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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여자는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윤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색해하기는커녕, 혼자 말을 이어 나갔다.

“죽다가 살아났다면서요? 정말 축하해요. 언제 한번 같이 밥이나 먹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이준혁의 옆에 서 있었다. 그저 몸을 약간 윤혜인 쪽으로 기울일 뿐이었다.

마치 이준혁 뒤에 숨어있는 가녈픈 사슴 같았다.

여자로서, 윤혜인은 바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이준혁을 좋아한다고.

그 순간, 이혼하면서 이준혁에게 쌓인 호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하, 쓰레기 같은 남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자를 두 명이나 끼고 사시겠다?

윤혜인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사람 잘못 보셨어요.”

원지민이 뭐라고 얘기하려는데 엘리베이터가 마침 14층에 도착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걸어 나갔다.

그 자리에는 어색해하는 원지민과 차가운 표정의 이준혁만 남았다.

코너를 돌기 전에 윤혜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그녀는 “남준 오빠”라고 불렀다. 그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는 여자 같았다.

그 생각에 이준혁의 표정이 확 굳었다.

이혼할 때, 그를 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피하지는 않았지만 보기 좋게 무시당했다.

윤혜인은 온 힘을 다해서 두 사람이 아무 사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옆의 원지민은 이준혁의 표정을 보면서 그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챘다. 그 이유는...

거의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보면서 원지민이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준혁에게서 윤혜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이준혁은 다른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원지민이 고개를 돌려 이준혁을 보면서 물었다.

“윤혜인 씨가 너한테 삐진 거야?”

이준혁의 정신은 윤혜인이 입은 드레스에 빠져있었다. 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몸매의 굴곡을 잘 드러내 주었고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옷을 입다니...

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원지민에게 얘기했다.

“아니. 기억을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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