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7화

이준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임세희를 밀쳐냈다.

“L국의 저명한 교수한테 연락 넣어 놨으니까, 널 치료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임세희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사실 그녀의 병은 진작에 나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병약한 척할 수 있었던 건, L국에서 가짜 증상을 만들어내는 약을 맞은 덕분이었다. 모든 것은 이준혁의 믿음과 관심을 얻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L국의 의사한테 진찰받으라니, 들킬 게 분명했다.

임세희가 다시 눈물을 터트리며 말했다.

“오빠, 여기도 치료 잘해. 고통도 덜한 편이고, 난 여기 치료가 편한데….”

이준혁이 차갑게 답했다.

“세희야, 난 네가 빨리 좋아지길 바라. 이건 너의 동의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야.”

그가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임세희가 아무리 고집부린다고 한들, 무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오랫동안 계획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임세희는 이번 기회를 핑계로 삼아 이준혁과 함께 출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둘을 떨어뜨려 놓으면 분명 이준혁도 마음을 돌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했다.

임세희가 다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이준혁에게 말했다.

“내가 건강해지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면, 어머님도 분명 좋아하시겠지?”

사실 임세희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임신으로 이준혁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윤혜인이 아이를 통해 이준혁의 관심을 얻은 것처럼, 임세희도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돌아온 것은 이준혁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치료 잘 받고, 잘 살아.”

이 말의 뜻을 임세희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임세희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우리 언제 떠나?”

“삼 일 뒤, 도착하면 아버님이 마중 나와 있을 거야. 수술 무사히 잘 마쳐.”

“그럼 오빠는 같이 안 간다는 거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