이 무슨 결정을 하기 전에 늘 지영 씨를 생각하더라고요. 지영 씨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삼촌이 엄청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안지영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아버지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뻐했다.“언니, 언니도 하루빨리 아저씨 죽인 범인 찾아내길 바라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소원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는 그 사람을 찾아내어 응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소원은 미리 친구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안상철의 힘을 빌리면서 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두 사람을 보호해야 했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으로 잠깐 피신해 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소원은 그 자리에서 나오며 강민혜에게 소식을 알렸다. 강민혜는 소원이 안상철을 믿은 것에 놀란 듯 보였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예를 들면 안상철이 소진용을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에 안상철의 말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소원이 말했다.“나는 삼촌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삼촌이 맞았어요.”소원이 안상철을 믿기로 한 원인 중 하나였다. 안상철은 소원을 해치려는 생각이 없었고 결국 손을 대지 않았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진용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일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30화

    진아연이 소진용을 죽이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소진용의 죽음으로 육경한과 소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만들고 소원이 아버지의 투신을 육경한이 건넨 파일때문이라고 생각해 육경한을 죽도록 원망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소원은 육경한을 죽이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테고 진아연은 어부지리로 육경한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결국엔 육경한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진아연은 정말 뱀보다 더 잔인하고 독한 여자였다.사실 소원은 소진용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었을 텐데 딱 봐도 흠집이 많은 계약서 때문에 옥살이할까 봐 투신자살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은 절대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원도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기에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 전미영까지 쓰러졌으니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잿더미가 된 소원은 좀비처럼 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죄라고 생각했다.모든 걸 털어놓은 안상철은 그제야 홀가분해졌다.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면서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 건 결국 복수가 두려워서였다. 범인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계획을 알고 있는 안상철을 가만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범인이 안상철만 노린다면 안상철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돌봐야 할 딸도 있고 모셔야 할 어른도 있었기에 그들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묵혀뒀던 사실을 털어놓은 건 소진용에 대한 죄책감이 커서였지만 다 털어놓음으로써 안상철의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소원은 이제 안상철의 처지를 알았고 안상철이 왜 진실을 말해주려 하지 않았는지 이해했다.“삼촌, 지금 이대로 출국해서는 안 돼요. 너무 위험할뿐더러 지영 씨도 힘들 거예요. 내가 전화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연락하면 무사히 출국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9화

    안상철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살이 떨렸다.“아래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아까만 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던 분이 왜 갑자기 뛰어내린 건지 의문이었죠.”안상철의 머릿속에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이었고 다급하게 현장을 벗어난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안상철이 소진용의 죽음을 의심한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소진용의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영상이 아직도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용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 데 자살할 마음을 먹었다 해도 딸에게 불리한 동영상은 무조건 지우지 켜두고 갔을 리 만무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올라와 조사할 것을 대비해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조치했을 텐데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안상철은 이내 여기 있다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루된다는 생각에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떠올라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USB를 빼서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뒤로 시골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진용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 숨어있다가 소식을 알아보러 나왔는데 신문 기사에 소진용이 자살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이 사실이 이대로 묻혔음을 알게 되었다. 안상철은 기회를 노리고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안상철에게 외국 의사의 연락처를 보내줬다.소식이 잠잠해지자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수술하러 나갔지만 약간의 휴양 시간만 가지고 다시 귀국했다. 외국은 적응하기 힘들뿐더러 누구든 총을 소지할 수 있었기에 늘 안지영이 괴롭힘을 위험해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고민 끝에 그래도 국내가 안전할 것 같아 안지영을 데리고 귀국한 것이다.그렇게 5년간 안정된 삶을 살면서 모든 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찾아오면서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안상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소원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